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화
처용에 의해 의회주 중 하나가 처치되었을 때.
-크아악!
-막아! 놈들을 저지해라!
수백 명이었던 마인들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지금 마인들이 상대하는 이들은 섀도우 헌터들과 처용의 타격대.
본래 전투란 양측 모두가 피해를 입는 법이었다.
마인들 쪽에 사망자가 많은 만큼, 그들과 맞서는 이들 역시 피해자가 많아야 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십시오.”
검은 중절모와 화려한 연미복을 입은 섀도우 헌터.
단장이 지휘봉을 가볍게 튕기며 말하자.
-스르륵.
-스륵.
죽었던 섀도우 헌터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섀도우 마네킹들이 그림자 속에서 일어났다.
마치, 죽어도 죽지 않는 불멸의 군대와 같은 모습.
섀도우 헌터들은 수가 줄어도 단장의 능력으로 인해 계속 보충되고 있었다.
그런 단장의 능력을 알아보고 소수의 상급 마인들이 그를 기습해 왔지만.
“무장 변환 – 세븐 베럴 샷건.”
-철컥!
데커드가 곧장, 일곱 개의 두꺼운 총구가 달린 샷건을 꺼내 들고 방어에 나섰다.
-타-앙!
귀를 울리는 총격음과 함께 일곱 발의 두꺼운 탄환이 상급 마인들에게 향하자.
“큭.”
“블래스터……!”
상급 마인들이 급하게 방어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내고는 뒤로 크게 밀려났다.
단장의 앞에 선 데커드가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막아서는 상황이었다.
데커드를 피해 뒤로 우회한 어쌔신 클래스 마인들이 단장을 기습해 왔지만.
“저를 그저 그런 나약한 소환사로 보면 곤란합니다?”
-스르륵.
단장이 곧장 뒤를 기습해 오는 이들을 눈치채고는 지휘봉을 가볍게 튕기며 말했다.
“공연할 시간입니다. 프랑켄슈타인, 피노키오.”
단장의 입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
“우워워워!”
-쿠드드!
몰래 급습해오는 암살자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피, 피해-!”
미처 다가오는 위험을 회피하기도 전에.
-우드득!
두 명의 암살자 클래스 마인이 거대한 손에 붙잡혀 으스러졌다.
그리고.
-쿠콰콰! 으어!
무언가가 지면 속에서 솟구치며 나타났다.
살점을 이리저리 붙인 듯, 바늘 자국이 가득한 육체.
관자놀이와 정수리에 박친 거대한 못.
4미터에 달하는 상당한 덩치와 유독 비대하게 큰 손이 돋보이는 괴인.
단장이 다루는 주력 인형 중 하나, 프랑켄슈타인이었다.
“제길!”
“흩어진 후 동시에 공격한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마인들이 잠시 물러나며 외칠 때.
-스르릉.
가장 뒤에 있던 마인의 뒤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어-.”
마인이 이변을 감지하며 뭐라 말하기도 전에.
-스가각!
고기가 썰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인의 머리가 날아갔다.
“뒤를 조심해라!”
머리가 날아가 죽은 마인과 가장 가까이 있던 마인이 이변을 알아차리며 소리쳤다.
빠르게 어둠 속으로 숨어들며 적을 찾았지만.
‘어디냐……!’
이미 동료를 죽인 적은 사라진 상태.
마인이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주변을 감지할 때.
-스르릉.
목 바로 앞에 날카로운 예기를 빛내는 휘어진 칼날이 나타났다.
“이런 제-!”
목숨에 위협을 느낀 마인이 위협을 알리기 위해 말을 꺼낸 순간.
-스가가!
또다시 고깃덩이가 썰려 나가는 절삭음이 들리며 마인의 머리가 날아갔다.
결국.
“다크니스 디텍팅.”
상급 마인 중 하나가 광역 감지 마법을 펼쳤다.
주변에 어둠을 은은하게 깔아 은폐된 적을 드러나게 만드는 스킬이었다.
상급 마인의 감지 스킬이 발동되자.
“키키키킥.”
앙상한 실루엣의 무언가가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삐쩍 마른 듯한 외형과 2미터에 달하는 키.
길고 각진 얼굴에 코가 길게 튀어나와 있는 얼굴.
그리고.
-뚝. 뚝.
머리를 베어 버린 듯 보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대낫을 어깨에 걸친 모습.
단장이 다루는 두 번째 주력 꼭두각시인 피노키오였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상급 마인과 맞먹는 전투력을 지닌 인형들.
심지어.
“공연 시작.”
-스르륵.
그 두 인형들의 몸에서 뻗어 나온 검은 실이 단장의 왼손과 연결되어 있었다.
단장이 직접 인형을 다루게 되면, 그 인형의 전투력은 더 강해진다.
섀도우 헌터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단장을 처치해야 했지만, 단장이 지닌 무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
게다가 마인들의 적은 섀도우 헌터만이 아니었다.
“플라즈마 캐논!”
-위이잉! 쿠콰-!
게이트를 열고 무구를 불러내어 마인들에게 폭격을 퍼붓는 커맨더와.
“밀어붙여!”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마인들을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타격대의 헌터들.
그들 모두 자잘한 부상을 입고 있었지만, 죽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수십 대 수백의 싸움.
명백히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그 열세인 헌터들이 역으로 수백의 마인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들 전원이 150레벨을 넘긴 강자들.
심지어 백호와 진호, 커맨더 등 몇몇은 180레벨대에 달한 강자 중의 강자였다.
그 증거로.
“이진호……!”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호에게는 근접 클래스 상급 마인 셋이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진호 혼자 상급 마인 셋을 상대로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대악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
진호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촤자자!
찰나의 순간 방심을 보인 상급 마인 한 명에게 쌍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다크니스 디펜시브!”
상급 마인이 급하게 방어막을 펼쳤지만.
-사가각! 사각!
진호의 쌍검은 태초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무구.
대악마의 화신체를 갈라 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검이었다.
아무리 상급 마인이 펼친 마기의 방어막이라 해도 버틸 수 없었다.
“커-!”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고 진호를 상대하던 상급 마인 하나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진호가 남은 상급 마인 둘을 더 거칠게 밀어붙일 때.
“커맨더!”
“죽어라!”
헌터들을 보조하는 커맨더의 뒤로 어쌔신 클래스 상급 마인 둘이 기습해 왔다.
커맨더가 군주급 클래스라고 해도 그는 군단을 다루는 소환사 계열.
본신의 무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근접 전투에서는 상급 마인들이 우위라 볼 수 있었다.
-쐐에엑!
마기를 두른 흉악한 칼날이 커맨더의 뒤를 기습해 오자.
“부스트.”
-파지직! 촤악!
커맨더의 다리에 뇌전이 휘감기더니,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치, 처용의 보법인 질풍신뢰, 그중 뇌전의 힘을 다루는 뢰신보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커맨더는 슈트의 기능을 이용해 처용에게서 배운 보법을 재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커맨더는 회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파지직! 화륵!
뇌전이 휘감긴 다리에 화염 속성이 추가로 부여되었다.
슈트 부츠에 뇌전과 화염이 합쳐지며 샛노란 섬광이 빛을 발한 순간.
“다이너마이트 킥!”
-슈우웅!
상급 마인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며 오른발을 들어 옆차기를 시전했다.
방금 공격을 피했을 때처럼, 번개 같은 속도로 내지른 발차기.
가장 가까이 있던 상급 마인 하나가 커맨더의 발차기를 피하지 못했고.
-콰쾅! 쿠콰콰!
커맨더의 발에 옆구리를 가격당한 순간,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뒤로 날아가 벽 끝에 처박혔다.
무려 상급 마인인 데도 단 한 번의 발차기를 버티지 못하고 즉사했다.
“어떻게-?”
예상과는 다른 커맨더의 근접 전투 능력에 다른 상급 마인이 당황한 순간.
-파지직! 슈-웅!
샛노란 빛을 발하는 커맨더의 왼쪽 발이 상급 마인의 눈앞에 들이닥쳤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에 상급 마인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콰쾅!
조금 전 당한 상급 마인처럼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멀리 날아갔다.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하면 슈트가 버티지 못하겠군.”
순식간에 상급 마인 둘을 처리한 커맨더가 다리를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치직. 치직.
슈트의 부츠 부분이 과부하가 걸린 듯, 옅은 전류를 내뿜고 있었다.
그때.
-샥!
-샤샥!
커맨더가 멈칫한 틈을 노려 네 명의 마인들이 기습해 왔다.
슈트에 이상이 생긴 듯 보이는 틈을 노린 공격.
그러나 커맨더는 전혀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손을 대, 한 손에 딱 잡히는 작은 막대를 꺼냈다.
-우웅.
커맨더가 손에 쥔 막대에 마나를 부여한 순간.
-지이잉!
1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의 광선검이 뿜어져 나왔다.
광선검을 뽑은 커맨더가 가로로 두 번 휘두르자.
-치이이! 푸화악!
돌진해오던 네 명의 마인들이 세 쪽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군단이 없다고 내가 허수아비로 보였나 봐?”
커맨더가 자신을 기습해 온 마인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현재 커맨더의 레벨은 무려 190.
애초에 어지간한 상급 마인은 물론 의회주들도 감당하기 힘든 강자가 바로 커맨더였다.
그는 평범한 마인들이 무더기로 덤벼든다 한들,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심지어 커맨더는 레벨의 정체를 넘어서고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타격대의 헌터들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마인들을 몰아붙일 때.
‘……별문제는 없네.’
처용이 전장의 상황을 한 번 쭉 둘러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수백의 마인들을 수십의 헌터들이 압도하는 기묘한 상황.
처용은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헌터들의 무력을 보며 속으로 만족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는 타격대의 헌터들은 전원 수련탑의 고된 훈련을 받은 이들.
고작 이 정도 적에게 사망자가 나올 만큼, 나약하게 훈련시킨 전사들이 아니었다.
타격대의 헌터 하나하나가 상급 마인 둘 이상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는 이들.
이 전투는 처음부터 마인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장의 상황을 살핀 처용이 다음 사살 목표를 탐색할 때.
“헬카이트 디스트로이어!”
-화르르르륵!
집행자가 도끼에 강렬한 마기를 휘감고는 바닥을 향해 내리쳤다.
-쿠구구! 쿠콰콰!
공동 바닥이 크게 갈라지며 검은 불꽃을 사방에 퍼트렸다.
“칫, 잠시 물러난다.”
“뒤로 빠져.”
타격대의 헌터들이 검은 화염을 피해 안전하게 뒤로 물러났다.
섀도우 헌터들과 마인들 역시 뒤로 크게 물러났다.
미처 제때 탈출하지 못한 이들은.
-크악.
-으아악!
집행자의 스킬에 휘말려 불탔다.
적보다 아군의 피해가 더 많은 상황.
“너 뭐 하는 짓이야!?”
릴이 집행자를 향해 소리친 순간.
“전원! 제단으로 달려라!!”
집행자가 릴의 핀잔 어린 목소리를 무시하고 마인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 외침에 마인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눈이 제단으로 향했다.
그 위에는.
“이런……!”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듯, 침음을 흘리는 조커와.
[감히 우리를 방해하려 하다니!]
거친 마기를 내뿜고 있는 나베리우스의 상반신.
그리고 그 옆에는.
[네놈을 내가 친히 기억해 주마. 하계종.]
길고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붉은 안광은 발하는 여성의 상반신이 있었다.
“쯧, 네년이 남을 위해 봉사하는 놈은 아닌 줄 알았는데.”
조커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나베리우스 옆에 나타난 여성형 악신을 향해 말했다.
“안 그런가? 아스모데우스.”
그녀는 색욕악신이라 불리는 대악마.
판데모니움 서열 32위 아스모데우스였다.
[감히, 나 몽환의 군주의 진명을 함부로 언급하다니.]
아스모데우스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하자.
“크크크, 몽환의 이름을 주워 먹은 주제에 말인가? Bro.”
조커가 조소를 흘리며 답했다.
마치, 아스모데우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말.
그런 조커의 말이 울리자.
[……네놈을 붙잡아 박제해 버릴 것이다. 하계종.]
아스모데우스가 차가운 눈빛을 치켜뜨며 싸늘하게 읊조렸다.
그리고.
-푸화아아!
아스모데우스와 나베리우스에게서 강렬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스르르.
뿜어져 나온 마기가 제단 주변을 에워싸더니.
-우우웅.
제단 중앙에 흑색의 게이트가 열렸다.
“전원! 제단으로 달려가라! 당장!!”
집행자가 마인들을 향해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그 명령이 울린 순간.
“이곳을 빠져나간다!”
“모두 탈출해라!”
-샥!
-샤삭!
마인들이 즉각 전투를 멈추고는 모두 제단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어딜!”
“탈출을 막아라!”
타격대의 헌터들이 그 모습을 구경하지 않고 즉각 마인들을 추적하고 탈출을 저지했다.
그러자.
-화아아!
-화악!
제단 주변에 짙게 깔린 마기가 촉수처럼 뿜어져 나오더니 주변에 있던 마인들을 끌어당겼다.
동시에.
-크르르!
-크륵!
마기의 안개 속에서 마수들이 튀어나와 헌터들에게 달려들었다.
평범한 마수들이었다면 타격대의 헌터들이 압도적으로 밀어 버렸겠지만.
“제길!? 생각보다 강하다!”
“대열을 갖춰!”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마수들은 모두 A급 마수들이었다.
타격대의 헌터들과 마수들이 충돌했을 때.
“결전기, 팔괘 - 태극천체진!”
-쿵! 스르릉! 스릉!
처용이 결전기를 발동하며 전장에 난입했다.
“극 이기어술 – 천체극섬!”
-스가각! 사각!
열두 개의 무구들이 사방으로 솟구치며 마수들을 가르고 지나가자.
-촤아아! 촤악!
마수들이 모두 동강 나며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타격대의 헌터들이 기세를 몰아 달려 나가려 할 때.
“안개에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처용은 그런 헌터들의 행동을 만류했다.
동시에 제단 주변에 펼쳐진 안개를 응시했다.
그 근처에는 지금.
-스르륵. 스륵.
지면이 검게 변하며 질척이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판데모니움의 환경을 만들어낸 건가?’
처용이 점차 환경이 변하는 제단 주변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이전 마녀가 성물을 통해 발현했던 판데모니움의 안개.
제단 주변에 펼쳐진 안개는 그 당시의 안개와 같았다.
판데모니움의 환경을 일시적으로 지상에 구현하는 권능이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튀어나오는 마수로 보이는 괴물들.
아니, 애초에 그것들은 평범한 마수가 아니었다.
판데모니움에 서식하는 토종 마수들이었다.
비록 지상으로 튀어나오면서 지닌 힘이 약해진 듯 보였지만, 위험성이 매우 높은 몬스터들이었다.
그 증거로.
-치이이!
-치익!
마수들이 흘린 피에 의해 독성 가득한 안개가 피어나고 있었다.
“명환부 – 파마의 빛.”
처용이 즉시 명환부 다섯 장을 사방에 흩뿌려 파마의 힘을 옅게 퍼트리자.
-스르륵.
마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성의 안개가 정화되었다.
[이 멍청한 하계종을 모조리 집어삼켜 주마.]
아스모데우스가 비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주변에 안개를 더 넓게 퍼트렸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우우웅!
즉각 파마의 신력을 내뿜어 퍼지는 안개에 대응했다.
아스모데우스가 퍼트리는 안개를 잘 막고는 있었지만.
‘제길.’
처용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시간만 질질 끌릴 뿐이었고 마인들을 모두 놓칠 테니까.
항마의 화신을 쓴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제단의 힘을 이용해 권능을 발현하는 악신은 둘.
둘 다 상위 서열의 악신이니만큼, 그들이 만들어내는 안개는 쉽게 걷을 수 없었다.
처용이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며 대비책을 강구할 때.
-스르륵.
“네놈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정확히 제단의 위, 허공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며 읊조렸다.
“……마녀?”
처용이 제단 위, 허공에 나타난 인물을 바라보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마녀, 레나였다.
더 정확히는.
‘아니, 엘리스로군,’
레나에게 이식된 학살의 마녀, 엘리스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 위에는.
-촤라라라.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는 검은 책이 들려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