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화
성지 상단에 세워진 수련탑 지하.
대악마 소환 마법진이 자리한 특수 수련장.
그곳에 커맨더를 포함한 그의 파티원들과 스피릿 팀의 일부가 모였다.
그리고.
“대악마 사냥이라…… 기대되네? 흐흐.”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전투를 준비하는 연아와 니모를 안고 있는 윤아.
-스르릉.
무구와 아티팩트를 정비하는 연화도 함께 있었다.
모두 이번 대악마 사냥에 참가하는 이들이었다.
넓게 자리를 잡은 헌터들이 전투를 준비할 때.
“그럼 시작하죠.”
처용이 신력과 마나를 동시에 내뿜으며 말했다.
그에 반응하듯.
-화아아!
수련장 밑바닥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가 강제로 소환되기 시작한 것.
이제 곧 개조된 대악마 소환 마법진에 의해 안드로말리우스가 강제로 불려 나올 것이다.
대악마 소환을 끝낸 처용이 전투를 지켜보기 위해 팔짱을 끼며 대기했고.
-스릉.
-철컥.
헌터들이 곧 나타날 대악마를 대비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에 맞춰.
-화아악!
수련장 중앙에 마기가 뭉치며 안드로말리우스가 나타났다.
[이 하찮은 놈들이 하필이면 중요할 때-!]
강제로 소환된 안드로말리우스가 분노를 표출하며 포효한 순간.
-화아아!
안드로말리우스 옆에 마기가 뭉치며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양의 뿔처럼 나선으로 휘어진 두 개의 뿔.
보랏빛을 빛내는 웨이브 진 머리와 등 뒤에 접힌 세 쌍의 날개.
검은 눈물이 흐르는 듯한 문신과 창백한 얼굴을 지닌 악마.
[이건…… 나도 좀 당황스러운데?]
강제 소환에 휘말린 대악마, 알레인이 곤란하다는 듯 침음을 흘렸다.
[아, 알레인 공? 어떻게 여기에?]
안드로말리우스가 자신의 옆에 나타난 알레인을 보며 당황을 표했다.
동시에.
“……뭐지?”
“저건 처음 보는-.”
전투를 게시하려던 헌터들도 멈칫하며 당황을 표했다.
현장의 모두가 당황한 그 순간.
-촤아악!
처용이 헌터들과 안드로말리우스 사이에 나타났다.
이변을 감지하자마자, 현장에 개입한 것.
재빠른 행동을 취한 처용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에 인상이 일그러져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만 연결된 소환진이다. 도대체 어떻게……!?’
처용이 속으로 당황을 표했다.
안드로말리우스와 함께 나타난 이가 대악마인 것은 확실했다.
심지어 상위 대악마.
눈앞의 악마에게서 안드로말리우스보다도 더 짙고 깊은 어둠이 느껴졌다.
상위 서열의 대악마가 안드로말리우스와 함께 나타난 상황.
처용이 당황한 이유는 작금의 상황 때문도 있었지만, 다른 문제도 있었다.
‘대악마는 확실하다. 그런데…… 누구지?’
회귀 전 처용은 거의 모든 대악마와 직접적으로 맞서 싸웠었다.
72명이나 되는 대악마에 대해서 나름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 처용이…… 눈앞에 있는 대악마만큼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여성형 악마는 회귀 전에도 보지 못했던 대악마였다.
게다가.
[어떻게 된 것이오? 그대가 왜?]
[아무래도…… 내가 휘말린 듯 보이는데.]
안드로말리우스와 새로 나타난 대악마가 서로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누구냐.”
처용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차피 놈들이 소환된 대악마 마법진은, 처용이 여래의 도움을 받아 개조한 마법진.
삼천마 정도가 아니라면, 처용이 걸어 놓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안드로말리우스와 함께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둘 다 제약에 걸려 있다.’
대악마 소환진에 걸린 제약에는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우선 섣불리 공격하기보다는 눈앞에 나타난 대악마가 누구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너는 누구냐?”
처용이 알레인을 향해 다시 묻자.
[한처용! 이번에야말로-!]
-쿠구구!
안드로말리우스가 격한 분노를 드러내며 마기를 내뿜었다.
그때.
[네가 한처용이구나.]
알레인이 안드로말리우스 앞에 서며 말했다.
동시에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나서지 말라는 듯한 분위기.
[대단한 인간이라 들었는데,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구나.]
여유가 일렁이는 알레인의 말에.
-우우웅!
처용이 강기를 피워올리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알레인은 처용의 적대 어린 모습에 개의치 않는 듯.
[본녀는 대악마 서열 8위,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이라 한다.]
처용의 질문에 작은 미소를 띠며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주었다.
스스로의 서열을 말하는 알레인의 말이 울리자.
“8위라고!?”
“이런……!”
뒤에서 전투를 준비하던 헌터들이 알레인의 말에 질겁하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대악마 말석에 자리한 안드로말리우스도 몬스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력한 적이었다.
그런데 새롭게 나타난 대악마의 서열은 무려 8위였다.
안드로말리우스보다 한참이나 드높은 서열을 가진 대악마.
72명의 대악마 중 여덟 번째로 강력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헌터들이 크게 긴장감을 드러낼 때.
“…….”
처용은 긴장감이 아닌, 살짝 일그러진 듯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대악마 서열 8위는…… 아레스의 자리였지.’
왜 눈앞의 대악마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는지를 깨달았다.
회귀 전, 마주했었던 서열 8위의 대악마는 다름 아닌.
-하하하! 나 ‘전쟁의 대악마’를 향해 경배하라!
세례를 받고 악신이 된 아레스가 차지한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아레스가 저 대악마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가?’
처용이 알레인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듯 읊조렸다.
그때.
[하나만 물어보자꾸나. 한처용]
알레인이 처용을 향해 말했다.
“내가 네 말에 답해줄 것이라 생각하나?”
-스릉.
처용이 알레인의 말에 역천의 절을 꺼내 들며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레인은 처용의 적대적인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말에 답해준다면-.]
작은 미소를 띤 채, 할 말을 계속했다.
[저들에게 얌전히 처치당해 주마.]
처용의 뒤에 있는 헌터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알레인이 말하자.
“…….”
“……뭐지?”
커맨더를 포함한 헌터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무려 서열 8위의 대악마. 본녀를 처치하면 저들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
알레인은 처용이 왜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강탈해 개조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런 알레인의 말에.
“…….”
처용이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침묵했다.
짧은 시간, 생각에 잠긴 처용은.
-콰아아!
생각을 마치고는 마나가 아닌 거친 신력을 내뿜었다.
동시에.
“커맨더, 계획대로 안드로말리우스를 정리하십시오.”
커맨더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문제없어.”
처용의 말에 커맨더가 즉답했고.
-우웅!
-우우웅!
다른 헌터들도 기세를 내뿜으며 전투를 준비했다.
처용은 커맨더의 대답에 고개를 작게 끄덕여 보이고는.
“징벌의 선고.”
-콰아아아!
징벌의 선고를 발동하여 알레인과 자신의 주변에 붉은 결계를 휘감았다.
‘대악마와 협상할 이유 따윈 없다!’
눈앞에 있는 이는 상위 서열의 대악마.
그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던, 그게 처용에게 있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 알레인과 협상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징벌의 선고로 인해 사방이 핏빛으로 휘감기기 직전.
“어? 니모!”
-쐐에엑!
윤아의 품에 안겨 있던 니모가 재빠르게 처용 쪽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다가온 니모가 처용에게 바짝 붙은 순간.
-쿠구구!
징벌의 선고가 완성되며 처용과 알레인, 니모가 격리되었다.
“니모-.”
처용이 난데없이 개입한 니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신수인 니모가 전속력으로 다가왔다 해도, 징벌의 선고가 휘감기 전에 올 수는 없었다.
방금의 속도는, 절대로 니모가 발휘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러나.
“……카투라 님?”
처용은 니모에게서 흘러나오는 짙은 청색의 신력을 보며 무슨 상황인지 눈치챘다.
지금 니모는 카투라가 강림한 상태였다.
상위 신수가 무리에 있는 하위 신수를 통해 의지를 전달하는 것.
성좌와 신관에 비유하자면 강신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어째서 그녀가 니모에게 강신하여 처용에게 다가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니모에게 강신한 카투라는 알레인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막힌 녀석이로구나.]
알레인이 적대적으로 나오는 처용을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어째서 그곳에 있는 거야?]
니모의 입에서 카투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처용이 카투라의 반응을 보며 의문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수의 격을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감정 때문이었다.
카투라의 떨리는 목소리 속에는.
놀라움, 반가움, 의문 등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그런 카투라의 물음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알레인이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러자.
[내가…… 내 형제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잖아?]
카투라가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니알라-크타니드.]
판데모니움 서열 8위,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
카투라는 그녀를 향해 자신의 형제라 언급했다.
게다가 태초의 마수처럼 들리는 이름까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처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저 대악마가? 정말입니까?”
당황한 처용이 카투라를 향해 의문을 담아 물었다.
눈앞의 대악마가 정말 태초의 마수란 말인가?
[그래…… 살아남은 나의 형제야.]
처용의 질문에 카투라가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카투라의 말을 들은 처용은.
-아직 조크-크타니드에게서 살아남은 태초의 마수가 하나 있다.
학살의 마녀. 엘리스가 전해주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놈은 스스로를 감추고 숨어 있는 상황이다.
다른 차원도 아닌, 악마들이 거주하는 소굴인 판데모니움.
-상위 대악마 중 하나, 내가 아는 정보는 여기까지다.
그곳에 있는 상위 대악마 중 하나가 사실은 정체를 숨긴 태초의 마수였다는 정보가 떠올랐다.
동시에.
‘관철안(貫徹眼)이라면!’
카투라의 말이 진짜 사실인지 확인할 수단을 떠올렸다.
태무신 운장의 힘을 계승 받았을 때 얻었던 관철안(貫徹眼).
그 능력은 다름 아닌 통찰의 눈을 강화하는 힘이었다.
본래, 상위 서열의 대악마들은 통찰의 눈으로도 그들의 정보를 온전히 볼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성좌들과 같은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러나 관철안이 생긴 지금이라면, 그들을 가리는 장막을 뚫을 수 있었다.
처용이 통찰의 눈을 발동하자.
[알레인의 화신체]
[등급 : 확인 불가.]
[칭호 : 안개의 대악마.]
[특징 : 확인 불가.]
[스킬 : 확인 불가.]
알레인의 정보가 시스템을 통해 나타났다.
눈앞에 드러난 알레인의 정보는 카투라의 말과는 다르게 대악마라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처용이 시선을 떼지 않고 집중하자.
-파지직.
눈에 보이는 알레인의 정보창이 돌연 흔들렸다.
에러가 걸린 모니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니알라 크타니드]
[등급 : 확인 불가.]
[칭호 : 태초의 마수(魔獸), 꿈의 종주.]
[특징 : 태초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근원을 지니고 탄생한…….]
[그 외 확인 불가.]
통찰의 눈이 그녀의 진짜 정체를 간파해냈다.
카투라의 말대로 대악마 알레인의 이름이 ‘니알라 크타니드’라 표기되어 있었다.
처용이 알레인의 진짜 정보를 확인한 순간.
[바알도…… 그자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이중, 삼중으로 장막을 쳤는데, 이렇게 들켜 버릴 줄이야.]
알레인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런 식으로 들킬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카투라와 처용을 번갈아 본 알레인이 곤란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말하자.
“……정말로 태초의 신수입니까?”
처용이 알레인을 향해 재차 확인하려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를 마수가 아닌 신수라 불러주다니…… 생각보다 좋은 녀석이구나?]
알레인이 처용의 말에 기분이 좋은 듯,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그래, 나는 태초의 마수. 니알라 크타니드가 내 진짜 정체이니라.]
스스로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판데모니움의 대악마로 살아왔던 알레인.
그런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