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화
새하얀 섬광이 시야를 모두 가리자, 처용의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시야가 한 번 어둡게 닫히고 처용이 눈을 뜬 순간.
“저희를 해방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용의 눈앞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백색으로 가득한 여인이 나타나 감사를 전했다.
온통 백색으로 가득한 공간 속에 서 있는 백색의 여인.
마치, 카란디아가 성인으로 자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카란디아와 얼굴이 닮아 있는 사람이었다.
“……프리실라?”
그런 백색의 여인을 본 처용이, 기억났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읊자.
“제 이름을 기억해 주셨군요.”
백색의 여성, 카란디아의 어머니이자 룬테라 왕국의 왕.
“자연을 섬기는 무녀이자 이 성역의 관리자, 프리실라라고 합니다.”
자연의 무녀, 프리실라가 자신을 소개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곳이 룬테라의 성역인가?”
처용이 프리실라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온통 백색만이 가득한 세상.
아니…… 모든 것이 사라져 백색만 남은 듯 보이는 세상이었다.
이곳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처용은 지금 이 공간을 보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프리실라가 처용의 물음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원래는 이렇게 허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만…….”
처용의 의문 어린 생각을 알고 있었다는 듯, 프리실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본래, 룬테라의 성역은 새하얀 땅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들이 자리한 정원이었다.
그러나.
“에스라 성운의 주신이 강제로 생명력을 갈취해 가는 바람에…….”
아스터가 이 성지에 가득한 생명력을 강제로 뽑아다 쓴 결과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터만 남은 것이군?”
처용이 이해했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카란디아가 이 성역을 바치기로 했을 텐데…….”
프리실라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카란디아는 처용이 자신을 도와주는 대가로 룬테라 왕국의 성역을 대가로 걸었다.
처용은 카란디아를 돕기 위해 에스라 성운 전체와 맞서 싸웠다.
하지만 성역에 가득했던 생명력은 아스터에 의해 이미 모두 소진된 상황.
이젠 텅 비어 버린, 새하얀 공허함만이 자리를 채우는 공간뿐이었다.
처용이 받은 대가는 고작 비어 버린 성역.
프리실라는 처용이 이런 결과를 달가워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딱히 상관없다.”
처용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새로운 성역이 신기하긴 하지만, 우리의 성역보단 당연히 못 할 테니까.”
“……그렇군요. 이미 가진 성역이 계신다고 하셨죠.”
자부심이 가득한 처용의 대답에 프리실라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초의 조각에서 해방된 프리실라.
그녀 역시 호단과 에린처럼, 카란디아가 겪은 기억을 이어받았다.
때문에, 처용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략 알고 있었다.
“오히려 텅 비어 있기에 새롭게 활용할 수 있겠지.”
처용은 오히려 비어 있는 성역이 마음에 든다는 듯한 분위기로 말했다.
당장 이 성역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역 자체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성가신 부분은 일절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입니다.”
그런 처용의 반응에 프리실라가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에스라께서도 당신이 이 성역을 물려받는 것을 허락하실 겁니다.”
“에스라라…….”
이어지는 프리실라의 말에 처용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읊조리고는.
“룬티르 일족을 창조한 신의 이름이 에스라인가?”
프리실라를 향해 물었다.
“네.”
처용의 물음에 프리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말에 처용이 다시 짧게 생각에 잠기고는.
“혹시, 에스라는…… 태초신의 이름 중 하나인가?”
프리실라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맞을 겁니다.”
태초신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한 프리실라가 처용의 말에 답했다.
“룬티르는 이 우주를 창조하신 가장 위대한 신께서 직접 손수 빚어 만들었다 전해집니다.”
프리실라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가장 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가진 이를 본떠 창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처용에게 하는 말들은 다름 아닌 룬티르 일족의 탄생 비화였다.
“자연의 일족이 이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리라. 이것이 위대하신 에스라의 말씀이었습니다.”
“가장 순수한 자연의 인간…….”
프리실라의 말에 처용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읊조렸다.
그리고.
“……선천적 선인?”
그녀가 말했던 순수한 자연의 인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챘다.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추가로 알아챌 수 있었다.
자연의 일족, 룬티르는 태초신이 ‘가장 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가진 인간’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태초신이 룬티르 일족의 원본으로 삼은, 가장 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가진 인간은 누구인가?
“하…… 룬티르는 태초신이 보살님을 본떠 만든 일족이었던 건가?”
바로 최초의 선천적 선인이었던 존재, 자비의 대신이었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왜 카란디아에게서 어린 신수의 느낌이 들었었는지.
어째서 신수의 격이 반응했는지.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카란디아를 보며 떠오르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에블린.
보살과 같은 선천적 선인이자, 태초의 조각을 품었던 숙주.
에블린 역시 카란디아처럼 신수의 격이 반응했었으니까.
최초의 선천적 선인, 보살을 본떠 창조된 일족의 일원 카란디아.
두 번째로 나타난 선천적 선인인 에블린.
처용이 신수의 격을 통해, 둘에게서 받은 느낌이 서로 비슷했다.
“보살님이요?”
카란디아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마치, 자신들의 일족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모습.
아니, 방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알아챈 듯한 분위기였으니까.
“자비의 대신님이다.”
프리실라의 물음에 처용이 방금 알아낸 사실이 무엇인지 흔쾌히 말해주었다.
처용이 따르는 대신급 성좌는 총 셋.
태초신과 함께 드래곤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 가장 오래된 선천적 신격인 관철의 대신.
신법재판소의 주인이자, 처용보다 먼저 대신격에 닿은 인간인 신법의 대신.
앞선 두 존재는 프리실라가 카란디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봤었던 신격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신법의 대신보다 먼저 대신격에 오른 최초의 인간.
“자비의 대신님은 나에게 있어 사조(師祖) 되시는 분이시다.”
처용이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자.
“역시…… 평범하신 분이 아니셨군요.”
프리실라가 놀라움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신법재판소 내부에서 카란디아를 보호하던 처용.
그런 그를 돕기 위해 나섰던 신격들.
그들은 에스라 성운의 신격들에 비해 수적 열세를 가졌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에스라 성운의 신격들과 천사들을 밀어붙였다.
처용과 함께하는 신격들은 하나하나가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런 이들에 이어, 이젠 룬티르 일족 탄생에 관련된 대신급 성좌까지.
“다행입니다. 자격이 있는 자가 저희에게 나타나 주어서.”
놀라움을 표한 프리실라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룬티르와 이 성역의 주인은 그대입니다.”
프리실라가 처용을 향해 두 손을 내밀며 말하자.
-스르륵. 우웅.
여러 빛깔로 빛나는 빛무리가 처용에게 모여들었다.
처용이 주변에서 모여드는 기운을 바라볼 때.
-우웅. 화아아!
바로 옆에서 태룡전의 열쇠가 나타났다.
주변에 모여든 빛무리가 처용과 태룡전의 열쇠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그러자.
[태룡전의 열쇠가 룬티르의 성역을 인수합니다.]
[열쇠가 가진 기능의 일부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화아아!
태룡전의 열쇠가 밝은 빛을 내뿜음과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이제 이 성역과 룬티르는 그대의 것입니다. 주인님.”
성역의 관리자, 프리실라가 처용에게 고개를 숙이자.
“그렇게 부르지 마라.”
처용이 껄끄러움을 느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용님.”
프리실라는 카란디아의 기억 속 그녀가 처용을 부르는 말을 떠올리며 답하고는.
-스르륵.
팔을 크게 휘저어 보였다.
-파아아……!
그러자 주변의 새하얗던 환경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신법재판소?”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읊조렸다.
새하얀 공간, 룬티르의 성역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벗어나자 나타난 것은 신법재판소 내부였다.
아스터로 인해 백색으로 얼룩이 일렁이던 부분은 완전히 사라진 듯 보였다.
처용이 나타나자.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래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직 돌아가지 않으셨군요.”
처용이 여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단, 여래만이 아닌, 방금의 전투를 함께 했었던 신격들 모두가 아직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처용이 여래를 보며 말할 때.
“어머니!”
-탓. 탓. 탁!
여래의 옆에 있던 새하얗고 작은 소녀.
카란디아가 처용 쪽으로 달려와 뒤에 있던 프리실라에게 안겨 들었다.
“으흐흑……!”
“……고생 많았다. 카란디아.”
그녀의 어머니, 프리실라가 울먹거리며 안겨 든 카란디아를 따듯하게 안아 주었다.
헤어졌던 두 모녀가 다시 만났을 때.
[신기한 아이더구나.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여래가 조금 전, 카란디아와 잠깐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처용에게 다가와 말했다.
“……방금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스승님.”
처용은 그런 여래의 말에 프리실라에게서 듣고 알아낸 사실들을 이야기했다.
룬티르 일족은 태초신이 손수 만들어낸 일족이라는 것.
그리고 그 창조의 모델이 된 것이 바로 자비의 대신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그랬던 것인가?]
처용의 말에 여래가 이해가 되었다는 듯한 분위기로 말했고.
[참나…… 그랬단 말이지?]
마찬가지로 처용의 이야기를 들은 미륵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미륵님은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태초신을 생각하는 듯한 미륵의 반응을 본 처용이 질문했다.
[나야, 태초신을 돕긴 했어도,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을 했는지까지는 다 알지 못하느니라.]
미륵이 생각을 잇는 듯, 팔짱을 끼고 눈을 감으며 처용의 말에 답했다.
그리고 인상을 작게 찌푸리더니.
[그 멍청이들은 태초신이 손수 창조한 존재들을 제물로 쓰려 한 것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에스라 성운…….”
처용은 미륵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리고는 읊조리듯 말했다.
아스터가 주신으로 자리한 성운인 에스라 성운.
에스라는 태초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하…… 에스라 성운의 본래 역할이란 것이…….”
처용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작은 실소를 지으며 작게 읊조리자.
[그래, 놈들의 본래 역할은 태초신이 만든 이 세계를 관리해야 할 관리자들이다.]
미륵이 처용이 방금 깨달은 것이 사실이라는 듯, 에스라 성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번 일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에스라 성운은 태초신에게서 에스라 대륙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받은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태초신이 창조한 이들을 제물로 삼고 이 세계를 악의 종주에게 팔아넘기려 했다.
“이 정신 나간, 미친 매국노 새끼들이.”
생각을 정리한 처용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아스터, 에스라 성운 전체는 태초신에게 부여받은 의무를 저버렸다.
관리는커녕, 이 세계를 의도적으로 망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악의 종주에게 이 세계를 고스란히 갖다 바치기 위해서.
“이 머저리들이 저지르는 짓거리에 이젠 한숨만 나오는군요.”
[머저리들이니 머저리 짓거리를 하는 것이겠지, 이젠 더 놀랍지도 않구나.]
처용의 말에 미륵이 공감한다는 듯, 마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스라 성운만이 매국노 짓거리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운을 배신한 배신자들 역시, 에스라 성운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대표적으로는 지구를 배신한 성운, 천교를 예로 들 수 있었다.
처용과 미륵이 좋지 않은 이야기 주제로 인해 작게 인상을 쓸 때.
[그보다도 좋은 소식이 있구나.]
여래가 처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명(神名)을 얻었습니다.”
처용은 여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아스터가 소유한 태초의 조각을 부숴 버렸을 때.
[우주의 천칭(天秤)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시스템 창이 나타남과 동시에 거대한 존재감을 느꼈다.
아니, 존재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동시에.
[계승자 한처용에게 신명(神名)이 부여됩니다.]
시스템 창이 이어졌고 자신에게 신명이 주어졌다.
[멸천(滅天)]
[당신이 신명은 ‘하늘을 멸하는 자’입니다.]
하늘을 멸하는 자.
처용이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신명이자 역할이었다.
아니, 주어졌다기보다는 처용 스스로가 자각(自覺)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었다.
시스템이 준 것이 아닌, 처용 스스로가 깨우친 것이 맞았으니까.
“우선, 할 일을 계속하면서 차근차근 알아볼 생각입니다.”
처용이 오른손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우웅.
옅은 신력이 처용의 손아귀에서 흘러나와 뭉쳤다.
붉은빛이 일렁이는 황금빛의 신력.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처용은 그 속에 일렁이는 새로운 권능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처용의 신력이 자각(自覺)한 새로운 권능이었다.
스스로 깨우친 처용 자신만의 권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명을 얻었을 때 깨달은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신명을 얻는 방법이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고 생각이 전부 정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유의미한 수확이었다.
처용이 신력을 조금 내뿜어 보며 권능과 신명에 대해 생각할 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용님.”
프리실라에게 안겨들었던 카란디아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젠, 룬테라 왕국을 정화할 수 있겠어요.”
자신의 의무를 잊지 않았다는 듯, 카란디아가 말을 잇자.
“……아니. 정화는 잠시 중단한다.”
처용이 카란디아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정화의 중단을 이야기하는 처용의 말에 카란디아가 당황을 표했다.
이젠 방해하는 에스라 성운도 사라진 상황.
이대로 정화를 마무리하면, 저주받은 룬테라 왕국을 한번에 정화할 수 있었으니까.
카란디아가 의문과 당황을 표하자.
“정화는 네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에 진행한다.”
처용이 검게 물든 카란디아의 왼팔을 응시하며 말했다.
카란디의 왼팔은 정화의 부작용이 드러나 있었다.
팔꿈치 아래까지는 완전히 검게 물들어 있었고 붉은 실핏줄이 어깨를 타고 얼굴까지 이어져 있었다.
왼팔 손목에는 검은 넝쿨이 자라나 팔을 타고 자라나 어깨까지 올라왔다.
이 상태로 정화를 마저 진행하면, 그녀에게 있어서 분명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처용은 지금 마검 카란디아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린 상태였다.
이젠 마검의 탄생보다는 카란디아의 안위가 더 우선순위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치료할 수가…….”
카란디아가 오른손으로 왼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녀에게 퍼진 검은 반점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저주받은 이들을 포용하며, 그들이 가진 저주를 같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대가라고 할 수 있었다.
카란디아가 힘없는 목소리로 읊조리자.
“너보다도 더 좋지 않은 병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카란디아는 그녀가 가진 빛의 기운과 빨아들인 저주의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처용은 그런 그녀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강렬한 빛의 신성력과 판테라움의 짙은 어둠이 육체에 공존했던 사람.
지금은 빛과 어둠의 힘을 동시에 다루고 육체의 병을 완벽하게 이겨낸 사람.
바로, 교단의 성녀였다.
“내가 전에 우리의 성지를 보여주겠다 말했었지?”
“네.”
카란디아가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가자,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자부하는 성지를 보여줄 테니까.”
처용이 카란디아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고는.
-우웅.
태룡전의 열쇠로 황금빛 게이트를 열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