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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87화 (387/726)

#387화

처용이 신관들의 도전장을 받고 이번 성운 결전에 참여한 이유.

가장 궁극적인 첫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200레벨 돌파였다.

연말정산 시즌의 시스템이 주는 혜택을 이용하는 것.

물론, 지금까지 보인 활약이 있기에 굳이 연말정산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상황이 예측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

확실하게 200레벨을 돌파하기 위해서 이번 성운결산을 이용하기로 했다.

겸사겸사 자신에게 도전한 신관들의 현재 수준까지 면밀하게 파악한다.

그들은 앞으로 지구의 위기에 가장 앞장서 싸워야 할 이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파이오니어(Pioneer)라…….’

처용은 관중들에게서 눈을 돌리고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시스템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파이오니어(Pioneer) / 칭호]

[가장 앞장서 험난한 길을 개척하는 자의 상징.]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증가하여 적용됩니다.]

[개척자의 조언과 가르침을 받는 이들은 더 빠른 성장력을 보입니다.]

파이오니어는 최초로 200레벨을 돌파한 이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였다.

회귀 전에는 커맨더가 얻었을 칭호였지만.

‘커맨더에겐 미안하지만, 이걸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자는 나뿐이다.’

처용은 이 파이오니어라는 칭호가 필요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상시 10% 증가하여 적용되는 것.

현재 처용의 스텟 대부분은 천 자리를 넘보고 있는 상태였다.

이 칭호가 적용되면 모든 스텟이 100가량 증가한다는 것.

엄청난 활약을 하여 레벨업을 해도 스텟이 많이 올라 봐야 10 정도 상승한다.

칭호 하나로 모든 스텟이 100오른다는 건 엄청난 효과였다.

게다가 처용은 앞으로도 꾸준히 강해질 예정.

기초 스텟이 계속 높아질 만큼, 이 칭호의 효과는 점점 더 강력한 효율을 보일 것이다.

추가로.

[개척자의 조언과 가르침을 받는 이들은 더 빠른 성장력을 보입니다.]

이 칭호의 마지막 효과.

이것 역시 스텟 증가 효과만큼이나 중요하고 처용에게 있어 필요했다.

커맨더를 포함한 회귀 전 동료들.

한국 헌터 협회의 정예인 스피릿 팀들.

거기에 몇몇 신관들까지.

이들 모두 처용에게 가르침을 얻거나 조언을 받은 이들이었다.

파이오니어가 적용되면 처용에게 조언을 받거나 가르침을 얻은 이들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칭호였다.

처용이 이번에 얻은 보상을 정리하며 점검을 할 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데?

-평가가 완화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주변에 물어보니까 100레벨 넘은 사람들은 스텟이 올랐다는데?

-보호 단계가 낮아진다는 건 무슨 말이야?

사람들 역시 작금 일어난 상황에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신력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오? 올림포스 주신.]

2층의 성좌들은 다른 주제로 혼란을 보였다.

우주 역사상 인간이 온전한 신명을 얻어 완벽한 신에 오른 이는 단 두 명.

거기에 세 번째 가능성을 보이는 이가 그들의 제자인 처용이었다.

그런데 네 번째 가능성을 보이는 이가 추가로 나타난 상황.

비록 병사들의 궁극 스킬인 결전기를 이용한, 아주 짧은 시간 지속된 것에 불과했지만.

7초에 달하는 짧은 시간이라 해도 ‘신력’을 다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처용에 뒤이어 나타난 또 다른 이레귤러.

성좌들이 충분히 혼란과 당황스러움을 보일 만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처용이 벌인 파란만장한 일들 때문인지, 작금의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아 보였다.

[저 역시…… 놀랍군요.]

아테나 역시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자신의 신관인 제시카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그 결과가 결전기였다는 사실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결전기를 익히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 것을 보았으니까.

그런데 그 결전기가 일시적으로 신력을 쓸 수 있게 하는 힘이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좋은 일 아닙니까?]

아테나는 당혹스러움과 걱정보다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다.

[제시카가 신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다른 신관들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아테나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 말에.

[흠, 확실히…….]

[신관들이 더 성장한다면, 우리에겐 좋은 일이니.]

당황을 표하던 성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작금의 상황을 다시 생각했다.

신관은 성운의 세력인 병사들, 즉 길드를 대표하는 인간들이었다.

성운에 소속된 신관이 많을수록.

그 신관이 더 성장하고 강할수록.

이는 성운의 영향력을 높여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신관이 많은 활약을 하고 사람들을 많이 이끌수록, 성운의 영향력이 더 높아진다.

성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관이 신력을 개화하고 격을 높인다?

이는 해당 신관을 보유한 성운에게 엄청난 이득이었다.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으니…… 허허허.]

아테나의 말에 태무신이 긴 수염을 쓸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가능성의 시작을 본 것 같아 기쁘군요.]

태무신의 시선이 경기장 아래로 향했다.

그 시선 속에 만신창이 상태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신관, 하오찬이 들어왔다.

애초에 이번 성운 결전에서 신관들이 처용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무신의 시험을 통해 처용의 전력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었으니까.

그런 처용이 결전기에 이어 신력, 권능까지 사용한 상황.

신관들이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하오찬은 그 압도적인 격차를 느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비단 하오찬뿐만 아니라 경기장 위에 선 이들 중 포기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지를 보인 것.

태무신이 성운 결전에 참여한 신관들을 높게 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

‘나조차도 저 아이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거늘. 허허.’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던 처용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신관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굳게 믿으며 협력한 결과였다.

태무신은 신관들 모두 이번 전투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리라 판단했다.

그들은 그 깨달음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리라.

[지금의 시대를 이끌어갈 영웅들의 행보가 참으로 기대되는군.]

태무신은 신관들이 미래 보여줄 모습들을 기대하며 다시금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

처용과 스무 명의 신관들이 펼친 전투.

성운 결전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나흘 정도 지난 시점.

-와아아!

월드 헌터 토너먼트의 결승전까지 무사히 마무리되는 것으로, 성운결산이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월드 헌터 토너먼트 결승전 최종 우승자.

“내가 1등이다아아아!!”

이진호가 쌍검을 하늘 위로 치켜든 채 경기장 위에서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월드 헌터 토너먼트의 최종 우승자는 다름 아닌 이진호였다.

이 결과는 관중들에게 있어 또 다른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종 우승자]

[이진호 / 쌍검사 / 189 레벨]

우승자인 이진호의 클래스는 다름 아닌 쌍검사.

가장 낮은 등급인 노말 클래스였다.

심지어 가진 스킬의 개수 또한 많지 않았고 결전기 또한 없었다.

그의 전투법은 스킬에 의존한 전투가 아닌, 대부분이 기본기에 가까웠으니까.

상대의 공격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회피하며 반격한다.

동시에 빈틈을 노려 가장 빠르고 신속한 공격을 퍼붓는다.

이진호의 전투는 이게 전부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진호와 맞선 이들 대부분이 그 출중한 기본기를 격파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헌터들에게 있어서 기본기가 스킬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 다시금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우승자가 결정되자.

-샥. 샤샥.

시상식이 진행되는 경기장 위에 아홉 명의 헌터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들 모두 월드 헌터 토너먼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이들.

최종 우승자인 이진호를 포함한 상위 10위에 자리한 헌터들이었다.

“아쉽구만.”

월드 헌터 토너먼트 2위를 차지한 백호가 아쉽다는 듯 읊조리자.

“하하, 아슬아슬했다고 백호 형.”

이진호가 작은 미소를 보이며 백호의 말에 답했다.

진호와 백호, 둘은 월드 헌터 토너먼트 최후의 2인이 되어 최종 결승전에 올랐었다.

벼락을 머금은 백호의 강기와 이진호의 쌍검에 일렁이는 강기의 충돌.

그 모습은 관중들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광경이었다.

둘이 보이는 수준 높은 전투에 헌터들만이 아닌, 성좌들도 놀람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 격렬한 전투 경기의 결과는 간발의 차로 이진호의 승리였다.

아쉬움을 표하는 백호와 우승의 기분을 만끽하는 진호.

그런 둘의 모습에.

“……저는 권백호 헌터를 상대로 압도당했는데 말이죠. 하하.”

월드 헌터 토너먼트 3위의 자리를 차지한 헌터.

아서라는 이명을 가진 올리버가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는 결승전에서 백호를 대전상대로 만나 패배했다.

아서는 뒷머리를 쓸며 멋쩍은 미소를 흘리고는.

“정말 매서웠습니다. 김정훈 헌터.”

옆에 선 이들 중 하나, 김정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아, 역시 제대로 맞서려니 제가 이길 수 없더군요.”

정훈이 아서의 말에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아서의 예고대로 둘은 결승전에서 다시 마주쳤다.

그 결과는 정훈을 상대로 조금도 방심하지 않은 아서의 승리였다.

그런 정훈의 최종 순위는 다름 아닌 9위.

이것 역시 놀라운 결과였다.

정훈의 레벨은 150 초반대.

이 자리에 선 이들 중 가장 낮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이번 월드 헌터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 중에서도 평균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결승에 올라오지 못한 이들 중 정훈보다 레벨이 10단계 이상 많은 이들이 수두룩했으니까.

그런 쟁쟁한 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최종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리고.

“하하, 정훈씨보다 순위가 높은 사람들 중 일부는 정훈씨한테 한 번씩 졌네요?”

붉은빛이 살짝 일렁이는 단발에 안경을 쓴 여성.

현아가 안경을 고쳐 쓰고는 작은 미소를 지어내며 말했다.

그녀의 순위는 무려 4위였다.

현아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필드 전체에 용암 해일을 일으켜 뒤덮어 버렸고.

-미친! 이걸 어떻게 피해!?

대부분의 헌터들이 그 첫 번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예선전에서 한 번 정훈을 만났었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정훈의 승리였다.

정훈은 현아를 지키는 용암의 강과 벽을 단번에 뚫어냄과 동시에 그 뒤에 숨은 현아를 잡아냈었다.

일점 돌파와 동시에 일격 필살을 노린 정훈의 단 한방 공격.

그 공격에 현아가 단번에 당해 패배했다.

무려 3위, 4위에 자리한 아서와 현아가 9위인 정훈에게 패배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추가로.

“…….”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검은 복면의 닌자.

신의 검객 길드의 시노비이자, 시노비들을 이끄는 시노비장인 가토.

그가 이번 토너먼트에 참여해 5위를 차지했다.

가토는 조용히 시선을 들어 관중석의 어느 한 곳을 바라봤다.

“허허.”

가토와 시선이 마주친 노인이 미소를 흘려 보였다.

그는 전 시노비장이자 1세대 헌터, 요시다 무라마사였다.

“…….”

요시다와 시선이 마주친 가토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서 6위는 은은한 빛을 내뿜는 백색 갑옷을 입은 성기사.

교단의 정예 헌터들이 성수의 기사들을 이끄는 기사단장, 안드레아가 차지했다.

7위, 8위는 거대 성운의 A급 헌터들이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하하…… 제가 10위네요?”

샬럿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라운 감정을 드러냈다.

무려 힐러 클래스 헌터가 월드 헌터 토너먼트에서 10위를 차지한 상황.

지구 역사상 힐러 클래스가 결승까지 올라간 것은 최초일뿐더러, 상위 10위 안에 든 것 역시 최초였다.

이번 월드 헌터 토너먼트의 결과는 여러모로 경악과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제 곧인가?”

결승전과 시상식을 지켜본 처용이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동시에.

‘기다려라. 이 망할 놈들아!’

곧 열리는 에스라 대륙과 연결되는 게이트.

그 너머에 있는 배신자들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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