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화
격렬한 전투가 끝나자.
“중앙으로 옮겨라.”
“이쪽으로.”
오크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망한 전사들을 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거친 싸움 끝에 목숨을 잃은 전사들.
동족의 복수를 위해 함께 칼을 빼 들고 곁을 함께한 이들이었다.
사망한 전사들의 시신이 한곳에 모였고 그들을 빙 둘러싸듯, 오크들이 모여들었다.
“불카의 화염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탁!
가장 앞에 선 쿠루타가 왼쪽 가슴에 주먹을 대며 강하게 말하자.
-화산이 전사들을 인도할 것이다!!
-탁!
앞에 선 하이 오크들, 그 뒤에 선 다른 오크들이 가슴에 주먹을 대며 크게 외쳤다.
-탁!
쿠루타의 옆에 자리한 처용 역시 왼쪽 가슴에 주먹을 대며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동시에.
-화르륵! 화륵!
쿠루타와 하이 오크들이 중앙에 모인 전사자들에게 손을 뻗으며 화염을 내뿜었다.
-화륵! 파아아!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며 전사자들의 시신이 화장되었다.
전장에서 전사한 이들을 한곳에 모아 빙 둘러싸고 불카의 축복을 외치며 화장시키는 방식.
위대한 조상을 섬기는 오크들만의 장례 의식이었다.
전사자들에 대한 장례가 끝났을 때.
“친구, 부탁이 있다.”
쿠루타가 처용에게 부탁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장로들과 대족장에게 이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성지로 와 줄 수 있나? 아니면…….”
처용은 쿠루타의 부탁을 들음과 동시에 생각에 잠기며 침묵했다.
쿠루타의 부탁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처용이 오크의 성지에 방문하여 오크 장로들과 대족장에게 작금 상황의 증거를 보여주고 증언하는 것.
혹은, 쿠루타에게 방금 보여준 홀로그램 아티팩트를 빌려주는 것뿐이었으니까.
쿠루타는 작금의 상황을 오크 대부족 전체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대적으로 이 일을 알리고 아스터 교단을 향해 칼을 뽑을 생각인 듯 보였다.
이는 처용 역시 찬성하는 바였다.
쿠루타와 오크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스터 교단을 더 수월하게 쓸어 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오크 부족 전체가 한뜻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화산의 오크 쿠루타.
그는 지금 시기의 오크들 중 화산의 오크가 된 유일한 오크였다.
차기 대족장으로 거론되는 아주 강력한 후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화산의 오크라 해도, 아직은 대족장 후보.
그는 아직 오크 부족 전체를 이끌지 못했다.
쿠루타를 따라 아스터 교단의 국경선을 침범한 오크들은 모두 그를 따르는 이들이었다.
즉, 지금 신전을 공격한 것은 오크 부족 전체의 뜻이 아닌, 쿠루타 개인의 뜻이었다.
“모든 오크들이 이번 일에 분노하지 않았다는 것이로군?”
처용이 쿠루타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읊조렸다.
오크는 가장 전사답고 명예를 중시하는 이들이었다.
이는 회귀 전, 처용이 쿠루타와 함께 수많은 전장을 다니며 직접 본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쿠루타가 오크 부족을 통합하고 대족장이 되었을 시기였다.
대족장인 쿠루타가 가장 명예롭고 전사다운 이였던 만큼, 다른 오크들 역시 그를 존경하고 따랐던 것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처용이 아는 오크들과는 분위기가 다를 수 있었다.
“내가 친구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지.”
생각을 마친 처용이 쿠루타의 말에 대답했다.
어차피 오크 대부락 역시 한 번쯤은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남부 끝에 자리한 드높은 화산.
오크들의 역사가 잠든 그들만의 성지.
그곳에서 얻어야 할 것들이 있었으니까.
“고맙다 친구! 나 쿠루타는 언제나 그대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쿠루타가 부탁을 들어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전사들이여 모여라! 화산의 길을 열 것이다!”
주변의 오크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다른 오크들이 잘 훈련받은 군대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섰다.
가장 앞에는 쿠루타, 뒤로는 하이 오크들, 그 뒤로는 평범한 오크들.
처용은 쿠루타의 옆에 섰다.
“불카여! 화산의 길을 열어주소서!”
-화르륵! 콰아아!
쿠루타가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화염을 내뿜었다.
강렬한 화염이 나선을 그리며 쿠루타 앞에 회전했고 점점 크기를 키워나갔다.
이윽고.
-푸화아아!
나선으로 회전하던 화염이 길게 뻗어 나갔다.
마치, 화염으로 만들어진 터널 같은 모습.
화산의 오크인 쿠루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화산의 길.
대사막 인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먼 길을 짧게 만들어 오갈 수 있는 능력이었다.
본래 사막을 횡단하여 대부락까지 가려면, 닷새 이상을 꼬박 걸어야 했다.
하지만 쿠루타가 사용하는 화산의 길을 통하면, 평범한 걸음으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드넓은 사막에 거주하는 오크들에게 있어 쿠루타가 사용하는 화산의 길은 아주 유용한 능력이었다.
지금 있는 이 장소, 아스터 교단의 국경선을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었던 이유도 화산의 길 덕분이었다.
다만, 아주 유용한 능력이니만큼,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쿠루타 앞에 생성된 화염의 터널.
-콰아아!
보이는 그대로 뜨거운 화염 속을 뚫고 걸어 나가야 했다.
그 온도는 해가 하늘 중앙에 뜬 정각 시간, 대사막에서 가장 온도가 높을 때의 약 다섯 배 정도였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순식간에 말라 죽을 만한 열기.
대사막에서 살아가는 오크들이라 해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쿠루타는 화산의 길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내가 앞장서겠다!”
쿠루타가 크게 외치며 가장 앞으로 걸어 나가자.
“뒤를 받치겠다!”
“우리의 뒤를 따라라!”
하이 오크들이 바로 뒤에 서며 다른 오크들을 향해 말했다.
가장 강한 쿠루타가 정면에서 화염을 견디고 하이 오크들이 그 뒤를 받쳐준다.
쿠루타와 하이 오크들이 정면에서 대부분의 열기를 받아 감당하기에 뒤에 선 오크들에겐 부담이 적었다.
그리고 처용은.
“흠, 신기하군?”
쿠루타의 바로 옆에 서서 걸으며 가장 강한 열기를 정면으로 받아넘기고 있었다.
처용은 화산의 길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오랜만이네.’
겉으로는 처음 마주하는 것처럼, 신기한 듯한 반응을 드러냈다.
“역시, 이 정도 열기는 아무렇지도 않나 보군?”
쿠루타가 자신과 나란히 서서 걷는 처용을 보며 대단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하메라의 화염보다는 뜨거운데?”
처용이 별것 아니라는 듯, 에스라 성운의 최고신 중 하나, 하메라를 언급하며 대답했다.
그런 처용의 말에.
“그렇군, 역시 그 소문도 잘못된 것이 맞았어.”
쿠루타가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읊조렸다.
마신, 처용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동부 대수림과 가까운 인간들의 도시였다.
그곳에서 이단자들을 구출한 마신은 지상에 강림한 최고신에게 신성모독을 저질렀다.
그리고 분노한 여신의 공격을 피해 자취를 감추었다.
이게 세간에 떠도는 소문이었다.
그러나 그 소문 속 마신의 정체가 처용으로 밝혀진 상황.
처용은 대악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대악마와 맞서 싸운 이였다.
삼천마 중 하나인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
쿠루타가 지금껏 싸워 본 적들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는 존재였다.
그런 디아블로와 에스라 성운의 최고신 중 하나인 하메라를 비교해 보자.
“제아무리 최고신이 직접 지상에 강림한다 해도…… 그 대악마보다는 못하겠지.”
쿠루타는 하메라보다 디아블로를 높게 평가했다.
그런 쿠루타의 말에.
“아, 참회의 여신? 건방지게 분신 따위로 나를 막으려 하길래, 신나게 걷어차 줬지.”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그 당시 있었던 일을 일부 말해 주었다.
“최고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라, 과연 마신이군. 하하!”
“그런 덜떨어진 신격보다 위대하신 분들이 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
웃음을 머금은 쿠루타의 말에 처용이 진지한 미소를 머금으며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군. 우리 역시 큰 도움을 받았지.”
쿠루타가 잘 기억한다는 듯, 처용의 말에 대답했다.
그 역시 처용의 성지에 잠깐 머물렀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오만한 신격들과는 무언가 분위기부터가 달랐던 존재들.
심지어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드높은 격을 지닌 신들이었다.
게다가 이젠 엘프들이 모시는 신격, 세계수까지 처용의 성지에 머물러 있었다.
세력의 크기만 따져 봐도, 거대 성운 못지않았다.
“친구를 만난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크나큰 행운이었어.”
쿠루타가 처용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리며 말했다.
동족들이 마인들에게 붙잡히고 자신도 붙잡혔을 때 처용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니 그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 있던 동족들을 물론, 자신조차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 전, 아스터 교단의 국경선을 공격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용이 전장에 나타나 돕지 않았다면?
기껏 자신과 함께 복수하러 나선 동족들의 희생이 컸을 것이다.
처용과의 만남은 쿠루타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다.
“나 역시 가장 전사다운 전사를 만나 행운이지.”
처용이 쿠루타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쿠루타는 처용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하다며 이 인연을 행운이라 말했지만.
‘도움을 더 많이 받은 것은…… 바로 나다 친구.’
처용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회귀 전.
-친구!
어떤 위험한 상황이든,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오든.
-전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쿠루타는 처용을 위해 가장 먼저 달려와 주었던 동료였다.
종국에는 위험에 처한 처용의 앞에 서서 바알의 공격을 대신 맞아 죽기까지 했었다.
회귀 전 처용이 쿠루타에게 받았던 은혜에 비하면, 지금 그를 도운 정도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기왕 친구를 돕기로 했으면, 끝까지 도와야지.”
처용이 회귀 전 일을 떠올리며 쿠루타를 향해 끝까지 돕겠다 말하자.
“……고맙다.”
쿠루타가 감동 어린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그보다도, 동족들이 희생된 이 상황에서 오크들의 의견이 갈리는 건가?”
처용은 주제를 돌려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쿠루타에게 물었다.
작금 오크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건넨 질문이었다.
그런 처용의 말에, 쿠루타가 작게 인상을 쓰고는.
“신에게 가호를 받는 인간들과 맞서 싸우는 것을 거부하는 장로들이 있다.”
오크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오크 부락을 습격하여 그들을 잡아갔다.
그런 인간들에게 항의하러 간 오크들도 죽음을 맞이했다.
쿠루타는 잔혹한 인간들의 태도에 분노했고 직접 응징하러 나섰다.
다른 오크들 역시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함부로 신을 자극하면 좋지 못할 것이야.
일부 오크들과 그들이 따르는 장로들이 쿠루타의 행동을 만류했다.
쿠루타는 그런 장로들에게.
-형제들이 희생당했단 말이다! 그대들은 분노하지도 않는 것인가!
타오르는 분노를 내뱉으며 소리치고는 독단적으로 복수에 나선 것이었다.
“장로들 대부분은…… 전사의 마음가짐을 잃었다.”
쿠루타는 부락에서 있었던 일들을 처용에게 이야기하며 낮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육체의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설 수 없다 해도! 전사의 마음가짐만큼은 잃어선 안 된다!”
전사의 마음가짐은 화산의 마음가짐이라고도 불리는 오크들의 다짐이었다.
불카를 포함한, 이름을 남긴 위대한 오크 조상들을 본받아 그들의 의지를 이어가는 것.
언제나 쿠루타가 이야기하는 그의 신념이자 의지였다.
“이런 잔학무도한 일을 저지른 확고한 증거가 있는데도, 장로들이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으드드!
분노가 일렁이는 듯, 쿠루타가 이를 갈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들을 더 이상 같은 전사로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쿠루타는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제대로 직접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런 극악무도한 일이 벌어졌음에도 그저 동족의 안녕을 꾀한다는 이유로 이번 일을 외면한다?
위대한 조상, 불카의 혼이 타오르는 화산의 마음을 버리고 육체의 안락함만을 추구한다?
만약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면, 쿠루타는 이제 장로들을 전사로서 인정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크 부족이 크게 갈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해도, 기꺼이 감내할 생각이었다.
전사의 마음을 저버리고 잃어버린 오크는 더 이상 형제라고 할 수 없었으니까.
“전사는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다. 전사는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다. 전사는 악에 맞서는 이들이다…….”
쿠루타의 다짐 어린 말에 처용이 답하듯 입을 열었다.
처용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회귀 전, 쿠루타가 알려준 전사의 마음가짐 중 일부였다.
“오크가 전사의 마음가짐을 잃다니…… 화산의 품으로 돌아간 친구가 슬퍼하겠군.”
“……모욕적인 일이다.”
쿠루타가 처용의 말에 착잡한 심정으로 답하듯 말했다.
처용이 오크들의 문화와 언어, 풍습을 알고 있는 이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가 이전에 친구로 지내던 오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들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대악마의 손에······ 죽었거든.
대악마라는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다 죽었다고 들었다.
쿠루타는 처용이 방금 말한, 화산의 품으로 돌아간 친구가 그 오크를 뜻한다 생각했다.
그 오크는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다 쓰러진, 용감하고 대단한 전사였다.
처용은 그런 대단한 전사의 친구이자 화산의 오크인 자신이 인정한 전사였다.
그런 친구이자 같은 전사인 처용 앞에서 가장 전사다움을 보여야 할 오크들이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처용은 물론, 처용에게 전사의 마음가짐을 알려 준 오크에게도 모욕을 저지르는 행위였다.
“오크들이 전사의 마음을 잃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을 것이다.”
쿠루타가 강한 다짐을 하며 말을 이을 때.
-파아아!
화산의 길이 끝난 듯, 불길이 사방으로 퍼지며 새로운 환경이 드러났다.
바닥은 여전히 푸석푸석한 모래사막이었지만.
-졸졸졸.
눈앞에는 두꺼운 야자수가 자라난 넓은 오아시스가 눈에 보였다.
-치이이…….
그 위로 수증기와 아지랑이가 이글거리는 것으로 봐선, 아마 물의 온도가 상당히 높은 듯 보였다.
그런 뜨거운 오아시스 주변에는 천막 같은 원뿔 형태의 집이 나열되어 있었다.
쿠루타와 처용, 다른 오크들이 화산의 길 속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낸 순간.
-쿠루타가 돌아왔다!
-다른 전사들도 같이 왔군.
오아시스 주변과 천막 밖에 나와 있던 오크들이 쿠루타를 알아보며 목소리를 내었다.
“장로들과 대족장에게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라!”
쿠루타는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듯,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러자 오아시스 주변에 있던 오크들 중 몇몇이 빠르게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아마 곧, 장로들이 나를 부를 거다. 그때까지 조금 기다려야겠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
양해를 구하는 쿠루타의 말에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짓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친구…… 그…….”
쿠루타가 그답지 않게 조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처용을 불렀다.
처용이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품고는 쿠루타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혹시, 그때 주었던 그 도시락 말인데…….”
쿠루타가 짧은 침묵 끝에 입을 열어 말하자.
“아아.”
처용이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쿠루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우우웅.
미소를 지은 처용이 아공간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꺼낸 순간, 맛있는 냄새가 확 퍼지는 종이 박스.
처용이 아공간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치킨 박스였다.
“전장에서 승리했으니 소소한 축하 연회를 해도 괜찮겠지.”
치킨 박스를 추가로 몇 개 더 꺼내며 처용이 말을 잇자.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 친구!”
쿠루타가 지금껏 보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소리쳤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