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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07화 (407/726)

#407화

루비아의 등 뒤에 떠오른 7개의 고리.

‘역시나, 이미 7써클 마법까지는 사용이 가능했던 건가?’

그것을 본 처용이 속으로 읊조렸다.

6써클과 7써클.

마법을 잘 모르는 이들은 단 하나의 써클 차이일 뿐이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마법사들 중, 평생을 마법에 매진해도 7써클에 도달하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이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7써클이란 선택받은 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 증거로.

-쿠구구!

루비아가 7개의 고리를 만들어 낸 순간,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기류가 확 짙어졌다.

마나의 양은 비슷했지만,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농도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강해졌다는 것이 확 체감될 정도.

‘훌륭하네.’

처용은 루비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훗날, 마법의 지존이라 불리게 될 대마도사.

마법은 신의 권능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는 법칙을 깨부술 자.

궁극에 닿은 마법으로 악신마저 소멸시켜 보였던 엘리멘탈 마스터.

전성기에 마법 하나로 전장 전체를 전율시켰던 마법사다운 재능이었다.

“조금 전과는 다를 거다.”

7써클의 힘을 개방한 루비아가 진지한 목소리로 읊조리고는.

-화르륵! 화륵!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는 마나를 붉게 태우며 오른손에 화염을 끌어모았다.

“볼케이노 버스트.”

그녀가 발휘하는 마법은 조금 전 사용했었던, 화염을 압축시켜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그러나 7써클의 힘을 개방한 지금.

-쿠구구!

손아귀에 압축된 화염의 위력은 조금 전 사용했었던 화염 마법의 두 배였다.

-휙!

루비아가 손아귀에 압축되어 뭉쳐진 화염을 처용에게 내던졌다.

동시에.

-탁!

왼손으로 손가락을 튕긴 순간.

-피이이! 쿠콰콰!!

구체가 빛을 발하더니, 사방으로 타오르는 용암을 내뿜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해일처럼 덮쳐오는 화염과 용암이 처용을 뒤덮으려는 찰나.

“빙결부 – 절대영도.”

처용이 루비아의 마법을 구경하며 미리 준비해 둔 진법을 발동시켰다.

-스르륵.

여덟 장의 빙결부로 만들어진 팔괘의 진법이 처용의 발밑에서 나타났고.

-파아아!

푸른 빛을 내뿜으며 주변 일대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그 결과.

-쩌저적! 쩌적!

강렬하게 터져 나오던 화염과 용암의 해일이 싸늘하게 굳어가며 멈추었다.

“마법이라고!? 아니, 조금 다른데…….”

무려 7서클 마법을 단번에 방어해 보인 처용의 마법.

아니, 마법처럼 보이는 알 수 없는 기술을 본 루비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알 수 없는 문자가 쓰여진, 강력한 속성의 기운이 응축된 기물.

그 기물 여덟 개가 모여 만들어진 독특한 형태의 마법진.

팔각형의 형태로 펼쳐진 각각의 기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힘을 증폭시키는 듯 보였다.

복잡하면서도 간단한, 효율적으로 속성의 힘을 끌어내는 마법진 같았다.

루비아는 처용이 보인 진법을 눈여겨봄과 동시에.

-우우웅!

그 진법이 보이는 능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올려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파지직! 파직!

붉게 타올랐던 일곱 개의 고리가 샛노랗게 변하며 뇌전을 뿜어냈고.

“일렉트릭 블레스터.”

-키이이! 콰아아!

루비아가 손을 뻗으며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뇌전의 포격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철벽부.”

-스스스.

처용의 발밑에 떠오른 여덟 장의 빙결부가 은색으로 변하더니, 철벽부로 바뀌었다.

덩달아 푸른색으로 빛나던 팔괘의 진법이 은색으로 변했다.

루비아가 쏘아 보낸 뇌전의 포격이 처용에게 도달하기 직전.

“팔괘금강문.”

-쿠구구!

처용의 앞에서 팔괘금강문이 솟구치며 뇌전의 포격을 가로막았다.

루비아가 쏘아낸 7서클 마법 일렉트릭 블레스터.

가로막는 것이 무엇이든 단번에 꿰뚫고 대상을 태워 버리는 강력한 마법이었지만.

-쿠구! 쿠구구!

팔괘금강문은 루비아가 쏘아낸 뇌전의 포격을 굳건하게 버터 내었다.

“칫.”

7서클로 끌어올린 마법의 힘조차 통하지 않자, 루비아가 혀를 차며 마나를 더 끌어모았다.

‘빙결에 이어서 강철 속성? 설마…….’

처용이 다루는 속성을 본 루비아가 속으로 혹시? 하는 생각을 품을 때.

“방어만 하니까 재미가 없는데.”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루비아를 향해 말했다.

“어디 한번 막아 보라고 대마법사.”

-쩌적! 쿠구구……!

처용을 보호했던 팔괘금강문이 무너지고.

-화르륵! 화륵!

은색으로 빛을 내던 여덟 장의 철벽부가 붉게 달아오르며 타올랐다.

“화염부.”

팔괘의 진법을 구성하던 철벽부가 화염부로 변하며 은색의 진법이 붉은색의 진법으로 변했다.

-화르륵! 크르르!

팔괘의 진법에서 타오르는 화염이 처용을 감싸고는 불길로 만들어진 용의 머리로 변했고.

“염룡(炎龍)의 포효”

-콰아아아!

타오르는 용의 머리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루비아를 향해 화염 브레스를 쏘아 보냈다.

“아쿠아 스톰!”

-우우웅!

공격을 위해 마나를 끌어모으던 루비아가 모았던 마나로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쏴아아!

일곱 개의 서클이 푸르게 빛났고 해일처럼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가 루비아를 감쌌다.

-콰아! 치이이-!

벼락에 버금가는 속도로 쏘아진 화염 브레스가 루비아를 감싸는 물줄기 폭풍과 충돌했다.

브레스에 직격당하지는 않았지만, 루비아를 보호하는 물줄기가 빠르게 증발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제길……! 무슨 위력이-.”

루비아가 증발하는 물줄기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침음을 흘렸다.

지금도 마나를 계속 끌어 올리며 물의 파도를 계속 만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만들어 내는 속도보다 깎이며 증발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게다가 속성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밀리고 있었다.

보통 같은 서클의 화 속성 계열의 공격 마법과 수 속성 방어 마법이 충돌하면 수 속성의 우위였다.

그러나.

-콰아아! 치이이-!

무려 7써클 방어 마법, 속성의 우위까지 점하고 있음에도 힘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루비아가 발현하는 7써클 방어 마법보다 처용이 진법으로 발휘하는 속성의 위력이 더 강하다는 증거.

결국.

“샤이닝 워크.”

-화악!

루비아는 더 방어하는 것을 포기하고 회피를 선택했다.

밝은 빛이 그녀를 둥글게 감싸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아아!

이내 화염 브레스가 물줄기를 모두 증발시키고 루비아가 사라진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파아아!

빛이 번쩍이며 루비아가 다시 나타난 장소는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장소의 바로 옆이었다.

-화르륵!

“윽!”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에 루비아가 침음을 흘렸다.

동시에 마나를 끌어 올리며 처용에게 반격하려는 찰나.

“뇌격부 – 만뢰.”

-파지지직!

어느새 처용이 만들어 낸 팔괘의 진법이 샛노란 색으로 변했고 번개를 튀기며 하늘로 솟구쳤다.

-쿠구! 쿠구구!

루비아가 시선을 올려 하늘을 바라봤을 때는 이미 먹구름이 가득 몰려 있었다.

이윽고.

-콰콰! 콰르릉!

하늘 위에서 굵은 벼락 줄기 다발이 지상을 향해 내리쳤다.

정확히 루비아가 있는 방향으로.

“마운틴 가드!”

루비아가 다급하게 지 속성 마나를 끌어 올리며 방어를 개시했다.

-쿠구구!

황록색으로 빛나는 일곱 개의 고리에서 바위와 흙의 와류가 휘몰아치며 루비아를 감쌌다.

-콰르릉! 파직! 파지직!

날카롭게 내리치는 벼락 줄기가 루비아를 감싼 바위와 흙더미를 강타했다.

부서지고 터져 나가는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쏟아졌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뇌(雷) 속성 공격 마법은, 지(地) 속성 방어 마법으로 수월하게 막을 수 있는 상성.

이 상성 관계를 잘 이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스스로를 감싼 건 실수였어. 루비아.”

처용은 루비아의 방어 마법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토류부 – 대지의 손.”

-콰드드득!

토류부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대지의 손이었다.

-쿠구! 쿠구구!

처용의 주변에 대지의 손 여섯 개가 만들어지며 주변에 떠올랐고.

-후우우욱!

루비아를 감싼 흙과 바위 더미를 향해 쇄도해 나갔다.

-쾅! 콰쾅! 쾅!

대지의 손들이 루비아를 원형으로 감싼 흙과 바위 더미들을 타격했다.

서로 간격을 벌린 대지의 손들이 루비아가 만들어 낸 흙과 바위에 깊이 박힌 순간.

“잠식 – 장악.”

-우우웅!

처용이 루비아를 향해 오른손을 뻗으며 강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우웅! 스르르!

대지의 손 위로 강기가 일렁이며 퍼져 나갔고 루비아가 만들어 낸 방어막에 스며 들어갔다.

“무, 무슨 짓을!?”

이변을 느낀 루비아가 경악을 드러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에 이어 날아오는 바위 주먹까지 성공적으로 막아낸 상황.

그러나 바위 주먹에서 스며 나오는 속성 마나가 자신이 만들어 낸 속성 마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우우웅!

루비아가 급하게 마나를 더 끌어올리며 처용이 발휘하는 속성 장악에 저항했다.

다행히 외부를 감싼 방어막의 20%가 처용에게 넘어가는 것에 그쳤다.

그 순간.

“토류부 - 대지진!”

-우드득!

처용이 루비아에게 뻗은 손을 강하게 틀어쥐며 준비하던 기술을 발동했다.

조금 전 쏘아낸 대지의 손 여섯 개.

그리고 루비아에게서 강탈한 지 속성 마나.

그 두 가지 힘을 지배한 처용이 응축된 강기를 강하게 터트리자.

-쿠구구! 쿠궁!

루비아를 감싼 바위와 흙더미들이 지진을 맞은 듯, 거세게 진동하며 흔들렸다.

보통 지진의 힘을 담아 대상을 타격하면, 그 힘이 온전하게 데미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다.

진동하는 파동의 힘이 지면을 타고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루비아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는 현재 공중에 떠 있는 상태.

그런 그녀를 감싼 바위와 흙더미들 역시 공중에 떠 있는 상태.

즉, 받은 충격을 퍼트릴 만한 요소가 없었다.

온전히 지진의 힘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

지진의 힘이 루비아를 감싼 흙과 바위를 진동시키며 뒤흔든 순간.

“꺄아아-!”

-푸우!

날카로운 비명과 동시에 흙과 바위 더미 속에서 루비아가 뛰쳐나왔다.

-탁! 주르르…….

지면에 엎어지듯 착지한 루비아가 입에서 옅은 피를 쏟아 내었다.

강렬한 지진의 힘을 온몸으로 받아낸 결과라기엔 다소 무사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쩌적! 쩌저적!

처용의 의도를 뒤늦게나마 알아챈 루비아가 한 박자 늦게 펼친 실드 마법.

그녀를 물방울처럼 감싼 무지갯빛 실드가 금이 가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방어를 할 줄이야.”

-저벅.

처용이 지면에 착지한 루비아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이……!”

그 모습을 본 루비아가 빠르게 정신을 수습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려 대마법사의 기운, 7서클의 힘까지 사용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공격은 너무나도 쉽게 막히는 반면에 처용의 공격은 막기가 버거웠다.

게다가 방금의 공격은 자신이 발현한 속성 마나의 일부를 강탈하고 지배하여 펼친 공격이었다.

7서클, 대마법사가 다루는 마나가 타인에게 강탈당했다.

그 사실이 루비아에게 있어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루비아는 그 사실을 확실하게 자각한 순간,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마신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 수단이 딱 한 가지 남아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힘만큼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힘이라는 것.

하지만, 지금 가진 힘으로는 마신에게서 아나샤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우우웅!

루비아가 등 뒤에 마나를 모으며 또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려 했다.

7개의 고리 중 일부가 서로 간격을 벌리더니, 그 사이에 하나의 고리가 추가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서클.

인류 역사에 손꼽히는 몇몇 인물만이 도달했었다는 전설 속의 영역.

루비아는 여덟 개의 고리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스스스.

무지갯빛이 일렁이는 금빛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길게 찢어진 금빛 동공.

그때, 처용이 루비아의 변한 눈동자를 보고는.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하면, ‘중립’의 법칙을 어기는 것일 텐데?”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

마치, 루비아가 가진 비밀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

그 말이 울리자.

“그걸…… 어떻게?”

루비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마신이 우연히 자신의 사정을 알고 이를 이용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드래곤 로드와의 약속을 어길 생각인가?”

그런 그녀의 생각이 착각이라는 듯, 처용이 ‘드래곤 로드’를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그 말에.

-파아아…….

루비아에게 모여들던 마나가 순간 흩어졌고.

-스르르…….

여덟 개로 늘어나려던 고리가 사라졌다.

“…….”

루비아는 무언가 세차게 고민하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었다.

처용은 그런 루비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는.

“네가 졌어, 루비아 바하무트.”

-탁!

루비아의 풀네임을 언급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우우웅!

처용의 손가락에서 붉은 신력, 압제의 파동이 거세게 퍼져 나갔고.

-쩌저저적! 파창! 창!

루비아가 만들어 낸 디멘션 필드를 깨부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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