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화
보살이 연 상자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퍼지자.
[불가능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경악을 드러냈다.
황금빛은 가장 최고 등급을 뽑았을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니까.
이윽고 황금빛이 서서히 가라앉고.
-쿵!
보살과 처용 사이에 직사각형 형태의 아티팩트가 나타났다.
[프로토타입 앱솔루트 실드(Prototype Absolute Shield)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기계 장치의 여신이 공들여 설계한 코어가 장착된 방패.]
[전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습니다.]
[코어에 부여하는 에너지의 종류 따라 다양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코어의 에너지가 바닥나면, 방패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략 높이 2미터, 너비 1미터 조금 안 되는 크기의 방패.
방패의 중앙에는 강렬한 에너지가 담긴 마름모 모양의 코어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런 코어를 중심으로 불규칙한 격자 모양의 무늬가 방패 전체에 퍼져 있었고.
-우웅. 우우웅.
코어에서 흐르는 에너지가 녹색의 빛을 내며 방패 전체에 골고루 흐르고 있었다.
보살이 랜덤 박스에서 뽑은 아티팩트는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무구였다.
“역시! 행운의 여신님입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보살의 실력에 처용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보살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를 보고 얼떨떨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내심 속으로 좋은 결과를 기도하긴 했지만, 진짜로 실현될 줄은 몰랐으니까.
상자를 연 당사자인 보살을 포함, 주변의 이들이 놀람과 경악을 표할 때.
“……이거 여신님하고 내가 공들여 만든 새로운 시제품인데.”
커맨더가 보살이 뽑은 방패, 프로토타입 앱솔루트 실드를 보며 말했다.
“마키나의 새로운 방어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시험 삼아 만들었던 아티팩트야.”
프로토타입 앱솔루트 실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커맨더가 오랜 시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속성 마나를 부여하면 그 속성의 개성을 띤 실드가 중첩되어 만들어질 거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겠습니다. 요긴하게 쓸 수 있겠군요.”
커맨더가 아티팩트 사용법과 능력을 이야기해주자, 처용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마침, 처용이 지닌 무구 중, 방패만 없었던 상황.
이런 와중에 쓸만한 방패가 생긴 것은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리고.
[우연이야. 우연일 거야…….]
작금의 상황을 부정하는 듯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이렇게 운이 좋은 줄은 몰랐어. 보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당황한 듯, 한쪽 입꼬리와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처용은 처음 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소리 없는 웃음을 흘리고는.
“자, 그럼 하나 더 열어주시죠. 행운의 여신님.”
보살에게 하나의 상자를 더 내밀었다.
[이번만큼은 제게 기대하지 마십시오.]
보살이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담으며 처용이 내민 상자를 받았다.
말을 자신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계승자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이 나오길.’
속으로는 다시금, 작은 기도를 담았다.
이윽고.
-딸각.
보살이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 들린 상자에 집중된 순간.
-푸화아아!
찬란한 황금빛이 모두의 시야를 덮으며 퍼져 나갔다.
[설마?]
[허허…….]
아테나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읊조렸고 언문이 헛웃음을 흘리는 등, 놀람이 일렁이는 분위기가 흘렀다.
[……!]
또다시 퍼져 나가는 황금빛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이내 황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스르륵. 탁.
보살의 손에 1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의 지팡이가 쥐어졌다.
[갤럭시 오브 스태프(Galaxy Orb Stave)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기계 장치의 여신이 공들여 제작한 오브가 장착된 스태프.]
[사용자가 발휘하는 마나와 에너지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오브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원할 때 방출할 수 있습니다.]
마치, 무지개를 담아놓은 듯, 여러 색으로 일렁이는 구체.
구체를 감싸며 이리저리 회전하고 있는 기계 장치들.
그 아래로 이어진 길고 검은 막대.
마치 지팡이 끝에 혼천의(渾天儀)를 장착한 듯한 모습이었다.
“어…… 이건 여신님과 속성 마나 실험을 하다가 만들어낸 아티팩트인데…….”
보살의 손에 들린 스태프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짓던 커맨더가 말을 더듬으며 설명했다.
“마침, 이런 게 필요했는데 잘 되었군요.”
처용이 보살이 뽑은 지팡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팡이를 딱 보자마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바로 떠올렸으니까.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꺼내 놓은 랜덤 박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또 다른 상자를 집어다가 보살에게 전해줘야 했으니까.
그때.
[이건 사기야!]
-탁! 휘릭!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자신이 펼친 단상을 두 손으로 잡고는 위로 던져 버렸다.
-휘리릭! 휘릭!
밥상을 엎어 버리듯 단상과 랜덤 박스들이 허공에서 바람개비처럼 회전했고.
-샤샤샥! 샤샥! 샤샥!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재빨리 두 손을 움직여 단상과 랜덤 박스들을 자신의 아공간 속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이럴 리가 없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속임수 따위는 없었습니다. 직접 두 눈으로 보셨잖아요.”
처용이 당황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보현이 뽑은 거지, 네가 뽑은 게 아니잖아!]
“전에 물건들도 모두 보살님이 여신 상자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항의하듯 소리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처용이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뭐, 다시 보는 저도 신기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보살의 도움을 받은 처용도 작금의 상황이 신기하긴 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랜덤 박스는 열기 전까지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하나 알 수 있는 사실은, 극악의 뽑기 확률을 자랑하는 물건이라는 것.
노말 등급의 아티팩트를 뽑는 것조차 확률이 매우 낮았다.
행운의 여신인 티케가 권능을 사용했음에도, 겨우 레어 등급 아티팩트를 뽑는 게 고작이었으니.
그런데 보살은 그저 상자를 잡고 열기만 했는데도 최고 등급의 아티팩트가 나왔다.
심지어 두 번 연속, 아니 이전의 것까지 합하면 무려 다섯 번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시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보살을 향해 물었다.
랜덤 박스는 자신의 창고 속 물건들 중 하나를 랜덤으로 소환하는 장치였다.
겉으로 볼 때는 그저 뽑기에 불과했지만, 절대로 단순한 뽑기 장치가 아니었다.
신은 지상의 존재들에게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 법칙은 신이 만들어 낸 물건, 신물에도 적용되는 우주의 법칙이었다.
물론, 복제품인 성물을 제작하여 베푸는 등, 편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경우, 그녀는 조언만 하고 커맨더가 직접 제작하는 등의 편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랜덤 박스 역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만들어 낸 편법 중 하나였다.
신의 손이 직접 닿은 물건들은 지상에 함부로 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여기에 ‘극악의 확률’이라는 장치를 조합하여 우주의 법칙을 완화해 보였다.
극악 중의 극악의 확률을 뚫고 신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랜덤 박스를 통해 가져간다?
그렇다면 신이 만들어낸 물건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랜덤 박스는 우주의 법칙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직접 연구하여 만들어낸 작품이자 장치였다.
그랬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더더욱 작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랜덤 박스의 원리는 무한히 돌아가는 룰렛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수십만 개의 잡동사니들과 단 몇 개에 불과한 진품을 놓고 돌리는 룰렛.
당연히 수십만 개의 잡동사니 사이에서 진품이 당첨될 확률은 극악이었다.
그런 진품 중, 등급이 높은 물건들이 뽑힐 확률은 극악 중에서도 극악.
나올 일이 없다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그런 룰렛의 버튼에 보살의 손길이 닿은 순간.
-띠링.
기가 막히게도 진품 중의 진품이 딱 선택되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두 눈을 부릅뜨며 지켜보았는데도, 같은 상황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직접 보았음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
[저도…… 모릅니다.]
보살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어떻게 이러한 행운을 만든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때.
“그보다도 한 번 한 약속을 이렇게 무르셔도 됩니까?”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이 녀석이! 보현을 이용해 내 물건들을 털어먹을 작정이었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마치 당했다는 듯,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살님이 속임수를 썼습니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
[으윽……!]
이어지는 처용의 진지한 말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뭐라 반박하지는 못했다.
보살은 신력조차도 쓰지 않은 채 랜덤 박스를 그저 열기만 했으니까.
그리고 신명을 걸진 않았어도, 약속은 약속.
함부로 저버리는 짓을 하면 대신급 여신으로서 체면이 서질 않았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곤란한 듯한 분위기를 보일 때.
“이렇게 하죠.”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협상안을 제시했다.
“제가 찾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걸 제게 찾아주시면, 그 대가로 저 역시 여신님 부탁을 들어드리죠.”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처용에게 질문 두 개,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고 했었다.
처용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 받는 대가로 그런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찾는 게 뭐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처용에게 찾는 물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말에.
“마나 각인 장치, 저장된 마나와 비슷한 마나를 추적할 수 있는…….”
처용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지금 시기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외에는 제작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네가 찾는 거 나한테 있어, 그런데 그걸로 뭘 하게?]
다행히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처용이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처용이 바란 물건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아티팩트가 아니었으니까.
전투에 쓴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찾는 데 특화된 물건이었다.
“하아, 저쪽 세계의 아주 많은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데 필요합니다.”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물음에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에스라 대륙에서 처리해야 할 많은 문제들.
그중 일부를 수월하게 처리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었다.
[좋아, 내 특별히 성능을 더 업그레이드해서 보내주지.]
처용의 협조적인 태도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내 부탁은 별것 없고 음…… 내일 물건을 전달하면서 말해 줄게.]
“저도 내일까지는 여기 있을 생각입니다.”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내일까지는 성지에 있겠다 말했다.
내일 아침 이전까지,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으니까.
***
성지, 태룡사에 처용이 잠시 돌아온 날 저녁.
-저벅.
처용이 수련탑의 지하, 극비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다름 아닌 안드로말리우스 소환진이 자리한 장소.
대악마 소환 마법진이 새겨진 바닥, 경기장처럼 넓은 공동의 외곽 관중석으로 처용이 자리를 옮기자.
[왔느냐?]
미리 와 있었던 듯 보이는 여래가 처용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가 없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다.]
처용이 없는 동안, 대악마 소환 마법진은 여래와 미륵이 번갈아 가며 관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고전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수월하게 상대하더구나.]
여래가 그간 있었던 일들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최상위 헌터들의 성장을 위해 통째로 뜯어온 대악마 소환 마법진.
그곳에서 소환된 안드로말라우스는 일주일에 두 번 인간들에게 반복적으로 사냥당하고 있었다.
헌터들이 처음 대악마를 마주했을 때는 조금 고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상대가 그 무시무시한 대악마라 해도, 반복적으로 마주하면 익숙해지기 마련.
이제는 안드로말리우스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은 일절 없었다.
“그래서, 난이도를 조금 올릴 생각입니다.”
처용이 여래의 말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헌터들이 이제는 약해진 안드로말리우스의 화신체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상황.
그들의 성장을 위해, 대악마 마법진에 걸려 있는 제약을 조금 해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판데모니움과 연결될 문을 위해서도 말이죠.”
처용이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 소환진의 제약을 일부 해제하는 것.
이것은 다른 헌터들의 성장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목적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같은 좌표를 두고 양쪽에서 동시에 균열을 뚫는다라…… 좋은 아이디어구나.]
“바알과 크타니드에게 들키지 않을 방법이기도 합니다.”
여래의 말에 처용이 답하듯 말했다.
헌터들의 성장도 중요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니알라 님을 탈출시키는 즉시, 문을 닫아 버릴 수도 있고요.”
판데모니움에 갇혀 있는 태초의 마수, 니알라 크타니드의 구출이었다.
그녀를 무사히 탈출시켜야 악의 종주가 벌이는 계획 중 하나를 무산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무사해야 닥터와 조커 또한 무사할 수 있었다.
또 닥터와 조커는 지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존재.
마녀, 엘리스와 연결되어 있었다.
니알라 크타니드가 살해당한다면, 앞서 언급한 이들의 안위가 위험해진다.
뿐만 아니라, 악의 종주가 가진 힘이 더욱 강해진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니알라를 구출할 필요가 있었다.
처용이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보며 차후 계획을 생각할 때.
[그보다도 새로 깨우친 권능은 어떠했느냐?]
여래가 처용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처용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성역에 있는 수련탑에서 징벌의 선고를 펼친 채 나오지 않았었다.
다름 아닌 새로 깨우친 권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익숙한 형태의 힘이랄까요? 나름 수월했습니다.”
-우우웅.
처용이 손아귀에 신력을 조금 뭉쳐 보이며 말하자.
[권능이라고 해서 크게 대단할 건 없다. 스스로가 가진 힘을 자각하여 그 형태가 뚜렷하게 잡힐 뿐이니까.]
여래가 지그시 눈을 감으며 답했다.
“……전에도 그런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으셨죠.”
처용이 그런 여래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의 말은 회귀 전 여래가 처용에게 권능에 대해 알려줄 때, 했었던 말이었다.
“일단은 새로운 힘에 익숙해지도록 천천히 다뤄 볼 생각입니다.”
[급하지 않게 침착함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방향은 옳은 판단이다.]
처용의 말에 여래가 동의하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우우웅.
처용이 공동 중앙,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으며 신력을 내뿜자.
-화아아!
공동 바닥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처용이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일부분 손봤을 때.
“어? 미리 와 있었네?”
-저벅.
커맨더와 이진호, 성자를 포함한 몇몇 헌터들이 극비 수련장에 나타났다.
그들 모두 오늘 안드로말리우스와 전투를 벌일 이들이었다.
“카란디아는 어떻습니까? 성녀.”
처용은 방금 나타난 헌터들 중 하나, 성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피곤한 것 같길래, 아타를 통해 안식전에 맡겨두고 왔습니다.”
성녀가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카란디아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아이를 잘 대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성녀.”
“후후, 다른 아이들도 카란디아를 좋아해 주던데요.”
처용의 감사에 성녀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성녀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카란디아와 단둘이서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방금 말한 아타를 포함한, 윤아, 에블린 등과 함께 있었다.
모두 같은 성별에 비슷한 또래, 그리고 비슷한 아픔을 지녔던 이들.
그녀들은 카란디아를 오늘 처음 봤음에도 모두 살갑게 대해 주었다.
“카란디아의 사정에 대해서는 들었습니다.”
성녀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카란디아와 같이 다니며 그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그녀가 가진 사정 역시 알 수 있었다.
카란디아의 신체 일부분이 뒤틀린 생명력에 잠식된 이유가 그녀가 가진 사정 때문이었으니까.
“어쩌면…… 저희가 도울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녀가 카란디아의 사정을 언급하며 말을 잇자.
“방법이 있다면야 좋죠. 어쨌든 그 아이의 일 역시 해결해야 하는 일 중 하나니까요.”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룬테라가 있던 지역에는 아직도 뒤틀린 생명력이 퍼져 있는 상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아스터가 어떻게 이용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빨리 없앨 방법이 있다면, 기회가 될 때 처리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그보다도, 왜 여기에 직접 오신 건가요?”
성녀가 이야기의 주제를 돌려 처용에게 물었다.
오늘 대악마 사냥에 처용이 참관한다는 말은 못 들었으니까.
“대악마 소환 마법진에 걸린 제약을 조금 해제할 겁니다.”
처용은 그런 성녀의 말에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안드로말리우스가 더 강해질 겁니다.”
지금부터 나타날 대악마가 더 강해진 상태로 나타난다는 것.
안 그래도 강력한 대악마가 더 강해져 나타난다는 말에 움츠러들 만도 했지만.
“그건, 우리가 바라던 바야.”
“이제, 이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지.”
커맨더와 이진호를 포함한 헌터들은 오히려 좋다는 듯, 전의를 불태워 보였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