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63화 (463/726)

#463화

마탑의 마법사들은 전멸시켰지만, 용기사는 도망쳤다.

언뜻 보면 용기사가 특별한 힘을 발휘하여 처용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하지만, 처용은 용기사를 놓친 것이 아니었다.

용기사가 도주하도록 놔둔 것이었다.

도망치려는 그를 붙잡을 방법은 많았다.

용기사를 휘감은 짙은 마기를 힘으로 깨부수고 명환부로 그를 봉인시킬 수도 있었다.

혹은 이 자리에서 용기사의 육체를 두 번 다시 재생할 수 없도록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처용은 그 어떤 수도 사용하지 않고 용기사가 도망가도록 놔두었다.

지금 여기서 그를 풀어줘야.

‘나베리우스가 새로 뽑은 신관을 죽여 버릴 수 있으니까.’

용기사를 조종하는 흑막.

마탑의 지배자이자 제1 마탑주.

제르멜의 본체를 찾아 죽여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용은 속으로 읊조림과 동시에.

-피이!

왼손에 차고 있던, 검보랏빛을 빛내는 팔찌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팔찌 자체가 검보랏빛을 빛내는 것이 아니었다.

팔찌에 박혀 있는 여러 개의 투명한 구슬.

그 투명한 구슬들 중, 두 개가 선명한 검보랏빛으로 변해 발광하고 있었다.

[마나 레이더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여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저장된 마나를 분석, 추적할 수 있습니다.]

[대상의 마나를 추적하기 위해선, 일정 이상 데이터를 축적해야 합니다.]

-총 5개의 데이터 저장 가능.

처용의 왼손에 착용된 아티팩트, 마나 레이더.

-제가 찾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물건은, 이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부탁해 받아온 아티팩트였다.

처용이 원하는 것은 특정한 마나를 추적할 수 있는 아티팩트.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처용이 원하는 아티팩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챘고 아티팩트를 넘겨주었다.

지금 처용의 왼쪽 손목에 장착된 아티팩트.

마나 레이더에 박힌 투명한 다섯 개의 구슬 중, 검보랏빛으로 채워진 두 개.

그중 하나는.

[데이터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대상 : 용기사 루시우스]

[목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바로 조금 전, 일부러 살려 보낸 용기사 루시우스의 마나 데이터였다.

용기사를 일부러 살려 보낸 이유는 그의 데이터를 아티팩트에 저장하기 위해서였다.

단번에 쓸어 버릴 수 있었던 마탑의 마법사들을 상대로 굳이 10분의 시간을 끈 이유도 데이터 축적이 필요해서였다.

“어디…….”

-탁. 탁.

처용이 분석이 완료된, 루시우스의 데이터가 저장된 구슬을 두 번 두들기자.

-피이!

아티팩트에서 얇은 빛이 흘러나오더니,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빛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쭉 가면, 용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

“용기사는 됐고…… 이놈은 아직인가?”

처용이 용기사의 데이터가 저장된 구슬 말고 다른 구슬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용기사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이터가 담긴 구슬.

[데이터를 분석이 진행중입니다.]

[오염된 마나를 분해, 분석중입니다.]

[대상 : 제르멜]

바로 용기사를 조종하던 제1 마탑주, 제르멜의 데이터였다.

용기사의 데이터는 진작 분석이 끝났지만, 제르멜은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

“대악마의 신관이라 그런가? 분석이 좀 걸리는군.”

제르멜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판데모니움 서열 24위, 나베리우스가 새로 선택한 신관이었다.

용기사와 싸우면서 종종 그를 강화하고 재생시키던 시커먼 기운.

그 기운은 제르멜이 나베리우스에게서 하사받은 대악마의 마기였다.

회귀 전, 제1 마탑주 제르멜은 바알에게 마기를 하사받고 리치로 변이된 놈이었다.

추기경과 같은 절차를 밟아 대악마에게 충성하는 병사가 된 것이었다.

그런 그가 나베리우스의 신관으로 선택받아 S급 마인이 된 상황.

아마도, 이전 나베리우스의 신관이었던 잭이 죽어 버렸기에 나타난 결과인 것 같았다.

예상 못 한 변수이긴 하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죽여 버려야 할 놈들인 것은 같았으니까.

아티팩트를 관찰하며 생각하던 처용이 시선을 돌리고는.

-파지직.

“도와줄까?”

한참 대마법의 해제를 진행하고 있던 루비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필요 없어.”

루비아는 처용의 물음에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증폭, 해제, 분해, 재조립…….”

하던 일을 서두르려는 듯, 더 짙은 기운을 뿜어대며 마나를 조종했다.

그런 루비아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는 다름 아닌.

[갤럭시 오브 스태프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기계 장치의 여신이 공들여 제작한 오브가 장착된 스태프.]

[사용자가 발휘하는 마나와 에너지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오브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원할 때 방출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랜덤 박스에서 얻은 스태프였다.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사선으로 회전하는 천구의가 달린 모습.

-스르르르-스륵!

루비아가 내뿜는 드래곤 오러와 마나가, 사선으로 회전하는 천구의에 흘러 들어가며 회전했고.

-화아아!

한 바퀴를 회전한 루비아의 기운이 더 크게 증폭되어 내뿜어졌다.

그 기운이 향한 곳은 바로 하늘.

-파차창! 차창!

실시간으로 깨져 나가고 있는 대규모 폭격 마법진이었다.

“실패를 직감하자마자 도망친 건가?”

처용이 하늘 위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본래, 대규모 폭격 마법진을 조종하고 유지하는 대마법사 둘이 하늘 위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처용의 눈과 감각에는 아무도 감지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패를 직감한 순간, 도주한 듯 보였다.

“마탑 놈들이 네게 찢겨 나갈 때, 도망치더라고.”

루비아가 처용의 말에 대답하듯 말했다.

처용의 손아귀에 갈갈이 찢겨 나간 마탑의 정예들과 대마법사 둘.

용기사를 조종하는 제1 마탑주 제르멜까지.

하늘 위 대마법을 만들어내는 대마법사들은 마탑의 동료들이 순식간에 당하는 순간, 도주했다.

동료가 당하는 것을 돕지는 못할망정, 그들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곧장 도주를 선택한 것이다.

이기적이지만,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의리라고는 쥐뿔도 없는 놈들이었네.”

처용이 하늘 위, 거의 다 무너져가는 대마법진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추구하는 진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이들이니까.”

그 말에 루비아가 경멸 어린 목소리를 담아 읊조리듯 답하고는.

“전부, 무너져라!”

-화아아!

하늘을 향해 강렬한 마나를 쏘아 보내며 소리쳤다.

대마법진을 부수는 루비아의 마지막 시동어와 마나가 하늘 위에 닿자.

-쩌저적! 파차창! 차창! 창-!

하늘 위에 남아있던 모든 마법진이 무참히 깨져 나갔다.

루비아 홀로 마탑의 대마법사들이 펼친 대규모 폭격 마법진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훌륭하네, 쿼터 드래곤이기 전에, 마법의 재능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야.”

처용이 하늘 위 부서진 대마법진과 루비아를 번갈아 보고는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아무리 루비아가 부친, 드래곤의 피와 개성을 이어 드래곤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 해도.

그녀가 일시적으로나마 8서클 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해도.

혼자서 하늘 위 대마법진을 혼자서 부순 것은 순전히 그녀의 마법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대마법사라 불리우는 7서클 마법사.

보다 상위 단계인 8서클 마법사는 7서클 마법사에 비해 단연 압도적으로 높은 경지였다.

그러나 보다 높은 경지라 해도, 전지전능이라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늘 위에서 만들어지던 대규모 폭격 마법은 참회와 회개의 심판에 버금가는 위력.

그런 대마법을 해제하는 것은 참회와 회개의 심판을 아무 피해 없이 막는 것과 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8서클 마법사라 해도, 혼자서 참회와 회개의 심판을 막을 순 없다.

당연히 대규모 폭격 마법 역시 혼자서 막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루비아는 보란 듯이 해냈다.

‘역시, 미래의 대마도사답군.’

처용은 루비아를 향해 속으로 읊조리고는.

“이제 반납할 시간이야.”

그녀를 향해 왼손을 뻗으며 말했다.

-우웅.

처용의 말이 끝나자 루비아가 쥐고 있던 스태프에 강기와 신력이 일렁이더니.

-스르륵! 탁!

스태프가 루비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처용의 손에 탁 잡혔다.

마탑의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 펼쳤던 결전기, 팔괘 – 태극천체진.

처용은 결전기를 펼침과 동시에, 루비아를 향해 스태프를 날려 보내며 전음을 보냈었다.

마탑이 준비하는 대규모 폭격 마법을 저지해달라 말한 것이었다.

루비아는 그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니.

“대여 시간은 끝났어.”

빌려주었던 무구를 다시 회수한 것이었다.

“아…….”

루비아가 처용의 손아귀로 돌아간 스태프를 보며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아주 잠깐 다뤄 봤지만, 스태프의 성능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으니까.

지금껏 사용했었던 마법 보조 무구들과 완드, 로드 등에 비해서 단연 압도적인 성능이었다.

그런 완벽하게 느껴졌던 무구가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허탈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명품의 성능을 한 번 맛본 사람은, 평범한 제품이 가진 성능에 만족할 수 없는 법.

“그, 그건…….”

루비아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를 읊조리며 처용의 손으로 되돌아온 스태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안 되지.”

-우웅.

처용은 단호한 목소리로 스태프를 아공간 속에 집어넣으며 답했다.

“너는 아직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으으.”

루비아가 처용의 말에 작게 인상을 쓰며 침음을 흘렸다.

-내게 협력해라.

처용이 아나샤와 마찬가지로 루비아에게 했었던 제안.

방금 손에 쥔 명품 스태프를 가지고 싶다면, 그 제안을 수락하라는 뜻이었다.

사실, 루비아의 입장에서는 수락해서 나쁠 것이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에스라 성운의 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들의 수발 역할을 하는 아스터 교단이 어떤 이들인지.

자신이 마탑이라는 기관에 억류되어 통제당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등.

루비아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친구인 아나샤는 그 진실에 분개하며 처용의 손을 잡아 신에게 맞서고 있었다.

자신 또한 아나샤를 따라 처용을 돕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제는 도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마탑, 아스터 교단, 에스라 성운과 척을 진 셈이었으니까.

다만.

‘짜증 나.’

루비아가 작게 인상을 쓰며 처용을 노려보고는 속으로 짜증과 불만을 읊조렸다.

이전부터 계속, 처용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루비아는 자신이 타인에게 끌려다니며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작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용의 제안을 아직도 미루고 있는 것은 그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이제 쓸데없는 고집은 접고 현실을 받아들여 처용의 손을 잡는 것이 현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과 성격을 거스르는 것이 참…… 어려웠다.

이럴 때마다, 그 자존심과 자만심 강한 이들의 피를 이었다는 사실이 참 불쾌했다.

스스로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타고난 본능과 같았다.

그러나.

“……이틀만 시간을 줘.”

루비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실, 이미 결정은 내린 상태였다.

아니, 처용의 손을 잡는다는 선택지 외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틀이라는 시간을 달라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루비아의 머릿속에는.

-캬아아!

완전히 변해 버린 용기사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었다.

본래의 용기사는 금빛의 비늘이 반짝이던, 세련되고 품위가 드러나는 외형이었다.

그런 용기사가…… 새까만 비늘에 붉은 안광을 빛내는 괴물로 변해 버렸다.

맑고 청량함이 전해지던 그의 드래곤 오러 역시 사악한 힘에 오염된 듯, 이질적인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딸인 자신에게 공격을 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제는 완전히 제르멜의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병기가 된 것 같았다.

-용기사는 죽었다.

단호한 목소리로 단정 짓던 처용의 말은…… 사실이었다.

용기사, 루비아의 부친인 루시우스가 죽었다.

아니, 신들이 용기사를 잡아가 그를 죽이고 인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신들을 충직히 따르는 이들에게 전리품이 된 용기사를 하사했다.

이것이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드래곤들은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만약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드래곤들 또한, 신들이 벌이는 이 잔혹한 행위에 가담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드래곤들 또한 적이 되는 것인가?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루비아의 머릿속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무한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졌던 일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든 상황.

그나마 그 정신력 강한 이들의 피를 이었기 때문인지, 머리가 공황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미래의 일까지 내다보고 예측하며 선택하기에는…… 심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그래, 이틀 동안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봐.”

처용은 그런 루비아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히려 지금 보이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회귀 전 그녀는.

-이젠……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멘탈이 무너지다 못해,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

그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아주 많이 양호한 편이었다.

그때.

-쩌저저적!

하늘 위에서 또다시 유리가 깨지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우웅. 우우웅!

아라한 왕국 주변으로 더 많은 게이트들이 나타났다.

-파지직!

-우웅. 샥!

처용과 루비아는 이변을 파악하자마자 곧장 아라한 왕국, 아나샤의 옆으로 돌아왔다.

“저장된 마도포의 마나가 거의 바닥났습니다. 이대로라면……!”

표정이 좋지 않던 아나샤가 다가온 처용에게 보고를 올렸다.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잘 막고 있었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한 듯 보였다.

상대는 끝없는 수로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었고 이쪽은 물자가 슬슬 바닥나고 있었다.

성벽을 지키던 마법사들과 기사들도, 병사들도 점점 지쳐가는 상황.

게다가.

“방해꾼을 치워 버리자마자…… 다른 놈들이 몰려오는군.”

처용이 아나샤의 반응과 국경 성벽의 상황, 하늘 위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마지막으로 응시한 하늘 위에는 지금.

[이제 끝이다.]

[이단국은 영원히 사라지리라.]

스무 명이 넘는 달하는 천사들이 하늘 위에서 강림하고 있었다.

대격변으로 인해 일어난 시스템의 균열.

그 틈을 타 지상에 현현한 것이었다.

“제길……!”

전황을 살피던 아나샤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이제 곧 성벽에 구비된 모든 마도포가 정지한다.

압도적인 수의 괴물들이 성벽을 휩쓸고 왕국 내로 침투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천사들에 이어.

[이번에야말로 모조리 불태워 주마!]

-화르르륵!

에스라 성운의 대신 중 하나.

분노한 참회의 여신이 지상에 직접 강림했다.

심지어 분신이 아닌, 화신체 상태.

“오제룡의-.”

전황을 살피던 처용이 조금 전부터 준비하던 대규모 살상 기술, 오제룡의 연회를 사용하려 했다.

막 합장하던 두 손을 떼려던 순간.

“……타이밍 기가 막히는군.”

-파아아.

두 손을 내리고 준비하던 오제룡의 연회를 취소해 모으던 힘을 갈무리했다.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아나샤가 다급함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처용에게 물었다.

방금 처용이 쓰려던 기술은 무려 군대를 휩쓸어버리는 다섯 마리의 괴수를 불러내는 기술.

혹시, 그것보다 더 강한 기술을 쓰려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지원군이 왔다.”

처용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지원군?”

아나샤가 의문을 읊조렸고 루비아 역시 의문을 표했다.

그때.

-……피이이이!!

하늘 위, 먹구름 너머에서부터 날아오는 샛노란 빗줄기가 지상으로 쏟아졌다.

유성우처럼 쏟아진 폭격이 향한 곳은.

-쿠구구! 쿠구!

-캬아아!

-크하악!

국경선 너머에서 돌진해오는 몬스터 무리였다.

국경을 지키는 마도포보다도 압도적인 화력이 하늘 위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감히! 누가-!]

하메라가 하늘 위를 바라보며 소리친 순간.

-피이이!

강렬하게 타오르는 거대한 광선이 하메라를 향해 쇄도했다.

-콰콰쾅-!!

하늘 위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크윽!]

폭발의 위력에 밀려난 하메라가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화아! 쿠구구!

하늘 위, 정확히 아라한 왕국 상공에서 구름을 해치고 거대한 물체가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1킬로미터가 넘어가는 압도적인 크기의 함선.

하늘 위에서 나타난 것은 커맨더의 성지인 전투 순양함, 마키나였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함선의 등장에 모든 이들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람과 경악을 드러냈다.

“하늘을 나는 성이라는 게……?”

아나샤가 이전 연아와 연화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읊조렸다.

그리고.

-우리 도착했어, 아직 살아 있지?

함선에서 반가움이 일렁이는 커맨더의 목소리가 울리자.

“정확한 타이밍입니다. 커맨더.”

처용이 하늘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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