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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52화 (452/726)

#452화

[네놈이 무슨 수로! 도대체 어떻게!?]

아레스가 처용이 읊조리듯 내뱉은, ‘피의 샘’이라는 말을 듣고 흥분하듯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수로 자신의 권능을 알아보았단 말인가?

게다가 처용은, 단순히 권능의 이름만 언급한 정도가 아니었다.

-앞으로 얼마나 죽어야 ‘피의 샘’이 바닥날까?

처용은 ‘얼마나 죽어야’ 피의 샘이 ‘바닥나냐’는 말을 읊조렸다.

즉, 처용은 ‘피의 샘’이 지닌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레스는 그런 처용의 말에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다가.

[……!]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그릇의 숙주!]

머릿속에 번뜩하며 떠오른 정보.

-태초의 그릇을 품은 하계종이 예언의 능력을 각성했다. 그러니…….

아르테미스, 아폴론과 함께 에스라 성운에서 들었던 정보였다.

그 당시에는 하계종이 예언을 해 봐야 무엇을 하겠냐는 생각으로 대충 흘려 넘겼었다.

그리고 그 하계종은 대악마들과 천교가 전력을 다해 추적하고 있는 상황.

신들이 전력으로 추적하는데, 설마 하계종 하나 잡지 못할까?

아레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했었고 곧 해결되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예언자가 네 신전에 전한 선물은 즐겁게 받았었나? 크크크.”

처용이 구속된 아레스를 내려다보며 읊조린 말.

그 말이 귓가를 울린 순간.

[내, 내 신전에…… 마기를 퍼트린 것이!!]

아레스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고함을 내질렀다.

갑작스럽게 신전에 퍼진 강력한 마기.

마기에 오염되어 뒤틀린 생명체가 되어버린 전 신관.

정화된 신전 내부에서 발견된 배신의 증거들.

그로 인해 아레스는 순식간에 배신자로 낙인찍혀 타르타로스에 수감 되었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올림포스 내부에서 도모하던 모든 일이 엎어졌다.

아테나는 승승장구했고 자신은 밑도 끝도 없이 추락했다.

본래 자신이 손에 쥐어졌어야 할 드높은 자리를 아테나에게 영원히 빼앗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도모하고 주도한 존재가 바로.

[이 간악한 하계종 놈들이! 전부 네놈들의 짓거리였나!!]

신을 떠받들어야 할 인간들.

그런 하찮은 존재인 인간들이 감히 신의 신전을 오염시키고 망가뜨린 주범이었다.

-쿠구구!

아레스에게서 분노가 가득한 신력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누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신전에 마기를 퍼트렸는가?

신전에는 두지 않았던 배신의 증거들이 왜 신전 안에서 발견되었는가?

자신과 동맹을 맺은 이들과의 유착 관계가 무슨 수로 밝혀졌는가?

누가 이 모든 일을 아무도 모르게 주도하고 외부에 드러냈는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범인이 밝혀졌다.

[간악한 하계종이! 분수에 맞지도 않는 태초의 그릇을 악용하다니!]

예언의 능력을 각성한,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

아테나를 제치고 드높은 자리에 앉았어야 할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망친 범인의 정체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레귤러는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와 협력하는 하계종.

[감히! 감히이이-!!]

-으드드!

아레스가 이를 갈며 분노를 토해내자.

“아테나 ‘님’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무능하고 모자란 새끼.”

처용은 활활 타오르는 아레스의 분노에 기름을 부어 버렸다.

“굳이 예언자가 나서지 않았어도, 너같이 하찮은 새끼는 아테나 ‘님’에게 발렸을 텐데 말이야. 크크.”

아레스라는 신격은 치졸한 열등감으로 가득한 존재.

그 열등감의 대상은 다름 아닌 아테나였다.

때문에, 일부러 아테나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 높이고 비웃는 것만으로도.

[이 벌레 새끼가아아-!!]

아레스의 속을 송두리째 긁어내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이성을 잃으면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법.

그 당사자가 단순 무식하고 우매한 자라면, 더더욱 침착한 판단을 할 수 없을 터였다.

-우드드! 우득! 콰지직!

분노에 눈이 돌아간 아레스가 강제로 몸을 찢어 비틀고는.

[죽어라!]

-우우웅!

오른손에 신력을 두른 채, 처용의 목을 잡아 비틀어 버릴 듯, 강하게 내뻗었다.

그러나 그 손이 처용에게 닿기도 전에.

-사각! 촤아아!

역천의 절이 아레스의 손을 세로로 찢어내고는 어깨까지 갈라내었다.

아레스의 팔이 식칼에 의해 갈라진 대파처럼 두 쪽으로 갈라지며 휘날렸다.

-사각! 촤아! 촤아아-!

이어서 아레스의 머리와 목, 팔 부근에 날카로운 선이 그어졌다.

-쩌적! 촤자작-!

아레스의 머리가 사등분되더니, 피를 흩뿌리며 썰려 나갔고.

-서거거걱!

팔과 어깨, 다리가 토막 나며 잘려 나갔다.

그럼에도.

[크아아-!]

-우드득! 우웅!

아레스는 신관의 육체가 잘려 나가고 재생되는 와중에도 신력을 둘러 처용을 공격하려 했다.

어떻게든, 단 한 번만이라도.

-우웅! 쐐에엑!

처용에게 공격을 하기 위해 격렬히 발버둥 쳤다.

그러나.

-사가각! 사각!

신력을 두르고 팔과 다리를 뻗을 때마다, 신관의 육체가 잘려 나갔다.

동시에, 머리 역시 계속 쪼개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피의 샘이 점점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다.

본래라면 여기서 더 손해가 나는 것을 방지하고 차선책을 모색해야 했지만.

[으아아아!]

이미 분노에 이성을 잡아먹힌 아레스는 차선책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의 처용을 당장 죽이지 못하면, 속이 뒤틀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처용은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아레스를 농락하고 있었다.

결국, 계속 이어진 안테르의 죽음 끝에.

-푸화아아!

사방으로 피가 크게 튀며 안테르의 육체가 뒤로 크게 꺾였다.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 좋지 않은 변화가 생긴 듯한 모습.

게다가.

-스르르…….

빠르게 재생하던 안테르의 육체가 점점 둔해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는 재생하는 속도가 확 느려졌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

분노에 사로잡힌 아레스가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결과, 피의 샘이 거의 바닥나 버린 것이었다.

[크, 크흐흐…….]

신관에게 공급되던 피의 샘이 거의 말라가는 것을 느낀 아레스가 분노 섞인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하계종……!]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처용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상태로는 처용을 절대로 죽일 수 없었다.

피의 샘이 바닥날 때까지, 어떻게든 발버둥 쳐 봤지만, 단 한 번의 공격도 닿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건방지게 구는 하계종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이쯤 되면, 분한 것과는 별개로 작금의 결과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대신.

[내 반드시 네놈을 찢어 죽여 버릴 것이다!]

추후, 무슨 수를 써서도 처용을 죽이리라 다짐했다.

처용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하계종 모두를 몰살하리라 맹세했다.

아레스가 분노를 머금은 고함을 내지른 순간.

-파아아!

사방에 난자된 피가 아레스, 그가 강신한 안테르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내 신관을 ‘복구’시키는 대로! 네놈을……!]

피의 샘이 지닌 능력은 그저 생명력만을 보급해주는 게 끝이 아니었다.

저장된 생명력이 거의 바닥에 닿았을 때, 권능의 주인을 피의 샘으로 귀환시키는 능력도 있었다.

신관과 연결된 피의 샘은 지상에 새로 세운 신전 깊은 곳에 자리해 있었다.

우선,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신관을 피에 샘에 담가 생명력을 채워 복구시켜야 했다.

처용에 대한 복수는 그다음이었다.

[네놈과 네놈 주변의 모든 벌레들을 죽여 버릴 것이다!]

아레스가 광기 어린 분노를 내지르며 소리칠 때.

-촤아악!

처용이 그런 아레스의 가슴을 크게 베어 냈다.

-푸화아아!

그러자 아레스에게 모이던 피의 안개가 쩍 갈라지더니, 그 안에 있던 가슴이 드러났다.

처용은 이 역시 크게 베어냈다.

[소용없다. 하계종!]

아레스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신관을 처치하려는 듯 보이는 처용을 보며 소리쳤다.

[벌레 같은 네놈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있는 권능이 아니다! 하하하!]

이미 피의 샘이 지닌 권능 중 하나, ‘피의 생환’이 발동했다.

이 권능이 발동한 이상, 그 누구도 자신의 신관이 피의 샘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처용은 그 전에 안테르를 처치하려는 듯 보였지만, 이미 늦었다.

-슈화아아!

안테르의 육체는 이미 피의 안개에 휩싸여 이동 준비를 마친 상황.

이제 안테르는 피의 샘으로 이송될 것이고 복수를 준비할 일만이 남았다.

그러나.

“절권 - 강격!”

-우웅! 후우욱!

처용은 포기하지 않은 듯, 왼손 주먹에 강기를 실어 안테르를 향해 내질렀다.

조금 전, 정확히 역천의 절이 갈라낸 안테르의 벌어진 가슴.

처용의 주먹이 그 부분을 타격했다.

-쾅! 푸화-악!

안테르의 벌어진 가슴에 처용의 주먹이 파고들었다.

심장과 내장이 터진 듯, 안테르의 등 뒤로 핏물과 살점이 솟구치며 떨어져 나갔지만.

-슈화악!

그래도 권능의 발현은 막을 수 없었고 안테르도 끝장내지 못한 듯 보였다.

-피이이!

붉은빛이 발광하며 안테르의 육체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아레스가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는 머저리 새끼.”

처용이 막 사라지려는 아레스를 향해 비웃음을 지어 보이며 읊조렸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기회를 노리던 암살자가 목표 척살에 성공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레스가 그런 처용의 표정에 인상을 찌푸린 순간.

-푸화아악! 샤샥!

핏빛 안개에 휩싸인 안테르의 육체가 사라졌다.

그 직후.

[크허억!?]

쿠루타와 맞서 겨우 버티던 대천사가 침음을 토해내는 소리가 울렸다.

처용이 고개를 돌리자.

-화르륵! 촤아!

전신이 불타오르며 가슴이 크게 갈라진 대천사와.

“불! 카아아-르!!”

-촤아!

새빨갛게 달구어진 도끼날로 대천사를 내리친 쿠루타가 포효를 내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사라라……!

마지막까지 버티던 대천사가 깃털을 흩날리며 사라지자.

“화산의 승리다!!”

쿠루타가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우워워!

-불! 카르으으!

적들을 모두 몰살한 다른 오크들 역시 승리의 고양감에 환호를 질렀다.

오크들이 승리의 함성을 내지를 때.

“사악한 신이 강림한 그놈은 도망쳐 버린 것인가?”

승리를 선언했던 쿠루타가 처용에게 다가와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용은 그 말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아니, 놈은 이제 죽은 목숨이다.”

안테르의 확실한 죽음을 선고하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주르륵. 주륵.

물이라기엔 조금 짙은, 질척한 느낌의 물소리가 울리는 어두운 장소.

벽에 장식된, 핏빛으로 발광하는 붉은 보석이 공동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요사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지하 공동의 중앙에는.

-주르륵. 주륵. 뚝. 뚝.

끈적한 느낌의 붉은 액체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촤라락. 촤락.

그 아래에는, 떨어져 내리는 붉은 액체를 가둬 만든 듯 보이는 둥근 못이 자리해 있었다.

마치, 피를 모아 만들어낸 듯한 연못처럼 보였다.

끈적한 물소리와 핏빛의 광원이 기묘하고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풍길 때.

-푸화아아!

돌연, 피의 연못 중앙이 들썩이며 핏물이 솟구쳤다.

동시에.

“크허어-어억!?”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안테르가 핏물 속에서 일어나듯, 상체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으어……! 으어억!”

안테르가 몸을 더듬고 머리를 흔드는 등, 정신없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

-화아아! 화악!

안테르의 앞에 핏빛 안개와 검은 안개가 뭉치더니.

[정신 차렸으면, 어서 움직여라! 이 하찮은 놈!]

아레스의 화신체가 나타나 안테르를 향해 윽박질렀다.

“가,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전쟁의 신이시여.”

안테르는 퍼뜩 정신을 차린 후, 우선 자신을 살려준 아레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올렸다.

지금 있는 이 장소는 아스터 제국 남서쪽에 위치한 외신의 신전.

전쟁신 아레스의 신전 지하, 피의 샘이 있는 공동이었다.

외신의 신관인 안테르 외에는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는 장소였다.

“소모된 생명 에너지부터 서둘러 채우겠습니다.”

안테르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레스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했다.

신전 지하 공동 중앙에 채워진 피의 샘.

그 깊이는 4미터가 넘을 정도로 꽤 깊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 깊은 피의 샘에 채워진 핏물은 흘러넘칠 정도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테르가 몸을 일으켜 세웠음에도 허벅지까지만 찰랑거릴 정도였다.

무려 3미터가 넘는 양의 핏물이 증발해 버린 것.

이러한 결과는 모두.

“그 이단자 때문에…… 아까운 생명 에너지가!”

처용과 단 한 번 맞붙어 발생한 결과였다.

너무나도 뼈아픈 손실.

게다가 맞붙어 싸웠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었다.

반항할 틈도 없이 일방적으로 살해당했고 도륙당했다.

처용이 내지른 공격으로 몇 번을 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저 평범하게 죽는 것도 아니었다.

머리가 쪼개지고 몸이 조각조각 찢겨나가는 등,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안테르가 처용의 잔혹성을 떠올리며 몸서리칠 때.

[노예들의 피를 들이붓든! 그 벌레들을 강제로 교배시켜 태아를 만들어 바치든! 서둘러 채우거라!]

아레스의 화신체가 호통을 내지르며 명령하듯 소리쳤다.

“더러운 이단자들의 피를 신께 바쳐 정화하겠나이다!”

안테르는 아레스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며 복수를 갈망하듯 이를 갈며 답했다.

처용에게 당한 것 이상으로 붙잡은 이단자들을 영혼까지 쥐어짤 생각이었다.

안테르가 분노를 담아 아레스의 말에 대답한 순간.

“우욱! 우웨웨-웨에엑!?”

-푸화아악!

허리를 크게 꺾더니, 검은 피를 게워냈다.

-주르륵. 주륵……!

안테르의 입에서 쏟아진 검은 피가 찰랑거리는 핏물 위로 번져나갔다.

마치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물에 석유가 쏟아져 번져나가는 듯한 모습.

[뭐냐!?]

갑작스러운 신관의 이변에 아레스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소리쳤다.

지금 아레스는 처용 때문에 실시간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

[고작 피의 생환조차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냐!? 엄살 피우지 마라!]

아레스는 지금 안테르가 보이는 행동이, 피의 생환으로 인한 부작용을 버티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강력한 신의 권능이니만큼, 나약한 인간의 육체가 버티기 힘들 만도 했으니까.

그러나.

“으웨엑! 으웨에-!”

-주륵. 주륵. 주르륵.

벌게진 눈과 코, 입에서 검은 피를 계속 쏟아내며 몸부림치는 안테르의 모습에.

[……!?]

아레스가 고개를 기울이고는 점점 표정을 굳혔다.

지금 신관이 보이는 모습은 그저 권능의 부작용으로 인한 엄살 같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쩌적. 쩌저적.

몸부림치는 안테르의 왼쪽 가슴, 심장을 시작으로 핏줄이 불거지며 검은 균열이 뻗어 나갔다.

녹색, 붉은색, 보라색 등 여러 색이 조금씩 일렁이는 검은 균열.

마치, 혈관 전체에 검은 피가 돌며 힘줄이 불거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으웨! 으아악! 크아아! 커헉!”

-주륵. 주르륵! 철푸덕!

고통을 내지르는 안테르는 이제 검은 피를 쏟아내다 못해, 살덩어리로 보이는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의 내장처럼 보이는 살덩어리들이 검은 피와 함께 샘 위로 둥둥 떠다녔다.

그 모습을 본 아레스는.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는 머저리 새끼.

불과 조금 전, 처용이 읊조린 말을 떠올렸다.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한다.

이 말이 머릿속을 강하게 울렸다.

아레스의 두 눈이 흔들렸고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리고.

[……!]

지구의 신전에서 일어났었던 일을 번뜩하며 떠올렸다.

[안-!]

다급한 표정을 내비친 아레스가 신력을 끌어 올리며 안테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쩌저적! 쩌적! 피이-!

안테르의 몸을 뒤덮은 검은 균열이 갈라지며 검은빛이 새어 나왔고.

“크아아아악!!”

-푸화아악!

괴성을 내지르던 안테르의 육체가 폭탄을 맞은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동시에.

-피이! 쿠구구구! 쿠콰콰!

온갖 색이 칙칙하게 뒤섞인 검은 광선이 지하 공동을 휩쓸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시커먼 태풍처럼, 나선으로 휘몰아치며 주변을 파괴해 나가는 검은 태풍.

[이럴 순 없-!]

-파사사삭!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안테르에게 달려가던 아레스가 검은 태풍에 휩쓸려 갈려 나갔고.

-쿠콰콰! 쿠콰!

피의 샘은 물론, 신전을 떠받치는 기둥, 벽 등이 무너지며 지하 공동 전체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아니, 검은 태풍은 비단 지하 공동뿐만이 아니라.

-쿠구구!

지하를 휩쓸고 지면 위로 솟구쳐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맑은 하늘 위로 땅속에서 검은 기둥이 솟구쳐 올라간 모습.

그 영향인지.

-쿠구! 쿠르르!

푸른색이었던 하늘이 불안하게 울리며 순식간에 먹구름이 차올랐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외신의 신전에서 체류하던 성기사와 사제, 일반 신도들이 그 모습을 보며 당황한 듯 소리쳤다.

그때.

-쏴아아……!

먹구름 속에서 검은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보랏색과 녹색으로 일렁이는 불길한 느낌이 가득한 검은 비.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던 비가 이내 지면에 닿았고.

“어?”

“갑자기 웬 검은 비가-.”

그 비에 맞은 이들이 의문을 토했다.

그렇게 3초가량 지나자.

-치이.

-치이이!

비를 맞은 사람들의 얼굴, 손, 피부가 점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산성 용액에 닿아 타오르듯 녹아내리는 모습.

“끄! 크아아!”

“아아악! 누, 눈이! 얼굴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보던 이들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막아라!”

“신성 마법을 펼쳐라!”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몇몇 사제들과 이단 심판관들이 비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쏴아! 쏴아아!

비는 점점 더 거칠게 쏟아졌고.

-끄어어…….

-시, 신이시여…….

바닥에 고꾸라지며 녹아 내려가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지금 이 장소는 에스라 대륙 중심, 아스터 제국 남서 방향의 영지였다.

외신의 신전이 자리한 지역이자, 이단 심판관들의 본부가 있는 장소.

언제나 신에 대한 위엄이 엿보이는, 아스터 제국의 신성한 영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쏴아아! 촤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검은 비와.

-주르륵. 꾸륵.

살점이 녹아 내려가는 시체들로 인해, 비릿한 핏빛으로 변해 가는 땅.

-으아악!

-신이시여!

곳곳에 울려 퍼지는 고통과 죽음이 가득한 비명까지.

신성한 신의 영토였던 이 장소가,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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