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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78화 (378/726)

#378화

대대적인 마인들의 토벌 작전이 끝나고 이틀이 지났을 시점.

“마인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어.”

WHU로부터 토벌 결과를 전해 들은 커맨더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모든 거대 성운의 길드들과 처용에 커맨더까지 직접 나선 대규모 토벌.

그 결과인지, 지구에서 종종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되던 마인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섀도우 헌터들도…… 전부 사라졌고.”

마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에 주로 나타나, 그들과 마찰을 일으켰던 섀도우 헌터들.

그들 역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라이언…….”

커맨더의 말을 듣던 백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전 커맨더의 파티원, 동료였던 헌터.

비극을 겪고 상급 마인이 된 채 적으로 나타난 마인.

마지막으로…… 섀도우 헌터로 변한 채, 마인들과 대적하던 이.

-이 복수가 끝나면…….

-나 스스로가 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 죗값을 받을 것이다.

-미안하다…….

백호가 라이언의 마지막 모습과 마지막 말을 떠올리고는.

“제길, 에블린한테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

깊은 고심을 하는 듯,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 말에 진호와 샬럿 등, 커맨더의 파티원들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불과 어제, 마인들과의 전투 속에서 마주쳤던 섀도우 헌터, 흑사자.

현장에 있던 헌터들, 특히 커맨더의 파티원이었던 이들은 모두 라이언을 알아보았다.

그가 왜, 어째서 섀도우 헌터가 되었는지.

마인이었던 그가 왜 조커의 앞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두가 라이언을 생각할 때.

“조커가 에블린에 대한 진실을 알려줬다더군요.”

처용이 의문을 자아내는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동시에 조커와 했었던 대화 중 일부를 떠올렸다.

-아아, 흑사자 Bro는 우리가 영입했지.

처용이 라이언에 대해 묻자, 조커가 했었던 말이었다.

즉, 처용에게 부상을 입고 쓰러진 라이언을 하워드가 구한 직후.

-제가 진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라이언에게 하워드가 진실을 말해주었다.

모든 정황을 파악한 라이언은 자신과 딸을 이용한 모든 이들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복수하겠다. 복수할 것이다!

섀도우 헌터, 정확히는 섀도우 어벤져 길드.

그림자 속에서 암약하는 복수자들과 합류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은 복수이니, 뜻이 맞는 조커와 함께 하는 것이겠지요.”

처용이 라이언에 대해 말하자.

“문제는…… 에블린한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는 거지.”

커맨더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헌터들이 답답한 감정을 드러낼 때.

“제대로 설명해 주는 게 좋을 겁니다.”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중에 오해가 생기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저 에블린을 위해 라이언에 대한 진실을 숨긴다?

그건 결코 그녀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처용은 무조건적인 보호와 통제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해로 인한 사고가 일어날 바엔, 정확한 진실을 알려주고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오로지 에블린의 몫이었다.

에블린이 부친을 따라가겠다며 태룡사를 뛰쳐나가는, 좋지 않은 선택을 할 경우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다시 마인들의 손에 붙잡혀 실험체가 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물론, 에블린이 그런 선택을 할 경우.

“스스로 은혜를 저버리는 선택을 자처한다면…… 그 결과 역시 본인이 감당해야죠.”

처용 역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에블린은 이곳에 있으면서 넘치는 자비를 받았다.

그런데 받은 은혜를 저버리고 그저 부친을 위한다는 이유로 등을 돌린다?

정말 에블린이 그런 선택을 내린다면, 처용은 가차 없이 그녀를 버릴 생각이었다.

“내가 설명을 잘 해 줘야겠지.”

처용의 말을 정확히 이해한 커맨더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총명한 아이니까. 함부로 라이언을 찾아 나가겠다는 무모한 선택을 하진 않을 거야.”

“뭐, 저도 그렇게 예상은 합니다.”

커맨더의 말에 처용이 동의하듯 말했다.

에블린은 보살과 같은 선천적 선인이었기 때문인지, 기본적으로 선한 인물이었다.

즉, 부친 때문에 태룡사에서 받은 은혜를 함부로 저버릴 만한 성향은 아니라는 것.

물론, 이 역시 예상에 불과한 생각이었다.

“오해가 없도록 잘 말해주십시오.”

“그래, 이게 그나마 내가……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겠지.”

커맨더가 처용의 말에 동의하고는 자신의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커맨더의 시선을 받은, 백호와 진호 등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들 모두, 과거 에블린에게 일어난 비극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을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도착했네.”

커맨더가 함교 중앙, 홀로그램 지도를 보며 말했다.

지금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커맨더의 성지, 마키나의 함교였다.

처용을 포함한 헌터들이 커맨더의 함선을 타고 이동하는 이유가 있었다.

“월드 헌터 콜로세움이다.”

커맨더가 홀로그램 지도에 펼쳐진 거대한 건축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있는 장소는 미국의 텍사스, WHU 지부가 자리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자리한 WHU 지부는 다른 지부와는 다른 특별한 장소였다.

멀리서도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아주 거대한 건축물.

아주 넓은 탑처럼 보이는 건축물의 정체는 거대한 투기장이었다.

호주 시드니에 자리한 세계 헌터 회의장과 같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건축물 중 하나.

월드 헌터 콜로세움이라는 건축물이었다.

헌터들의 연말정산, 성운결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주 중요한 장소.

월드 헌터 토너먼트가 열리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그리고 커맨더와 함께 온 헌터들은 오늘, 1일 차 월드 헌터 토너먼트 예선전 참가자들이었다.

“모두 가시죠.”

커맨더가 지상으로 내려가는 승강기를 작동시키며 말했다.

모두가 승강기에 탑승하고 지상, 비행기의 착륙장으로 보이는 장소에 내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커맨더.”

마침,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착륙장에 대기하고 있던 WHU 직원이 커맨더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예선전에 참가하실 분들은, 이쪽에서 안내를 받으십시오. 경기를 관람하실 분들은-.”

WHU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인원이 갈렸다.

커맨더와 처용을 포함한 소수, 이번 토너먼트를 관전하기 위해 온 이들과.

“예선전에서 탈락하는 머저리들은 없겠지?”

“예선 탈락하는 놈은 정훈이를 형으로 모셔라.”

즐겁다는 듯 말하는 이진호를 포함한 열다섯의 헌터들이 따로 움직였다.

처용과 커맨더가 WHU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콜로세움 옆에 있는 호텔 건물이었다.

“이야, 전보다 더 화려해졌네?”

커맨더가 호화로운 호텔 홀 내부를 둘러보며 읊조렸다.

지금 있는 장소는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이들의 휴식처이자, 관람객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처용과 커맨더가 모습을 드러내자.

-역천군주?

-참가는 아닐 테고…… 토너먼트를 관람하러 온 건가?

유명한 이들의 등장에 홀 내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처용과 커맨더에게 쏠렸다.

그리고.

“여, 오버로드.”

홀 내부에 있던 메리가 처용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오랜만입니다. 역천군주.”

메리의 옆에 있던 옅은 푸른색 단발머리의 여성이 처용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처용은 안절부절못하는 듯 보이는 여성의 말에 잠시 생각하며 침묵하고는.

“……테티스의 신관?”

곧,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이전, 청룡과 윤아를 노리던 포세이돈과 그의 세력인 오션 엠퍼러 길드.

그의 명령을 받고 강신 상태로 싸우던 오션 엠퍼러 휘하의 신관들.

눈앞의 여성은 포세이돈 휘하에 있던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신관이었다.

“알아…… 보시는군요.”

처용의 말에 테티스의 신관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자.

“이제 와서 너를 탓할 생각은 없다.”

처용이 아무 감정 없는 듯, 일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테티스의 신관이 자신과 마주한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청룡과 윤아를 집요하게 노리던 포세이돈.

그의 명령을 받고 처용과 대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용은 딱히 그녀를 탓하거나 질책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포세이돈의 명령을 받은 테티스에 의해 강신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무엇보다도 그 당시 사고를 일으킨 원인, 포세이돈은 이미 심판을 받고 소멸했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머저리가 심판을 받은 이상, 그때의 일을 다시 논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테리. 오버로드는 생각보다 관대하다고.”

메리가 테티스의 신관, 테리의 움츠러든 어깨를 펴 주듯, 탁탁 두들겨 주며 말했다.

“아테나 님은 테티스를 바다신의 자리에 앉힐 생각인가 보군?”

처용이 올림포스의 상황을 짐작하고는 메리를 향해 말하자.

“계속 빈 자리로 둘 수는 없으니까.”

메리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포세이돈의 소멸로 인해 올림포스의 바다신 자리는 현재 공석 상태였다.

아테나는 비어 있는 바다신의 자리에 테티스를 추천했다.

포세이돈이 소멸한 후, 혼란에 빠진 올림포스 소속 바다의 성좌들을 수습한 이가 바로 테티스였다.

그녀는 나름대로 포세이돈이 저지른 짓을 수습하고 속죄하기 위해 행동한 것이었다.

아테나는 그런 테티스의 속죄를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차기 바다신의 자리라는 책임을 부여했다.

“테티스는 지금 오션 트라이던트를 다루기 위해 수행 중이다.”

메리의 입에서 조금 진지한 분위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메리의 것이 아닌, 그녀와 몸을 공유 중인 티케의 말이었다.

“뭐 잘 되었으면 좋겠군요.”

처용이 티케의 말에 별 감흥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그나저나 토너먼트 첫째 날인데, 여기에 직접 올 줄은 몰랐네?”

메리가 곧장 말을 이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 지켜볼 의무가 있으니까.”

처용이 메리의 말에 콜로세움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나도 좀 기대가 되긴 해.”

메리가 처용의 말을 바로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처용이 직접 경기를 관람하러 온 이유는 일종의 점검이었다.

지금 시기의 최상위 헌터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태룡사에서 훈련을 받은 헌터들이 어느 정도 성적을 보이는가?

그들이 세계 기준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

그리고 한국의 헌터들이 뛰어난 성적을 보인다면, 세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등등.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토너먼트를 통해 세계의 수준 알아봐야 했다.

지구는 모든 차원과 연결될 수 있는 우주의 요충지.

앞으로 악마들에게 지배된 차원과 연결되어 그들에게 침공을 받을 수도 있었다.

너무나도 위급한 상황이면 처용이 개입을 하겠지만, 매번 처용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긴급 상황이 벌어진다면,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이들은 헌터들이었다.

지금 연말정산을 위해 월드 헌터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헌터들은 세계에서 최상위로 거론되는 이들.

재앙에 가장 앞장서 싸워야 하는 이들이니만큼, 그들의 전력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중요한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모르겠군?”

처용은 메리를 향해 나름 중요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그러자.

“아마 깜짝 놀랄걸?”

메리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처용이 말한 ‘중요한 준비’는 다름 아닌 신관들의 월드 헌터 토너먼트.

바로 처용에 대한 도전이었다.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성운 역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리의 입에서 티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각 길드의 신관들과 처용의 대결.

성좌들이 이번 월드 헌터 토너먼트에 가장 관심을 두는 주제였다.

역천군주 한처용.

신법의 대신인 여래의 신관.

신력을 개화한 인간.

이레귤러 등.

처용을 지칭하는 말이 많은 만큼, 처용은 세상과 성좌들에게 나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관심사는 다름 아닌 처용의 무력.

처용은 무려 지상에 현현한 성좌의 화신체를 이길 수 있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최근에는 온전한 화신체로 강림한 대악마도 처치해 보였었다.

그런 처용이 전력을 발휘하면 과연 어느 정도인가?

성좌들은 이번에 열릴 신관들과 처용의 대결에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

“제시카한테 각오 단단히 하라고 전하는 게 좋을 거야.”

처용이 메리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고는.

“나는 봐주지 않을 생각이니까.”

진심이라는 듯,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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