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58화 (458/726)

#458화

“제가 카란디아의 오염을 흡수해 정화할 수 있어요.”

에블린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정리하자면, 그간 카란디아가 성지에 머물면서 그녀와 친분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사정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에블린은 성녀와 이종국에게 치료를 받던 카란디아를 지켜보던 도중.

-이 잠식, 제가 없앨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연히 카란디아를 잠식하던 오염을 정화해 보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에블린의 능력이자 그녀가 만들어내는 검은 나무뿌리.

그 뿌리가 카란디아와 접촉한 결과, 그녀를 잠식하던 오염의 일부를 빨아들여 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재앙의 나무가 가졌던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었던 건가?’

처용이 에블린의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에블린은 본래 아스모데우스와 아마테라스에 의해, 재앙의 나무가 될 운명이었던 이.

재앙의 나무가 가진 능력은 다름 아닌 생명력의 흡수였다.

마나든, 물리적인 에너지든, 신성력이든, 거의 모든 에너지를 강탈하고 양분으로 만들어 성장하는 능력.

그런 재앙의 나무가 지닌 능력이 에블린에게도 생겨난 듯 보였다.

성녀에 이어 에블린까지 카란디아를 도운 결과.

“그래서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이었군?”

카란디아의 왼팔 전체를 잠식하고 있던 검은 오염이 절반 정도 사라진 상태였다.

처용이 카란디아의 왼팔을 응시하며 말하자.

“오염을 완전히 빨아들이고 싶었지만, 그건 힘들었어요. 그리고 불사의 기사단 분들과의 연결 문제도 있어서…….”

에블린이 처용의 말에 추가로 설명을 이었다.

아무리 재앙의 나무가 가진 흡수 능력이라고 해도, 카란디아를 잠식한 오염을 모두 흡수할 순 없었다.

게다가, 카란디아를 잠식한 뒤틀린 생명력은, 그녀가 호단과 에린 등을 포용하며 받아들인 것.

즉, 검은 잠식의 일부분은 이제 에블린의 일부가 되었기에, 섣불리 분리할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호네아 언니는 통제를, 저는 상처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었어요.”

성녀는 카란디아의 육체에 포용된, 날뛰는 생명력을 그녀가 통제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다.

동시에 에블린은 카란디아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잠식을 제어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카란디아의 일이 빨리 끝날수록 좋은 거겠죠? 돕고 싶어요.”

에블린이 결심했다는 듯, 처용에게 본론을 이야기했다.

“흐음…….”

처용은 에블린의 황당하면서도 기특한 요구에 침음을 흘리며 고민했다.

확실히, 카란디아의 일을 빨리 정리할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룬티르 일족의 성역 확보와 아스터가 저지를 수단을 미리 막을 수 있었으니까.

다만.

“커맨더에게 허락은 받았나?”

태룡사에는 그녀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그녀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커맨더와 그의 파티원들.

과연 에블린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그들이 달갑게 여길까?

적어도 에블린의 보호자를 자처한 커맨더의 허락은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미 허락하셨어요.”

에블린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커맨더에게는 미리 허락을 받았다는 것.

-삐릭.

“커맨더, 지금-.”

처용은 즉시 라이센스를 활성화시켜 커맨더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나도 카란디아라는 아이의 사정은 들었어, 에블린과 그 일로 대화를 많이 했었고.

커맨더가 즉시 답신을 보냈다.

에블린의 말대로 카란디아의 일을 커맨더와 미리 상의한 듯 보였다.

-윤아 일 이후로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너무 감싸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즉, 카란디아를 돕겠다는 본인의 의사가 확고하니, 그녀를 강제로 붙잡아 놓지는 않겠다는 것.

무엇보다도.

-에블린이…… 라이언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았어.

에블린이 카란디아와 처용의 일을 돕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의 부친, 라이언 때문이었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어요.”

에블린이 커맨더와 처용의 대화를 듣고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행복만이 있을 줄만 알았던 부녀에게 일어난 비극.

그 비극을 초래한 이들이 누구인지, 지금까지 에블린과 라이언이 어떻게 이용당해 왔는지.

부친인 라이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

에블린은 자신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비극에 대한 진실을 모두 알았다.

그리고 자신과 부친에게 비극을 몰고 왔던 어두운 세력들.

처용은 그 어두운 세력들이 몰고 오는 종말에 가장 앞서 싸운다고 전해 들었다.

“저도…… 저도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고 싶어요.”

자신과 라이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 에블린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블린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이전처럼 이용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해서 내린 선택이 이번에 카란디아를 돕는 것.

처용이 맡은 많은 일 중 하나를 돕기로 자처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왕개미 아가씨랑 세계수 님도 도와준다고 하니까. 조금 안심이 되더라고.

커맨더가 왜 에블린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두 번째 이유를 언급했다.

카란디아를 돕겠다고 자처한 이들은 에블린만이 아니었다.

바로 에블린과 신수의 계약을 맺은 신수, 아니 성좌.

세계수가 그녀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렇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생각을 마친 처용은 커맨더와의 연락은 끊은 뒤.

“허락을 받았다면 좋다. 이번에 나와 같이 가지.”

대견한 듯 미소를 지으며 에블린을 향해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처용의 말에 에블린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네가 카란디아를 돕겠다고 자처할 줄이야.”

이번에 카란디아를 돕기로 자처한 또 다른 조력자.

처용이 아타를 향해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타는 보통 성지와 성역 내부를 관리하는 일을 주로 도맡았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이번엔 외부의 일을 돕겠다 자처한 것이었다.

“제 아이들은 제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학습한 대로 잘 해낼 것입니다.”

아타가 처용의 물음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성지 내부를 관리하는 개미들, 앤트리스 종족.

그 개미들은 단순히 아타의 명령에만 따라 움직이고 멈추는 꼭두각시만은 아니었다.

자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존재들이었다.

그저, 아타가 내린 명령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뿐, 단순 인형이라 보기엔 힘들었다.

즉, 아타가 없어도 성지를 관리하는 개미들에게 문제는 없다는 것.

그리고.

“용님을 따라 다른 세계를 구경하고 싶습니다.”

아타가 카란디아를 돕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일종의 변덕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성지 내부에만 있으니, 조금 무료함을 느낀 것.

외부에서 활동하는 처용을 도울 겸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 본심이었다.

“흐음, 그런가?”

처용은 그런 아타의 마음을 알아챈 듯, 생각에 잠기며 읊조렸다.

아타는 처용의 휘하에 속한 존재, 신수의 격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확실히…… 네가 있으면 큰 문제는 없겠네.”

작금의 상황과 생각을 마친 처용이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에블린과 카란디아, 둘만 놓고 보면 조금 불안했지만, 아타가 함께한다면 안심이었다.

처음 아타와 마주했을 때는 연아보다 어린 초·중등생 정도의 꼬마 애 모습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연아와 거의 비슷한 정도로 성장했다.

그녀의 성장을 증명하듯, 머리에 맺어진 연꽃의 봉오리는 이제 완전히 피어나 꽃이 된 상태.

막 알에서 깨어나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 많이 변화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겉모습이 성장한 만큼, 본인이 가진 능력 역시 많이 성장한 상태였다.

아타는 휘하 개미들이 없다 해도, 개인의 무력과 능력이 출중한 편.

태룡사에 체류하는 헌터들 중에서도 그녀를 이길 만한 헌터는 드물었다.

카란디아와 에블린, 아타의 에스라 대륙 행이 결정되었을 때.

“처용 님, 요청한 물량이 모두 확보되었다고 합니다.”

태민이 잠시 진동이 울린 라이센스를 확인하더니, 처용을 향해 말했다.

“타이밍 좋네요. 마침 딱 돌아가려고 할 때.”

처용이 태민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태민이 확보했다고 말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타, 상단에 위치한 보물전으로 손이 비는 일개미들을 이동시켜.”

처용이 다시 루돌프의 대장간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아타에게 말하자.

“알겠습니다. 용님.”

아타가 대답하며 처용을 뒤따랐다.

***

아라한 왕궁 바로 앞.

백 대의 마차도 충분히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터.

-탁! 탁!

그 공터에 잘 포장된 골판지 박스들이 무수히 쌓여가고 있었다.

수많은 박스들을 짊어져 옮기는 이들은 다름 아닌.

-척. 척. 척.

바로 사람보다도 큰 개미들이었다.

아라한 왕궁 입구에서부터 공터 앞까지 쭉 이어진 개미들의 행렬.

정확히 말하자면 그 개미들은 아라한 왕궁의 2층.

처용에게 허락을 받은 이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에서 나타나 짐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스티커가 부착된 박스는 유통기한이 짧다고 했으니까…… 그건 왼쪽으로. 나머지는-.”

공터 중앙에 선 연화가 박스를 옮기는 개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박스 겉면에 부착된 다양한 색상의 스티커별로 박스를 분류한 것이었다.

빵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각의 개성이 다른 만큼, 각각 유통기한이나 보관 방법 또한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개미들이 부지런하게 박스들을 옮겨 놓자.

“자자, 움직여!”

“오늘 다 끝내야 한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이 움직였다.

각각 박스를 들고 움직이며 근처에 대기 중인 마차에 옮겨 실었다.

“이 물건들은 보존 마법과 냉기 마법이 준비된 중앙 창고로, 이쪽 물건들은…….”

아라한 왕국의 재상, 벤이 손에 쥔 서류를 살펴보며, 귀족들에게 명령하자.

“이 박스들은 동부 창고로…….”

“이건 왕궁 조리장으로…….”

각각 벤에게 명령을 받은 귀족들이 추가적으로 인부들을 지휘했다.

인부들은 그런 벤과 귀족들의 지휘에 따라 박스들을 각기 다른 장소로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왕국의 인력들이 부지런히 움직일 때.

“어떤 걸 보냈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고.”

-탁.

연아가 박스 중 하나를 집어 들고는 아사냐와 연화가 있는 장소로 다가오며 말했다.

-치익.

연아가 바닥에 내려놓은 박스의 포장을 뜯자.

“정말로, 빵이 가득 들어 있군요.”

아나샤가 박스 안에 개별로 포장되어 쌓여 있는 빵들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왕궁 2층에서 처용이 연 게이트를 통해 나타난 개미들.

그들이 옮긴 박스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숫자였다.

그 모든 박스에는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빵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 이거 오랜만에 보네.”

마찬가지로 박스 안의 빵을 관찰한 연아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 급식 때 많이 먹던 건데, 옛날 생각나네. 히히.”

연아가 새하얀 파우더가 묻은 길고 두꺼운 도넛 형태의 빵을 집어 들며 말하자.

“……네가 급식 벗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연화가 연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암, 음~ 역시 맛있네.”

연아가 연화의 말을 무시하고는 빵의 포장을 뜯어 맛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 번 먹어 봐, 맛은 나쁘지 않을걸?”

박스 안에 있는 빵 중 하나, ‘단팥 크림빵’이라 적힌 빵을 집어 들어 아나샤에게 내밀었다.

“여왕님이라면, 어떤 걸 받았는지 직접 확인은 해 봐야 하잖아?”

“그건…… 그렇겠죠.”

아나샤가 연아의 말에 대답하며 얼떨결에 그녀가 내민 빵을 받았다.

포장지 겉에 문자와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직접 포장을 뜯어 확인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노릇.

-찌익.

아나샤가 겉 포장지를 뜯자.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확 퍼지는 고소한 빵의 향기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손끝으로 만져지는 빵의 푹신한 감각에 소리 없는 놀라움을 표했다.

보통 빵이라 하면, 구워진 겉면이 딱딱해야 했으니까.

빵을 관찰하던 아나샤는 고소한 향에 이끌리듯, 저도 모르게 입으로 가져갔고.

-텁.

이내 입안에, 부드럽고 찰진 식감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다!?”

찰진 식감 다음으로 확 퍼지는, 달달하고 고소한 맛에 놀람을 표했다.

그녀가 아는 빵이란 음식은 딱딱하고 푸석푸석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고급스러운 빵이라 해봐야, 속만 조금 더 부드러울 뿐,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처용이 산더미처럼 지원해 준 빵은 그녀가 기존에 알던 빵과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이 단맛은…… 도대체.’

가장 중요한 것은 맛.

그저 곡물 특유의 은은한 고소함만이 전부였던 기존의 빵과는 달랐다.

빵의 안쪽에는 단맛이 확 퍼지는 검고 꾸덕한 앙금과 달콤한 크림이 가득했다.

아나샤가 한 입 먹은 빵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을 때.

“무슨 일입니까? 여왕님.”

벤이 아나샤에 다가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혹여나 빵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으니까.

마신이 전해 준 음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하나 맛 좀 보시죠.”

아나샤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포장된 빵 하나를 벤에게 내밀었다.

벤은 빵을 잠시 관찰한 후, 포장을 뜯어 입으로 가져갔고.

“흐음…… 으음!?”

아니나 다를까. 입안으로 확 퍼지는 달고 고소한 맛에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재상, 그분께서 주신 도움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벤에게 빵을 건넨 아나샤가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크흠, 풍족하진 않지만, 이것으로나마 숨이 트일 정도입니다.”

벤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표정과 목소리를 바로잡고는 진지한 답변을 했다.

아무리 지원받은 빵의 숫자가 천만 개를 훌쩍 넘는다 해도, 왕국 전체를 풍족하게 만들기엔 부족했으니까.

아나샤는 벤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며 침묵하고는.

“……최전방에 근무하는 병사들과 인부들의 식단으로 우선 지급하십시오.”

명령을 지시하듯 말을 이었다.

그녀가 최전방, 새로 건설된 국경선의 병사들과 인부들은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신과 신의 전쟁이라니…….

-우리가 가장 먼저 죽겠지?

가장 민심이 불안하게 일렁이는 장소가 최전방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식량 배급에까지 문제가 생겨 민심이 더 좋지 않게 흐르던 상황.

하지만, 생각보다 맛이 좋은 이 빵을 최전방에 우선적으로 지급한다면?

분위기가 더 흉흉하게 변하는 것만큼은 저지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여왕님.”

벤이 아나샤의 명령에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다른 왕국의 귀족이나 왕족이었다면, 왕궁에 이 빵을 모두 보관하고 독식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아나샤는 극히 일부만 왕궁에 두고 나머지는 왕국 전역에 골고루 분포시켰다.

거기에 민심과 왕국의 분위기를 생각하여 최전방에 우선순위를 두는 생각까지.

벤은 아나샤가 기존의 왕들과는 다른, 성군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게 처용에게 받은 지원을 아나샤가 적재적소에 활용할 때.

-쿠구구! 쿠구!

돌연, 지진이 들이닥친 듯, 땅이 옅게 진동했다.

아니, 땅과 하늘, 세계 전체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언니.”

“이건……!”

갑작스러운 이변에 연아와 연화의 표정이 확 바뀌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땅과 하늘이 흔들리는 현상.

이 현상을 이전에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동시다발적인 게이트가 나타나기 이전의 전조 증상이었다.

“비상 경계령을 선포하고! 배급을 맡은 이들은 하던 일을 신속히 마무리해라!”

마찬가지로 이변을 느낀 아나샤가 큰 목소리로 명령하듯 소리쳤다.

동시에.

-쩌적.

검은 균열이 번지는 하늘을 노려보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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