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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04화 (404/726)

#404화

라톤 영지가 소속된 로스톤 왕국.

이곳 역시 아스터 교단과 에스라 성운을 따르는 왕국이었다.

때문에, 이곳 라톤 영지 역시 광장 중앙에 거대한 아스터 동상이 자리해 있었다.

영지민, 영지를 다스리는 관리인, 영지의 주인인 영주까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성물.

아스터 교단에서 파견된 사제가 동상 앞에 서면, 영주조차도 무릎을 꿇어야 하는 신성한 장소였다.

그러나 그런 신성하고도 불가침적인 아스터 동상이.

-쩌저저적!

정수리부터 아래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진 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크어억!]

[으억! 마, 마신 네놈-!]

반으로 갈라진 아스터 동상 아래에는 팔다리, 날개가 잘려 나간 두 명의 천사가 나자빠져 있었다.

“뭐야, 이게 끝이야?”

“하급 천사라 했으니까.”

두 명의 천사를 처치한 연아와 연화가 천사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스터 동상을 파괴하려 할 때 나타난 두 명의 천사.

본래 성물 앞에서는 대천사 계급의 천사도 강림이 가능했다.

하지만 처용을 없애기 위해 무려 네 명의 대천사가 강림했었다.

심지어 신계와의 통로를 열고 하메라와 로메라가 지상을 향해 신의 심판까지 내렸다.

여기까지만 해도, 성물의 내구도가 상당히 소모되었을 것이다.

이것으로 마신을 처치한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처용은 멀쩡한 상태.

성물을 지키기 위해 동상의 남은 에너지를 소모해 두 명의 천사가 강림했지만.

-쏴아아! 사각!

[크어……!]

[으억!]

연화와 연아가 각각 한 명의 천사와 맞붙어 그들을 빠르게 제압해 버렸다.

-파사사……!

머리가 잘려 나간 두 명의 천사가 빛나는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꼴도 보기 싫군.”

연화와 연아가 천사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구경한 처용이 반으로 갈라진 동상을 보며 읊조리고는.

“낙뢰부 – 갈라치는 벼락.”

-콰르릉! 쿠릉! 파사사-!

여러 줄기의 벼락을 쏘아 보내 아스터 동상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모든 일을 마친 처용이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바라봤다.

처용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멍한 표정으로 작금의 상황을 지켜본 아나샤가 있었다.

“이곳에도 에스퍼, 아니 룬티르 일족의 아이들이 갇혀 있나?”

아나샤에게 다가간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에스퍼, 룬티르 일족의 행방을 묻자.

“이, 있습니다.”

아나샤가 굳은 목소리로 떨림을 감추며 답했다.

이곳, 라톤 영지 안에도 ‘이단자’로 낙인찍힌 에스퍼들이 구금되어 있었으니까.

아스터 교단의 명령에 의해 이단자들을 잠시 맡은 후, 이단 심문소로 이송할 계획이었다.

그런 이단자들을 마신이 찾는 상황.

아니, 마신은 다른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이단자들을 구출한 이였다.

아스터 교단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존재.

라톤 영지는 지금껏 아스터 교단의 명령에 따랐었기에, 아나샤는 작금의 상황이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아나샤의 마음은 관심 없다는 듯.

“풀어.”

아나샤에게 구금된 룬티르 일족을 풀어줄 것을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마신의 명령에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아나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윽고 영주성 근처에 자리한 감옥의 문이 열리고.

“얘들아!”

“무사했구나!”

서로 이별했었던 룬티르 일족의 생존자들이 환희를 표하며 서로를 안았다.

“생각보다 말끔하군?”

처용이 지하 감옥에서 나온 룬티르 일족들의 상태를 보며 읊조렸다.

앞서 영지들에서의 룬티르 일족들은, 모두 십자 형구에 묶여 있거나 고문을 받았었다.

반면에 이곳 라톤 영지에 구금된 룬티르 일족들은 생각보다 말끔한 모습이었다.

“저희는 이단자들을 붙잡아 놓으라는 명령만 받았었습니다.”

아나샤가 처용의 눈치를 살피며 진실을 이야기했다.

다른 영주들이 이단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냐사는 어린아이들에게 학대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아스터 교단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단자들을 잡아들이긴 했지만, 학대나 고문은 결코 없었다.

“으음.”

처용은 아나샤의 대답을 들으며 룬티르 일족을 잠시 살피고는.

“내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데?”

눈동자를 돌려 아나샤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 말에 아나샤가 침을 한 번 삼키며 짧게 생각하고는.

“왜, 왜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까?”

조금 전, 긴박했을 때 물었었던 질문을 다시 던졌다.

-나는 그런 이타적인 이들을 싫어하지 않아.

마신은 이타적인 이들을 멍청하다 말하면서도, 그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했다.

하지만 마신이 그저 마음에 든다 해서 자신과 영지를 재앙에서 구해 주었을까?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서, 전에 했었던 질문을 다시 던진 것이었다.

“서로 해야 할 말이 많다면, 대화를 하면 되겠지.”

처용은 아나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광장의 아스터 동상이 무너지고 구금되었던 룬티르 일족들이 해방되었다.

모든 사건이 일단락된 후, 처용과 아나샤를 포함한 몇몇 이들이 영주성에 모였다.

영지의 정책을 논하기 위한 대회의실 내부.

가로로 긴 테이블 끝, 영주인 아나샤가 앉아 있었고 좌·우로는 행정관들이 자리했다.

“……이것이 이단 심문소의 ‘진실’입니다. 영주님!”

아나샤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자리한 행정관.

처용을 따라 라톤 영지에 들어선 노인, 벤이 호소하듯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억울하게 이단 혐의로 잡혀갔었던 영지민을 구하기 위해 변호사로 보냈었던 행정관 벤.

그는 자신과 억울하게 잡혀간 영지민들이 겪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놈들은…… 놈들은 사람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가축! 아니, 그 이하입니다!”

이단 심문소 내부에서 펼쳐졌던 온갖 잔혹한 일들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자.

“인체…… 실험이라니…….”

아나샤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사람을 붙잡아다가 잔혹한 실험을 벌이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아스터 교단.

벤이 전한 진실은 일개 영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진실을 마주한 기분이 어떤가? 라톤 영지의 영주.”

일개 영지에서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

아나사갸 자리한 영주석 반대편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남자.

마신,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나샤는 처용의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고는.

“용납할 수 없지만……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솔직하게 답했다.

아스터 교단에서 벌이는 잔혹한 일들은 모두 진실이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일개 영지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신을 따르는 교단에 반항하면, 그 결과는 허무한 죽음을 초래할 뿐이었으니까.

처용은 아나샤의 분위기를 잠시 살피고는.

“제안을 하지, 아나샤 로스톤.”

아나샤의 풀네임을 부르며 본론을 이야기했다.

“내게 협력해라.”

“협력…… 말씀이십니까?”

처용의 제안에 아나샤가 눈을 감고는 고민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신에게 협력한다.

이 제안에 대한 무게감이 아나샤의 두 어깨를 거세게 짓눌렀다.

어떻게 답해야 자신이 보호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세차게 고민하던 아나샤가 질끈 감은 눈을 뜨고는.

“수락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선, 섣불리 결정하지 않고 수락했을 때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물었다.

“신중한 판단은 보기 좋아.”

처용은 그런 아나샤의 태도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네가 로스톤 왕국의 국왕이 된다.”

아나샤가 제안을 수락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를 말해 주었다.

“그……!”

처용의 입에서 나온 발언에 아나샤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람을 표했고.

“영주님이!?”

“와, 왕족이시긴 하지만, 그래도 국왕…… 이라니!”

그녀를 따르는 행정관들 역시 경악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악하던 이들은 곧 납득이 된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눈앞의 존재는 신조차도 굴복시키는 마신.

그런 그가 특정 대상을 왕으로 만들어준다?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샤는 처용의 대답에 침을 삼키며 조용히 목을 가다듬고는.

“거,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엔 거절하면 어찌 되는지를 물었다.

그 말에 처용이 입가에 지었던 작은 미소를 지우고는.

“로스톤 왕국은 아스터 교단과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진지한 목소리로 그에 대한 답을 이야기했다.

“어, 어째서 이런 일을-!”

아나샤가 항변하듯 입을 열자.

“악신 놈들이 이 우주 전체를 말아먹으려 하고 있으니까!”

-쿠구구!

처용이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강하게 말했다.

강렬한 기세를 담아 퍼져 나가는 목소리에 아나샤와 행정관들이 크게 움츠렸다.

처용은 일부러 흘려보낸 기세를 다시 잠재우고는.

“내가 왜 이런 짓들을 벌이는지 친히 설명해 주마.”

진지한 분위기로 왜 아스터 교단에 맞서 싸우는지를 이야기했다.

지구라 불리는 다른 세계.

그곳에서 벌어졌던 싸움들.

악마들이 거주하는 세계, 판데모니움과 그에 협력하는 성운들.

그리고 우주를 집어삼키려는 악신들에게 맞서 싸우는 이들까지.

자신이 가진 사정에 대해 대략적으로 말해주었다.

“에스라 성운은 악신들에게 이 세계 전체를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처용에게서 왜 지금까지 이런 일들을 벌였는지에 대한 명분과 이유를 듣자.

“새……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갑작스럽게 밀려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에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부여잡은 아나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아나샤의 말에.

“의외군? 억울한 게 많아서 내 제안을 곧장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처용이 진심으로 의외라는 듯, 말했다.

“……저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아나샤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느끼며 묻자.

“로스톤 왕국 제1 왕녀, 다른 왕족들이 가장 경계하는 왕권 계승자.”

처용의 입에서 아나샤가 가진 사정들이 흘러나왔다.

“더 말해줄까? 왕이 너를 아스터 교단의 늙은 고위 사제에게 팔아넘기려는 일도 있었을 테고 또-.”

아나샤가 가진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듯한 처용의 말.

이 모든 것들은.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었었습니다!

회귀 전, 그녀가 그간 참고 인내하던 화를 폭발시키며 처용에게 해주었던 말들이었다.

국민들, 왕족인 자식들까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한 상품이자 장기말로 밖에 보지 않는 국왕.

차기 국왕의 자리에 눈이 먼 왕족들의 내분과 권력다툼.

통제되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귀족들까지.

이것이 아스터 교단에 복속된 로스톤 왕국의 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나샤는 그런 로스톤 왕국의 제1 왕녀로 왕위 계승권을 가진 왕족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 작은 영지의 영주로 있는 이유.

-저는 왕국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딸을 팔아넘기려는 왕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제1 왕자가 네 시녀와 그 가족을 붙잡아 죽이려던 일도 있었을 테고 또 거기에 협력한 왕비가-!”

처용의 입에서 아나샤가 가진 사정들이 계속 흘러나오자.

“그, 아, 알겠- 알겠습니다!”

아나샤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듯 말했다.

“도, 도대체…… 어떻게?”

그녀가 자신이 가진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처용에게 당황과 의문을 드러내자.

“내가 저 위에 있는 무능한 새끼들보다는 능력이 좋거든.”

처용이 검지로 하늘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놓고 저지르는 신성모독에 행정관들이 시선을 내리깔았고 아나샤가 복잡한 표정을 드러냈다.

“선택해라. 이대로 왕의 상품이 되어 아스터 교단에 팔려 갈지, 아니면…… 내 손을 잡을지.”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아나샤를 향해 물었다.

아나샤가 세차게 고민하는 듯, 흔들리는 눈빛을 지어 보일 때.

“아! 답답하네, 진짜!”

대화를 쭉 들으며 상황을 지켜보던 연아의 입에서 답답한 감정이 터져 나왔다.

“아나샤라고 했지? 너 몇 살이야?”

나이를 묻는 연아의 말에.

“……이, 이번에 스물한 살이 되었습니다만?”

아나샤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래? 나랑 동갑일 줄은 몰랐네, 그럼 계속 편하게 말할게.”

대답을 들은 연아가 아나샤를 향해 몰아치듯 말을 이었다.

그녀의 태도는 영주라는 직책을 가진 아나샤에게 무례하다고 볼 수 있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듯, 그 나라의 문화와 예법을 존중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연아는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런 사소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연아는 에스라 대륙을 지배하는 아스터 교단에 아주 깊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신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을 해도 용납받는 세상.

그런 신들을 위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

도덕은 없고 신을 향한 광기 어린 찬양과 잔혹함만이 가득한 세상.

연아는 이런 미쳐 버린 세상의 법도와 문화를 조금도 존중하고 싶지 않았다.

“왕녀라며? 귀하고 곱게 자라 놓고서 그 빌어먹을 교단 놈들한테 상품마냥 팔려 가고 싶냐?”

연아가 아나샤를 향해 몰아치듯 말을 이었다.

처용은 물론 아나샤를 따르는 행정관들도 연아의 말을 제지하려는 이는 없었다.

마신과 함께 다니는 정체불명의 소녀.

게다가 그 어린 소녀는 천사와 정면으로 맞서 싸워 이기기까지 했었다.

그녀의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절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였다.

행정관들이 연아의 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할 때.

“이렇게 멍청하게 당하면서 살 거야?”

연아 자리를 박차 일어나며 아나샤를 향해 몰아치듯 계속 말했다.

“여기, 마신이 도와준다잖아? 이 기회를 잡고 나 물 먹인 놈들을 밟아줘야 할 거 아냐? 내 말 틀려!?”

“그…….”

폭풍처럼 몰아치는 연아의 말에 아나샤가 침음을 흘리며 뭐라 대답하지 못할 때.

“그만, 거기까지.”

-탁.

처용이 연아의 어깨를 잡으며 그만하라 말했다.

“에효……!”

연아가 하던 말을 멈추고 답답한 한숨을 토해 내며 자리에 앉았다.

처용은 내심 답답하게 흘러가던 분위기에 대신 나서 준 연아에게 작은 미소를 짓고는.

“내일 아침까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아나샤를 향해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네 고민과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 너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미래도 생각해야 할 테니까.”

아나샤가 처용이 내민 손을 곧장 잡지 않은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영지민들, 가신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이들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만이 아닌, 영지민들의 운명도 좌우된다.

이 책임감이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기에, 섣불리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당장은 못 움직여, 내일 아침까지는 여기에 있어야 해.”

“그래, 뭐…….”

처용의 말에 연아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연아의 입장에서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답을 고민하는 아나샤.

그런 그녀가 답답했지만, 사람들을 책임지는 리더의 고민이라는 처용의 말에 납득이 되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

처용이 아나샤를 바라보며 말하자.

“……알겠습니다.”

아나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 가지.’

처용은 조금 전 들려온 연화의 전음에 전음으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화에게서 들려온 전음은 다름 아닌.

-그 아이가 깨어났어.

룬티르 일족을 지키는 마지막 불사의 기사단인 네이션.

그가 지키는 새하얀 소녀, 카란디아가 깨어났다는 소식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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