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37화 (437/726)

#437화

가슴이 뻥 뚫린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분위기로 웃고 있는 연아.

“왜? 불사신 처음 봐?”

평온한 목소리가 연아에게서 흘러나오자 사뭇 기괴한 분위기가 흘렀다.

“……섣불리 공격하지 마라.”

“정체가…… 능력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다.”

암살자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작전에 자원한 아스터 교단의 순교자들이 신중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더 이상 눈앞의 연약한 여자가, 단순한 암살 목표로 보이지 않았다.

심장 약탈자에게 심장을 빼앗기고 가슴이 뻥 뚫렸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상대가 결코 아니었다.

-탓. 타탓.

암살자들이 뒤로 조금 더 물러나고 진형을 짜듯 서로 간격을 벌렸다.

그때.

“그거, 얌전히 돌려주지 않을래?”

연아가, 심장 약탈자라 불리는 암살자, 멜리제를 향해 오른손을 뻗으며 말했다.

마치, 무언가를 달라는 듯한 제스처.

연아의 시선과 그녀의 손끝이 가리키는 대상은 다름 아닌.

-툭. 툭.

멜리제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작게 박동하고 있는 푸른색의 심장이었다.

“……하.”

연아가 보이는 기괴한 분위기에 잠시 압도되었던 멜리제가 긴장감을 몰아내듯 짧고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건 이미 내 건데? 빼앗기기 전에 간수를 잘했어야지. 꼬마야.”

표정을 바로잡고는 기세를 끌어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연아는 그런 멜리제의 태도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흐음? 아줌마, 등가교환의 법칙이라고 알아?”

입꼬리를 씨익 들어 올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걸 가져가려 했으면, 아줌마도 뭘 줘야겠지?”

“하? 네년한테 줄 건 아무것도 없-!”

연아의 말에 멜리제가 비웃음으로 대답한 순간.

-슈르륵.

멜리제의 손아귀에 잡혀 있던 푸른색의 심장이 물줄기로 변하며 빠져나갔다.

동시에.

-슈르륵! 쩌저적!

물줄기가 허공에 다시 뭉쳐졌고 날카로운 이빨을 쩍 벌린 1미터 크기의 아귀로 변했다.

날카로움을 빛나는 아귀의 이빨과 이빨 사이에는 푸른 심장을 쥐고 있던 멜리제의 팔이 있었다.

“뭣-!?”

아귀를 눈으로 확인한 멜리제가 차마 무언가 행동을 하기도 전에.

-콰직!

덫처럼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아귀의 입이 순식간에 콱! 닫혔다.

그 결과.

-콰자작! 피슈우-!

아귀에게 물린 멜리제의 오른팔이 통째로 뜯겨 나가며 피를 흩뿌렸다.

“크윽!?”

순식간에 팔을 잃은 멜리제가 왼손으로 절단면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났다.

-스릉! 샤가각!

바로 근처에 있던 암살자들이 아귀를 향해 단도와 검을 내리그으며 공격했다.

-촤아! 촤아아!

날카로운 칼날에 공격당한 아귀가 여러 조각으로 썰려 나갔지만.

-쏴아아!

조각난 아귀가 물줄기로 변하더니, 연아에게로 되돌아갔다.

정확히는.

-슈르륵. 슈륵.

뻥 뚫려 있던 연아의 왼쪽 가슴 부분에 달라붙으며 빈자리를 채웠다.

마치 상처가 없어지는 듯.

-스르륵.

연아의 뚫려 있던 왼쪽 가슴의 구멍이 메꾸어져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탁.

그런 연아의 오른손에 뜯겨져 나간 멜리제의 오른팔이 쥐어졌다.

“감히……!”

그 모습을 본 멜리제가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읊조리자.

“어머나? 그러게 빼앗기기 전에 간수를 잘했어야지. 아줌마.”

연아가 싸늘한 비웃음을 머금으며 손에 든 팔을 흔들어 보였다.

조금 전, 멜리제가 비웃음을 담아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었다.

연아는 멜리제를 향해 비웃음을 던짐과 동시에.

‘아나샤, 스스로를 지킬 순 있지?’

뒤에 있는 아나샤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조금 전 일어났던 일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나샤.

“…….”

그런 그녀가 연아의 전음을 듣고 표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아나샤는 연아의 전음에 대답할 순 없었지만.

-쩌저저적!

더 견고하고 두꺼운 강철을 골렘 위에 덧씌우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절벽 쪽에 등을 밀착시키며 방패와 랜스를 들어 올렸다.

연아가 정면을 막아 주고 있다 해도, 암살자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때.

“오러 블레이드로 상대해라! 섣불리 접근하지 마라!”

암살자들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명령하듯 말하자.

-우웅! 우우웅!

단도에 오러를 크게 피워올린 암살자들이 날카롭게 벼려진 오러를 검기처럼 쏘아 보냈다.

-촤아! 촤자작!

연약한 물체가 베어지는 듯, 절삭음이 울렸다.

연아의 목과 팔이 베어지고 가슴 부분이 사선으로 베어지며 육체가 조각났다.

그러나.

-스륵. 스르륵.

베어진 육체가 허공에 살짝 떠오르더니 다시 서로 이어 붙었다.

“학습 능력이 없는 건가? 내가 불사신이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줬는데?”

정말로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듯, 연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계속 공격해라! 저 사특한 능력을 무한하게 유지할 순 없을 거다!”

-우웅! 우우웅!

암살자들이 그런 연아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 오러를 쏘아 보냈다.

동시에.

“참회하라!”

“불태워라!”

-화르륵! 화륵!

암살자들 사이에 섞여 있던 사제들이 연아를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온갖 공격이 연아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을 때.

“……하이 라이트 리커버리.”

오른팔이 뜯겨 나간 멜리제가 작게 읊조리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우웅. 스르르.

그녀의 왼손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모이며 뜯겨 나간 오른팔의 절단면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쩌적. 스르르륵.

절단면에서 뼈와 근육, 살점이 자라나며, 없어진 팔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하이 라이트 리커버리.

신성한 빛을 모아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시키고 절단된 신체 부위까지 자라나게 만드는 회복 마법.

아스터 교단의 고위 제들이 사용하는 신성 마법 중 하나였다.

고위 사제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마법을 암살자인 멜리제가 사용한 상황.

‘파면당한 고위 사제의 심장을 구해놓길 잘했군.’

그 이유는 이전, 아스터 교단에서 파면당한 고위 사제의 심장을 미리 구했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팔을 온전하게 복구시킨 멜리제는.

“파이어 버스트.”

암살자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연아를 향해 양손을 뻗으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화륵. 화르륵!

암살자인 그녀의 손아귀에서 새빨갛게 타오르는 화염이 나타났다.

아스터 교단에게서 선불로 받은 6서클 마법사의 심장들.

그중 하나는 화염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했던 마법사였다.

“잿더미로 만들어 주마!”

-화륵! 쿠화아!

멜리제가 손아귀에 구현된 6서클 화염 마법을 연아에게 쏘아 보내자.

-쿠구! 쿠콰콰!

연아에게 쇄도한 화염 줄기가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나갔다.

얼핏 봐서는 연아가 당한 듯 보였지만.

-우우웅.

멜리제는 마나를 끌어 올리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 했다.

그녀는 암살자답게 근접 공격이 특기였지만, 연아에게 접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까이 근접했다가 호된 꼴을 당했었으니까.

게다가 날카로운 칼날에 아무리 썰리고 썰려도, 피해가 없는 듯 보였다.

물리적인 공격에는 거의 면역인 것 같았다.

해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마법.

다행히 아스터 교단, 정확히는 참회의 신관 베드라로부터 이번 의뢰를 받을 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가 반드시 성공하라며 선금으로 6서클 마법사의 심장 여러 개를 내주었다.

그때 선금으로 받은 6서클 마법사들의 심장 덕분에.

-우웅. 우우웅.

멜리제는 지금, 일시적으로 6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멜리제는 6서클의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제길! 마신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이들이라고 했으면서……!”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거친 침음을 흘렸다.

가장 위험한 마신은 에스라 성운의 신들이 죽일 것이다.

그와 함께 온 이들은 마신에 비해 한참이나 약한 이들이다.

심장 약탈자, 멜리제에게 아나샤 암살 의뢰를 한 베드라가 한 말이었다.

멜리제는 본래 베드라의 의뢰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마신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그가 그동안 무슨 짓들을 저질렀었는지.

멜리제는 뒷세계의 정보력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신은 우리의 신들께서 힘을 합쳐 죽여 버릴 것이다.

베드라는 그런 마신을 죽이기 위해, 에스라 성운의 신들이 힘을 합쳐 함정을 준비했다 말했다.

즉, 가장 위험한 마신에 대한 조치는 이미 끝내두었다는 것.

에스라 성운은 오랜 세월 이 세계를 지배해 온 거대 성운이었다.

멜리제는 아무리 마신이라 해도, 에스라 성운의 모든 신들을 이길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베드라의 의뢰를 받은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암살 목표인 이단국의 여왕.

아나샤의 심장에 대한 소유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마신과 함께 우리 세계를 침범한 이들은 마신보다 약하다.

마신과 함께 이 세계에 온 이들.

그들도 나름 강하긴 했지만, 마신과 비교하면 많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마신은 에스라 성운의 신들에게 발이 묶여 있었다.

즉, 마신은 이단국의 여왕을 당장 지키러 올 수 없었다.

게다가 곧 에스라 성운의 신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마신은 죽을 테니 보복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은 평소 소유하고 싶었던 로스톤 왕족의 심장을 얻을 수 있다.

선금으로 6서클 마법사들의 심장도 받았다.

게다가 기회가 되면, 마신과 함께 이 세계에 온 이들의 심장도 얻을 수 있었다.

멜리제는 이번 일에 손해가 없다고 판단했고 베드라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게 어딜 봐서 마신보다 한참이나 약한 거냐……!”

마신과 함께 이 세계로 넘어온 침략자.

어린 소녀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괴물.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능력을 지닌 불가사의한 존재.

마신보다 한참이나 약하다는 베드라의 정보는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되었다.

속았다는 듯한 느낌이 일렁이는 멜리제의 말이 울리자.

“……내가 마신보다 약한 건 맞아.”

-쏴아아!

연아가 주변에 물을 넓게 흩뿌리며 말했다.

그녀에게 쏟아지던 온갖 마법과 오러의 검기가 휘몰아치는 물줄기에 맞아 모두 흩어졌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마신보다 약한 게 사실이라 해도, 불사신인 날 죽일 방법은 있어?”

연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껏 마법과 오러의 검기 등, 온갖 공격을 퍼부었지만.

-스르륵. 스륵.

연아는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대로 계속 공격만 하다가는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순교하라. 저 괴물의 발을 묶어라.”

암살자들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결단을 내린 듯,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우선 목표인 이단국의 여왕을 죽인다.”

그 목소리가 끝난 순간.

-샥! 샤샥!

섣불리 접근하지 않던 암살자들이 일제히 연아에게 칼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자신의 목숨은 고려조차 하지도 않는 모습.

동시에.

-샤샤샥!

일부 암살자들이 연아를 지나쳐 아나샤에게 향했다.

“이런……!”

위협을 느낀 아나샤가 침음을 흘렸다.

이미 연아를 피해 자신을 노린 세 명의 암살자를 상대하고 있던 상황.

그들의 공격을 버티며 겨우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섯 명의 암살자가 추가로 아나샤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스릉! 쐐에에-!

다섯 개의 칼날이 아나샤를 향해 일제히 쇄도하는 순간.

“디펜드 팬텀.”

-파아아……!

연아가 본래 있던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는.

-쏴아아!

온몸에 물줄기를 휘감으며 아나샤의 앞에 나타났다.

-촤아! 촤아아!

그로 인해 아나샤에게 향하던 칼날들이 연아를 대신 베어냈다.

“제길!”

“이 이단자가!”

아나샤를 포위하며 공격하던 일곱 명의 암살자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지금 아나샤와 연아가 자리한 곳은, 국경 성벽의 끝자락.

즉, 드높은 절벽의 바로 앞, 절벽을 등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노리는 암살자들이 서로 간격을 조금 벌린 체 부채꼴 모양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암살자들이 여자 둘을 절벽 쪽으로 밀어 넣은 듯한 모습.

겉으로 봐서는 절벽을 등지고 암살자들에게 둘러싸인 두 여자가 위험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다르게.

“젠장 할……!”

“더 시간을 지체해서는 아니 된다.”

암살자들에게는 다급함이 엿보였고.

“불사신인 날 못 죽이면, 우리 여왕님도 죽일 수 없을 거야. 크크.”

절벽 쪽으로 몰린 연아는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때.

“……심장 약탈자, 우리가 발을 묶을 테니, 저 절벽을 무너뜨려라.”

암살자들의 리더가 멜리제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최우선 목표인 이단국의 여왕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고안한 것이었다.

죽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물도 괴물이지만, 이단국의 여왕도 나름 문제였다.

그녀는 지금 단단한 강철 골렘으로 변한 채, 절벽을 등지고 있었다.

작정하고 버틸 생각인지, 온전히 방어에만 집중하는 모습.

죽지 않는 괴물을 피해 여왕을 노린다 해도, 당장 그녀를 죽이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거대한 절벽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짝. 짝.

연아가 작게 읊조린 암살자 리더의 말을 들었다는 듯, 박수를 두 번 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데 그거 알아? 너희들이 뻘짓하는 동안, 나는 그저 놀기만 했을까?”

이내 미소를 싹 지우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순간.

-……쏴아아!

연아와 아나샤, 그 둘을 포위한 암살자들 주변으로 물줄기가 폭포처럼 솟구쳐 올랐다.

갑자기 벽처럼 솟아오른 물의 파도에 암살자들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동시에.

-쿠구구!

솟구친 파도가 앞으로 기울어지며 그 밑에 어두운 그림자를 그려내었다.

“빠, 빠져나가야……!”

“어떻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암살자들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지만.

“네놈들을 한꺼번에 잡기 위해 공들여 준비했는데, 아무도 못 나가지~.”

이미 연아가 암살자들을 한꺼번에 잡기 위해 준비한 덫은 완성된 상황.

절벽의 높이를 넘어설 정도로 드높게 솟구친 파도의 벽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결국.

-쿠콰콰콰!

높게 솟구친 파도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사람들을 덮쳤다.

-쿠콰콰! 꼬르르!

쏟아진 파도가 순식간에 사람들을 물속에 수장시켰고 이내 주변의 시야가 확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우리 애한테 신선한 간식을 줄 수 있겠는데?”

어둠 속에서 연아의 잔혹한 미소가 섞인 목소리가 울렸고.

-쿠구! 스르륵!

육중한 크기의 무언가가 어둠 속, 심해의 물살을 가르며 움직였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