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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45화 (445/726)

#445화

이진호의 스킬, 더블 럭키 코인(Double Lucky Coin).

이 스킬은 두 개의 코인을 던져, 나온 면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발동하는 스킬이었다.

앞면은 네 잎 클로버, 뒷면은 해골.

둘 다 뒷면이 나올 경우, 2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하락한다.

하나는 뒷면 하나는 앞면이 나올 경우, 하나의 스텟이 2시간 동안 절반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둘 다 앞면, 네 잎 클로버가 나올 경우.

2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한다.

가히,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스킬이었다.

처음 각성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스킬이었지만, 진호는 도박적인 이 행운 스킬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노력이라는 말을 중시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헌터였으니까.

실패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다면, 본인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이 스킬을 사용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위기가 닥치거나 반드시 이기고 싶은 감정이 들 때면.

-띵!

머릿속에 동전이 떠오르며 가장 먼저 이 스킬이 생각났다.

모든 위기에서 이 스킬이 빛을 발한 건 아니었다.

성공 확률은 단 1/4, 25%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스킬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스르릉! 차캉! 차카캉!

진호와 베무스가 쌍검을 교차하며 서로 스쳐 지나가자.

-촤아! 촤아아!

베무스는 왼쪽 옆구리와 등을 베였고 진호는 오른쪽 어깨를 베였다.

전처럼 진호의 모든 공격이 가로막혀 반격당하지만은 않았다.

진호가 두 배로 빨라지고 공격이 강해진 만큼, 베무스가 완벽하게 받아쳐 반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신기하군, 그 스킬이라는 것의 힘인가?]

-스릉.

베무스는 인간인 진호와의 검격에서 밀렸음에도, 보통의 악마가 보이는 언짢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진호가 보인 스킬이라는 것이 신기한 듯이 말했다.

[내 힘이 제약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구나. 인간이여.]

“칫……!”

베무스의 말에 진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스킬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

베무스의 말대로 그의 힘은 대악마 소환 마법진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었다.

진호는 그런 약해진 베무스를 상대로 도박에 성공해야만 맞설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샥! 차카캉! 차캉!

베무스와 진호가 다시금 서로 칼을 맞대며 충돌할 때.

-쿠콰콰콰!

[캬아아아-! 이 하계종들이!]

성자와 성녀, 커맨더가 힘을 합쳐 발휘한 폭격에 정통으로 맞은 안드로말리우스가 괴성을 내질렀다.

화신체의 제약이 일부 풀렸음에도, 다수의 헌터들이 발휘하는 협동 공격에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전보다 위협적이고 강력한 독과 권능을 사용해 봤지만.

“방어는 맡겨!”

“성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해!”

“뒤를 잡았다!”

주어진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로봇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헌터들을 당해내기가 힘들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제약이 풀려 강해지긴 했지만, 헌터들 역시 그간의 수련으로 강해진 것은 매한가지였으니까.

결국, 헌터들의 공격을 계속 허용한 결과 부상이 중첩되었고.

[크윽……!]

안드로말리우스가 비틀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쉽지만, 여기까지인가?]

베무스가 그런 안드로말리우스의 모습을 보고는, 단념한 듯 읊조렸다.

안드로말리우스와 그의 역할은 여기서 인간들과 사생결단을 내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정찰과 정보수집이었으니까.

그때.

“잠깐, 멈추지 않을래?”

-샥!

헌터들과 안드로말리우스 사이에 누군가가 나타나며 말했다.

머리카락 대신 독사의 머리가 꿈틀거리며 휘날리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상반신은 인간과 비슷했지만, 유려한 곡선을 자아내는 뱀의 하반신을 가진 존재.

얼마 전, 아테나의 신물인 아이기스에서 풀려난 라미아의 여왕.

메두사라 불리는 존재, 아드리아였다.

난데없이 아드리아가 나타나 싸움을 멈출 것을 말하자.

-철컥.

-샥.

헌터들이 즉각 뒤로 물러나며 싸움을 멈추었다.

아드리아의 옆에 처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전투가 소강되었을 때.

“안드로말리우스.”

아드리아가 팔짱을 끼고는 엎어진 안드로말리우스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아, 아드리아!?]

안드로말리우스가 황당한 듯한 목소리로 아드리아를 알아보며 소리쳤다.

마치, 여기서 마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듯한 분위기.

“최강이 되겠다더니, 기껏 차지한 자리가 판데모니움 말석인가? 한심한 동생 녀석아.”

아드리아가 짜게 식은 눈으로 안드로말리우스를 내려다보며 말하자.

[누가 네 동생이냐!? 네년이 나보다 늦게 태어났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아드리아가 그 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보고는.

-우웅. 지이잉!

눈동자에 녹색 빛을 일렁이더니,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안광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쩌저저적!

안드로말리우스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 모자란 대악마 좀 잘근잘근 밟아 줘라, 가루가 되도록.”

-스르륵.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석화의 저주를 건 아드리아가 고개를 돌려 헌터들에게 말하고는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헌터들이 황당한 눈빛으로 처용을 바라보자.

“……마무리하시죠.”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고는 아드리아를 따라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우웅. 우우웅!

그 말에, 헌터들이 마나를 끌어올리며 안드로말리우스를 끝장낼 준비를 하자.

[거, 거기 멈춰라! 아드리아아아!!]

안드로말리우스가 점점 멀어지는 아드리아를 향해 딱딱하게 굳은 손을 강제로 뻗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쿠구구! 쿠구!

헌터들이 발휘하는 온갖 스킬이 무력화된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

-스릉. 우웅.

베무스가 자신의 무구를 집어넣고는 멀어지는 아드리아를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

아드리아는 그런 베무스와 잠시 시선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이윽고.

-파사사사……!

안드로말리우스의 화신체가 가루처럼 부수어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라락…….

그의 부름을 받고 소환된 권속, 베무스 역시 점차 가루처럼 흩어져 내렸다.

[……이름이 뭐냐 인간.]

베무스는 역소환되어 사라지기 전, 자신과 맞섰던 인간에게 이름을 물었다.

“이진호.”

진호는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는.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는, 절대로 ‘운’으로 이기지 않을 것이다.”

다짐과 각오를 담아 말을 이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 200]

하나의 레벨이 올라 200레벨에 달성했다는 시스템 창이 떠올라 있었다.

[독지대 협곡의 베무스, 네 이름을 기억해 주마, 이진호.]

베무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파사사……!

검은 가루로 흩어지며 완전히 사라졌다.

대악마 사냥이 마무리되고 성자와 성녀가 부상자들의 상처를 치료할 때.

“안드로말리우스와 혈연관계일 줄은 몰랐습니다.”

관중석으로 돌아온 처용이 아드리아를 향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그녀와 함께 이곳에 온 아테나 역시 궁금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처용의 질문에.

“사실, 나도 잘 몰라.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하다고 해야 할까?”

아드리아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듯,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가이아 님과 태초의 마수 사이에서 우리 존재가 시작되었다. 이거 하나 밖에 기억이 나질 않네.”

오랜 시간 봉인된 탓인지, 아드리아가 희미한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자.

[가이아 님…….]

그 말에 아테나 역시 생각에 잠기며 읊조렸다.

그런 아테나의 읊조림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

여래의 옆에 있던 미륵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올림포스의 시초신(始初神)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처용이 그런 미륵의 말에 궁금증을 담아 물었다.

가이아(Gaia).

만물의 어머니, 올림포스의 시초신으로 알려진 신의 이름이었다.

제우스, 하데스, 등, 올림포스 성운에서 신명을 짊어진 선천적 신격들 모두 가이아의 자손들이었다.

올림포스 창세 신화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

[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륵은 그런 가이아를 자신과 같은 존재라 지칭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처용은 그런 미륵의 말을 듣고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륵은 우주를 창조하던 태초신을 도운 관리자였다.

태초신을 도왔던 우주의 관리자들은 미륵 혼자만이 아니었다.

가이아는 그처럼 태초신을 따라 우주의 창조를 도왔던 존재 중 하나였다.

“가이아라…….”

처용은 올림포스의 시조, 가이아라는 존재를 생각하며 읊조리자.

‘……제우스.’

왠지 모르게 제우스가 생각났다.

데미갓 프로젝트와 깊은 관련이 있는 존재.

태초의 그릇을 향해 집착을 보이던 신격.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 현재 상황까지.

처용에게 있어 제우스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미륵에게서 가이아의 정체에 대해 듣자, 무언가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처용은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 판단하고 생각을 그만두었다.

제우스의 실종에 가이아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아볼 방법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은 상황.

단서가 적은 일에 매달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

대악마 사냥이 끝나고 다음 날 이른 아침.

-우우웅.

태룡전의 열쇠를 꺼내 든 처용이 황금빛의 게이트를 열었다.

다름 아닌, 에스라 대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필요한 물건들도 모두 챙기고 추가적인 준비를 갖춘 상황.

이제 다시 돌아가서 아스터와 악신들의 계획을 짓밟아 버릴 시간이었다.

“세계 헌터 회의의 정확한 날짜가 잡히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태민이 에스라 대륙으로 돌아가려는 처용을 향해 말했다.

“추가적으로 찾아낸 증거가 있다면 계속 보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처용의 말에 태민이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다녀오죠.”

“무운을 빌겠습니다. 한처용 헌터.”

태민의 배웅을 마지막으로 처용이 게이트를 넘었다.

-우우웅.

처용이 게이트를 통해 다시 나타난 장소는 로스톤, 아니 아라한 왕국의 왕궁이었다.

“돌아오셨군요!”

마침, 왕궁 내에 있던 아나샤가 처용을 보며 반가움을 드러냈고.

“카란디아는 어쩌고 혼자 돌아왔어?”

아나샤와 같이 있던 연아가 카란디아의 행방을 물었다.

처용은 카란디아와 함께 룬테라 왕국의 정화를 위해 나갔었으니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마.”

연아의 물음에 처용이 답하자.

“저희 역시,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드리겠습니다.”

아나샤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아라한 왕궁의 2층, 처용의 허락을 받지 않은 자는 들어올 수 없는 장소.

처용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연화와 류마를 포함한 이들이 모여들었다.

우선.

“카란디아는 지금 태룡사에서 치료 중이다. 다행히 성녀가 도움을 줘서…….”

처용은 룬테라 왕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카란디아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잠시 태룡사로 돌아갔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처용의 말이 끝나자.

“용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아나샤가 처용이 자리를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했다.

“하, 여왕을 암살하려 했다라?”

-탁. 탁.

처용이 아나샤의 말에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단상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들기며 읊조렸다.

“잘해 주었다. 너를 붙여 두길 잘했네.”

“불사신인 내가 작정하고 지켰는데, 당연하지.”

처용의 칭찬 어린 말에 연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 그…… 진짜 불사신인 겁니까?”

아나샤가 문득 궁금한 듯, 연아를 바라보며 처용에게 물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마법과 오러 블레이드.

심장 약탈자의 심장 약탈까지.

단련된 전사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즉사할만한 공격들이 연아에게 쏟아졌었다.

연아는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존재, 진짜 불사신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음에도,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믿어지지 않았다.

“음…… 아마도?”

연아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며 침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기울이며 답했고.

“메테오에 직격당해도 아마 살아남지 않을까 싶은데?”

처용 역시 연아의 능력을 진지하게 가늠해보며 말했다.

그러자.

“……메테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대마법사.

아나샤를 돕기 위해 아라한 왕국에 체류하고 있는 루비아가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메테오(Meteor).

대기권 밖에서 운석을 소환하여 지상에 낙하시키는 대마법.

에스라 대륙의 역사상, 8서클에 오른 대마법사가 딱 한 번 보였었던 마법이었다.

무려, 전설로만 전해지는 8서클 마법.

그런 메테오를 직격당해서 살아남는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론, 루비아 역시 연아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한 상태였다.

아나샤가 위험에 처하고 연아에 의해 상황이 빠르게 마무리된 순간.

-아나샤!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이 루비아였다.

아나샤를 암살하려던 암살자들이 다급함을 보인 이유가 바로 루비아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체되면, 루비아가 곧장 나타나 자신들을 쓸어 버릴 테니까.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

불사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연아에 의해 그들의 계획이 저지되었다.

“왜, 거짓말 같나?”

처용이 확신 어린 목소리로 루비아를 향해 묻자, 루비아가 작게 인상을 쓰며 입을 닫았다.

지금껏 처용이 보여준 강렬한 모습 때문인지,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으니까.

“크흠, 그보다도 여러 문제가 더 있습니다.”

헛기침을 한 아나샤가 말하지 못한 중요한 본론들을 마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지한 목소리로 보고를 계속하는 아나샤의 말에 처용이 진지한 눈빛을 보이며 귀담아들었다.

그리고.

“남쪽의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나샤의 마지막 보고에.

“오크라……?”

처용의 눈이 가늘어지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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