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화
사형장에 난입한 처용이 지상에 강림한 천사들의 날개를 뽑을 때.
-야 이 미친놈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연아에게서 다급한 목소리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어서.
-도시에 갑자기 비상이 걸리길래 뭔가 했더니…….
-이,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연화와 류마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들은 근처 다른 도시의 분위기를 살피던 도중.
-모두 중앙 도시로 돌아와.
갑작스러운 처용의 부름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아직 조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연화와 연아가 의문을 표하며 처용의 전음에 의문을 토로하며 답했다.
‘왜? 무슨 일인데? 한처용!’
연아가 처용에게 답을 독촉했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가 의문을 표할 때.
-땡! 땡! 땡!
도시 전체에 날카로운 경고 종소리가 울리며 비상이 걸렸다.
-병사들을 모아라! 당장 지원을 가야 한다!
분위기를 살펴보니, 옆 도시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옆 도시가 처용이 홀로 정찰하기로 한 도시였다는 것.
일행들은 즉시 조사를 중단하고 중앙 도시를 향해 전속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도시에 도착한 그들이 중앙 광장, 사형장 근처에 도달하자.
“하하!”
미소를 지으며 천사들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날개를 잡아 뜯는 처용의 모습이 보였다.
-한처용!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멀리 떨어져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연아가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처용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계획을 변경한다.’
처용이 근처에 모인 연아와 연화, 뱀파이어들에게 전음으로 답했다.
‘일단 형틀에 묶인 아이들부터 풀어 주고 안전한 곳으로 보내.’
아직 사형장 위에 묶여 구속된 아이들.
처용은 우선 그들을 구할 것을 이야기했다.
‘애들을 구하고 멀리 떨어져.’
-……넌 어쩌려고?
연화가 처용의 지시대로 은밀하게 움직임과 동시에 물었다.
처용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우선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래도 의문이 들긴 매한가지였다.
‘난…… 빌어먹을 이 세계의 신격들하고 진지한 대화 좀 해봐야겠어.’
처용에게서 분노와 증오가 서린 낮은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우선 지시대로 움직여.’
-알겠습니다. 용님.
처용이 재차 지시하자, 류마가 곧장 대답했다.
그리고.
-스르르.
형구에 묶인 아이들의 발밑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슈르륵. 타닷.
그림자 칼날이 튀어나와 아이들을 묶은 밧줄을 잘라 내고 떨어지려는 아이들을 붙잡았다.
-스르륵. 스륵.
그림자에 붙잡힌 아이들이 늪에 빨려 들어가듯,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간 모진 고문을 받아서 지쳤기 때문인지, 갑작스러운 사태에도 발버둥 치는 아이들은 없었다.
처용은 뱀파이어들에 의해 아이들이 구출되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가진 걸 다 내놔라. 이 비둘기 새끼들아.”
-우드득! 우득!
붙잡은 천사들의 날개를 계속 뜯어내었다.
천사가 인간에게 날개를 잡아 뜯기는 충격적인 광경 때문인지.
“아, 아아……!”
“마, 마신! 마신이 분명하다!”
주교를 포함한 성기사와 사제들, 시민들까지, 아이들이 없어지는 걸 눈치챈 이는 없었다.
아이들이 전부 구출되고 처용이 천사의 날개를 계속 잡아 뜯을 때.
-피이이! 콰콰쾅!
아스터의 동상이 부수어지며 참회의 여신, 하메라가 나타났다.
[감히! 감히!!]
하메라는 분노에 휩싸인 듯, 세차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처용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크크, 참회의 여신 하메라인가?”
처용은 그런 하메라를 똑바로 마주하며 피식 웃어 보이고는.
“반갑다. 이 씨발년아.”
이 대륙에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신성모독을 저질렀다.
낮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처용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처용이 저지른 신성모독이 광장 전체에 울린 순간.
-……!!
성기사와 사제들.
일반 시민들.
날개가 뜯긴 천사들까지.
신성모독을 저지른 단 한 명, 처용을 제외하고.
광장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 없는 경악을 내질렀다.
상상조차 한 적 없는 신성모독이 울리자.
“억……!”
충격을 받은 주교가 뒷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졌고.
-우,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회, 회개, 회개만이 살길이다! 오직 회개만이!
성기사와 사제들은 머리와 귀를 쥐어뜯으며 정신이 나간 이들처럼 중얼거렸다.
비단 충격을 받은 이는 이들만이 아니었다.
[……!]
신성모독을 당한 당사자, 하메라 역시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지어 보이며 침묵했다.
그녀는 지금껏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인간들은 신을 숭배하고 신을 위해 헌신하는 하찮은 존재들.
신은 인간들에게 떠받들어지고 칭송받는 것이 당연한 위대한 존재들이었다.
하메라는 그중, 주신인 아스터 바로 아래에 자리한 최상위 신격 중 하나.
그런 그녀가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에게 신성모독을 당했다.
우주 역사상 난생처음 겪는 충격적인 이 상황에, 당사자인 하메라조차 몸을 떨었다.
광장 전체에 경악과 충격의 도가니가 불길처럼 퍼졌다.
그리고.
“어이, 참회의 여신 하메라.”
처용이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고는.
“내가 친히 반갑다고 인사해 주잖아. 이 새끼야.”
광장 전체를 뒤덮은 경악과 충격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 버렸다.
게다가 처용은 말로만 하메라를 도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스-사악.
처용이 왼손에 어둠 속성 마나와 강기를 응축시킨 뒤 손날을 펴며 빠르게 가로로 긋자.
-촤아악!
바닥에 구속된 천사들의 머리가 일제히 잘려 나갔다.
-스르륵.
천사들이 빛무리로 흩어지며 새하얀 깃털이 흩날렸다.
처용이 흩날리는 천사들이 깃털을 잡아채 아공간에 챙겨 넣자.
-콰아아아!!
그 모습을 본 하메라가 거센 불길이 내뿜었다.
[이……! 이……!]
하메라는 격노에 휩싸여 차마 말조차 나오지 않는지, 이를 거세게 갈며 분노를 표출했다.
신성모독에 이은 최고신이 격노하는 모습에.
-으……!
-으어…….
인간들이 공포에 떨며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하지만.
“야.”
신성모독에 이어 최고신을 분노하게 만든 처용은 그런 상황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열받냐? 꼬우면 덤비든가?”
-까닥.
처용이 하메라를 향해 검지를 까닥거리며 도발한 순간.
-쿠우우! 쿠콰콰콰!
하늘 위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기둥이 처용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네놈의 영혼까지 잿더미로 만들어 참회시킬 것이다!!]
하메라는 처용을 향해 불기둥을 떨구었음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참회하라! 네놈을 천 년 동안 참회시킬 것이다!!]
-쿠콰콰! 쿠콰콰콰!!
불기둥 위에 또 다른 불기둥을 만들어 계속 내리쳤다.
-쿠궁! 쿠구구!
하늘에서 내리치는 거센 불길에 의해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며 성벽과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졌다.
그 어떤 존재라 해도 최고신이 내치린 신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산악 베기.”
-샤-악! 촤아아!!
점점 크기를 키우며 강렬하게 타오르던 불기둥이 반으로 쩍 갈라지고는.
“집에 있는 사우나보다도 미지근하군.”
-저벅.
오른손에 쥔 역천의 절을 어깨에 걸친 처용이 태연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무려 최고신이 발휘한 권능에 직격당했음에도, 상처 하나 없었다.
[무, 무슨……?]
믿기 힘든 상황에 하메라가 당황을 표하자.
“네 ‘분노’는 이게 고작인가?”
-스릉.
처용은 하메라를 향해 역천의 절을 겨누고는 잔잔한 분노와 증오가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 간악한 하계종이! 내 앞에서 사특한 힘을!]
-쿠구구!
예상치 못한 처용의 무력에 짐짓 놀란 하메라가 더 강렬한 신력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병신같은 년.”
처용은 그런 하메라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고는.
-쿠구! 쿠구구!
붉은빛이 일렁이는 황금빛 신력과 신살자의 힘을 내뿜었다.
처용에게서 뻗어 나온 기운이.
-스슷! 치지직!
무려 대신급 성좌인 하메라의 신력을 거칠게 깎으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 이 힘은!? 이건 하계종에게 용납할 수 없는 힘이다!]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파악한 하메라가 다시 한번 경악을 내질렀다.
눈앞의 인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분명한 신의 힘, 신력이었다.
게다가, 신의 힘을 잡아먹는 이단의 힘, 신살자의 힘까지 느껴졌다.
하메라는 처용을 보며 당황함과 동시에.
‘파마의 신력을 가진 하계종…… 신살자의 힘…… 설마!?’
머릿속에서 번뜩하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하계종 하나에게 애먹고 있다는군.
에스라 성운의 주신인 아스터.
그가 다른 세계의 정보라며 전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거대 성운인 에스라 성운에 버금가는 천교.
그들이 고작 하계종 하나를 처리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는 정보였다.
하계종 따위가 신력을 개화시킨 것도 모자라, 신을 위협하는 힘까지 다룬다는 것.
이곳, 에스라 성운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그 하계종이.
[우주의 질서를 망치는 하계종이 네놈이었구나!]
눈앞에 있는 하계종이라는 사실이었다.
“크크, 다른 순혈자들이 나에 대해서 알려주었나?”
처용이 하메라의 말에 피식 웃어 보이며 묻자.
[감히! 고귀한 자들을 모욕하다니!]
-화르르륵!
하메라가 이글거리는 신력을 거세게 분출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네놈의 존재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 죽음으로서 참회해라!]
-콰아아아!
처용을 향해 ‘참회의 화염’을 최대 위력까지 끌어 올려 쏘아 보냈다.
참회의 여신 하메라.
그녀의 권능은 성운과 교리에 반하는 이들을 불태워 참회시키는 화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을 상징하는 성좌가 발현하는 화염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하메라가 발현하는 불꽃에 닿게 되면.
-이때 더 잘했더라면……!
-아아,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로 인한 후회와 절망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참회의 화염에 당한 이가 그 고통에 몸부림칠수록, 화염은 더 크게 몸집을 키우며 위력을 키운다.
대상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선사함과 동시에 불태워 버리는 화염.
그것이 하메라가 발휘하는 권능, 참회의 화염이었다.
그 힘이 처용에게도 작용하고 있었지만.
“이게 고작인가?”
처용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육체를 불태우는 화염도.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참회의 신력도.
처용은 하메라의 권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이! 당장 내 앞에 조아려 참회해라!]
-화륵! 화르륵!
하메라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권능의 힘을 더 크게 피워 올렸다.
하지만.
[선인의 육체가 정신적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선인의 육체와 정신을 지닌 처용에게는 하메라의 참회가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몽환의 지배자가 발동합니다.]
[모든 정신적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태초의 마수, 니알라 크타니드에게서 계승 받은 힘 또한 유용하게 작용했다.
그녀에게서 계승 받은 힘은 다름 아닌, 모든 정신적 공격에 대한 저항력이었다.
선인의 육체와 정신에 이어 니알라에게서 계승 받은 힘까지.
지금의 처용은 정신적인 공격에 거의 면역이었다.
하메라가 대신급 성좌라 해도, 처용의 정신력과 태초의 마수가 지닌 권능을 이길 순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하메라가 처용을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나와 제대로 싸우고 싶었으면!”
-쿠구구!
처용이 하메라가 쏘아 대는 참회의 화염을 정면으로 뚫어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네년이 가진 신격을 소모해서라도 화신체로 강림했어야지!”
에스라 대륙 역시 지구처럼 시스템의 장벽이 펼쳐진 세계였다.
즉, 신이 멋대로 지상에 강림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지상에 나타난 천사들은 아스터 동상의 힘을 빌려 강림한 것이었다.
특수한 방법으로 제작된 주신의 동상은 주변 일대를 성지처럼 만들어 주는 성물이라 볼 수 있었다.
다만, 하메라 같이 격이 높은 신의 경우는 주신의 동상이 지닌 힘만으로는 강림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동상을 제물로 바쳐 희생시키는 것으로 분신을 내려보낸 것이었다.
즉, 지금 나타난 하메라는 화신체도 아닌, 분신에 불과한 상태였다.
한 성운의 주신이자 대신급 성좌였던 태양신, 아마테라스.
그녀도 분신만으로는 처용을 이기지 못했다.
심지어 그 당시 처용의 레벨은 지금보다 한참이나 낮았을 때.
지금은 200레벨을 넘어서고 아마테라스와 싸울 당시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고작 분신 따위로 날 잡을 생각을 한 거냐!”
제아무리 대신급 성좌라 해도, 일개 분신만으로는 지금의 처용을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파아아!
처용이 하메라가 쏘아낸 화염을 맨손으로 잡아채 흩어 버리고는.
-샥!
순식간에 하메라의 앞에 나타나 오른발을 치켜올렸다.
하메라가 미처 방어를 준비하기도 전에.
‘천마군림보!’
-콰콰쾅!
강기가 일렁이는 처용의 내려차기가 하메라의 정수리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커헉!?]
-쿠구! 쿠콰콰!
강렬한 충격을 받은 하메라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로 인해, 바로 아래에 있던 사형 집행장이 무너져 내렸다.
[크윽-!]
지면에 틀어박힌 하메라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샥! 우우웅!
아공간에서 해머를 꺼내 든 처용이 하메라의 위에 나타났다.
동시에.
‘천마신공 – 대진타(大震打)!’
-후-우욱! 콰쾅!!
마치, 두더지 잡기를 하듯, 해머를 크게 뒤로 젖힌 다음, 하메라를 향해 내리쳤다.
-쿠구구! 쩌적! 쩌저적!
지진이 들이닥친 듯, 땅이 흔들리고 지면이 크게 갈라졌다.
이윽고 지진이 조금 가라앉고 처용이 내리친 망치를 들어 올리자.
[커……! 이, 하계종……!]
땅에 틀어박힌 채 침음을 흘리고 있는 하메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처용은 충격을 견디고 몸을 일으키려는 하메라를 보며 비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참회하라!”
-후-욱! 콰쾅!
하메라를 향해 증오 서린 목소리로 읊조리며 해머를 재차 내리쳤다.
“참회하라!”
-콰쾅!
또다시 하메라를 향해 ‘참회’를 언급하며 해머를 내리쳤고.
“참회! 하라!”
계속 하메라를 향해 ‘참회하라’를 외치며 해머를 내리쳤다.
처용은 하메라를 바로 끝장낼 생각이 없었다.
최대한 힘을 조절하는 것으로, 더 많이 때리고 모욕을 줄 생각이었다.
지금 분노에 휩싸인 처용의 머릿속에는.
-하하하! 미개한 하계종들! 모조리 참회시켜주마!
회귀 전, 배신자 하메라가 본색을 드러낸 순간 저질렀던 일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구를 잃고 에스라 대륙으로 피난을 왔던 피난민들.
그 중, 최전방에서 맞서 싸우는 저항군의 가족들.
겨우 살아남은 민간인들을 하메라가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하메라가 각성자도 아닌 지구의 민간인들을 불태워 버린 이유는 별것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살아 있는 인간들의 생명력이 필요한 실험 때문에.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하하! 절망감에 휩싸여 참회하라!
그저 미개한 하계종, 인간들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참회의 여신 하메라.
그녀는 처용이 판단할 때, 아르테미스에 버금가는 정신 나간 신격이었다.
처용이 냉정하게 판단할 때, ‘쓰레기’라는 말이 절로 어울릴 정도였다.
회귀 전, 그런 하메라에게 뒤통수를 맞고 호되게 당했기에.
“참회하라!!”
처용의 무차별적인 폭력에는 일말의 자비심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하메라를 짓밟고 더 짓밟을수록 쾌감이 차올랐다.
이윽고 처용이 하메라를 향해 열두 번째로 해머를 내리치려는 순간.
“가서 빌어 처먹을 아스터, 그 개새끼한테 전해라.”
거의 소멸하기 직전인 하메라를 향해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기대하라고.”
마지막으로 하메라에게 전하는 말이 끝난 순간.
‘천마신공 – 만근대진타(萬斤大震打)!’
-쿠콰콰!!
전보다도 더 강렬한 힘을 모아 하메라를 향해 해머를 내리쳤다.
그 결과 하메라의 분신이 풍선처럼 터져 나가며 소멸했고.
-쿠콰! 콰콰쾅!
성벽과 건물 등이 무너지며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