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30화 (430/726)

#430화

에스라 성운의 주신, 빛과 지혜의 신 아스터.

배신자 아스터.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같은 편인 적은 없고 ‘아군인 척하던 적’이 맞는 표현이었다.

애초에 순혈자들은 악의 종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니까.

하지만 놈들이 벌이던 기만으로 인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비극이 일어났었다.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순혈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비웃음과 조롱을 일삼던 이들이었다.

-우우웅!

아스터를 노려보는 처용의 눈이 붉게 물들었고 싸늘한 살기가 섞인 강기와 신력이 흘러나왔다.

처용에게서 피어나오는 강렬한 적대감과 살의가 아스터에게 향하자.

[이 하찮은 하계종이 감히!]

[당장 주신께 조아리지 못할까!]

관중석에 자리한 천사들과 신들이 분노를 표했다.

인간은 신을 경배하고 받들어 모셔야 할 하찮은 존재들.

에스라 성운은 그런 인간들에게 당연하게 숭배를 받아온 이들이었다.

신에게 있어 인간이란, 소모품에 가까운 존재들.

성운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해야 하는 가축과 같은 이들이었다.

그런 가축이 다른 신도 아닌 성운의 주신에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상황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관중석의 신들이 분노를 토로하자.

“크크…….”

아스터에게 살기를 보이던 처용이 입꼬리를 작게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먼지 나게 처맞고 싶은 놈들이 있다면, 어디 덤벼 봐라.”

-까닥.

신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도발했다.

당연히.

[감히……!]

[죽여 버리겠다!]

신들이 경악과 격노를 드러냈고.

[……!]

-쿠구구!

특히나 처용에게 가장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여신.

하메라가 인상을 크게 일그러뜨리며 거친 신력을 내뿜었다.

모든 신들이 적대감과 살의를 비추는 이 와중에도.

“흐흐흐.”

처용은 아스터를 노려보며 옅은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스터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당장이라도 건방지게 구는 처용을 치워 버리고 싶었지만.

[……어차피 네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움을 드러냈다.

“내 앞에서 여유 부리다가 골로 간 새끼들이 한둘이 아닌데?”

처용이 다시 한번 도발하듯 말하며 손가락으로 관중석에 자리한 몇몇을 가리켰다.

그들은 모두 처용 앞에 나타났다가 험한 꼴을 당했던 천사들이었다.

처용에게 지목당한 천사들이 이를 갈며 소리 없는 분노를 표했다.

하지만.

[그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제 끝이니라.]

아스터는 처용의 도발에 인상을 찌푸려 보이기만 할 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것이 다시 내 손에 되돌아왔으니.]

“…….”

처용이 아스터의 마지막 말에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주변을 살폈다.

사실, 아까부터 시선만은 아스터에게 고정한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진 카란디아 때문이었다.

조금 전, 어둠이 깨진 여파로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시야를 가렸었다.

그 찰나의 순간, 카란디아가 사라졌다.

신법재판소가 눈앞에 나타났을 당시만 해도 뒤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신법재판소 중앙에서 결계가 퍼지고 뒤로 조금 물러난 순간, 그녀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계획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도다.]

무언가를 쥐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아스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카란디아의 신변이 아스터의 손아귀에 넘어간 듯 보였다.

주변 상황을 잠시 살핀 처용은.

“이 새끼가 무슨 짓거리를 했나 했더니…….”

다시 아스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어떻게 신법재판소를 ‘모방’한 거냐? 아스터.”

처용의 입에서 ‘모방’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

[네놈……!]

아스터와 하메라, 로메라가 경악 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네놈이 무슨 수로…… 내 권능을!]

잠시 경악을 드러낸 아스터가 이내 표정을 다잡으며 읊조렸다.

“신기한가? 내가 네놈의 권능을 알고 있는 것이.”

아스터의 반응을 본 처용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빛과 지혜를 관장하는 대신, 아스터.

그의 권능은 다름 아닌 불완전한 창조, 간단하게 말하자면 ‘모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능력 중 하나는 특정 조건을 갖추면 다른 신이 보유한 권능의 일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위호환의 개념이지만, 무려 태초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신법재판소까지 모방해 보였다.

매우 유용하고 강력한 권능이면서 악의적으로 활용하기가 아주 좋은 권능이었다.

하지만.

“불완전한 창조…… 남의 것을 모방할 줄밖에 모르는 미흡한 권능이라?”

처용은 싸늘한 눈빛과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스터의 권능을 거침없이 깎아내렸다.

도발하는 듯, 비웃음이 섞인 처용의 말이 울리자.

[……!]

아스터가 미간에 힘줄을 세우며 분노를 드러냈다.

다른 신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렇군.]

아스터가 곧 냉정함을 되찾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릇의 숙주가 네놈에게 알려준 것이었군.]

어째서 처용이 자신의 권능을 알고 있는지, 그 이유를 파악했다.

얼마 전, 판데모니움의 삼천마까지 참여했었던 순혈 의회.

그 이후 옥황상제가 어째서 판데모니움이 아스터를 도울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가 예언의 능력을 깨우쳤다. 그년 때문에 꼬인 일이 많다.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를 각성시키고 온전히 확보한다.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가 예언의 능력을 깨우치고 통제를 벗어났다는 것.

그로 인해 판데모니움과 천교에서 세웠던 완벽한 계획들이 모두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그 숙주로 인해 통제가 불가능한 여러 변수까지 만들어졌다.

그 변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변수.

당장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어도 없앨 수 없는 존재.

혈선의 신관이자, 역천군주라 불리는 이단자 하계종.

처용이라는 변수가 탄생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건방진 하계종이 나타난 이유가…… 그릇의 숙주 때문이었다니!’

아스터가 옥황상제와 바알의 말을 다시금 떠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감히 신의 의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하계종.

우주의 질서에 있어서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

이런 이단자가 나타나도록 만든 이가 바로 그릇의 숙주였다.

그 그릇의 숙주가 만들어 낸 변수가 이젠 지구를 넘어 자신의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

‘제길……!’

아스터가 자신을 돕지 않는 판데모니움과 옥황상제를 향해 더 독촉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릇의 숙주를 서둘러 잡지 않으면, 더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몰랐으니까.

결국, 도움을 바랄 순 없고 자력으로 작금의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그릇의 숙주와 은밀하게 내통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스터가 그릇의 숙주인 마녀, 엘리스를 언급하자.

“……혹시나 했는데, 진짜였을 줄은 몰랐네?”

처용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치, 떠본 말에 아스터가 걸려들었다는 듯한 분위기.

[……이!]

하찮은 하계종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아스터의 표정이 다시금 일그러졌다.

처용은 그런 아스터를 보며 즐겁다는 듯, 옅은 웃음을 흘리고는.

‘엘리스가 아주 잘해 주고 있나 보군.’

속으로 생각하며 굳이 더 엘리스에 대한 말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정도 말한 것만으로도 아스터와 그의 휘하에 있는 신들은 알아서 오해를 해 줄 테니까.

-한처용, 당분간 대악마의 시선을 끌어주마. 대신.

-에스라 대륙을 지배하는 빌어먹을 새끼들을 모조리 짓밟아 버려.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마주쳤었던 엘리스가 했었던 말.

레나에게 깃든 엘리스의 진짜 정체는 악몽 속에서 탄생한 미래의 마녀였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예언자’가 되어 적들 앞에 자기 자신을 드러냈다.

엘리스의 속임수에 넘어간 바알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

처용조차도 회귀 전, 몇 번 보지 못했던 바알의 흥분과 집착 어린 모습을 봤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아스터의 반응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첫 번째는 판데모니움과 협력하는 세력 모두가 엘리스의 존재에 대해 파악했다는 것.

두 번째는 그녀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아주 잘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증거로.

[그릇의 숙주가…… 내 세계에 왔었던 것인가!]

아스터의 적대 어린 관심이 처용에게서 엘리스에게로 일부 흘러갔다.

자신의 세계를 망치는 주범은 처용이었다.

하지만 그 주범을 만들어내고 이곳으로 유도한 존재는 그릇의 숙주였다.

이 모든 상황은 그릇의 숙주가 만들어 낸 상황이다.

아스터는 지금,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처용의 도발에 이어, 그릇의 숙주까지 언급되었음에도.

[크으음……!]

아스터는 들끓는 속을 가라앉히며 다시금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그 빌어먹을 하계종이 쓸데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했지만…… 네놈 덕분에 이 일을 끝낼 수 있겠구나.]

-탁. 우우웅!

아스터가 옥좌 팔걸이를 한 번 두들기고는 빛을 내뿜으며 말하자.

-샤악.

신법재판소 제단 중앙에 사라졌던 카란디아가 허공에 살짝 떠오른 채 나타났다.

동시에.

-우웅. 우우웅.

제단 위를 부유하고 있던 물건들이 고도를 낮추며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허공에 조금 떠 있던 카란디아 역시 아래로 내려오며 발이 땅에 닿았다.

-탁.

“……여긴?”

카란디아가 정신이 든 듯, 감았던 눈을 뜨며 말한 순간.

[의식을 시작하겠다!]

-화아아!

아스터가 푸른 빛이 섞인 빛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그에 반응하듯.

-우우웅.

-우웅.

관중석에 자리한 다른 신들 역시 중앙 제단을 향해 신력을 흘려보냈다.

무언가 의식이 시작되려는 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자.

-파지직!

처용이 개입하려는 듯, 제단 중앙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나 처용을 밀어냈었던 원형의 결계에 의해 스파크가 튀겼고 더 앞으로 손이 나아가지 않았다.

[네놈은 이 의식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아스터가 신법재판소의 제지를 받는 처용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모방한 신법재판소의 능력을 이용해 만들어 낸 결계.

이 결계는 그저 방해하려는 처용을 막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그 하계종은 태초의 마수를 불러낼 수 있다.

처용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패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옥황상제를 통해 전해 들은 정보에 따르면, 처용은 태초의 마수를 소환할 수 있었다.

심지어 태초의 마수만이 아니라, 처용을 지지하는 성좌들이 강림한 적도 있었다.

아마테라스의 신전에 강림했었던 옥황상제를 막은 것이, 처용을 도우러 나타난 관철의 대신이었으니까.

아스터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처용을 지지하는 존재들이었다.

처용을 지지하는 존재들의 개입을 막고 처용 또한 방해할 수 없도록 억제한다.

그 틈에 의식을 성공시켜, 이 땅에 ‘문’을 만들어 낸다.

이 의식이 성공한다면, 이 세계에 펼쳐진 시스템의 장벽도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

게다가.

[네놈을 따르는 건방진 하계종들 모두! 나를 위한 제물이 될 것이다!]

처용이 제물의 핵심을 데리고 이곳에 오는 동안, 또 다른 조치도 취한 상태였다.

바로 처용을 지지하는 이단자들.

그 이단자들이 벌레처럼 모여 사는 하계의 왕국.

눈엣가시 같은 그 더러운 땅을 청소할 조치 역시 끝내 두었다.

-그 빌어먹을 이단자의 발이 묶였을 때가 기회입니다.

참회의 신관이 직접 올렸던 보고.

신관들이 머리를 맞대 세운 작전에, 아스터 역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신의 제물이 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해라. 하계종.]

-파아!

비틀린 미소를 지은 아스터가 제단을 향해 두 손을 뻗으며 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우우웅!

아스터의 두 손에 모인 빛 속에서 한 손에 딱 잡힐 만한 크기의 무언가가 나타나 제단으로 향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새하얀 돌조각과 같은 형태의 무언가.

“……!”

그것을 본 처용의 눈이 조금씩 커졌다.

아스터의 손아귀에서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태초의 조각?”

바로 태초신이 소멸하면서 퍼진 파편, 태초의 조각이었다.

놀람을 드러낸 처용은.

“그 방대한 에너지가 어디서 흘러오나 싶었더니…… 저거였나?”

이내 곧, 침착함을 되찾았고 납득이 된다는 듯 작게 읊조렸다.

검은 대지 아래로 흐르던 뒤틀린 생명력.

그 거대하고도 무한한 에너지의 근원은 다름 아닌, 태초의 조각이었다.

-스르륵.

아스터의 손아귀에서 나타난 태초의 조각이 제단 중앙, 카란디아 앞에 도달하자.

“어, 어, 어머니……?”

카란디아가 자신의 앞에 다가온 새하얀 돌조각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읊조렸다.

태초의 조각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중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카란디아의 어머니이자, 룬테라의 왕인 프리실라의 기운이었다.

[감히 내게 거스른 대가를 치러 마땅하나, 내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아스터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태초의 조각을 바라보는 카란디아를 향해 명령하듯 말을 이었다.

[태초의 조각을 포용해라, 그렇다면 네 어미는 구원받을 것이다.]

작금의 의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

현재 태초의 조각 안에는 강력한 생명력이 응축되어 있었다.

지상의 병사들이 바친 수많은 생명력이 태초의 조각 안에 깃들어 있었으니까.

이 계획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는 하계종의 어미 역시 태초의 조각 안에 흡수시켰다.

에너지는 충분히 쌓인 상황.

이제 이 태초의 조각을 카란디아가 포용하게 되면.

이 땅 일대에 퍼진 모든 생명력이 그녀에게로 몰려들어 흡수된다.

뿐만 아니라, 카란디아 주변을 부유하는 다양한 재료들 역시 흡수될 것이다.

그것들 모두 하나하나가 강력한 생명력을 품은 재료들.

준비된 재료들이 핵심 제물인 카란디아에게 모두 모여들고 한 지점에 모인 에너지가 폭발한다면?

그 방대한 에너지 폭발이 판데모니움과 신계를 연결시키는 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게다가 뒤틀린 생명력이 한 지점에 모여 만들어진 무구가 탄생할 것이다.

바로 이 세계에 펼쳐진 시스템의 장벽을 찢어낼 수 있는 무구였다.

[네 손으로 네놈 어미를 구원할 기회를 주겠다.]

-우드드!

아스터가 카란디아를 향해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왼손을 강하게 움켜쥐자.

-꺄아아아!

태초의 조각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 비명을 들은 카란디아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태초의 조각 속에서 울려 퍼진 비명.

그 비명은 카란디아의 어머니인 프리실라의 목소리였다.

어머니의 비명에.

-스르륵.

카란디아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렸다.

[하계종이면 하계종답게 우리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아스터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 순간.

“멈춰라. 카란디아.”

-쿠구!

강기와 신력이 실린 굳은 목소리가 신법재판소를 울리며 무겁게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태초의 조각을 향해 뻗어 나가던 카란디아의 손이 멈추었다.

[이 건방진 하계종이……!]

아스터가 그 목소리를 낸 이를 노려보며 읊조렸다.

그러자.

-스르르륵.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붉은 신력이 넘실거리는 처용의 모습이 비쳤다.

조금 전과는 무언가 달라진 듯한 처용의 분위기.

그런 처용에게서 섬뜩한 느낌이 전해지는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콰아아!

그 불길하고도 섬뜩한 기운이 신법재판소 내부를 채우며 넓게 퍼져 나가자.

[……!]

[……무슨.]

관중석에 자리한 천사들과 신들이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아스터 역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인상을 쓰며 처용을 노려보았다.

신들의 시선에 카란디아에게서 처용에게 몰린 순간.

-지이잉!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린 처용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동시에 분노한 듯, 입가와 미간이 일그러진 처용의 표정이 드러났다.

그리고.

“저 개새끼들 말 듣지 말고.”

분노한 듯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당장 그 손 내려라. 카란디아.”

엄동설한처럼 차갑고 싸늘한 처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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