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368화 (368/726)

#368화

커맨더의 성지이자 전투 순양함.

하이퍼 마키나 호 내부 함교.

“좌표는 인도 뉴델리 지역 상공으로…….”

커맨더가 함교 중앙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패널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커맨더의 함선에 탑승한 이들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었다.

백호와 진호를 포함한 커맨더의 파티원들.

한국 헌터 협회의 정예들, 스피릿 팀의 인원들.

마지막으로 처용까지 자리해 있었다.

조금 전 처용이 직접 뉴델리에 간다고 하자.

-마침, 할 일도 없는데. 잘됐네.

커맨더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돕기를 자청했다.

처용은 그들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무리 스스로가 강하다 해도, 넓은 지역을 전부 들쑤시며 정리할 수는 없었으니까.

특히, 하나의 지역을 봉쇄하고 섬멸하는 데는 커맨더 만한 인물이 없었다.

“……차원 도약을 시작한다!”

좌표 설정을 끝낸 커맨더가 선언하듯 소리치자, 모두가 난간과 벽을 짚으며 준비했다.

이윽고.

-위 우우웅!

커맨더의 신호에 맞게 차원 도약이 시작되었다.

태룡사 상공에 있던 마키나 호가 인도의 수도였던 지역, 뉴델리 상공에 나타났다.

차원 도약이 끝나고 작전 지역에 도착하자.

“작전은 이전 체르노빌 때와 비슷합니다.”

커맨더가 사람들을 향해 설명을 시작했다.

뉴델리에 모여든 마인들을 완전히 정리하는 이번 작전.

“제 군단은 주요 길목과 퇴로를 차단하고 여러분은 모두 뉴델리 내부로 진입합니다.”

커맨더의 군단은 뉴델리의 길목과 외부를 차단하는 역할을.

처용을 포함한 남은 헌터들은 내부를 공격하는 타격대의 역할을 맡았다.

“뉴델리의 내부 구조를 알고 있어?”

타격대 멤버 중 하나, 이진호가 처용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마인 놈들이 뉴델리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잖아?”

“정보를 얻었습니다.”

처용이 잘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사실은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닌, 회귀 전 기억으로 인해 잘 알고 있었다.

“뉴델리 중앙, 전 정부가 관리하던 시청 건물 지하에 입구가 있습니다.”

“놈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안다면 쉽겠군.”

백호가 어깨를 풀며 처용의 말에 답했다.

각각 타격대의 역할을 맡은 헌터들이 전투를 준비하며 대기할 때.

“낙하기 투하!”

-띠리릭.

커맨더가 함교의 홀로그램 지도를 보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홀로그램 지도 속 뉴델리 외곽에 빨간 점들이 찍혔다.

커맨더의 함선, 마키나에서 해당 지역에 군단을 내려보낸 것이었다.

병력 배치가 끝난 순간.

“예고합니다.”

커맨더의 옆에 있던 윤아가 두 손을 모으며 ‘일기예고’를 발동했다.

“오늘 날씨는 벼락을 머금은 먹구름과 안개, 옅은 부슬비가 계속될 것입니다.”

적들을 방해하고 주변의 환경을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스킬.

윤아가 주변 일대의 환경을 통제하자.

“준비는 끝났습니다. 봉쇄가 완벽해지는 대로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커맨더가 타격대의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시에.

-치이이!

바닥의 해치가 열렸다.

“먼저 가죠.”

-탁.

처용이 다리를 박차며 열린 해치를 향해 뛰어들었고.

“착지 제대로 못 하고 떨어져 죽는 머저리는 없겠지?”

-타닷.

곧장 진호가 처용을 따라 뛰어내렸다.

이어서.

-탓. 타닷.

삼십여 명의 헌터들이 그들을 따라 해치 아래로 뛰어내렸다.

-슈우우…… 탓.

가장 먼저 뛰어내린 처용이 지면에 가볍게 도달했다.

중력의 작용을 받아 빠르게 떨어졌음에도, 가볍게 뛰었다 떨어진 듯, 큰 소리 없이 착지했다.

처용이 지면에 도착하자.

-탓, 타닷.

뒤이어 따라온 이들 모두 각자 스킬과 마나를 다루며 자연스럽게 착지했다.

드높은 하늘 위에서 떨어졌음에도 다치거나 사고가 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지면에 착지한 순간.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기계음이 섞인 누군가의 고함이 울렸다.

처용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당장 꺼져!

마치, 도시를 지키는 관문처럼 높게 쌓인 철제 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다수의 사람들이 무기를 치켜든 채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은 뉴델리의 수도를 장악한 세력 중 하나인 구 정부군이었다.

“우리는 WHU의 정식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협조해라!”

백호가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라이센스를 활성화하며 구 정부군을 향해 소리쳤다.

“뉴델리 안에 마인들이 숨어 있다! 우리를 막으면 그들과 협력한다고 판단하겠다!”

나름 정당한 이유를 말하며 최대한 마찰을 피할 생각이었지만.

-꺼져! 우리 구역을 침범하지 마라!

관문 위에서 확성기를 든 남자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답답한 새끼들이-.”

백호가 협상이 통하지 않는 구 정부군을 보며 인상을 찌푸릴 때, 처용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저벅. 저벅.

관문으로 점점 다가가는 처용이 강기를 끌어올리며 낮게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10초 안에 길을 비키지 않으면 마인들과 협력한다 판단하고 네놈들을 다 짓밟아 버리겠다.”

-쿠구구!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기가 주변으로 넓게 퍼지자, 공기가 진동하듯 울렸다.

-여, 역천군주! 아무리 네놈이라도 시, 시민인 우리를-!

확성기를 든 남자가 목소리를 떨면서도 물러서려 하지 않자.

“10, 9, 8…….”

처용은 곧장 카운트를 세었다.

-우,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관문 위의 남자는 처용이 경고를 무시하려는 듯, 강하게 나갔다.

정말로 전쟁 선언 없이, 함부로 공격할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 1.”

처용이 세던 카운트가 끝난 순간.

-파지직.

높게 세워진 관문 앞에 처용이 나타났다.

관문 위를 지키던 이들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천마신권.’

-화르르륵!

처용이 오른손 주먹에 화염을 휘감고는 관문 벽을 향해 내질렀다.

이윽고.

‘폭렬권!’

화염이 이글거리는 처용의 주먹이 관문의 벽에 닿았고.

-쿠콰콰콰쾅!

맹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관문 전체가 화마에 휩싸였다.

-쿠구! 쿠르릉!

견고한 관문 전체가 폭격이라도 맞은 듯, 모조리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

-으악!

관문 위를 지키던 이들과 그 뒤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대었다.

화마와 폭발, 비명이 섞이며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그리고.

-후두두. 후둑.

폭발에 의한 먼지와 화마가 하늘에서 내리는 부슬비에 의해 조금씩 가라앉았다.

“으윽……!”

관문 위에서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던 제복을 입은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는.

“이, 이 미친놈이-!”

처용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

그저 협박인 줄 알았지만, 정말로 공격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죄 없는 사람들이 휘말리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제길……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남자가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그들의 부탁을 받은 이상, 커맨더와 WHU의 헌터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해야 했다.

요구대로 시간만 끌어준다면 막대한 보상을 약속했으니까.

그런데 역천군주에 의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버릴 상황이었다.

-탁.

남자가 소매 속에서 무전기와 비슷하게 생긴 아티팩트를 꺼내 들고는.

“무, 문제가 생겼소. 역천군주가 관문을 강제로-!”

누군가를 향해 현재 상황을 전달하듯 말했다.

그때.

-파지직.

처용이 남자의 앞에 번개처럼 나타났다.

동시에.

-콰직! 우드드.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채 들어 올렸다.

“사, 사람들을 함부로 공격하다니…… 이런 쓰레기 같은-.”

처용에게 붙잡힌 남자가 악에 받친 듯 읊조릴 때.

“한처용!”

“설마, 바로 때려 부숴 버릴 줄은-!”

진호와 백호를 시작으로 타격대의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혀, 협조하지 않았다 해서, WHU가 사람들을 함부로 공격하다니!”

붙잡힌 남자가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국제법은 개나 준-!”

진심으로 억울한 듯 헌터들을 향한 고함이 계속될 때.

“마인 새끼가 국제법은 지랄.”

-콰지직!

처용이 단검을 꺼내 붙잡은 남자의 명치를 꿰뚫었다.

동시에 파마의 신력을 조금 흘려 넣자.

“으아! 크아아! 크악!”

-주르르…….

남자가 극심한 고통이 섞인 비명을 내지름과 동시에 시커먼 피를 쏟아내었다.

그저 치명상으로 인해 흘리는 피라기에는 많이 검은 피.

게다가.

-치이이!

남자에게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났다.

“마기?”

“마인이었어?”

타격대의 헌터들이 그 모습을 보며 놀란 듯 읊조렸다.

그들은 모두 마기를 감지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차고 있었다.

분명, 처용에게 붙잡힌 남자에게서는 마기의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처용이 단검으로 찌르고 파마의 신력을 흘려 넣은 순간.

-삐빅. 삐빅.

마기를 감지하는 아티팩트가 반응했다.

“안 들킬 줄 알았나?”

-우드드!

처용이 단검을 쥔 왼손을 반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꺾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

고통이 더욱 극심해졌는지,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끊기고 눈이 뒤집어졌다.

처용이 굳이 관문 전체를 때려 부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을 방해하는 이들이 성가셨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름 : 산자이 러트]

[레벨 : 63]

[칭호 : B급 마인, 어둠의 가호]

[클레스 : 위장자]

통찰의 눈에 숨어 있는 마인들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너는-.”

처용이 고통스러워하는 ‘마인’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때.

“아빠를 놔 줘!”

-타탓.

열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아이의 오른손에는 가정용 식칼로 보이는 날붙이가 들려 있었다.

빈약한 어린아이가 헌터에게 달려드는 무모한 모습.

인간적으로 평범한 헌터라면 아이를 향해 심한 대처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처용은 상대가 어린아이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쿵! 후욱!

붙잡고 있던 마인을 바닥에 던져 버린 후, 달려드는 아이의 목을 틀어쥐며 들어 올렸다.

한 치의 자비조차도 없는 모습.

“마, 말려야.”

몇 명의 헌터들이 처용을 말리려 하는 순간.

“크크크, 잡았다.”

처용에게 붙잡힌 아이가 잔혹한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목을 붙잡은 처용의 팔을 잡았다.

동시에.

-피이이!

아이가 오른손에 쥐고 있던 식칼에서 검은빛이 발광했다.

마치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폭탄처럼, 발광하던 검은빛이 더욱 진해지자.

“데브! 라이크 바르!”

아이가 환희를 내지르며 크게 소리쳤다.

-위이이! 쿠콰콰콰!!

식칼에서 퍼지던 검은빛이 화염을 일으키며 세차게 폭발했다.

그러나 온갖 저주가 뒤섞인 마기의 폭발이 처용을 휘감은 순간.

“흡기장.”

-피-위이잉!

퍼지던 폭발이 크게 번지지 않고 처용의 오른손에 압축되기 시작했다.

처용의 손아귀에 검붉은 구슬이 생성되었고.

-치이이!

포확의 힘을 이용해 한 지점에 압축한 폭발의 힘을 흡수해 버렸다.

“‘대악마를 위하여’라…….”

폭발을 막아낸 처용이 싸늘하게 읊조리고는.

-사각. 사각.

역천의 절을 꺼내, 두 번 휘둘렀다.

-촤아아!

아이의 두 팔이 나선을 그리며 잘려 나갔고.

-주르르.

조금 전 남자와 마찬가지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 아…… 괴, 괴물.”

두 팔이 잘려 나간 아이, 아니 마인이 두려운 눈빛을 띠며 읊조렸다.

“포, ‘폭마’님의 권능을…….”

“아, 그 버러지의 세례를 받은 벌레 새끼였나.”

처용이 마인이 말하는 ‘폭마’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스르릉.

살기를 스멀스멀 피워 올리며 처용이 한 발자국 다가가자.

“자, 자비를…….”

뒤로 엎어진 채 바닥을 기던 마인이 자비를 구걸했다.

그 말에.

“큭, 네놈들의 행동강령 중 하나였나?”

처용이 비웃음을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자비는 약한 자의 변명일 뿐.”

처용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마인들의 행동강령 중 하나였다.

약육강식, 힘이 있는 자가 권력을 쥐고 약자들을 지배하는 세계.

그런 강자의 세계에서 구걸하는 약자의 자비는 말 그대로 변명에 불과했다.

-우우웅.

역천의 절에 강기를 두른 처용이 마인의 목덜미에 겨누자, 마인의 바지가 축축해지며 바닥을 적셨다.

처용은 마인을 즉시 죽이지 않고.

“너는 마인이 되기 위해…… 몇 명의 사람을 죽였냐?”

마인을 향해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악신의 세례를 받고 마인이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

그것은 다름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을 잔혹하고 잔인하게 죽여 악신을 만족시키는 것.

이것이 마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중 하나였다.

“몇 명을 죽였냐?”

처용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마치, 이 말에 대답하면 자비를 내리겠다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스, 스물-.”

마인의 입에서 솔직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고작 열넷 정도로 보이는 어린 마인이 죽인 사람의 수는 무려 스물이었다.

처용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촤아아!

곧장 마인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후둑! 데구르르…….

잘려 나간 마인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쳐 축구공처럼 굴러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주변에 고요가 내려앉았을 때.

“커맨더, 군단 중 일부를 이 지역으로 보내 수습해 주십시오.”

처용이 커맨더에게 통신을 보냈다.

-확인했어, 곧장 예비 군단을 그쪽으로 보내 통제를 시작할게.

함선에서 작금의 상황을 지켜봤는지, 커맨더에게서 즉시 대답이 들려왔다.

“세 명만 남아서 현장을 통제하고 WHU에 지원 요청을 보내십시오.”

커맨더와 통신을 마친 처용이 타격대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려는 이가 있다면, 즉시 머리를 날리십시오.”

처용이 살기가 일렁이는 눈빛으로 주변 싹 둘러보며 말하자.

“으…….”

관문에 머무르던 사람들이 겁에 질린 듯 몸을 떨었다.

잔혹하다고 볼 수 있는 오더였지만.

“저희가 남겠습니다.”

“수습이 끝나는 대로 뒤따라 합류하겠습니다.”

타격대의 헌터들은 처용을 이해한다는 듯 오더에 수긍했다.

조금 전, 그저 아이인 줄로만 알았던 마인의 자폭.

그 모습을 보고 경각심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계속 가시죠. 시간을 지체할 순 없으니까.”

오더를 마친 처용이 헌터들을 향해 말하고는 뉴델리 시청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