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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50화 (450/726)

#450화

‘이렇게 곧장 마주할 줄이야.’

쿠루타와 재회한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오크들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곧장 에스라 대륙 남부로 날아왔다.

때마침, 오크들과 아스터 교단 측이 격렬하게 맞붙고 있던 상황.

처용은 망설이지 않고 천사들이 펼친 결계를 정면으로 깨부수며 전장에 난입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이는 다름 아닌 쿠루타와 그를 죽일 듯 달려드는 천사들.

처용은 가장 앞서 달려드는 천사를 밟아 땅에 박아 버리고 화염을 일으켜 천사와 성기사들을 뒤로 밀어내었다.

덕분에, 불리한 듯 보이던 오크들이 진영을 수습하고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그리고.

“화산의 가호는 식지 않았구나.”

처용이 다시 마주한 친구를 향해 반가운 마음을 담아 인사를 전했다.

시스템에 의해 번역되어 전해지는 말이 아닌, 순수한 오크들의 언어.

그 인사말을 들은 쿠루타가 눈을 크게 뜨고는.

“……친구.”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사악한 인간들에게 사로잡힌 형제들과 자신을 구해 준 인간.

오크에게 전사의 마음가짐과 언어, 문화를 배운 인간.

자신과 함께 전장에 나란히 서서 대악마를 격퇴한 인간.

오크들은 은원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그 은원의 대상이 뛰어난 전사라면, 더더욱 존경을 표한다.

처용은 오크들에게 있어, 화산의 오크인 쿠루타에게 있어 그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같은 전사로서 인정한, 친구이자 형제와 다름없는 이였다.

그런 이가 가장 위험한 순간에, 자신과 형제들을 돕기 위해 전장에 나타났다.

다시 마주한 친구, 처용이 오크들이 인사말을 전하자.

“불카의 축복이 불타오르는구나!”

쿠루타가 짙은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처용의 인사를 받아주듯, 크게 소리쳤다.

전장에 난입한 처용과 쿠루타가 인사를 주고받은 순간.

“은인!”

“불카의 은인이여!”

몇몇의 오크들이 처용을 알아보며 반가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이전, 쿠루타와 함께 마인들에게 억류되어 있던 오크들이었다.

-저벅.

쿠루타가 처용의 옆에 서, 전방을 바라보고는.

“이 은혜는 잊지 않을 것이다.”

적들을 경계하듯 화산의 힘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친구를 돕는 건 당연하다.”

처용은 쿠루타의 감사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고는.

“그 친구가 내 적과 싸우고 있다면, 더더욱 도와야 하지.”

적대감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전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형제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게 되었군.”

-쿠구구!

쿠루타가 처용에게 다시금 감사를 전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천사들에게 밀려 이대로 후퇴하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마음 같아서는 있는 힘을 다하여 이곳을 파괴하고 천사들을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려 열둘에 달하는 천사들을 홀로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심지어 동족들이 퇴각하지 못하게 천사들이 결계까지 만들어내었다.

그런 위험한 순간에 처용이 나타나 도와준 상황.

“형제들이여! 화산의 분노를 불태워라!”

-화르륵!

쿠루타가 화산의 기운을 내뿜으며 소리치자.

-불카르!

-우워어!

오크들이 고양감을 끌어올리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쿠루타 이걸 써라.”

-스릉.

쿠루타를 향해 손에 쥐고 있던 차륜 도끼를 내밀었다.

지금 쿠루타가 쥐고 있는 대검은 여기저기가 금이 간 상태.

아마도 쿠루타가 지닌 화산의 힘을 온전히 견디지 못한 듯 보였다.

저런 무기를 들고는 마음껏 싸울 수 없을 터.

“웬만해선 부서지지 않으니까. 저 건방진 천사들이 머리통을 박살 내 버려.”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자.

“고맙다. 친구.”

-탁.

쿠루타가 처용이 내민 차륜 도끼를 받았다.

-화르륵! 치이이!

화산의 기운이 차륜 도끼에 스며들자, 도끼날이 새빨갛게 달구어졌다.

이전의 대검이라면 이 지경에서 점점 금이 갔어야 정상.

그러나 차륜 도끼는 조금의 균열도 없이 멀쩡했다.

“항상 은혜를 지는군.”

쿠루타가 차륜 도끼의 내구도가 마음에 든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친구한테 연장을 빌려주는 것 정도야.”

-스르릉.

처용이 역천의 절을 뽑아 들며 답했다.

이윽고.

-콰아아!

전방에 퍼지던 화염의 벽이 걷어지며 천사들과 성기사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순간.

“불-카아아르!!”

-쿵! 쐐에에-!

쿠루타가 지면을 강하게 밟으며 적들을 향해 돌진했고.

-불카르!

-화산의 오크를 따르라!

그 뒤에 있던 오크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처용 역시 발도 자세를 취하고는.

-철컥. 샤아악!

땅을 박차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목표는 가장 중앙에 자리한 대천사.

[사악한 마신 따위가!]

중앙에 자리한 대천사가 자신이 목표임을 깨닫고는.

-화아아!

처용을 밀어내기 위해 앞으로 손을 뻗으며 눈 부신 빛을 내뿜었다.

압축된 빛이 광선처럼 처용에게 향할 때.

“천마강림.”

-콰아아!

처용이 강기를 내뿜으며 천마의 의지를 불러내었다.

-허어업!

처용에게 덧씌워진 천마의 의지가 두 손으로 칼을 쥐고는.

-촤아아아!

다가오는 빛의 광선을 반으로 갈라내며 처용의 앞길을 터 주었다.

마치, 검은 칼날이 빛의 포격을 반으로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

이윽고.

-사각!

천마의 의지가 대천사의 왼쪽 날개 세 장을 가르며 지나갔고.

-사가각!

처용이 역천의 절을 발도하며 아래에서 위로 올려 베었다.

-촤아! 촤아아!

대천사의 왼쪽 날개가 천마의 의지에 의해 잘려 나가고 오른쪽 날개가 팔과 함께 절단되며 나가떨어졌다.

처용이 대천사 하나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며 천사들과 성기사들의 진영을 지나간 순간.

“압제.”

-파아아!

붉은 신력의 파동이 넓게 퍼졌다.

그러자.

-크윽!?

-시, 신의 가호가!

-사제들은 마신의 저주를 정화하라!

사제들과 성기사들에게 둘러진 신의 힘, 신성력이 흩어지며 사그라졌다.

천사들 또한 영향을 받았는지,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힘이 약해졌다.

“쿠루타!”

처용이 쿠루타를 부르자.

“우리에게 맡겨라! 친구!”

쿠루타가 처용의 의도를 알았다는 듯 크게 소리치고는.

“우워워워!!”

-화르르륵! 쐐에에!

차륜 도끼에 강렬한 화산의 기운을 휘감으며, 천사들을 향해 후려쳤다.

[이 하찮은!]

[하계종 따위가!]

-화아아!

쿠루타를 저지하기 위해 남은 두 명의 대천사가 앞장서며 빛을 내뿜었다.

이윽고 쿠루타의 도끼질이 대천사들의 빛과 충돌하자.

-쿠콰콰-!!

빛과 화염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모조리 불태워 주마!”

-화아! 쿠콰콰!

폭발의 여파를 정면으로 뚫고 돌진해 온 쿠루타가 대천사들 앞에 서며 재차 도끼를 휘둘렀다.

-피이! 차카캉!

대천사 중 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에 빛의 창을 만들어 내고는 X자로 교차하며 방어를 시도했지만.

-콰쾅! 후욱!

[크어-!?]

있는 힘을 다해 후려친 쿠루타의 도끼질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크게 밀려났다.

[이 간악한 마신이! 저 하계종에게 사특한 무기를!]

뒤로 밀려난 대천사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의 오크가 발휘하는 화염은 충분히 막을 만한 위력이었다.

그런데 그 위력이 거의 두 배 정도 올라갔다.

바뀐 점이라고는 마신, 처용이 그가 사용하던 무기를 오크에게 주었다는 것.

설마 무기 하나 바뀌었다고 공격의 위력이 달라질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

심지어.

-치지직. 치직!

도끼에 일렁이는 검고 어두운 기운이 천사 특유의 빛의 힘을 갉아먹고 있었다.

차륜 도끼는 삼천마, 디아블로의 화신체를 처치하고 얻은 무구.

디아블로의 흑염과 마기의 힘이 일렁이는 무구였다.

비록, 그 힘은 디아블로가 가진 힘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디아블로는 판데모니움의 정점이라 불리는 삼천마.

그의 마기는 다섯 하늘도 아닌, 일개 대천사가 감당할 만한 힘이 아니었다.

그런 디아블로의 힘이 옅게 일렁이는 차륜 도끼를 쿠루타가 다룬 결과.

-화르륵! 화륵!

같은 화 속성, 화산의 기운이 섞이며 더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화산의 격노!”

도끼가 멀쩡한 것을 재차 확인한 쿠루타가 화산의 기운을 더 끌어 올리자.

-치이이! 화르륵!

차륜 도끼의 도끼날이 용암에 달궈진 듯,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이글거리는 화염을 내뿜었다.

“어디 한번 덤벼 봐라!”

-쿵! 후우욱!

쿠루타가 땅을 강하게 밟으며 소리치고는 천사들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재차 돌진했다.

선두에 선 쿠루타가 맹렬한 기세로 천사들을 몰아붙이자.

-불카르!

-화산의 오크를 따르라!

그런 쿠루타의 모습에 고양감을 얻은 오크들이 사기를 끌어 올리며 성기사와 사제들을 밀어붙였다.

쿠루타와 오크들이 아스터 교단 측을 밀어내며 승기를 잡을 때.

-스르릉. 우웅!

처용은 역천의 절에 강기를 압축시키며 더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주변에 있는 사제와 성기사, 천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처용이 목표로 잡은 이는 단 하나.

“크크큭!?”

삐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신전 내부를 향해 도망치고 있는 이.

이단 심판관장, 안테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신을 막아라!”

“순교하라!”

이단 심판관장을 보호하기 위해, 검은 갑옷을 입은 이단 심판관들이 처용을 가로막았지만.

-사악. 사가각!

역천의 절이 검붉은 선을 그려 내자.

-촤아아! 촤아!

처용의 앞을 가로막았던 이단 심판관들이 통나무처럼 잘려 나갔다.

순교를 외치는 이단 심판관들을 그들의 소원대로 순교시킨 처용은.

“반갑다. 이 개새끼야.”

-샥!

안테르의 목에 칼을 겨누며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조금 전, 처용은 천사들이 만들어낸 결계를 강제로 부순 순간.

-이 기운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운을 느끼며 눈을 크게 떴었다.

동시에, 마음속으로 격노가 차올랐다.

천사들이 내뿜는 빛의 기운 아래로 은은하게 퍼져 있는 검붉은 기운.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더욱 약하게 만드는 힘.

전장에 약자들이 많을수록 시전자가 더욱 강해지는 권능.

전 올림포스 전쟁의 신.

이후 악신이 되어 전쟁의 대악마가 되었던 놈.

삐뚤어진 질투심과 시기심, 열등감으로 인해, 제 손으로 제 가족들을 모두 몰살한 쓰레기.

패륜아 아레스.

그런 그를 대표하는 권능인 약자멸시(弱者蔑視).

전 아레스의 신관이자, 회귀 전 S급 마인이었던 모건의 대표 스킬.

절대로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될 기운.

전장에 난입한 처용의 감각에…… 약자멸시의 힘이 감지되었다.

처용은 순간적으로 차오른 격렬한 분노를 억누르고는 우선 쿠루타부터 도왔다.

동시에, 누가 약자멸시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은밀하게 살펴보았다.

그 결과.

-찾았다.

누가 약자멸시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아레스가 뽑은 새로운 신관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놓칠 처용이 아니었다.

“큭, 자 잠까-!”

안테르가 처용의 붉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목소리를 떨며 입을 연 순간.

“넌 유언을 내뱉을 자격이 없어.”

-촤악!

처용이 안테르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푸슈웃! 휘리릭!

목에서 분리된 안테르의 머리가 팽이처럼 회전하며 하늘로 솟구칠 때.

[감히! 신의 신관을 해하다니!]

-번쩍!

처용의 뒤로 빛이 번쩍이더니, 한 명의 대천사와 두 명의 천사가 나타났다.

안테르가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자마자, 즉각 나타난 것.

-피이! 샤아악!

천사들이 빛을 모아 만들어낸 창과 검이 처용에게 향하자.

“결전기, 팔괘 - 태극천체진”

-우웅. 스르르릉! 스릉! 스릉!

처용이 열두 개의 무구를 소환하며 결전기를 발동했다.

-차카캉! 차캉! 창!

여섯 개의 무구들이 각각 둘씩 짝을 지어 세 명의 천사들이 내지르는 공격을 막아내었다.

동시에, 처용이 왼발과 왼팔을 뒤로 조금 빼내며 자세를 낮추었다.

-샥!

뒤로 뺀 처용의 왼손에 창 한 자루가 날아와 잡혔다.

각이 지며 직각으로 네 번 꺾여 있는 창날과 그 아랫부분을 휘감은 흑청색의 용.

창무신이 처용에게 하사한 성물, 맹룡의 송곳니였다.

‘천마신창 - 영격!’

-우우웅!

처용이 맹룡의 송곳니에 강기를 불어넣으며 천마의 무공을 사용하자.

-차캉! 스르륵!

창날의 주변으로 강기가 퍼져 나가 뭉치더니, 검은색의 창날 다섯 개가 만들어졌다.

마치, 맹룡의 송곳니 밑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다섯 개로 나뉘어 좌·우로 나열된 듯한 모습이었다.

-쐐에에엑!

처용이 왼손으로 잡은 창을 앞으로 내지르자.

-샤아악!

옆에 나열된 그림자의 창날 역시 앞으로 쇄도했다.

창날이 향하는 대상은 바로 천사들이었다.

그들은 처용을 기습하려다가 실패해 빈틈을 보인 상황.

-푹! 푸부북!

처용이 신속하게 내지른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창에 꿰뚫렸다.

-파아아……!

두 명의 하급 천사는 급소를 꿰뚫린 탓에 하얀 깃털을 남기며 사라졌고.

[크아악!]

대천사는 어깨를 꿰뚫리는 치명상을 입은 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스릉. 척.

처용은 내질렀던 창을 고쳐 잡고는 투척 자세를 취했다.

치명상을 입고 물러난 대천사가 눈앞에 보였지만.

-휙!

처용은 뒤로 물러난 대천사를 무시한 채, 고개와 자세를 뒤로 돌렸다.

대천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이유는 다름 아닌.

“어딜 도망가려고?”

더 중요한 목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으니까.

싸늘한 목소리를 읊조린 처용의 눈에는.

-타닷.

조금 전, 머리가 날아가며 즉사했어야 할 아레스의 신관.

안테르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대천사가 처용에게 달려든 이유는 신관이 죽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신관을 처용에게서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신은 안테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모를 테니까.

대천사는 신관의 죽음에 분노하는 척하며 시간을 벌 작정이었다.

그러나.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처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살기 어린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동시에.

-우웅!

투척 준비를 마친 맹룡의 송곳니에 강기를 덧씌웠다.

날카로운 창날의 끝이 안테르를 목표로 고정된 순간.

“투귀맹진!”

-투! 콰앙!

무겁고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리며 맹룡의 송곳니가 쏘아져 나갔다.

-푸우욱! 콰쾅!

미사일처럼 쏘아져 나간 맹룡의 송곳니가 안테르의 등을 꿰뚫고 지면에 틀어박혔다.

“크허억!? 커헉! 커……!”

창에 등이 꿰뚫린 채, 바닥에 틀어박힌 안테르가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 쳤다.

맹룡의 송곳니는 정확히 안테르의 가슴 정중앙을 꿰뚫은 상태였다.

심장을 포함한 장기는 물론, 척추뼈까지 박살 난 상황.

보통의 인간, 아니 단련된 무인이라 해도 즉사할 만한 치명상이었다.

그러나.

“크으윽! 으윽!”

안테르는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창에 꿰뚫린 몸을 빼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치명상이 치명상이 아닌 듯한 모습.

“네놈의 신관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저벅.

처용이 발버둥 치는 안테르를 향해 걸어 나가자.

[네 이놈!]

-화아아!

대천사가 상처를 수습하고는 처용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어딜 도망치느냐!”

-후욱! 화르르륵!

그런 대천사의 앞에 강렬한 화염이 휘감긴 도끼를 치켜든 쿠루타가 나타나 가로막았다.

[이 빌어먹을 하계종 따위가!]

대천사가 쿠루타의 도끼질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렸다.

동시에, 쿠루타를 상대하던 대천사를 찾았지만.

-파아아……!

그는 이미 반으로 깔끔하게 쪼개진 채, 빛으로 산화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애초에 쿠루타는 두 명의 대천사를 거칠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천사 하나가 안테르를 구하기 위해 전장을 이탈했고.

-화르륵! 콰쾅!

그 기회를 쿠루타는 놓치지 않았다.

“그 벌레 같은 날개부터 모조리 불태워 주마!”

-쿠구구!

쿠루타가 화산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분노를 내지름과 동시에.

-쿵! 쐐에에!

대천사를 향해 무자비한 도끼질을 시작했다.

[이-!]

쿠루타의 거침없는 공격에 대천사가 침음을 흘리며 가까스로 버틸 때.

“이단 심판관장, 안테르였나?”

-스르릉. 우웅.

처용이 역천의 절에 강기를 불어넣으며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처용을 본 안테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고는.

“이, 이이!”

-으드득! 으득!

창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몸을 강제로 뜯어 내기 시작했다.

결국.

-우득! 찌지직! 찌직!

강제로 뼈와 살을 부러뜨리고 찢으며 몸을 꿰뚫은 창대에서 겨우 벗어났다.

안테르가 반쯤 뜯어진 상체를 왼손으로 붙잡으며 발을 움직여 도망치려는 순간.

-샥!

날카로운 절삭음이 울리며 안테르의 아래로 검붉은 선이 그어졌다.

“어어……?”

안테르가 점점 내려가는 시야에 의문을 내뱉었고.

-퍽!

“으억!?”

아래로 고꾸라지듯, 나자빠졌다.

의문을 느낀 안테르가 고개를 돌리자.

“이, 이……!”

종아리 아래로 잘려나간 자신의 다리가 눈에 보였다.

눈동자를 세차게 떤 안테르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스윽! 슥!

철조망을 피해 기어가는 군인처럼,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팍!

안테르의 눈앞에 붉은 강기가 일렁이는 검은 칼날이 꽂혔다.

“으…… 으으……! 으!”

두려움 섞인 신음을 낸 안테르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우우웅.

붉은 눈동자를 흉흉하게 빛내는 마신, 처용과 눈이 마주쳤다.

처용은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안테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살고 싶나. 안테르? 아니지-.”

안테르를 향해 살고 싶냐고 물었다가, 말을 정정했다.

지금 안테르를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존재.

“아레스.”

패륜아 아레스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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