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화
에스라 대륙에 이변이 일어나기 대략 반나절 전.
“뭐라고…… 했느냐?”
아스터 제국의 수도에 세워진 대성당.
그곳에서 사제에게 보고를 받던 참회의 신관, 베드라가 분노 서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
베드라의 흉흉한 눈빛과 부름을 받은 이.
대신전에 소식을 전하러 온 전령 사제가 몸을 한 번 떨고는.
“이, 이단 심판관장 안테르 님께서…… 수, 순교…… 하셨습니다.”
조금 전, 마지막에 올렸던 보고를 떨리는 목소리로 끊어지듯 다시 보고했다.
그 말에.
“외신께 선택을 받은 안테르가?”
“순교라고…… 했느냐?”
회개의 신관, 루메오를 포함한 대주교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읊조렸다.
“이단 심판관장이…… 순교? 그 안테르가? 크흐흐…….”
베드라가 왼쪽 광대뼈와 눈가를 들썩이며 실소 섞인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쿠화아아!
낮은 목소리가 거대한 고함으로 변하며 분노 섞인 화염의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당장이라도 전령으로 온 사제를 태워 죽일 듯한 분위기.
“지, 진정하시오. 신관 베드라.”
“전령 사제는 그저 소식을 전했을 뿐이오.”
대주교들이 그런 베드라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듯, 만류에 나섰다.
“내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묻겠습니다. 사제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루메오가 주저앉아 두려움에 떠는 전령 사제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가 말하는 순교가, 이단 심판관장 안테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 맞습니까?”
정확한 진실을 묻는 루메오의 말에.
“마, 마, 맞습니다. 시, 신관이시여.”
전령을 전하러 온 사제가 다시 한번 진실을 언급하자.
“하……!”
-탁!
거짓 없는 참혹한 진실에 루메오가 단상을 내리치며 한숨을 내뱉고는 자리에 앉았다.
동시에 생각에 잠긴 듯, 인상을 쓰며 짧게 침묵하고는.
“……안테르가 외신께 하사받은 권능 중에는 죽지 않는 불사의 권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가 알고 있던 사실, 안테르가 외신에게 받은 권능을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크흐흐, 외신께 가호를 받는 내가 죽을 일은 없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지요.
안테르가 지원을 요청한 남부 대사막으로 출정하기 전, 그가 했었던 말이었다.
남부 대사막 국경선에서 벌어진 이단자들의 습격.
안테르는 그곳의 이단자들을 막기 위해 이단 심판관들과 함께 출정했었다.
다른 신관이 간다 했으면, 분명 만류했을 것이다.
마신이라 불리는 사악한 존재가 신관을 노릴 수도 있었으니까.
불과 며칠 전, 마신에게 맹렬한 추격을 받았었던 참회의 신관 베드라.
그 일 때문에, 더욱 경계심과 조심성이 부쩍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안테르가 직접 간다고 하니,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다.
안테르가 외신에게서 받은 권능 중 하나가 바로 불사였으니까.
그라면 마신을 마주해도 살아 돌아오리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안심하고 기대하던 것과는 달리.
마신을 마주한 안테르는 완전히 사망했고 이단 심판관 본부 또한 알 수 없는 재앙을 맞이했다.
마신이 어떤 방법으로 안테르의 불사를 부수고 그를 죽였는지.
남부 대사막에 출몰한 마신이 어떻게 아스터 제국 수도 인근에 자리한 이단 심판관 본부를 부수었는지.
전후 상황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더러운 이단자들의 침공, 남부 국경선의 붕괴…….”
“이단 심판관 본부의 일도…….”
대주교들도 작금의 상황을 파악하지도, 정리하지도 못하고 혼란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회개의 여신이시여?”
-우웅.
루메오가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읊조리자, 옅은 빛이 새어 나와 그를 감쌌다.
그 모습은 본 모든 이들이 즉각 말을 멈추고 일동 침묵했다.
지금 루메오는 참회의 여신에게 계시를 받고 있었으니까.
-파아아…….
이윽고 루메오를 감싸던 밝은 빛이 사라지고.
“흐음…….”
루메오가 인상을 쓰며 감았던 눈을 떴다.
“……회개의 여신께서 말씀하시기로는 모두 마신의 소행이 맞다고 합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침묵한 루메오가 입을 열었다.
남부 대사막 국경을 침범한 오크라는 미개한 종족의 이단자들.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 출동한 이단 심판관들과 안테르.
천사들이 강림하고 신의 땅을 침범한 이단자들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찰나, 마신이 전장에 개입했다.
마신의 등장으로 유리하던 전장이 완전히 역전당하고 남부 국경선이 붕괴했다.
게다가 마신은 남부 국경선을 무너뜨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불사의 권능을 받은 이단 심판관장 안테르를 처참히 살해했고.
“이단 심판관 본부, 외신의 신전을 무너뜨린 것 역시 마신의 짓이 맞다고 하십니다.”
외신들의 신전과 이단 심판관 본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마신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루메오가 로메라에게서 들은 진실을 이야기하자, 좌중이 침묵에 잠겼다.
무거운 고요함이 대신전 내부를 짓누를 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순 없소.”
분노를 갈무리한 베드라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엔 마탑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이단국을 노려야겠소.”
아스터 교단은 이단 심판관장이라는 중요한 인물을 잃었다.
그렇다면 적에게서도 중요한 무언가를 받아내야 했다.
해서 떠올린 것이, 이단국의 여왕 아나샤를 다시 한번 노리기로 한 것.
“마침, 심장 약탈자는 살아남았으니, 정보를 얻을 겸, 다시 의뢰하지요.”
-탁.
베드라가 말을 잇고는, 소매에서 한 손에 딱 잡히는 크기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다른 이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신구 아티팩트였다.
통신구가 활성화되자.
-지잉.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성, 심장 약탈자 멜리제의 상반신이 아티팩트 위로 나타났다.
-내가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티팩트 속에서 날 선 멜리제의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만 들어도 심기가 좋지 않다는 티를 팍팍 내는 듯한 분위기.
“이번엔 내가 의뢰하는 것이 아니다. 위대하신 신께서 내리신 ‘명령’이지.”
베드라는 그런 그녀의 심기를 무시하듯, ‘신’을 언급하며 말했다.
멜리제가 왜 심기가 좋지 않은지는 알고 있었다.
나름 공을 들여 이단국 여왕의 암살을 준비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모두가 죽고 그녀 혼자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상황.
-네놈들 덕분에 개죽음당할 뻔했다!
멜리제는 그 실패의 원인으로 아스터 교단을 탓하고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 버렸다.
그런데 다시 의뢰하기 위해 연락을 했으니, 심사가 좋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암흑가의 수장에게 위대한 신의 신관이 고개를 숙일 순 없는 노릇.
“신께서 더 많은 보상을 주실 것이다. 그러니 협력해라.”
협조하지 않을 법한 멜리제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신’을 언급하며 압박을 가해야 했다.
아무리 암흑가의 수장이라 해도, 신을 직접적으로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멜리제를 치워 버리면 된다.
베드라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놈들이 모시는 그 잘난 신들에게 전해, 똥이나 처먹으라고!
멜리제는 신이라는 이름 앞에 두려움은커녕 더 깊은 분노를 드러내며 신성모독을 내뱉었다.
그 말에 베드라의 인상이 확 일그러지고 대주교들이 경악을 드러냈다.
“네년이 감히!”
베드라가 참혹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분노를 토했다.
하지만.
-뭐! 이 개새끼야!
멜리제는 지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더 키우며 분노를 높였다.
신성모독에 이어 신관에게 욕설까지.
이젠 암흑가의 수장이라 해도,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멜리제는 그런 경악스러운 상황을 초래했음에도.
-그 잘난 에스라의 신들이 마신에게 덤볐다가! 개 박살 나고 병신 됐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이-!
그간 쌓인 게 많았다는 듯, 온갖 욕설과 신성모독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빛의 신 아스터? 하메라? 네놈들의 신들이 무능하다는 건 이젠 길가의 거지새끼도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될 신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아스터 교단의 신성을 모욕했다.
결국.
“신의 이름으로…… 네놈들을 모조리 잡아다 제물로 바쳐 주마.”
베드라가 살기와 분노가 가득 담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저 서로 크게 자극하지 않고 거래만 하던 아스터 교단과 암흑가.
두 세력이 완전히 적이 된 순간이었다.
아니, 원래는 암흑가가 아스터 교단에 함부로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 그래? 그런데 어쩌냐? 우리를 쓸어 버리기 전에, 똥부터 치워야 할 것 같은데?
멜리제는 어디 한번 해 보라는 듯, 베드라를 향해 비웃음을 머금으며 도발했다.
그때.
-쿠구…….
지면에서 옅은 진동이 울려 퍼졌다.
마치, 땅속에서 작은 지진이 일어난 듯한 느낌.
그리고.
-쾅!
“크, 큰일입니다! 지금 수도 곳곳에 하수가……!”
대신전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고는 사제 하나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났다.
“하수도 지하에 폭발이 일어나 도시 곳곳에…….”
소식을 전하러 온 사제는 자신에게 따가운 눈초리와 질책이 오기 전, 재빠르게 보고를 올렸다.
간단하게 축약하자면, 수도 지하에 설비된 하수에 연쇄 폭발이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그로 인해 하수가 역류했고 도시 곳곳에 위생적으로 좋지 않은 재난이 일어난 것이었다.
“네…… 이…… 년!”
-으드득!
보고를 들은 베드라가 이를 갈며 통신구 아티팩트를 노려봤다.
제국의 하수도가 설비된 지하에 머무는 이들은 부랑자, 거지, 부모를 잃은 고아들, 범죄자 등이 있었다.
많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냄새나고 퀴퀴한 공간에 머물렀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암흑가’ 세력이었다.
지금 시기에 하수도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범인은 한 명뿐이었다.
-내가 말했지?
그 범인, 암흑가의 수장인 멜리제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똥이나 처먹으라고 이 개새끼들아!
분노와 통쾌함이 담긴, 멜리제의 고함을 마지막으로.
-피이. 쩌적!
아티팩트가 작동을 멈추며 겉면에 금이 갔다.
멜리제가 통신구를 부수는 것으로 완전히 연결을 끊어 버린 것이었다.
통신이 끊어지자.
-쩌적. 우드드득!
“크으으……!!”
베드라가 분노에 몸을 떨며 손에 쥐어진 통신구를 부숴 버렸다.
동시에.
‘참회의 여신이시여, 그 계획을 곧장 실행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모시는 성좌, 참회의 여신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었다. 신호를 보내는 즉시 의식을 시작해라!
참회의 여신, 하메라에게서 곧장 대답이 들려왔다.
‘준비하겠나이다.’
베드라가 하메라의 말에 굳은 목소리로 답하고는.
“반격할 때가 됐습니다. 신관 루메오는 즉시 마탑에 연락부터-.”
이 자리에 있는 신관과 대주교들을 향해 향후 방침과 신들이 준비 중인 계획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자신들은 신들을 위해 무슨 일을 준비하면 되는지를 이야기했다.
동시에.
“드래곤들이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에스라 대륙의 중립과 균형을 유지하는 신성한 이들.
드래곤에 대해 언급했다.
“흐음, 지금 드래곤들이 나타나는 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신관 베드라.”
루메오가 작은 우려를 표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곤들이 나타나면, 지금 준비하는 계획에 차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신들께서는 드래곤들의 목줄을 쥐고 계십니다. 걱정 마시지요.”
루메오의 우려에 베드라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
이단 심판관 본부의 파괴와 이단 심판관장 안테르의 순교.
이어지는 수도 하수도의 테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스터 제국의 수도가 난리 아닌 난리를 겪고 있을 때.
-우우웅.
멸망한 룬테라 왕국의 수도 중앙.
이제는 폐허만이 남은 왕궁 중앙 공터 앞에 황금빛 게이트가 열렸다.
“성역의 영향인가, 중심부는 검은 대지의 영향이 조금 옅군.”
게이트 속에서 나타난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처용이 나타난 장소는 룬테라 왕국의 수도 중심부.
룬테라 왕국의 왕궁 내부, 대리석 발판이 펼쳐져 있는 하늘이 탁 트인 왕궁 내부 공터였다.
이곳은 룬테라 왕국의 중심이자, 룬테라의 성역 입구가 있는 장소였다.
성역의 영향 때문인지, 이곳은 검은 대지가 펼쳐져 있지 않았다.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군.”
-탁. 탁.
처용이 발끝으로 지면을 두 번 두드리며 읊조릴 때.
-우웅. 우우웅.
게이트 속에서 카란디아와 에블린, 아타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룬테라 왕국을 정화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카란디아.
에블린과 아타는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선 이들이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용님.”
“좋아.”
처용이 카란디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스륵. 화아아!
카란디아가 양팔을 좌우로 뻗으며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꾸르륵. 꾸륵.
그런 그녀의 빛에 이끌리듯, 왕궁 외부에 있던 검은 대지가 꿈틀거리더니.
-스르르륵…….
스멀스멀 검은 먹물처럼 흐르며 카란디아에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 땅이 여러 줄기의 촉수를 뻗으며 다가오는 듯한 모습.
-촤라락.
검은 대지가 뭉쳐져 만들어진 촉수와 넝쿨이 향한 곳은 카란디아의 왼팔.
아직 검은 대지의 영향이 남아 검은 얼룩이 번진 부분이었다.
-스스스……!
카란디아의 왼팔과 검은 대지가 연결되자, 그녀의 팔이 빠른 속도로 검게 변하고 있었다.
그때.
-탁! 쩌저적!
에블린이 카란디아의 뒤에 서고는 검은 나무뿌리를 소환해 앞으로 뻗었다.
-쿵! 쩌저적! 쩌적!
검은 나무뿌리가 대리석 발판을 뚫고 땅에 박혀들었다.
동시에 그곳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카란디아의 왼팔을 감쌌다.
지면에서 솟아난 검은 나무가, 가지를 뻗어 카란디아를 감싼 듯한 모습.
검은 나무뿌리와 카란디아의 팔이 서로 접촉한 순간.
-스스스…….
카란디아의 왼팔을 잠식하던 검은 얼룩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 나무가 카란디아를 오염시키는 생명력을 빨아먹는 듯한 모습.
“이대로 간다면, 아무 무리 없이 끝날 것 같아요.”
일이 수월하게 풀린 것인지, 에블린이 처용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카란디아 역시, 큰 문제는 없는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얼마나 걸리지?”
처용이 카란디아와 에블린을 향해 묻자.
“한…… 네 시간? 다섯 시간? 걸릴 거 같아요.”
카란디아가 잠시 생각하고는 예상 시간을 이야기했다.
“혹시 모르니, 나도 여기서 기다리지.”
처용은 카란디아가 일을 마칠 때까지 여기에 있을까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이 당장 급하게 무언가 할 일은 없었으니까.
그때.
-쿠구구구!
하늘과 땅에 지진이 들이닥친 듯, 울렸고.
-쩌저적!
동쪽 하늘 위로 검은 균열이 번지기 시작했다.
“설마?”
처용이 동쪽 하늘, 아라한 왕국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듯, 눈을 찌푸리며 침묵하고는.
“아타, 이 아이들을 지켜,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즉시 나에게 말해라.”
아타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용님.”
명령을 받은 아타가 고개를 숙이며 답한 순간.
-파지직!
처용이 한 줄기 섬광이 되며 동쪽을 향해 사라졌다.
“혹시 모르니, 저희도 대비를 갖추는 게 좋겠군요.”
아타는 처용이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더니, 에블린을 향해 읊조리듯 말했다.
“네.”
에블린이 아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쩌저적! 쩌적.
검은 나무뿌리를 더 소환해 지면 아래로 내뻗었다.
정화에 집중하는 카란디아와 그녀를 돕는 에블린과 아타.
세 명이 각자 맡은 바에 다하고 있을 때.
-스르륵…….
조금 떨어진 곳.
검은 대지 위로 붉은빛이 섞인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스륵.
바닥을 기며 카란디아와 에블린, 아타를 향해 은밀히 움직였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