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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21화 (421/726)

#421화

판데모니움의 중심이자,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장소인 악의 제전.

본래는 대악마들이 차후 계획을 논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였지만.

-화아아.

서열 1위의 대악마, 바알이 어둠의 안개를 헤치고 홀로 악의 제전 중앙에 나타났다.

악의 제전 정중앙, 판데모니움의 문자들이 새겨져 있는 원형의 제단 위.

-슈우우!

그 위에 선 바알이 두 손을 아래로 뻗으며 짙은 어둠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끼기긱! 끼긱!

원형의 제단이 각기 다른 크기의 원으로 갈라지며 이리저리 회전했다.

그 결과 뒤죽박죽 섞인 듯 보였던 문자들이 서로 비슷한 문양의 모습으로 맞물렸다.

그 순간.

-딸가각.

굳게 잠긴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가 맞물린 듯한 소리가 울렸고.

-화아아! 쿠구구!

판데모니움의 어둠과 어울리지 않는 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금빛이 바알을 뒤덮으며 사라졌고 짧게 빛났던 악의 제전이 다시 어둠에 잠겼다.

“흐음.”

시야를 가리던 금빛이 사라지고 새로운 장소에 발을 들인 바알이 침음을 흘렸다.

다른 대악마들과 그와 같은 삼천마들, 천교의 주신인 옥황상제까지.

그 누가 앞에 있다고 해도, 언제나 위엄과 위압 있는 모습을 보인 판데모니움의 절대자.

그런 바알이 옅은 긴장감을 보였다.

지금의 장소는 판데모니움에서 바알조차도 허락을 받아야만 발을 들일 수 있는 장소.

그 출입을 윤허한 절대적인 존재가 이 공간에 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금빛의 얇은 선들이 깨진 유리처럼 퍼져 나가 있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방금, 이 공간에 들어온 바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위대한 존재이시여.”

바알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존중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피이! 파아아……!

금빛의 선들이 순간 빛을 발하고는 전부 사라졌다.

그로 인해 주변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겼고.

-화르륵.

이내 바알 앞에 푸른 불꽃이 피어나며 다시금, 주변이 밝아졌다.

동시에.

-스륵! 스르륵……!

로마의 숫자 기호와 비슷한 모습의 룬 문자들이 새겨진 좌석들이 나타났고.

-화아아!

그 위로 안개가 뭉치며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아……!

바알의 뒤에도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이 앉은 좌석과 같은 좌석이 나타났다.

단 그 좌석은 아무런 숫자도 적혀 있지 않은 좌석이었다.

바알이 뒤에 나타난 좌석에 앉은 순간.

-쿠화아아!

그의 양옆에 어둠의 불길이 솟구치며 폭발했다.

-파아아!

검은 불길이 폭발하며 사라졌고 그 안에서 메피스토와 디아블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자리한 좌석 역시, 아무 숫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삼천마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자.

-화르륵! 화륵!

중앙의 푸른 불꽃이 검붉은 빛으로 변했다.

주변의 분위기가 요사스럽게 변한 순간.

-스륵.

로브로 얼굴이 어둡게 가려진 이들의 안면 속에서 안광이 흘러나왔다.

“우, 웟? 대악마!?”

Ⅵ, 숫자 6을 가리키는 좌석 위에 나타난 녹색 로브를 쓴 순혈 의회 멤버.

로키가 고개를 들어 바알과 메피스토, 디아블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당황한 듯 말했다.

얼굴이 가려진 다른 순혈자들과는 다르게, 삼천마들은 안면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숫자가 적혀 있지 않은 좌석까지.

“순혈 의회 분위기는 또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로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당황한 목소리를 이었다.

본래 푸르고 신성한 분위기를 보였던 순혈 의회가 검붉은 색의 요사스러운 분위기로 변했으니까.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로키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떻게 된 건가?”

일부 순혈자들은 로키처럼 당황한 모습을 보였고.

“…….”

“……흠.”

일부는 작금의 상황을 눈치챈 듯, 침착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Ⅰ.”

Ⅹ, 숫자 10을 의미하는 문자가 적힌 좌석.

그 위에 자리한 황녹색 로브를 쓴 순혈자, 오시리스가 Ⅰ, 의장인 라를 향해 물었다.

다른 순혈자들 역시 오시리스의 말에 의장, 라를 응시하며 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그분께서 이번 순혈 의회에 삼천마들도 부를 것을 명했습니다.”

라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흐음. 급한 일이라도 있는가 보군? 순혈 의장.”

작금의 상황을 흥미롭게 관찰하던 디아블로가 순혈 의장, 라를 향해 작은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그러자.

“……이번 순혈 의회 개회를 요청한 건 내가 아니다.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라가 디아블로의 말에 경계심 섞인 목소리로 답하고는.

“이번 의회 모집을 요청한 자는 Ⅲ입니다.”

누가 이번 순혈 의회 모집을 요청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라의 말이 끝난 순간.

“혈선의 신관이 우리의 계획을 뒤흔들고 있다.”

Ⅲ, 숫자 3을 의미하는 문자가 적힌 좌석.

그 위에 자리한 연갈색 로브를 뒤집어쓴 순혈자가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조치가 필요하다!”

분노가 일렁이는 듯한 Ⅲ의 말에.

“흥, 자네가 다스리던 대륙을 온전히 통제하던 것이 아니었나 보군?”

Ⅱ, 숫자 2를 의미하는 문자가 적힌 좌석.

그 위에 자리한 짙은 청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순혈자, 옥황상제가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앙금이 있는 듯한 옥황상제의 목소리에.

“그때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 나를 우롱하는 것인가? Ⅱ.”

-우드드!

Ⅲ이 주먹을 거세게 쥐어 보이며 적대감 어린 목소리로 읊조리듯 물었다.

외세의 신격으로 알려졌던 순혈자 Ⅲ.

그의 정체는 에스라 대륙을 지배하는 에스라 성운의 주신.

빛과 지혜의 신인 아스터였다.

“불구경하던 자가 막상 제집에 불이 나면 어떤 심정인지 궁금했을 뿐이네.”

옥황상제가 아스터의 분노 어린 목소리에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때 나를 도와 그 빌어먹을 하계종을 처리했으면, 이런 일도 없지 않았나?”

옥황상제는 처용을 처치하기 위해 순혈 의회를 열어 순혈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모두 제 일이 아니라는 듯, 옥황상제를 돕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그 당시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황.

그런데 에스라 대륙으로 넘어간 처용이 그 세계에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 세계를 지배하는 주신인 아스터가 처용에 의해 곤욕을 당하고 있었고 이번 의회를 소집했다.

옥황상제는 그런 아스터의 모습을 보며 자업자득이라 판단했다.

“내 말이 틀렸나? 빛과 지혜를 상징하는 자여.”

“천황……!”

조롱이 담긴 옥황상제의 진지한 물음에 아스터의 목소리에 적대감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서로 싸우는 모습을 구경시켜 주려고 우리를 부른 것인가?”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던 메피스토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놈들이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군? 바알.”

그런 메피스토의 말에 긍정하듯, 디아블로가 바알을 향해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두 삼천마의 핀잔과 비웃음 섞인 말이 울리자.

“감히……!”

“시궁창에 처박혀 나오지도 못하는 더러운 것들이!”

옥황상제와 아스터가 곧장 반응을 보였다.

비단 그들만이 아니라, 다른 순혈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순혈자들은 스스로를 고귀하고 고결하다 여기는 이들.

그들 중, 극소수의 선택을 받은 고귀한 이들이 바로 숫자를 받은 순혈 의회의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고귀한 순혈 의회에 악마들이 자리한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

“한심한 작자들 같으니라고.”

Ⅳ, 숫자 4를 의미하는 문자가 새겨진 좌석.

그 위에 자리한, 붉은 문양이 새겨진 검은 로브의 순혈자가 입을 열었다.

“정녕 증오의 대악마 말대로 싸움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의회를 모집한 것인가?”

Ⅳ가 혐오감 어린 눈빛으로 Ⅱ와 Ⅲ, 옥황상제와 아스터를 향해 말했다.

“적당히 해라, 이 자리는 차후 계획을 논하는 자리이다.”

상황을 중재하는 듯한 Ⅳ의 말이 끝난 순간.

“……그분께서 지켜보는 자리이시다.”

바알 역시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전히 평소와 같은 위압 어린 목소리였지만.

“명심하도록.”

조금 다른 조심성이 느껴지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 말에.

“…….”

“…….”

옥황상제와 아스터가 높아지던 언성과 기세를 가라앉혔다.

말 그대로 이 자리는 중요한 차후 계획을 논하는 자리.

같은 편끼리 마찰을 일으켜 봐야 좋을 게 없었다.

무엇보다도 바알의 마지막 말.

지금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는 순혈 의회는 평소의 순혈 의회와는 달랐다.

바알의 말대로 지금, 순혈 의회를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다.

바알보다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주신급 성좌들보다도 드높은 존재.

“크음…… 내가 의회를 소집한 건, 더 이 일을 방치하다간 그분의 계획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었다.”

헛기침을 내뱉으며 진정해 보인 아스터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쳐 날뛰는 혈선의 신관을 어떻게든 조치해야 한다.”

아스터가 의회를 소집한 이유를 말하자.

“……도움을 바라는 것입니까?”

Ⅴ, 숫자 5를 의미하는 숫자가 새겨진 좌석.

그 위에 자리한 하늘색 로브를 뒤집어쓴 순혈자가 아스터를 향해 물었다.

“내 그때는 놈의 위험성을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인정하지, 허나 지금은 다르다.”

아스터가 순순히 자신의 방심과 안일함을 인정하며 말을 이었다.

“놈을 죽여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스라 대륙에서 아스터 교단을 거침없이 파괴하는 처용.

아스터는 지금까지 처용이 벌인 일들을 하나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지구와 연결되는 교두보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네놈들도 그것을 원하나?”

에스라 대륙은 지구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세계.

그곳에 대격변을 일으켜 정복을 해야만, 지구 침공을 위한 다음 계획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스터의 세력이 밀리고 에스라 대륙에서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다?

그렇다면, 이후의 계획도 엉망이 되어 버릴 수 있었다.

“모든 계획을 중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도와라.”

아스터가 에스라 대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강하게 말하자.

“모든 계획을 중지할 순 없다.”

바알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네놈이 처한 상황보다도 더 중요한 일을 직면하고 있으니까.”

명백한 거절 의사를 표현한 것.

“에스라 대륙에서의 일이 잘못되는 것을 바라는가? 거대한 어둠.”

아스터가 바알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네놈 세계의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Ⅲ.”

Ⅱ, 옥황상제가 아스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비웃음이 일절 없는 목소리였다.

“그분께서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하라 명하신 일이다. 아무리 네놈 세계의 일이 급박하다 해도 이것이 먼저이니라.”

옥황상제의 입에서 ‘그분’이 언급되자.

“이……!”

아스터가 바알과 옥황상제를 향해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위대한 존재.

그가 직접 내린 명령이라면, 아무리 급박한 일이라도 우선할 수 없었다.

“지금 판데모니움은 전력을 뺄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 차후 알려주도록 하지.”

판데모니움과 직접적으로 협력하는 순혈자인 Ⅱ, 옥황상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언의 능력을 깨우친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

옥황상제 역시 숙주를 사로잡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 판단한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릇의 숙주부터 확보해라.

위대한 존재에게서 직접적으로 명령까지 내려온 상황.

판데모니움과 천교는 아스터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 직접적으로 도울 순 없지만, 한 가지 묘책이 있다.”

옥황상제가 입꼬리를 씨익 들어 올리고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 말에, 다른 순혈자들이 옥황상제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보현을 잡으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옥황상제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다름 아닌 자비의 대신을 잡는 것이었다.

“자비의 대신을……?”

“의장이 맡은 일 아니었소?”

순혈자들의 시선이 옥황상제에게서 일제히 다른 이에게로 돌아가며 읊조렸다.

그 시선이 모인 이는 다름 아닌 Ⅰ, 순혈 의장인 라였다.

“…….”

시선을 받은 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보현을 잡는다면, 그 빌어먹을 하계종 뿐만 아니라, 혈선의 행동도 통제할 수 있다.”

욕망이 이글거리는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서두르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내 분명 전했을 텐데요?”

라가 굳은 목소리로 옥황상제를 향해 말했다.

서둘러 자비의 대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옥황상제.

라는 그런 옥황상제를 향해 한 번 제대로 경고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지, 그러니 당장 그년을 잡아.”

옥황상제는 집착 어린 목소리로 다시 끔, 라를 향해 독촉했다.

이번엔, 또 다른 명분을 내세워서…….

-성공만 한다면, 혈선의 움직임도 틀어쥘 수 있으니…….

-하지만, 실패하면 그걸로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소.

-신중할 필요가…….

-하지만, 지금 시행할 필요성이…….

순혈자들 역시 의견이 엇갈렸다.

확실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자들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이들.

그렇게 순혈자들이 서로 의견을 표할 때.

“아직 때가 아니오. 서두르면 모든 것을 망칠 뿐이오.”

Ⅹ, 오시리스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의견을 표함과 동시에, 불안한 눈빛으로 라를 눈짓했다.

오시리스의 눈빛을 받은 라는.

“내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Ⅱ.”

옥황상제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엇입니까? 굳이 자비의 대신을 딱 집어 노리는 이유가.”

진지한 기세를 담아 묻는 라의 목소리에 옥황상제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가 혈선과 그 하계종의 약점이기 때문…….”

재빨리 당황한 모습을 감추며, 그럴듯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옥황상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자비의 대신을 노리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내 모를 줄 알았습니까? 천황!”

라가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무엇입니까? 당신이 숨기고 있는 ‘진실’이!”

옥황상제를 노려보며 추궁하듯 묻는 라의 목소리에, 수군거리던 순혈자들도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무슨 소리지? Ⅱ가 자비의 대신을 노리는 다른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Ⅳ, 붉은 문자가 새겨진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순혈자가 침묵을 깨고 라에게 물었다.

라는 Ⅳ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옥황상제의 대답을 기다리듯, 침묵했다.

다른 순혈자들 역시 의문을 표하며 옥황상제와 라를 번갈아 바라봤다.

“……흐음?”

바알도 흥미로운 눈초리로 상황을 관찰하며 침음을 흘렸다.

모두가 의문과 흥미 어린 관심을 표할 때.

“……오해를 하고 있었나 보오? 나는 정말로 보현이 놈들의 약점이 된다 생각했을 뿐이라오.”

옥황상제가 진지한 목소리로 라의 말에 대답했다.

동시에.

‘설마…… 라가 그것을 알아챘을 리가 없다.’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옥황상제가 자비의 대신을 노리는 진짜 이유.

그것만큼은 밝혀져서는 안 될 일이었으니까.

자비의 대신은 천교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열쇠나 다름없는 존재.

이 사실을 다른 놈들이 알아채서 좋을 건 없었다.

그것이 같은 목적으로 동맹을 맺은 이들이라고 해도!

해서 옥황상제는 자신의 진짜 목적을 숨겼다.

라가 자비의 대신이 지닌 비밀을 알아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태초의 권능.”

라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태초의 권능’이라는 말이 흘러나온 순간.

“……!!”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옥황상제의 안면이 와락 일그러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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