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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26화 (426/726)

#426화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검은 비.

그로 인해 더 거칠게 흐르는 듯 보이는 강.

그 위에 세워진 거대한 바위 다리.

그리고 그 다리 끝에 있는, 관문 앞에 선 거대한 덩치의 누군가.

-쾅! 쿠구구.

그가 오른손에 쥐고 있던, 거대한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철퇴를 땅에 꽂고 몸을 세우며 자세를 일으켰다.

거의 4미터에 달할 법한 거대한 키.

갑옷을 갖춰 입었음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우락부락한 육체.

두 개의 뿔이 달린 둥근 투구 아래로 보이는 붉은 안광과 짙은 털보 수염.

-쿵. 쿵.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킨 상당한 덩치의 남자가 무게감 있는 발걸음으로 다리 위에 섰다.

마치, 다리 위로 다가오는 적을 막는 수문장과 같은 모습.

-쏴아! 쏴아아아-!

점점 더 거칠게 쏟아지는 검은 비와 강물로 인해, 더 비장한 듯한 분위기가 흘렀다.

“호단 님…….”

카란디아가 다리 위에 선 이를 보며 읊조렸고.

“영감…….”

네이션 역시 그를 알아본 듯,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는 사람인가?”

처용이 다리 위에 선 상당한 덩치를 응시하며 네이션에게 묻자.

“호단, 나와 같은 불사의 기사단이었던 자였소.”

네이션이 다리 위에 선 수문장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답했다.

룬테라 왕국의 수도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이자, 불사의 기사 중 하나였던 호단.

-후워어어!

그가 다리 위로 접근해오는 처용과 카란디아를 보며 포효를 내질렀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정신이 마모되었음에도.

-쿵!

수문장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는 듯, 다리 위를 지키고 서 있었다.

-휘이이.

네이션이 한 줄기의 바람처럼 변하며 호단 앞에 나타났다.

“영감, 내 말-.”

다름 아닌,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호단은 네이션과 같은 불사의 기사단이었던 자.

심지어 가장 오랜 세월을 룬테라를 위해 헌신해 온 전사였다.

네이션은 그런 그의 강인한 정신력을 믿고 대화를 시도해 보려 한 것.

그러나.

-지나갈 수…… 없다!

-후-우우욱!

호단은 초점 없는 붉은 안광을 피워 내며 네이션을 향해 철퇴를 내리쳤다.

“이런.”

-휘리릭.

네이션이 검은 바람으로 변하며 뒤로 물러나자.

-콰쾅!

호단의 철퇴가 돌바닥을 내려찍으며 큰 균열을 만들어 내었다.

“호단 영감! 그대는 이까짓 저주에 잠식될 정도로 나약한 자였나!”

네이션이 뒤로 물러나며 호단을 향해 소리치자.

-침략……자들!

붉은 안광을 피워낸 호단이 네이션을 침입자라 판단한 듯, 철퇴를 들어 올리며 포효를 내질렀다.

“이런……!”

네이션이 돌진해 오는 호단을 보며 검을 들어 올리고 침음을 흘릴 때.

‘천마신공-.’

-샥!

호단과 네이션 사이에 양손으로 해머를 움켜쥔 처용이 나타났다.

마치, 쇄도해오는 공을 받아치려는 타자와 같은 모습.

“혜성반타.”

-쐐에에!

강기가 일렁이는 처용의 해머가 호단을 향해 휘둘러졌고.

-우워어!

호단 역시 처용을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콰콰쾅!

단단한 철과 철이 맹렬하게 충돌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구! 쩌적! 쩌저적!

그 충격파가 퍼진 탓인지, 바위 다리가 흔들리며 곳곳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육중한 둔기와 둔기가 서로 충돌한 결과.

-크어어!

-슈우! 콰쾅!

처용이 사용한 천마의 무공,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쳐 날려 버리는 기술인 혜성반타.

그 기술의 묘리와 힘을 이기지 못한 호단이 뒤로 멀리 날아가 성벽에 처박혔다.

하지만, 혜성반타의 충격에 이어 성벽에 틀어박히는 충격까지 받았음에도.

-후두두……!

호단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성벽에서 몸을 빼내며 자세를 일으켰다.

그 순간.

-샥!

처용이 호단의 위로 해머를 들어 올린 채 나타났다.

강기가 일렁이는 해머의 머리가 호단에게 쇄도할 때.

-스윽. 쩌저적!

호단은 철퇴를 들어 맞서는 것이 아닌, 왼손을 처용에게 뻗었다.

그의 왼손 앞에 바위와 철조각이 뭉쳐 들었고.

-쩌적!

외부는 칙칙한 색의 철, 그 뒤에는 조잡한 바위와 흙이 뭉쳐진 반구형의 방어막이 만들어졌다.

이윽고.

-콰쾅!

처용의 해머가 호단이 만들어 낸 방어막을 강타했다.

강기가 일렁이는 처용의 해머는 성벽조차도 단번에 때려 부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저 철과 바위로 뭉쳐 만들어진 조잡한 방어막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쿵! 쩌적! 우우우-웅!

호단의 방어막은 잔잔한 균열과 움푹 팬 자국만 있을 뿐,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다.

충격에 의한 여파 때문인지, 방어막이 진동하듯 옅게 출렁거리며 진동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호오? 연철로 패링(Parrying)했다고?”

처용은 호단이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 냈는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호단이 만들어 낸 방어막은 철과 조잡한 바위, 흙을 뭉쳐 만든 것이었다.

망치가 닿은 외부는 평범한 철이 아닌, 연철이었다.

연철(軟鐵).

탄소 함유량이 매우 낮은 무르고 부드러운 철.

검과 같은 무구를 만들기에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철이었다.

그러나 무르고 부드러운 철이기에, 외부의 충격을 잘 흡수하여 퍼트리는 성질이 있었다.

당연히 연철만으로는 처용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연철의 뒤를 받쳐 주는 입자 고운 모래와 그 뒤를 감싼 조잡한 흙더미.

연철이 받아 퍼트리는 충격과 울림을 모래가 흡수하고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충격을 흙이 흡수해 사방으로 퍼트렸다.

단단한 물질로 충격에 맞서지 않고 부드럽고 유연한 물질로 충격을 받아 퍼트려 상쇄시킨 것이었다.

“라이언과 같은 타입인가?”

처용은 호단의 방어 실력을 보고 절로 라이언을 떠올렸다.

강철을 만들어 내는 스킬과 결전기인 바위 사자를 다루는 방어적인 전투 방식.

호단은 그런 라이언과 비슷한 전투 타입을 지닌 자였다.

아니, 오히려 호단이 라이언보다 한 수 위였다.

단순히 단단한 강철만으로 패링했다면, 지금 수준의 처용의 발휘하는 힘을 막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호단은 연철과 모래, 흙을 조합하여 처용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훌륭하네.”

-탓, 우우웅!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고는 해머에 강기를 더 크게 피워 올렸다.

그때.

“영감이 괜히 수문장이라 불린 것이 아니오.”

-휘리릭!

검은 바람에 휩싸인 네이션이 호단의 뒤를 점거하며 나타났다.

“미안하오.”

-샤악! 쿠콰콰!

네이션이 검은 바람을 휘감은 검으로 호단의 등을 베자, 검은 바람이 칼날처럼 퍼져 나갔다.

-크워어! 쿵!

뒤를 기습당한 호단이 검은 바람의 칼날에 등이 찢겨나가며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휘리릭! 쐐에에!

처용의 해머가 호단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쾅! 푸화아아!

충격을 버티지 못한 호단의 머리와 상체가 터져 나갔고.

-쿵! 푸화악!

호단이 바닥에 쓰러지며 무너진 진흙처럼 넓게 퍼졌다.

“카란디아-.”

네이션이 카란디아를 바라보며 말하자, 이미 다리 위로 달려오는 카란디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슈르륵! 크워어어!

쓰러진 줄 알았던 호단이 순식간에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오며 괴성을 질렀다.

-후웅! 후우-욱!

침입자를 쫓아내듯, 철퇴를 크게 휘두르자 네이션과 처용이 뒤로 물러났다.

앞서 잠식된 병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재생 능력이었다.

“시간 낭비다.”

-스르릉.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판단한 처용이 해머를 집어넣고 역천의 절을 뽑아 들었다.

-화르륵!

역천의 절의 날카로운 칼날 위로 어두운 주변을 밝히는 백염이 환하게 타올랐다.

“풍신보, 검의 비명 – 개(改)”

처용이 다리에 바람을 휘감으며 빠르게 자세를 낮추고 발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백염의 비명.”

-촤아아!

호단을 향해 돌진하며 발도했다.

-휘릭. 철컥.

바람처럼 사라진 처용이 호단의 뒤에 나타났고 발도했던 역천의 절을 다시 집어넣자.

-촤아! 촤아아! 화륵!

호단의 몸에 날카로운 검상이 튀어 오르며 그 위로 하얀 불꽃이 타올랐다.

-크어어! 으어……!

-쿵!

치명상을 입은 호단이 무릎을 꿇고는 지면에 팔을 디딘 채 쓰러졌다.

-꿀렁. 꿀렁.

검은 생명력이 호단에게 모이며 재생하는 듯 보였지만.

-화륵! 화르륵!

새하얀 불꽃이 검은 생명력을 잡아먹으며 재생을 막고 있었다.

그때.

-스르륵.

붉은 안광을 피워내던 호단의 눈이 순간 황톳빛으로 점멸했다.

-으…… 으어…… 카란…… 디아?

호단이 힘겹게 고개를 들며 정면을 바라보고는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를 내었다.

“영감, 정신이-?”

네이션이 호단의 목소리에 바로 반응하며 호단을 불렀지만.

-오지…… 마라, 네가 오면…… 오면 안…….

호단은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새하얀 소녀에게 눈을 떼지 않고 읊조렸다.

-타탓.

정화를 위해 달려온 카란디아가 다리 중앙을 넘어 호단에게 다가오려는 순간.

-캬아아!

-크아!

다리 밑에서 네발로 기어 다니는 잠식된 자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들은 모두 호단과 함께 관문을 지키던 병사들.

-스릉. 샤악! 샥!

검과 창, 길게 튀어나온 검은 손톱들이 카란디아를 향해 쇄도했다.

그때.

-화아아!

카란디아에게서 옅은 빛이 짧게 퍼졌다.

그리고.

-화아! 스르륵.

그녀가 내뿜은 빛 속에서 잿빛의 가루가 흘러나오더니.

-스릉! 차캉!

열 명의 잿빛 병사들이 카란디아를 보호하듯 원형으로 둘러싸며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앞서 카란디아가 정화하고 포용했던 룬테라의 병사들.

-차캉! 차카캉! 창!

카란디아를 지키기 위해 나선 정화된 병사들이 오염된 병사들에 맞서며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 틈에.

-타탓.

카란디아가 더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순간.

-푸화아아! 푸확!

호단의 몸에서 검은 진흙이 크게 솟구치더니, 그를 휘감고는 크게 터져 나갔다.

그 결과.

-화륵! 화륵……!

호단을 태우던 백염의 불길이 떨어져 나가는 진흙에 붙어 분리되었다.

-스르륵.

백염이 떨어져 나가자, 호단의 안광이 다시 핏빛으로 변했고.

-크아아아!

이성을 잃은 듯,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후욱! 부우웅!

정면에서 다가오는 카란디아를 향해 철퇴를 내던졌다.

육중한 둔기가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카란디아에게 날아가자.

“이런!”

네이션이 카란디아를 향해 손을 뻗으며 달려 나갔다.

그러나 조금 늦은 듯 보이는 상황.

“뢰신-.”

-파지직!

처용이 다리에 뇌전을 휘감으며 뢰신보를 발동하려는 찰나.

-휘이이!

돌연, 카란디아의 다리에 검은 바람이 휘감겼다.

호단의 철퇴가 카란디아의 부술 듯, 지척에 다가온 순간.

-탓!

다리에 검은 바람을 휘감은 카란디아가 무릎을 굽혀 점프하며, 빠르게 위로 뛰어올랐다.

그 덕에.

-후우욱!

호단이 내던진 철퇴가 허공에 떠오른 카란디아의 발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호단 할아버지!”

카란디아가 예전, 호단을 향해 자주 하던 호칭을 외치며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이윽고.

-탓.

작고 하얀 소녀의 손이 호단의 이마에 닿았다.

-화아아!

카란디아에게서 뿜어져 나온 빛이 호단을 감싸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 잠식된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스르륵. 철퍽. 철퍽.

질척거리며 호단에게 달라붙어 있던 검은 진흙이 씻겨 내려갔다.

검은 진흙이 완전히 벗겨지자, 호단이 점점 잿빛으로 변해갔다.

그러자.

-화아! 화아아!

-으, 으어?

-으윽…….

다리 위에서 정화된 병사들과 맞붙어 있던 잠식된 이들에게도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 역시 검은 진흙이 벗겨지고 점점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화, 아니 카란디아의 포용이 시작된 것.

하지만 그 결과로.

“으윽…… 흐으윽!”

-슈르륵. 슈르르륵.

카란디아의 왼손에 퍼져 있던 검은 반점들이 눈에 띄게 확 늘어났다.

새하얀 피부 위로 검은 실핏줄이 드러났고.

-푸화악! 슈륵!

왼손등에서 검은 넝쿨이 자라나더니 그녀의 왼팔을 휘감았다.

“아흐윽……!”

고통스러운 듯, 카란디아가 침음을 내며 주저앉자.

“카란디아……!”

네이션이 다가와 주저앉으려는 그녀를 잡아 부축했다.

“괜…… 찮아요…….”

고통을 참는 듯, 이를 악문 카란디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그때.

“자비의 손길.”

-우우웅.

처용이 카란디아에게 다가와 자비의 손길을 사용해 주었다.

고통이 조금 누그러진 듯, 카란디아의 일그러진 표정이 조금 펴졌다.

“생각보다 잘 뛰던데?”

처용이 조금 전, 카란디아가 검은 바람을 다리에 휘감으며 뛰어올랐던 모습을 떠올리며 묻자.

“제게 속한, 불사의 기사가 지닌 능력을 일부 쓸 수 있습니다.”

카란디아가 처용의 건넨 질문의 뜻을 이해하고는 그 말에 답했다.

호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리에 검은 바람을 휘감고 하늘로 뛰었던 카란디아.

그 능력은 그녀에게 속한 불사의 기사, 네이션의 능력을 일부분 빌려 쓴 것이었다.

카란디아가 처용의 말에 답한 순간.

-카란…… 디아.

-후두두둑.

검은 진흙이 완전히 벗겨지고 잿빛으로 변한 호단이 카란디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호단이 손주를 맞이한 할아버지가 인자하고 환한 미소를 짓듯,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호단 님.”

카란디아가 호단을 향해 다가가 그의 품이 안겨들었다.

“늦어서…… 늦어서 죄송해요.”

늦어서 죄송하다는 카란디아의 말에, 호단이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운명을 이겨 내길 바란다. 카란디아.

진지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전하고는.

-스르르륵.

잿빛의 가루로 흩어지며 카란디아에게 스며들었다.

-스륵. 스르륵.

다른 정화된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잿빛의 가루로 흩어지며 카란디아의 빛 속에 포용되었다.

그러자.

-그 누구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이전의 병사들을 정화하고 포용했을 때처럼, 그들이 가진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압도적인 대군을 이끌고 룬테라를 침공한 아스터 교단.

그런 그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버텼던 관문의 병사들.

그리고 관문의 병사들과 함께 이 다리를 지켰던 수문장, 호단.

모든 병사들이 절명하고 호단 혼자 남았음에도.

-지나갈 수 없다……!

그는 홀로 아스터 제국의 대군을 상대로 무려 삼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을 사수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화살비에도.

사방을 불태울 정도로 터져 나가는 마법들에도.

머릿수로 밀고 들어오는 성기사와 사제들을 상대로 굳건하게 서서 다리 위를 사수했다.

결국, 성물을 사용해 강림한 천사들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지만.

“……룬티르 일족이 대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번 것인가?”

그가 굳건히 버텨준 덕분에, 룬테라의 시민들과 아이들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훌륭한 전사다.”

카란디아를 통해 호단의 기억을 본 처용이 미소를 짓고는 호단을 훌륭하다 평가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맞서 싸우는 모습.

호단의 모습에서 과거, 수호신이었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이 맞은 것 같군.’

잠식이 더 심하게 진행된 카란디아의 왼팔을 바라본 처용이 속으로 읊조렸다.

정화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검은 대지에 잠식되어가는 듯 보이는 카란디아.

그리고 포용한 불사의 기사가 가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카란디아의 말.

지금까지 주어진 정보를 종합한 처용은, 한 가지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과정이…… 마검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바로 카란디아와 함께 하는 이 정화 과정이, 마검 탄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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