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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01화 (401/726)

#401화

강철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아나샤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히자.

“제길…….”

아나샤가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아무리 최대치로 힘을 끌어올린 공격이라 해도, 마신을 처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마신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였으니까.

지상에 강림한 최고신과 대천사들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자였다.

하지만.

‘마신이…… 강철의 힘까지 다룰 줄은!’

마신이 강철의 힘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이 특별한 힘은, 세계에서 로스톤 왕족만이 지닌 힘이었으니까.

아나샤가 당황스러움을 느낄 때.

-계약자여, 저 존재는 이길 수 없다.

그녀를 감싼 힘, 강철의 정령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계약자인 자신을 걱정해주는 정령의 말에.

‘그래도 물러설 수 없어.’

아나샤가 심기를 바로잡고 전투 태세를 갖추며 답했다.

-……계약자가 지닌 강철의 의지를 존중하겠다.

완고한 아나샤의 태도에 그녀의 정령, 에실록스가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었다.

그녀와 맞서는 이는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

높은 격을 지닌 정신체인 에실록스는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격’을 느낄 수 있었다.

처용은 지금 시기의 인간들은 절대로 맞설 수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

마음 같아서는 그런 존재와 맞서려는 계약자에게 도망치라 말하고 싶었다.

소중한 계약자가 죽는 걸 원하지 않았으니까.

동시에, 빌어먹을 신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계약자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어린 계약자는 두려움을 딛고 마신에게 맞서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자신이 책임지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에실록스는 책임감을 짊어진 어린 계약자의 의지를 존중했다.

-나 에실록스, 계약자인 그대를 끝까지 도우리라.

계약자의 의지가 꺾일 기세는 없는 것이 전해지는 상황.

결국, 최선을 다해 계약자를 돕는 방법 외엔 없었다.

“하아아압!”

-우우웅!

아나샤가 기합을 지르며 강철의 기운을 끌어올리자.

-쩌저적! 철컥! 철크럭!

땅속 깊숙이 매장된 강철들이 지면을 뚫고 나와 아나샤에게 붙었다.

아나샤를 감싼 철갑 기사의 덩치가 더욱 커지며 더 강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지금 시기에는 대략 6미터 크기가 한계인가?’

처용이 6미터 크기의 거대한 철갑 기사로 변한 아나샤를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단단하고도 묵직한 힘이 아나샤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이 전해졌다.

그러나, 처용에게는 그 크기와 힘이 작게 느껴졌다.

처용은 회귀 전, 동료였던 그녀가 발휘하는 전성기 시절의 힘을 알고 있었으니까.

거대 마수조차도 단번에 때려눕히는 20미터 크기의 거대한 철갑 기사.

강철의 여제.

저항군들이 그녀를 향해 지칭하는 말이었다.

악신들이 이끄는 군대에 맞서 처용과 함께 최전방에 섰던 전사.

처용에게 있어서 아나샤는 숱한 위기를 함께 극복해왔던 든든한 동료였다.

그랬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녀가 이용당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처용의 마음은 알 리 없는 아나샤는.

“하아아압!”

-쿵! 쿵! 쐐에에!

더욱 거대해진 육체를 앞으로 돌진시키며 처용을 향해 랜스를 내질렀다.

-콰쾅!

강철의 손이 재차 처용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치익! 치이이-!

이전보다도 강한 위력은 맞는지 강철의 손이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처용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나샤와 그 뒤에서 수상한 짓을 준비 중인 사제들을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아나샤가 이용당하는 작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해결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의 아나샤를 압도할 필요가 있었다.

“……철벽부 – 강철의 거신병.”

처용은 주변을 살펴보며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는 철벽부 여섯 장을 강철의 손을 향해 날렸다.

-쿠구! 쩌저적! 쩌적!

강철의 손 손목 부근에서 철 조각이 생성되며 무언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동시에.

“식신부 – 생령(生靈).”

빠르게 형태를 갖추어가는 강철의 덩어리를 향해 식신부 한 장을 내던졌다.

이윽고.

-우워워워!

처용이 만들어 낸 강철의 손을 지닌, 8미터 크기의 철갑 골렘이 만들어졌다.

마치, 여러 겹의 강철 갑옷을 입은, 거대한 손의 은색 고릴라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크! 워어!

처용의 힘으로 탄생한 강철의 고릴라가 기합을 지르며 오른손을 강하게 밀쳐내자.

-쿠! 콰쾅!

“으윽!”

고릴라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아나샤가 뒤로 크게 밀려났다.

-쿵! 치이익!

더 밀려나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랜스를 땅에 박아 버텼다.

그 순간.

-후욱!

강철의 고릴라가 오른손 주먹을 쥐어 아나샤를 향해 내질렀다.

게다가 그냥 단순히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아닌.

-우우웅!

처용에게서 전달받은 신력과 강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나샤는 육중한 기세로 쇄도해오는 주먹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쿠콰쾅! 쩌적!

처용의 신력과 강기가 더해진 고릴라의 힘을 견디지 못했는지, 방패가 크게 일그러지며 부수어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후욱! 콰쾅! 쾅!

뒤로 크게 날아가 성벽에 처박혔다.

6미터 크기의 철갑 기사가 성벽에 틀어박힌 탓에, 성벽이 흔들리며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영주님!

-영주님을 구해라!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기겁하며 아나샤를 돕기 위해 움직이려 하는 순간.

“커흑! 오지 마라!”

아나샤가 병사들을 향해 명령하듯 강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후두둑. 후둑.

성벽에 틀어박힌 몸을 빼내며 일으켜 세웠다.

그녀를 보호하던 강철 갑각들이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방패로 충격을 다 막아 내지 못했는지, 가슴 부근이 크게 부서져 내부에 있던 아나샤의 모습이 보였다.

보호를 받던 그녀도 충격을 받았는지,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단 일격을 버티지 못한 상황.

그러나 아나샤는 상대와의 압도적인 격차를 느꼈음에도.

-쩌적! 쩌저적!

부수어진 강철 갑각을 수복해 보였다.

전의를 꺾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

그때.

-샥!

거대한 고릴라가 순식간에 아나샤의 앞에 나타났고.

-쾅! 으드드!

거대한 오른손으로 아나샤의 몸통을 쥐어 들어 올렸다.

“으으윽-!”

아나샤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쩌적! 쩌저적!

고릴라의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기껏 수복한 강철 갑각들이 금이 가며 부수어지고 있었다.

결국, 마신에게 별다른 타격조차 주지 못한 채 이대로 끝장나는가 싶은 찰나.

“그만.”

-탓.

처용이 고릴라의 오른쪽 어깨 위에 나타나며 명령하듯 말했다.

그 말에 고릴라가 손아귀로 가하는 힘을 조금 풀었다.

아나샤가 이대로 자신을 끝내지 않는 마신의 행동에 의문을 드러내려 할 때.

“얼마나 시간을 끌어야 하는 거냐?”

처용이 아나샤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작금의 상황을 전부 알고 있다는 듯한 진지한 목소리.

“……어떻게?”

그런 처용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눈치챈 아나샤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때.

“위대한 빛과 지혜의 심판을 받아라! 사악한 마신이여!”

성벽에서 하늘을 향해 신성력을 은밀하게 보내던 사제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동시에.

-쿠구구! 쿠구!

하늘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소용돌이치는 먹구름을 그려내었다.

먹구름이 모여드는 중앙에는.

-우웅!

-우우웅!

세 쌍의 날개를 크게 펼친 네 명의 대천사가 지상을 향해 손바닥을 겨누고 있었다.

[참회하라.]

[회개하라.]

[위대한 신들의 결정에 따라.]

[이 일대에 심판을 내리노라!]

대천사들이 번갈아 가며 주문을 외는 듯한 말을 마친 순간.

-콰르릉! 콰릉!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는 하늘의 중심에 화염과 번개가 모여들며 강렬한 빛을 만들어 내었다.

아나샤가 하늘 위를 바라보며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는.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성벽 위에 자리한 사제들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금 하늘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신들이 지상을 향해 내리는 심판이었다.

이 일대 전체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리는 신들의 권능.

저것이 지상에 떨어지면, 이 일대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가루가 되어 버린다.

마신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같이 휘말리는 영지민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영지민은 건들지 않겠다고-!”

아나샤가 이전 사제들과의 약속을 언급하며 소리치자.

“감히! 고결하신 신의 뜻에 의문을 제기하지 마라!”

사제가 아나샤를 향해 일갈하듯 소리쳤다.

“마신을 처치하기 위해 모두 순교하는 것이다! 하하하!”

자기 자신조차도 신의 권능에 휘말려 죽는데도, ‘순교’라 말하며 광소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

사제들이 보이는 광기와 신들의 무자비한 모습에 아나샤의 입에서 허무함 가득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타파할 길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아나샤가 고개를 떨굴 때.

“도움이 필요한가?”

마신이 절망에 빠진 아나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목소리에 아나샤가 아래로 떨어지려는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렸다.

아나샤가 복잡한 마음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처용을 바라볼 때.

“다시 묻지, 도와줄까?”

그 시선을 마주한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절망만이 가득한 사막 속에서 내리는 단비와 같은 목소리에.

“도, 도와주십시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신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아나샤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영지민들은 그 누구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아나샤의 도움 요청을 수락했다.

“나를 믿어라.”

확고한 믿음이 가득한 말을 마지막으로.

-파지직!

처용이 다리에 번개를 휘감으며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마신!]

[제아무리 네놈이라 해도! 이걸 막아낼 순 없다!]

네 명의 대천사들이 점점 접근해 오는 처용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무려 마신을 죽이기 위해 긴 시간 준비한 신들의 심판.

지상에 강림한 네 명의 대천사가 ‘문’을 열고 참회의 여신과 회개의 여신이 힘을 합쳐 발동하는 권능.

[참회와 회개의 심판을 받아라!!]

-치지지! 쿠콰콰콰!

화염과 번개가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구체가 굉음을 울리며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국가 하나를 일격에 지워 버리는 힘이 작은 영지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오직, 마신 한처용을 죽이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지상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인간들이 얼마나 죽는지, 신들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신만 처치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 있던 간에 상관없었으니까.

“흐음.”

하늘 위에 멈춰선 처용이 떨어져 내리는 화염과 번개의 구체를 자세히 살펴보며 침음을 흘렸다.

제아무리 강력한 권능이라 해도 파훼법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머저리 새끼들, 참회와 회개의 심판을 쓴 건 크나큰 악수였다.”

처용은 회귀 전 배신자들이 사용한 권능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 권능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떨어져 내리는 참회와 회개의 심판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회귀 전에는 저 권능을 단 한 번만 막아 본 것도 아니었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여러 번 저 권능에 정면으로 맞서 방어했었다.

때문에, 눈앞에서 떨어져 내리는 권능을 막을 자신이 있었다.

“압제.”

처용이 가장 먼저 발동한 권능은 다름 아닌 압제였다.

-파아아!

붉은 신력이 넘실거리는 파도를 형성하며 하늘 위로 퍼져 나갔다.

압제는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의 ‘이로운 능력’ 전부를 해제하고 무력화시키는 권능.

버프형 스킬과 포션 뿐만이 아닌, 진법이나 결계 또한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힘이었다.

신들의 권능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붉은 압제의 파동이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힘에 닿았음에도.

-치지지지! 치지!

그저 뭉쳐 있는 불길과 번개가 조금 흐트러졌을 뿐, 저지하지는 못했다.

지금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힘은 두 명의 대신이 힘을 모아 지상에 발현한 권능.

아무리 이전보다 강해진 처용의 압제라 해도, 그것만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처용 역시 압제만으로 저 권능을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압제를 사용한 이유는 그저 재앙을 막기 위한 사전 준비에 불과했다.

-파지직! 화륵! 파직!

압제의 영향으로 인해 뭉쳐 든 화염과 번개가 조금 흩어지며 벌어진 아주 작은 틈.

처용에게는 그 작은 틈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항마의 화신.”

-우우웅! 스르륵!

틈을 만들어 낸 처용이 다음 꺼낸 카드는 항마의 화신.

눈앞에서 떨어져 내리는 재앙을 피해 없이 막기 위해서는 항마의 화신이 필요했다.

“반탄신장!”

항마의 화신이 떨어져 내리는 재앙의 덩어리를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이윽고 항마의 화신 왼손에 신력이 뭉쳐 만들어진 거대한 손바닥과 재앙의 덩어리가 충돌했다.

-쿠구! 쿠콰콰!

반탄신장에 가로막힌 재앙의 덩어리가 저지당한 듯 보였지만.

-쿠구! 쿠우우!

이내 재앙의 덩어리가 반탄신장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항마의 화신이 발현한 반탄신장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듯 보였다.

그때.

“백염부.”

-화르륵!

처용이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새하얀 불길이 일렁이는 백염부 여덟 장을 소환해냈다.

추가로.

-쏴아아!

짙은 청색의 물결이 일렁이는 자연부를 여덟 장 추가로 만들어 냈다.

보통 처용이 사용하는 수 속성 자연부는 수류부였다.

하지만 새롭게 선보이는 자연부는 보다 짙고 더 강한 속성의 힘이 일렁였다.

“청해부(靑海符).”

수 속성의 상위 속성인 짙은 바다와 심해의 기운을 지닌 자연부, 청해부였다.

-촤라라! 화르륵!

백염부와 청해부가 처용을 중심으로 태극을 그리며 두 개의 원을 만들어 내었다.

심해처럼 짙푸른 물결이 흐르는 고리와 새하얀 불길의 고리가 교차하며 빠르게 회전했다.

“팔괘환류진(八卦還流陣).”

진법을 완성한 처용이 수인을 맺던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항마의 화신 역시 처용을 따라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내폭진(耐爆陣)!”

-화르륵! 슈르륵!

팔괘의 진법을 따라 고리를 그려내던 화염과 물줄기가 처용의 팔을 타고 앞으로 쏘아졌고.

-스르륵! 스륵!

재앙을 가로막는 반탄신장을 타고 재앙의 덩어리 안으로 스며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전 압제에 의해 벌어졌던 아주 작은 틈 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러자.

-쩌적! 쩌저적! 피이!

거대한 재앙의 덩어리에 새하얀 균열과 푸른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충격을 받아 금이 간 유리가 점점 더 금이 번져 나가듯, 재앙 전체로 금이 가고 있었다.

[이, 이건!?]

[이 하계종 놈! 무슨 짓을-!?]

하늘 위에서 당황스러움이 일렁이는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름 아닌 작금의 재앙을 만들어 낸 로메라와 하메라의 목소리였다.

“머저리들, 신의 권능이 절대적인 줄 알았나?”

처용은 당황하는 두 대신을 향해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재앙을 막기 위해 두 가지 힘을 섞어 만들어 낸 팔괘의 진법인 팔괘환류진(八卦還流陣).

이 진법은 상대의 공격을 흩어 버리는 환류의 묘리를 팔괘의 진법으로 재구성한 진법이었다.

신력으로 만들어 낸 팔괘의 진법을 적 성좌가 발현한 권능에 침투시켜 파괴하는 기술이었다.

무려 참회의 여신과 회개의 여신, 두 대신이 힘을 합쳐 발현한 재앙임에도 불구하고.

-쩌저적! 쩌적!

새하얀 균열과 푸른 균열이 재앙을 빠르게 뒤덮으며 잠식하고 있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이, 이 이질적인 힘은 도대체……!]

하메라와 로메라가 재앙 내부에 번져나가는 힘을 수습하지 못하는 듯,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토해냈다.

“버러지 같은 네놈들보다도 드높은 격을 지닌 분들의 힘이다.”

처용은 당황하는 두 대신을 향해, 재앙을 파괴하는 힘이 누구의 것인지 말했다.

팔괘환류진을 구성하는 자연부는 두 가지, 백염부와 청해부였다.

그 두 힘의 정체는 다름 아닌 크루마의 백염과 카투라의 심해였다.

둘 다 대신들보다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드높은 신격.

그런 그들이 지닌 속성이기에, 각각 불과 물 속성 계열에서는 최상위라고 할 수 있었다.

-화륵! 화르륵!

크루마의 백염이 강렬하게 타오르며 로메라의 권능, 회개의 벼락을 태우며 흩어 버렸고.

-쏴아아! 치이-!

카투라의 심해가 소용돌이치며 하메라의 권능, 참회의 화염을 꺼뜨리며 잠재웠다.

결국.

-쩌저적! 쩌저저저적!!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거대한 재앙 덩어리 전체에 푸르고 새하얀 균열이 뒤덮었고.

-쿠구구콰콰!

한곳에 뭉쳐졌던 거대한 힘이 깨져나가며 허무하게 흩어져 내렸다.

그때.

“항마의 화신 – 팔괘흡기장(八卦吸氣掌).”

항마의 화신이 양손을 펴고 크게 휘두르며 태극을 그려 내었다.

그러자.

-슈화아아!

재앙이 무너지며 사방에 흩어지려는 에너지가 항마의 화신이 그려내는 태극 속에 빨려 들어갔다.

국가 하나를 일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거대한 힘이 태극 속에 온전히 흡수된 순간.

-위이잉!

항마의 화신이 태극을 그리던 양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태극 속에 압축된, 재앙을 구성하던 강렬한 에너지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환하게 발광했다.

이윽고.

“반탄신장 - 반발!”

처용이 온전히 흡수했던 재앙의 힘을 앞으로 쏘아 보내며 폭발시켰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이-!]

[다, 당장 문을 닫-!]

대천사들이 열었던 신계와 연결되어 있는 문이었다.

경악을 내지른 대천사들이 다급하게 문을 닫으려 했지만.

“늦었어, 병신 새끼들아.”

-쿠콰콰콰!!

강렬하게 쏘아진 재앙의 힘이 대천사들을 순식간에 태워 버리고 신계의 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쿠르릉! 쿠릉!

하늘 전체가 지진을 맞은 듯, 거세게 울렸고.

-쩌저적! 파창! 창!

대천사들이 만든, 신계와 연결된 문이 완전히 파괴되어 사라졌다.

그 영향으로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 역시 깨끗하게 사라지며 푸른 하늘로 되돌아왔다.

하늘 위에서 신들이 만들어 내던 재앙이 처용의 손에 의해 해결되자.

“……!”

“……!!”

지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망부석이 된 채, 소리 없는 경악을 내질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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