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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42화 (442/726)

#442화

“…….”

신수의 격이 반응하며 처용의 눈이 가늘어졌다.

드래곤의 알에서 전해진 울림.

그 울림 속에 일렁이는 감정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해석하자면.

고마움과 이젠 쉬고 싶다는 감정이었다.

“흐음.”

드래곤의 알에서 전해진 감정을 읽은 처용이 침음을 흘릴 때.

[어쩔 수 없군. 당분간은 이대로 둬야겠구나.]

미륵이 결론을 짓듯 말했다.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곧장 이 아이를 태룡전으로 데려오거라.]

“알겠습니다. 미륵 님.”

처용이 미륵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결국, 태룡전의 신들까지 나섰음에도 드래곤의 알을 해결하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장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

추가로 루나에게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점이었다.

처용은 본의 아니게 드래곤의 알을 품은(?) 루나를 이번 일에서 제외시킬까도 생각했지만.

“이것 때문에 우리 일족 문제를 외면할 순 없어.”

루나가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처용이 루나와 항시 붙어 다니며 감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아.”

처용이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으음? 기계 장치의 여신이 너를 만나고 싶다는구나?]

미륵이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은 듯 입을 열었다.

“저를요?”

처용이 의문을 품으며 물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갑자기 자신을 찾는다?

떠올릴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돌아오면 본인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해서 조금 전에 연락을 보냈었는데…….]

미륵이 처용의 의문에 말을 이었다.

처용이 에스라 대륙으로 막 떠났을 시점.

-한처용이 돌아오면 내게 말해 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태룡전으로 찾아왔었다.

다름 아닌, 처용을 만나고 싶다는 것.

처용이 에스라 대륙에서 돌아온다면 알려 달라는 말을 전하고는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전, 미륵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알리자마자, 바로 온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왜 너를 찾는지는 모르겠구나.]

“저도…… 딱히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만.”

처용이 미륵의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듯, 읊조리며 답했다.

동시에.

‘기계 장치의 여신이 나를 찾을 만한 이유라…… 혹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자신을 찾을 이유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처용이 머릿속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때.

-피-이잉!

태룡사의 하늘 위로 묵직한 진동음이 울리더니.

-화아!

커맨더의 성지인 거대 전함, 마키나가 구름을 헤치며 태룡사의 상공에 나타났다.

그리고.

-치지지직!

미륵의 앞에 직사각형 형태로 전류가 모이더니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저벅.

“여, 오랜만이야.”

게이트 속에서 커맨더가 처용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나타났고.

[안녕. 한처용.]

그 뒤로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프릴 드레스를 입은 여성,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여신님.”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았을 때.

-저벅.

[간만이구나. 한처용.]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만들어낸 게이트 뒤로 세 명의 인영이 추가로 나타났다.

다름 아닌, 아테나와 그녀의 신관인 제시카 그리고 티케였다.

“아테나 님?”

처용이 의외라는 듯, 의문을 표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녀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성지에 있었던 듯 보였다.

굳이 그들이 같이 있을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두 분이 같이 계셨을 줄은 몰랐네요?”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처용의 의문 어린 질문에 아테나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그렇군요.”

아테나의 대답에 처용이 수긍하고는 더 묻지 않았다.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하는데 굳이 더 물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처용은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일.

“저를 찾으셨다고요? 여신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본론을 물었다.

왜 지금 시기에 그녀가 자신을 찾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질문 두 개, 그리고 협조해줬으면 하는 일 하나가 있어.]

데우스 엑스 마치나가 엄지와 검지를 차례대로 접어 보이며 말했다.

“으음…… 질문 먼저 듣겠습니다.”

잠시 생각한 처용이 가장 먼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질문을 언급했다.

[신명을 얻은 자…… 당연히 너겠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반쯤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로 첫 번째 질문을 하자.

[으음.]

“…….”

아테나와 제시카, 커맨더 역시 궁금한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네.”

처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즉답했다.

숨기거나 꺼리는 듯한 모습이 일절 없는 당당한 모습.

“역시…… 시스템의 알람을 듣고 혹시나 했는데.”

커맨더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질문에 처용의 답변을 들으며 읊조렸다.

“200레벨을 달성했을 때처럼, 설마 공개적으로 알림이 울릴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처용이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하자.

“아마, 가장 처음 도달한 경우에만 이런 일이 있을 거야.”

커맨더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200레벨, 달성하셨군요?”

커맨더를 향해 확신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비단 커맨더만이 아니라.

“설마 ‘두 분’ 다 벌써 200레벨을 넘어설 줄이야.”

제시카 역시 포함이었다.

둘에게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세가 이전과는 확 달라졌으니까.

게다가.

[이름 : 임유진]

[레벨 : 203]

[이름 : 제시카 로스차일드]

[레벨 : 202]

그런 처용의 확신에 확신을 더하듯, 통찰의 눈이 그들의 레벨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말정산의 덕을 톡톡히 봤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커맨더와 제시카가 차례대로 대답했다.

둘이 200레벨을 넘어선 시점은 다름 아닌 연말정산의 결과였다.

“연말정산 전에 신력을 다룬 것이 이렇게 큰 결과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연말정산에 있어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이는 바로 제시카.

일시적이긴 해도, 무려 신력을 개화했다는 업적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커맨더와 열 개 이상 차이 나던 레벨이 어느새 한 개로 좁혀졌다.

“진호하고 백호 형도 199레벨이니 아마 곧 도달할 거야.”

커맨더가 다른 이들의 레벨을 언급하며 말했다.

처용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좋은 현상이었다.

200레벨이 넘는 헌터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일당백의 강함을 자랑하니까.

“그리고…… 나도 단서를 잡았어!”

커맨더가 주먹을 쥐어 보이며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곧 신력을 개화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300레벨 이전에 두 명의 신관이 신력을 개화한다라…….’

처용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제시카만 해도 예상 못 한 변수였지만, 이는 확실하게 이득이 되는 좋은 변수였다.

추가로 커맨더까지 곧 신력을 개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파이오니어의 능력도 한몫했겠군.’

처용은 이들이 왜 이렇게 빠른 성장을 보이는지 알아챈 듯, 속으로 읊조렸다.

파이오니어(Pioneer).

최초로 200레벨을 돌파한 자가 얻을 수 있는 특전 칭호.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증가한다는 것도 엄청났지만, 더 중요한 능력은 따로 있었다.

[개척자의 조언과 가르침을 받는 이들은 더 빠른 성장력을 보입니다.]

바로 파이오니어, 개척자가 가르치는 이들이 더 빠른 성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단순하게 처용이 지닌 파이오니어만으로 커맨더와 제시카가 빠른 성장을 보인 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본인의 노력.

심지어 제시카는 처용이 파이오니어를 얻기도 전에 신력을 개화해 보였다.

이는 본인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일이었다.

처용이 두 신관의 빠른 성장에 미소를 지어 보일 때.

[그럼 이어서 두 번째 질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처용을 보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처용이 대답하자.

[프로토타입 뉴 클리어, 어둠의 찬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질문을 건넸다.

[어떻게 내가 특별하게 선별해 놓은 물건들을 가져간 거지?]

그녀가 말하는 물건들은 모두 공들여 만든 작품들 중 특별하게 선별한 작품들이었다.

그 작품들이 어느 날 성역에서 사라져 버렸고 그것들이 처용의 손아귀에 있는 걸 확인했다.

물론, 그것이 무슨 경로로 처용의 손아귀에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도 끝냈지만.

[도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가져간 거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조사를 끝마쳤음에도 처용에게 물었다.

“전에 이종족 치료에 대한 보답으로 랜덤 박스를 주셨었죠? 거기서 나왔습니다.”

처용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을 입에 담았다.

그 사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시 확인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 거기서 그게 나왔다고?]

어떻게 랜덤 박스에서 가장 특별한 물건들을 뽑았느냐?

심지어 하나도 아닌 무려 세 개나.

제로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신이 만든 아티팩트를 세 개나 가져갔다?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희박한 가능성이었다.

단 하나를 가져가는 것만 해도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을 뚫어야 했다.

물론, 일생에 두 번 다시 없을 행운이 찾아온다면, 아주 희박한 확률로 가능하긴 했다.

헌터들 중에는 자신의 행운을 높이는 스킬을 지닌 이들도 있었으니까.

아티팩트 중에서도 비슷한 능력을 보이는 물건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불가능은 불가능.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랜덤 박스의 제작자로서 도저히 그러한 행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티케라 해도 불가능하단 말이야.]

행운의 여신이 손을 댄다 해도 불가능하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티케를 예시로 들며 말을 이었다.

“진짜로 거기서 나왔습니다.”

처용이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로 랜덤 박스에서 세 번 연속으로 나온 게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처용이 뽑은 건 아니었지만…….

그때.

“정 믿기 힘드시면,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뽑아 볼까요?”

처용이 좋은 생각을 떠올린 듯, 속으로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랜덤 박스의 제작자가 믿질 않으니 이 자리에서 다시 보여주겠다는 것.

자신감이 일렁이는 처용의 말이 울리자.

[호오? 좋아.]

-쿵!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고는 정자 중앙에 단상을 펼쳤다.

그리고.

[저번과 똑같은 열 개다.]

-촤라라락.

단상 위에 검은 상자 열 개를 펼쳐 보이며 말을 이었다.

열 개의 검은 상자는 다름 아닌 모두 랜덤 박스.

[내 눈앞에서 유니크 등급 이상의 물건 세 개를 뽑으면 내가 친히 선물을 주마.]

“무르기 없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처용이 마치 원하던 것을 얻은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때.

[절 무시하다니 너무하세요.]

티케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럼 네가 한 번 열어 봐.]

-휙.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티케에게 랜덤 박스를 하나 던져주며 말을 이었다.

[네 ‘행운’이 내 ‘장치’를 이길 수 있을까?]

[저 이래 봬도 행운의 여신입니다!]

-우웅! 탁.

랜덤 박스를 받은 티케가 자신의 손에 신력을 두르며 잠금장치를 풀었다.

손아귀에 일렁이는 옅은 녹색의 신력은 다름 아닌 행운의 신력.

그녀의 신명처럼, 행운(幸運)을 가져다주는 권능이 부여되어 있었다.

-탁. 털컥!

티케가 신력을 끌어올리며 랜덤 박스를 힘껏 열었고.

-화아아!

환한 빛이 상자에서 뿜어져 나왔다.

[내가 행운이 여신-!]

빛 속에서 손에 잡히는 물건을 본 티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탁.

[……어?]

티케가 손아귀에 잡힌 물건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의 손아귀에 잡힌 물건은 다름 아닌.

“곰 인형?”

“귀여운 인형이네요.”

사람들에게 익숙한 형태로 잘 알려진 곰 인형이였다.

커맨더와 제시카가 곰 인형을 보며 말할 때.

“흐음.”

처용이 티케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손에 들린 곰인형을 관찰했다.

[행운의 곰인형 / 아티팩트]

[등급 : 노말+]

[행운을 불러주는 곰인형.]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소유한 자에게 작은 행운이 깃듭니다.

“랜덤 박스에서 쓸만한 아티팩트를 뽑다니, 나쁘지 않네요.”

통찰의 눈으로 티케의 손에 들린 곰인형을 관찰한 처용이 평가하듯 말했다.

그러자.

[아니야, 고작 노말 등급이라고? 이럴 리가 없어.]

티케가 작게 인상을 쓰며 읊조렸다.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은 총 네 번입니다!]

항의하는 듯한 티케의 말에.

[좋아, 어디 더 뽑아 봐라.]

-스륵. 타탓.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미소를 지으며 세 개의 상자를 더 건넸다.

[하아압!]

-딸깍. 화아아!

티케가 기합을 지르며 두 개의 상자를 더 열었지만, 두 번 모두 노말 등급의 아티팩트가 나왔다.

이제 마지막 하나.

-우우웅. 탁.

티케가 신력을 끌어 올리며 마지막 상자를 잡았다.

[진짜 행운은 가장 마지막에 찾아오는 법!]

-딸깍. 화아아!

기합을 지른 티케가 마지막 상자를 열자, 이전과는 조금 다른 푸른 빛이 퍼져 나갔다.

[드디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에 티케가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윽고.

[네 잎 클로버?]

티케의 손아귀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투명한 필름에 붙어 있는 네 잎 클로버 모양의 스티커였다.

“오? 레어 등급의 아티팩트네요?”

스티커의 등급을 확인한 처용이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랜덤 박스에서 무려 레어 등급의 아티팩트를 뽑았으니까.

하지만.

[나 행운의 여신이 아닌가 봐…….]

티케가 자신이 만든 결과에 실망스러웠는지 자괴감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작게 미소를 짓고는.

“이래 봬도 엄청나게 잘 뽑은 겁니다.”

티케가 뽑은 아티팩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적어도 네 번 전부 아티팩트를 뽑았으니까요.”

[한처용의 말이 맞아. 나름 인정해 주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처용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심지어 내가 나름 공들여 만든 것도 가져갔네.]

특히, 티케가 마지막에 뽑은 네 잎 클로버 스티커.

그것은 다름 아닌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티케를 보고 영감을 떠올려 제작한 물건이였다.

보기엔 아담하고 투박해 보여도,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만든 아티팩트였다.

[정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 해 보던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몇 개의 상자를 더 꺼내며 말했다.

그에 궁금한 몇몇 이들이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았다.

그 결과.

“……그렇군요. 아티팩트 자체도 엄청나게 나오기 힘든 것이었군요.”

제시카가 랜덤 박스에서 나온, 불순물이 많은 철 덩이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두 개의 상자를 열어보았지만, 모두 조잡한 철 덩이만이 나왔다.

심지어, 다른 신들 역시 결과는 엇비슷했다.

[호오? 상자 자체가 아주 정교하게 제작되었군요.]

언문이 상자에서 나온 철광석을 오른손으로 들어보며 관찰하듯 말했다.

그런 그의 왼손에 펼쳐진 낡은 책 위에는 ‘행운’이라는 문자가 떠올라 있었다.

언문은 티케를 따라 문자의 언령으로 자신의 행운을 높이는 꼼수를 부려 본 것이었다.

하지만, 나온 것은 그저 평범한 철광석.

티케처럼 아티팩트를 뽑는 것은 실패했다.

[확실히, 꼼수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긴, 대신급 성좌가 직접 제작한 물건이니…….]

아테나를 포함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랜덤 박스를 뽑아 본 몇몇 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랜덤 박스는 대신급 성좌, 기계 장치의 여신이 직접 설계한 물건.

아무리 같은 신이라 해도, 그녀의 장치 앞에서 꼼수를 부리긴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행운’의 권능을 가진 티케였기에, 그 정도 성과를 보인 것이었다.

[자, 이제 네 차례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처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려 ‘행운’의 권능을 지닌 티케조차도 레어 등급 아티팩트를 뽑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극악한 확률을 뚫고 과연 열 개중 유니크 등급의 물건을 세 개를 뽑을 수 있을 것인가?

랜덤 박스의 제작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볼 때, 절대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흐흐흐…….”

처용은 열 개의 랜덤 박스를 바라보며 꿍꿍이 가득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이 상자에서 나오는 것들, 다 제 것 맞지요?”

처용이 확인차 다시 한번 묻자.

[오냐, 네가 얻을 수 있다면, 어디 가져가 보거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여유로운 듯 팔짱을 끼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처용에게로 쏠렸다.

과연 처용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장치 속에서 고등급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방법이 있다면, 무슨 수를 쓸 것인가?

그런 기대와 궁금증이 가득한 시선들이었다.

하지만 처용은 손에 든 상자를 열지 않고.

-저벅.

누군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이내, 발걸음을 멈춘 처용은.

“상자를 열어주십시오. 행운의 여신님.”

앞에 있는 보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내밀었다.

[하아.]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던 보살이 마치 예상했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과 같은 요행이 똑같이 일어난다는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보살이 우려를 담은 목소리로 처용에게 말하자.

“괜찮습니다.”

처용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번의 결과가 요행에 불과했고 이번에 보살이 실패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랜덤 박스에서 뽑은 것은 어차피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처용은 랜덤 박스를 보살에게 건네는 순간, 무언가 좋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오늘 복권을 사면 당첨될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네가 여는 게 아니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처용에게 의문을 표하듯 묻자.

“랜덤 박스에서 레전더리 아티팩트를 뽑은 건 제가 아닙니다. 행운의 여신님이지.”

[……행운의 여신?]

처용의 비유적인 말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했다.

“자, 열어 주시죠.”

처용이 보살을 향해 부탁하듯, 다시 말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난번과 같은 요행은 바라지 마십-.]

-딸깍.

보살이 다시금, 전과 같은 행운을 바라지 말라는 말을 하며 상자를 열었다.

물론, 말과는 다르게 좋은 것이 나오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그래야 계승자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 바람이 통했는지.

-푸화아아아!

보살이 연 상자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흠?]

[이전과는 확 다른데?]

환하게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에 아테나를 포함한 신들이 의문을 표했고.

[하하.]

[이것 참…….]

이와 같은 현상을 한 번 보았던 미륵과 여래는 작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럴 리가 없어.]

랜덤 박스의 주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황금빛을 보며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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