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56화 (456/726)

#456화

-쿠르르!

옅게 울리는 모래 산맥과.

[에스라 성운의 신격은 아니군, 아니…… 신격에 닿은 인간인가?]

그 울림 속에, 놀라움이 일렁이는 낮고 굵은 목소리 섞여 울렸다.

동시에.

-푸화아아!

화산의 제단 중앙, 높게 솟구친 용암의 못이 아래로 가라앉더니.

-슈르륵. 화륵! 화르륵!

용암과 화염이 서로 뭉치며 4미터 크기의 인영으로 변했다.

마치 용암으로 만들어져 타오르고 있는 오크와 같은 모습.

모래 산맥과 제단 중앙에 이변이 일어나자.

“불카시여!”

“최초의 화산이시여!”

대족장을 포함한 모든 오크들이 제단 중앙, 용암의 못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그들이 경배를 올린 대상, 용암의 못 중앙에 나타난 이는 바로 불카라 불리는 존재였다.

모든 오크들이 불카를 향해 예를 표할 때.

-저벅.

처용은 다른 오크들처럼 부복하지 않고 중앙에 나타난 용암 오크,

불카라 불리는 존재에게 다가갔다.

“이-!”

“인간! 무엄하다!”

대족장을 포함한 장로 오크들이 경악을 드러낼 때.

[…….]

용암의 못 중앙에 나타난 존재, 불카가 대족장과 장로들에게 손을 뻗으며 그들의 말을 저지했다.

이윽고.

-저벅. 치이이.

처용이 이글거리는 용암의 못을 밟아 걸어 나가며, 불카의 앞에 서서 그를 마주했다.

[신화에 닿은 지상의 존재, 나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이가 인간 중에 있었을 줄이야.]

불카가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처용을 향해 말하자.

“최초의 화산의 오크는 신화경 끝자락에 도달한 이였던 것인가.”

불카를 마주한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겉으로는 눈앞의 존재를 처음 마주하는 듯, 신기해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처용은 눈앞의 존재, 불카라 불리는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화산의 제단 중앙, 용암의 못 위에 나타난 오크.

그는 처용의 말대로 최초로 화산의 오크라 불리는 전설의 오크, 불카가 맞았다.

회귀 전, 처용 역시 쿠루타의 초대를 받고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그를 마주한 적이 있었으니까.

다만, 눈앞에 나타난 존재를 ‘온전한’ 불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정해진 수명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념을 남긴 것인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불카는 어림잡아도 수백 년, 아니 몇천 년은 훌쩍 넘은 시기 이전의 인물이었다.

물론, 신력을 개화하고 진정한 반신의 경지에 도달하면, 인간이 가지는 제약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었다.

식사, 환경, 무력의 한계, 혹은 수명 등, 평범한 인간은 거스를 수 없는 정해진 법칙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다만, 신화경에 닿은 모든 이들이 우주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신화에 도달한 자의 수준에 따라 그 격차는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었다.

보살과 여래처럼 완전한 신격에 올라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있는 한편.

[그렇다. 나는 필멸자(Mortal)로서 정해진 운명을 극복하지 못했다.]

불카처럼, 완전한 신격에 오르지 못하고 수명의 끝을 맞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나마 내 수명이 다하기 직전, 가까스로 신화의 끝에 닿아 동족들의 터전을 만들 수 있었지.]

불카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오크들 중 최초로 신력을 각성하여 자신만의 신화를 이룩한 오크, 불카.

그는 정해진 수명의 끝을 맞이하기 직전,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을 한순간이나마 넘어설 수 있었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죽기 직전의 생명이 잠시 원기를 되찾아 그 생명력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것.

생명의 끝에 달한 불카는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워 오크들만의 성지를 만들어 내었다.

이 대륙을 지배하는 신이라 해도, 드래곤이라 해도, 함부로 오크들을 건드릴 수 없도록.

오크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오크들만의 안전지대를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불카가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울 때.

[화산(火山), 내가 생명의 마지막을 불태울 때 자각한 신명.]

그는 신명을 얻었다.

아니, 화려하게 타오르는 자신의 생명력과 신력 속에 잠재되어 있던 신명을 자각해 냈다.

화산(火山).

화려하고 웅장하게 터지는 격렬한 용암과 화염.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던 그가 각성해 낸 신명이었다.

신명을 얻은 불카는 그렇게 앞을 가로막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자신의 생명을 더 연장시킬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 신명을, 내가 자각한 권능을 동족들을 위해 사용했다.]

불카는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

동족들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불태웠던 불카.

그는 그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화려하게 타오르는 자신의 생명력을 잘게 쪼개 동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스스로의 생명을 더 연장시키지 않고 동족들의 미래를 위해 희생한 것이었다.

그런 불카의 힘을 이어받은 오크들.

불카의 희생 덕분에, 오크들은 남부 대사막의 열기를 견디고 밤의 추위를 이겨낼 불꽃을 얻었다.

오크 종족이 특유의 화(火) 속성 육체를 띄게 된 역사의 시작이자, 그들이 남부 대사막에 정착한 이유였다.

동족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운 불카.

그가 오크들의 역사에 있어 대대로 존경받고 숭상받는 가장 큰 이유였다.

[아쉬우면서, 한편으로는 기쁘군, 이렇게 영혼으로나마, 나와 같은 이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불카, 그는 육체를 잃고 영혼의 일부만이 남아 화산의 제단 위에 사념처럼 잔류해 있었다.

그런 그가 아쉬운 듯한 분위기로 말하자.

“화산의 가르침을 받은 자가 최초의 화산에게 존경을 표한다.”

-탁.

처용이 오른손 주먹을 쥐고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오크의 언어로 말했다.

[…….]

불카가 처용의 인사에 작은 놀람을 드러내듯, 침묵해 보였다.

자신과 같은 경지에 닿은 이가 오크의 방식으로 인사를 전할 줄을 몰랐으니까.

잠시 놀람을 드러난 불카는.

[……나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이에게 존중을 표한다.]

-탁.

이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처용과 같은, 오크들의 방식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불카가 처용의 인사를 받아주자 처용이 더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크들은 타인에게 함부로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낮추지 않는다.

동시에, 타인에게 경배를 강요하거나 강압하지도 않는다.

동등한 이에겐 동등한 방식으로.

같은 전사들끼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이들의 문화였다.

같은 경지에 도달한 자.

신명을 자각하여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보았던 이들.

처용은 불카를 인정했고 불카 또한 처용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대와 같은 이들이 또 있나?]

불카가 처용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그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처음 마주하는, 자신과 같은 경지에 달한 지상의 존재가 신기했다.

그래서 처용과 같은 이가 더 있는지 궁금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우리보다도 더 드높은 경지, 완전한 신격을 넘어 대신격에 닿은 분이 두 분이나 더 계신다.”

처용은 불카의 질문에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가. 확실히 우주는 광활하고 세상은 넓군.]

불카가 처용의 대답에 놀랍다는 듯한 분위기로 말했다.

그 말속에는 작은 부러움 또한 일렁이고 있었다.

직접 세상을 보지 못해 아쉽다는 듯한 분위기.

[직접 세상을 볼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군.]

그런 불카의 말이 끝나자.

“그렇게 아쉬우면, 직접 보러 가면 되겠지.”

처용이 그런 불카의 말에 작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불카는 이 성지에 속박된 상태, 그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처용은 불카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 듯한 분위기로 말했다.

그런 처용의 말에.

[……그대의 목적을 묻지 않을 수 없겠군.]

불카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전, 서로를 인정하며 반가움을 표하던 목소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처용을 향한 경계심이 일렁이는 듯한 모습.

[동쪽의 마신이라 불리는 자여, 그대는 우리 동족들을 그대의 전쟁에 이용할 생각인가?]

불카는 처용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낮고 강한 목소리로 물었다.

동쪽의 마신이라 불리는 처용.

그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신들의 성운, 에스라 성운에 정면으로 맞서며 그들과 싸우는 존재였다.

“화산의 전사들을 내 전쟁에 이용한다?”

처용이 불카의 말에 읊조리듯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오크들을 용병이자 버림패로 쓴다니…… 참나.”

헛웃음이 섞인 실소를 짓고는.

“내가 그대의 동족들을 고작 그 정도 가치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인가?”

불카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띠며 되물었다.

“그대는 내가 내 친구를 고작 버림패로 쓰는 이로 보이는가?”

[…….]

처용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불카가 처용을 마주 보며 침묵했다.

그 의도가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불카시여.”

-저벅. 치이이.

처용의 뒤에 있던 쿠루타가 용암의 못을 밟으며 처용 옆으로 다가왔다.

불카의 시선이 처용에게서 쿠루타에게로 이동했다.

최초의 화산의 오크와 후대에 다시 나타난 화산의 오크가 서로를 마주했다.

“나의 친구는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이요.”

쿠루타의 입에서 처용에 대한 신뢰가 가득한 듯, 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의 친구는! 화산의 마음가짐과 전사다움을 가진 전사! 나의 ‘형제’를 의심하지 마시오!”

불카를 향해 처용을 ‘형제’라 칭하는 쿠루타.

이는 쿠루타가 자신의 명예와 전사다움을 걸고 처용을 온전히 믿는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화산의 마음을, 불카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신을 믿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했다.

그런 후손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에.

[……그런가.]

불카가 작은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의 의지를 의심해서 미안하다.]

“이해한다.”

처용이 불카의 사과 어린 말에 이해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동족들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자.

그만큼 동족들의 안녕과 미래를 중히 여기는 이였기에 납득한 것이었다.

하지만.

“동족들의 안녕을 바라는 것은 이해한다. 허나, 이런 불합리를 그저 외면하기만 할 건가?”

처용은 그런 불카의 마음과는 별개로, 잔혹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바로, 작금 에스라 성운과 아스터 교단이 벌이는 짓들.

“동족의 안녕을 위해, 불의와 악에 맞서는 전사의 마음을 꺼뜨리는 것이 옳은가?”

[…….]

현실을 이야기하는 처용의 말에 불카가 하늘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그러자.

“불카시여, 나는 불의에 맞설 것이오!”

쿠루타가 다시 한번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아무리 상대가 거대한 악이라 해도, 그에 굴복하기보단 맞서 싸울 생각이었다.

그 선택으로 인해 동족들의 미래가 암울해질지라도!

악에게 머리를 조아려 살아남기보단, 차라리 전사답게 전장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기로 마음먹었다.

“신에게 굴복하면 동족들의 안락과 평화를 얻을 순 있겠지, 허나! 그것이 가축과 무엇이 다른가!?”

불카에게 말하던 쿠루타가 목소리를 더 높여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소리쳤다.

“신들의 가축이 되어 살아남을 바엔!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택할 것이다!”

쿠루타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화산의 의지를 따를 것이다!”

하이 오크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쿠루타를 지지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 우주에서 오크들의 역사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 모습을 본 불카가 쿠루타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에도 신에게 맞설 것인가?]

마지막으로 쿠루타의 의지를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

그런 불카의 말에.

“우리들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이미 각오를 다진 쿠루타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때.

“아니, 그럴 리는 결코 없다.”

처용이 오크들의 멸망을 각오하는 쿠루타의 말을 자르며 불카를 향해 말했다.

고작 에스라 성운과 아스터 교단 하나를 상대하는 것으로 오크들의 명운을 건다?

웃기지도 않을 소리였다.

게다가.

“그리고 저쪽에만 ‘신’이 있는 줄 아나?”

처용이 그런 상황을 절대로 그냥 두고만 볼 리가 없었다.

“여기, 놈들이 두려워하는 ‘마신’이 쿠루타를, 친구를 도울 것이다.”

아스터 교단이 두려워하는 마신, 처용이 선언하듯 말했다.

[…….]

그런 처용의 말에 불카가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해 보였다.

그리고.

[……나약해졌던 것은 나였던 것인가?]

불카가 처용과 쿠루타를 번갈아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동시에.

-쿠구구! 쿠르르!

화산의 제단이 흔들리며 불카의 옆으로 용암이 크게 솟구쳤다.

-슈르르……!

이윽고 솟구친 용암이 가라앉으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암이 가라앉으며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화염이 이글거리는 대검이었다.

거의 방패로 보일 정도로 칼날의 면적이 넓은 양날 대검.

용암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대검은, 불카가 생전에 사용하던 그의 무구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카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무구, 눈앞에 있는 사념의 본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화산의 후손이여 나에게 오라.]

불카가 쿠루타를 향해 그를 부르듯 말하자.

-저벅.

쿠루타가 불카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화산의 일족이 어떤 미래를 맞이하는지, 내가 직접 지켜보겠다.]

-스르르. 탁.

대검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쿠루타의 손에 잡혔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예상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다.’

미소를 숨기며 속으로 읊조렸다.

쿠루타의 손에 쥐어진, 불카의 혼이 깃든 대검.

그 대검은 처용이 이곳, 오크들의 성지에서 차후 얻기로 계획한 물건 중 하나였다.

회귀 전, 에스라 대륙이 악신들에게 점령당하고 오크들의 성지까지 검은 대지가 번질 때.

-동족의 명운을…… 친구에게 맡기겠다.

불카가 처용에게 자신의 무구를 넘겨주었었다.

세계수가 엘프들의 명운을 처용에게 부탁한 것처럼, 불카 역시 오크들의 명운을 부탁한 것이었다.

본래는, 쿠루타를 도우며 불카의 신뢰를 얻고 그의 무구를 천천히 얻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카는 곧장 자신의 혼이 담긴 무구를 후손인 쿠루타에게 넘겼다.

쿠루타가 불카에게 완전한 인정을 받고 그의 무구를 물려받은 상황.

예상보다 빠르고, 의외의 결과가 나왔지만, 처용에게 있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무구지만…… 낡았군.”

처용이 불카의 영혼이 깃든 대검을 보며 마치 들리라는 듯 소리 내어 읊조렸다.

위대한 선조가 깃든 검을 향해 낡았다는 말이 울리자, 대족장과 장로들이 작게 인상을 썼다.

반면에.

[나의 혼이 깃들었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까.]

당사자인 불카는 처용의 말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다루던 무구는 무려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상태였으니까.

“혹시, 이 검이 부수어진다면?”

처용이 혹시? 하는 듯한 목소리로 불카를 향해 물었다.

겉으로는 이에 대한 답을 잘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 처용의 물음에.

[아마도…… 내가 영원히 사라지겠지.]

불카가 진지한 목소리로 답을 내었다.

처용은 그런 불카의 반응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절대로 그럴 수 없지, 부서지는 일이 없도록, 이 무구의 제련을 도와주겠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낡은 신물을 복원할 수 있는 자가 있나? 신이라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불카가 우려를 표했다.

낡거나 손상된 신물을 잘못 다루면, 오히려 부수어지는 결과를 만들 테니까.

그러나.

“신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드워프가 우리의 성지에 머물고 있다.”

처용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불카의 말에 답하고는.

“무려 이걸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실력자니까.”

-탁.

그의 앞에 강판 하나를 내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 파도가 일렁이는 듯 보이는 강편.

그것은 다름 아닌 태초의 주괴였다.

[이, 이건……!?]

처용에게 강편을 건네받은 불카가 놀라움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지금 불카는 남부 대사막 중심에서 솟아오른 용암으로 형체를 만든 상태.

뜨거운 용암으로 이루어진 그의 손이 닿았음에도.

-치익. 치익.

태초의 주괴는 녹기는커녕, 불카의 열기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도와 내구성이 그가 알던 평범한 강편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였다.

태초의 주괴를 살펴보는 불카가 놀라운 듯한 반응을 보일 때.

“화산의 오크 불카, 그대를 우리의 성지에 초대하지.”

처용이 그를 향해 본론을 이야기했다.

[새로운 세상을 직접 볼 기회라…….]

그 말에 불카가 고개를 들어 처용을 마주하고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군.]

처용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