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화
동부에 세워진 아스터 교단의 이단 심문소.
근방에서 잡아들인 이단자들이 모두 모여 심문을 받는 장소였다.
아무런 혐의가 없다면, 무사히 이곳을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단의 혐의를 받고 이곳에 발은 들인 이들 중, 멀쩡한 모습으로 나간 이들은 드물었다.
“저, 저는 이단자가 아닙니다. 맹세합니다!”
철창 속, 철제 의자에 묶인 남성이 공포가 가득한 눈빛을 지어 보이며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는 짙은 억울함 또한 담겨 있었다.
그러나.
-치이이!
남자의 이단 심문을 맡은 간수는 끝이 새빨갛게 달구어진 집게를 쥐고는.
-치익! 우드드득!
구속된 남자의 새끼손가락을 쥐고 뜯어내기 시작했다.
“어째서 마신이 강림했을 때, 주저앉아만 있었느냐!”
간수가 남자의 손가락을 비틀어 뜯으며 비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단 혐의로 붙잡혀 온 남자는 테러를 당한 도시의 시민 중 하나였다.
그 중, 이단자 ‘에스퍼’들의 처형장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다름 아닌 마신이 강림한 장소와 가장 가까운 장소.
그 장소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 남자가 받은 이단 혐의였다.
“네놈은 마신을 숭배하는 자구나! 마신을 향해 경배한 것이다!”
“으어어억! 나, 나는 마신의 얼굴을 보지도 못 했-!”
계속 이어지는 간수의 고문과 외침에 묶인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같은 이유로 고문을 받는 이는 남자만이 아니었다.
재앙이 일어난 곳 가까이서 살아남은 시민들.
-으어어!
-마, 마신에게서 도망친 것이 무슨 죄란-!
-나, 난 그곳에 가지도 않았다고!
그들 모두가 ‘이단 혐의’로 이곳에 붙잡혀 심문을 받고 있었다.
고문을 즐기듯 미소를 짓는 간수와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민들.
그리고 살벌한 표정으로 여기저기서 경비를 서는 이들까지.
-스르륵.
그 누구도 주변에 불청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하의 입구를 찾으면, 즉시 말해.’
동화경을 유지한 채, 감옥을 둘러보던 처용이 전음을 퍼트리자.
-예.
-찾는 중이야.
즉각 뱀파이어들과 연아에게서 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 개새끼들 교단 맞아? 완전 사이비나 다름없는데?
연아가 이단 심문이 진행되는 감옥 내부의 상황을 둘러본 연아가 욕을 내뱉었다.
그녀에게 있어 교단이란, 성자가 이끄는 빛의 교단이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세계 각지 나라를 돌며 헌신하는 이들.
비록, 추기경이라는 타락자가 나오긴 했지만, 성자는 소위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성인(聖人)이었다.
그런 성자를 진심으로 따르는 사제들은 언제나 경건한 마음으로 정의를 위해 힘쓰는 이들이었다.
이것이 연아가 생각하는 신성한 교단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 사람들 잘못이 없는데? 이거 맞아?’
에스라 대륙을 지배하는 교단, 아스터 교단은 빛의 교단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강압적이고 고압적이며 부패한 권력 그 자체인 이들.
그들이 죄인이라 칭하면 죄 없는 사람도 죄인이 되고 그들이 무죄라 말하면 살인범도 무죄가 된다.
그 증거로.
“자, 여기 ‘참회와 회개의 헌금’ 천 골드요.”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가 감옥에 찾아와 수북한 금화를 간수장에게 건네자.
“그대의 참회와 회개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형제여.”
간수장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수북한 금화를 받았다.
동시에.
-끼이이.
감옥 중 한 곳이 열리고 얼굴에 흉터 자국이 가득한 비열한 인상의 남자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왔다.
“고작 하녀하고 애새끼 둘 처리했다고 내 손가락이 잘릴 뻔했수다. 나으리.”
“흥, 네놈이 내 말을 잘 듣는 이상, 사지는 멀쩡할 것이다. 가자.”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가 비아냥대듯 읊조린 말에 화려한 옷의 남자가 명령하듯 말했다.
청부를 받고 대상을 죽이는 살인범과 그 뒤를 봐주는 귀족들.
그리고 그들의 죄를 ‘면죄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사해주는 교단.
그런 그들의 행위를 방관하는 신들.
이곳 에스라 대륙에서는 당연하다시피 일어나는 일이었다.
-아오! 속 터져!
감옥을 둘러보는 연아가 이러한 부패의 광경을 보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음 같아서는 확 뒤집어엎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단순히 정의의 사도 노릇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지금은 참을 때였다.
‘구경만 하지 말고 지하로 향하는 입구부터 수색해.’
처용이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이는 연아에게 질책하듯 말할 때.
-이미 찾았어, 그러니까 잔소리하지 마.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찾은 연아가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일 잘하네.’
처용은 툴툴거리면서도 할 일을 하는 연아의 행동에 미소를 짓고는.
‘다들 모여, 지하로 내려가 증거부터 찾아 수집한다.’
연아가 찾은 입구로 집합할 것을 명했다.
-스르르.
드넓은 감옥과 신전 곳곳에 퍼졌던 이들이 순식간에 한 곳에 모여 들었다.
양옆에 횃불 두 개만이 타오르고 있는 어두운 지하 계단 통로.
처용이 동화경을 유지한 채 연아가 알린 장소에 도달하자.
“여기야.”
-슈르르.
그 통로 중앙에 물줄기가 모이더니 연아가 나타나며 말했다.
그리고.
-스르르.
-스륵.
모습을 감추고 있던 처용과 연화, 뱀파이어들이 어둠 속에서 차례차례 나타났다.
“지키는 놈들도 있었을 텐데?”
주변을 둘러본 처용이 연아를 향해 묻자.
“여기 있지롱.”
연아가 검지를 들어 아래를 가리키고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주르륵. 주륵.
그녀의 발밑에서 물이 쏟아진 듯, 넓고 평평하게 물줄기가 퍼져 있었다.
그리고.
-스르르륵.
조금 전까지 입구에서 경비를 서던 두 명의 간수가 물속에서 솟아오르며 나타났다.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이었지만.
“으어?”
“어어…….”
눈동자가 반쯤 위로 돌아간 채, 넋이 나가 있었다.
연아는 입구를 지키는 간수들을 은밀하게 심해 속으로 납치한 후, 강제로 악령을 빙의시킨 것이었다.
“밑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시간을 끌어 줄 거야.”
“훌륭하네.”
처용이 연아의 대처에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칭찬하듯 말했다.
이제 갓 스무 살에 접어든 연아였지만, 어엿한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부턴, 내가 앞장서지.”
-스르륵.
처용이 선언하며 말하고는 동화경으로 다시 몸을 숨기며 통로를 향해 앞장서 나아갔다.
-스륵.
-스르르.
뒤이어, 연아와 연화, 뱀파이어들 역시 스스로를 숨기며 처용을 뒤따랐다.
처용은 혹시나 숨겨진 보안이 있을까 싶어 앞장선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허술하군.’
지하 시설의 보안은 위의 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윽고 통로가 끝나자.
‘……여기군.’
처용이 눈앞에 드러나는 넓은 동공을 둘러보며 읊조렸다.
넓고 긴 복도와 좌·우에 나열된 철창들.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는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
복도 중앙의 수레에는 사체로 보이는 고깃덩이들을 옮기며 앞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으아아!
-꺄아아!
철창으로 가려진 방 안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흠…… 생각보다 더 과감한데? 뭐지?’
처용이 실험 현장을 살펴보며 속으로 의문을 담아 읊조렸다.
아스터 교단은 회귀 전에도 사람들을 잡아다가 실험하는 만행들을 저질렀었다.
그로 인해 지구에서 넘어온 세력들과 자주 마찰을 빚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함께 악마들에게 맞선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에, 참고 넘어갔었다.
이곳은 다른 세계, 타 세계에서 넘어온 이들이 함부로 이 세계의 법칙에 개입하긴 힘들었으니까.
물론, 아스터 교단과 마인들이 협력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회귀 전 그 당시 아스터 교단은 눈치가 보였는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성자의 요청을 받아 잔혹한 이단 심문 행위를 줄이거나, 무조건 체포하는 등의 행동을 자제했었다.
그러나.
‘회귀 전보다 심한데?’
처용이 다시금 위층의 상황과 눈앞에 보이는 동공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작금의 아스터 교단은, 회귀 전보다도 잔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작금의 실험을 급하게 진행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 처용은.
‘우선, 각자 수색을 시작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뒤이어 따라온 이들에게 수색과 증거 수집을 명했다.
동시에.
-지잉.
품속에서 작은 구슬 크기의 구체를 꺼내 허공에 띄웠다.
-지잉. 지이잉.
허공에 떠오른 구슬의 앞부분이 열리더니, 푸르고 투명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마치, 작은 눈이 허공을 부유하며 주변을 맴도는 듯한 모습.
[미니 옵저버 / 아티팩트]
[등급 : 레어+]
[주변에 보이는 환경을 홀로그램 형태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은밀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사용자의 마나가 고갈되면 작동이 중지됩니다.]
-작동 시, 상시 초 은폐 상태로 유지됩니다.
이것은 이전 이종족들을 치료해 준 대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건네주었던 보상 중 하나였다.
커맨더가 다루는 옵저버의 미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삐리릭.
처용이 품속에서 꺼낸 미니 옵저버를 작동시키자.
-삐릭.
-띠리릭.
연화와 연아, 류마 등, 옵저버를 받은 다른 이들 역시 아티팩트를 활성화시켰다.
이제, 최대한 증거를 수집한 후.
‘다 쓸어 버려야겠어.’
이곳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면 끝이었다.
-스르륵.
처용이 옵저버에 마나를 보냄과 동시에 동화경을 유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촤아악! 샤라락.
연아는 외진 곳으로 향하는 사제를 따라가 그를 심해로 납치한 후, 그 사제로 변장한 듯 보였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실험실을 둘러볼 때.
-용님, 룬티르 일족이 수감된 감옥을 찾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류마가 청이와 같은 룬티르 일족이 수감된 감옥을 찾아내었다.
그들이 수감된 곳은 지하의 가장 끝에 있는 장소였다.
-차마…… 말로 설명하기는 힘듭니다만, 룬티르 일족의 힘을 이용해 무언가 실험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류마의 보고에.
‘그곳은 네가 직접 감시해라, 증거 수집이 끝나는 대로, 이곳에 주둔한 적들을 모조리 죽일 테니까.’
처용이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답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 후, 이단 심문소에 주둔하는 모든 사제들을 죽인다.
이것이 차후 계획이었다.
나름 순조롭게 수색이 진행되던 도중.
“에이! 얼마 버티지도 못하니 재미가 없어!”
-쾅!
옷에 피를 잔뜩 묻힌 사제가 감옥 문을 쾅 닫으며 나왔다.
-끼이이……!
너무 세게 닫은 나머지 감옥의 문이 살짝 열리며 내부가 보였다.
그 안에는 각종 고문 도구로 난자된, 사람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니, 고문 정도가 아니라 해부 실험에 가까울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갈라져 내부가 텅 비어 있는 가슴과 벗겨진 얼굴 가죽, 안구까지 적출된 모습.
심지어 더 충격적인 것은.
-으…….
그 끔찍한 고문을 당한 피해자는 아직 살아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나마 심장하고 눈깔은 좀 쓸만하네.”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듯 보이는 사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불만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처용이 사제가 나온 실험실 내부를 보며 인상을 찌푸릴 때.
-끼이이.
-끼익.
다른 감옥에서 비슷한 일을 한 듯 보이는 사제들이 문을 열며 나왔다.
“뭐 좀 건졌어?”
가장 처음에 나왔던 사제가 동료들을 보며 묻자.
“아, 나는 생각보다 재밌었거든.”
사제 하나가 즐겁다는 듯,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배를 움켜쥐면서 소리를 지르길래 뭔가 했는데…….”
입을 연 사제의 말에 다른 사제들이 귀를 기울였다.
“애새끼를 배고 있더라고.”
사제의 말이 울리자.
“크크 확실히 재미 좀 봤겠군. 쓸만한 제물도 얻었고 말이야?”
“고통에 버무려진 태아라…… 그분들께서 좋아하시겠는데? 하하.”
다른 동료 사제들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개중에는 부럽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제들이 즐거움을 표하는 반면.
‘……!’
-으드드!
처용이 표정을 악귀처럼 일그러뜨리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회귀 전부터 처참하고도 잔혹한 광경을 주로 보며 정신이 단련된 처용조차도.
‘……지금 다 죽여 버릴까?’
웃고 떠드는 사제들이 저지른 광경을 보며 살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애새끼만은 살려 달라고 아주 애원을 하더라고 하하!”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는 사제를 당장 죽여 버리고 싶었다.
처용의 손이 역천의 절의 칼자루로 향할 때.
‘이런…….’
이곳에 모여든 이들 중 한 명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웃고 떠드는 다른 사제들과는 다른, 충격을 받은 듯 두 눈이 거침없이 흔들리는 사제.
그리고 그 뒤에는.
“……!”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을 떠는 연화가 보였다.
그 둘의 시선은 지금 자랑하듯 떠드는 사제가 나온 감옥 내부를 향해 있었다.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참상에 강렬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심지어.
-아…….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는 아직 살아 있는 상태.
일부러 남겨둔 듯 보이는 한쪽 눈은 허망한 빛을 띠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내가 애새끼를 적출해서 포르말린에 담그니까-.”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사제의 말이 이어질 때.
“으! 으웨에에엑!”
사제 중 하나, 연아가 속을 게워내며 엎어졌다.
“뭐야 이 머저리는?”
“오늘 뭐 잘못 처먹었냐?”
주변의 사제들이 같은 사제로 변장한 연아를 보며 의문을 토로했다.
“허구한 날 가축들 배때지 가르며 재밌다고 떠들던 새끼가, 오늘은 왜 지랄이냐?”
마치, 뭐 문제가 있냐는 듯한 모습.
그 말에 부들부들 떨리던 연아의 몸이 딱 멈추었다.
그 순간.
-스르르.
연아에게서 엄동설한보다도 차갑게 느껴지는 짙은 청색의 신성력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결국.
“이…… 이……! 이!!”
-지이잉.
세차게 흔들리던 연아의 눈동자에서 보랏빛 안광이 쏟아졌다.
“이! 갈아 죽여도 시원치 않을 좆간 새끼들이!!”
연아가 입에서 살벌한 욕지거리를 쏟아내고는.
“이 개새끼들! 모조리 심해 속에 처박아 버리겠어!”
-캬아아아아!
날카로운 손톱을 치켜세운, 여섯 개의 팔이 달린 거대한 물의 악령으로 변신했다.
-쐐에엑!
완전한 팬텀의 형태로 변한 연아가 팔을 크게 휘두르자.
-촤아! 촤아아!
주변에 있던 사제들이 피를 흩뿌리며 나무토막처럼 썰려 나갔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대 악령에 의해 동료 사제들이 조각난 고깃덩이로 변한 순간.
“으아아!”
“저, 저게 뭐야!?”
“실험체야? 뭐해!? 제압해! 제압하라고!”
근처에 있던 사제들이 경악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었다.
연아가 이성을 잃고 날뛰자.
‘하아…….’
상황을 지켜보던 처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는 듯, 얼굴에 힘줄이 불거진 연화와 눈이 마주쳤다.
끊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한계의 한계치까지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며 처용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화와 시선을 잠시 마주한 처용은 결국.
“증거 수집은 여기서 끝낸다.”
-스르릉.
동화경을 풀며 역천의 절을 뽑아 들었다.
이미 처용도 참을성의 한계를 느끼던 상황.
“딱, 다섯 놈만 살리고. 나머지는 다 죽여 버려.”
처용의 입에서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