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359화 (359/726)

#359화

악의 제전을 울리던 신경전이 일단락되자.

“지구에 일으킬 대격변은 포기한다.”

바알이 이번 악의 제전을 연 이유를 언급했다.

모든 차원과 연결될 수 있는 요충지인 지구.

본래 그곳을 점령하고 거점으로 삼아 다른 세계를 침공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구 점령을 목표로 계획되었던 일들이 모두 무산되었다.

마인들이 준비하던 계획들이 무너지고 스파이로 활동하던 천교까지 들통나 버렸다.

더는 지구 내부에서 공작을 펼치기 힘든 상황.

“다른 세계를 우선적으로 잠식한 후, 차원 연결을 통해 추후 지구를 점령한다.”

바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동시에 이번 일을 망친 주범, 옥황상제를 짧게 응시했다.

그분께서 관대하게도 옥황상제를 용서해 주었기에 더는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군.’

바알은 판데모니움으로 퇴각한 옥황상제가 못마땅했다.

사전에 세워둔 계획이 어그러진 이유가 바로 옥황상제의 실패 때문이었으니까.

그리고 태초의 그릇 때문에 심기가 좋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마녀라 불리는 마인, 레나 르블랑.

태초의 그릇이 자리한 숙주가 각성한 것을 느끼고 그녀를 잡아들일 것을 명했다.

그러나 거의 다 잡을 뻔한 숙주를 눈앞에서 놓쳐 버렸다.

게다가.

‘도대체 무슨 수로 추적 낙인을 지웠단 말이냐.’

혹시 몰라 태초의 그릇이 잠든 숙주, 마녀에게 새긴 추적 낙인.

그 추적 낙인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더는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를 추적할 수 없는 상황.

바알은 자신의 계획에 오점이 생겼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획이 엎어진 것도.

천교가 일을 망친 것도.

그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도.

마치 꼬인 실타래를 보는 듯, 모든 것이 못마땅했다.

“나베리우스.”

바알이 낮은 목소리로 나베리우스의 이름을 언급하자.

“하나의 세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알 님.”

나베리우스가 바알의 질문을 미리 알아챈 듯, 즉각 대답했다.

“정비를 마치는 대로, 그곳과 가까운 세계를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점령은 실패했지만, 다른 세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곳을 시작으로 다른 세계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세계는?”

바알이 나베리우스를 향해 짧게 묻자.

“다음 목표는 ‘에스라’라는 세계입니다.”

나베리우스가 즉각 대답했다.

“지구와도 연결할 수 있는 세계이니, 가장 우선적으로 길을 열고 있습니다.”

“외신이 자리한 곳이군.”

옥황상제가 ‘에스라’라는 세계를 알고 있는 듯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자이니, 그 세계를 얻기엔 수월할 것일세.”

“흠…….”

바알이 옥황상제의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침음을 흘리고는.

“그곳에 파견된 이가 누구인가?”

나베리우스를 향해 다시 물었다.

“악신 셋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고 곧 대악마 셋이 합류할 것입니다. 추가로…….”

바알의 질문에 나베리우스가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했다.

“……여기까지 계획되어 있습니다.”

쭉 이어지던 나베리우스의 말이 끝나자.

“신관을 잃었다 들었다.”

바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나베리우스의 신관이자 의회주 중 하나인 S급 마인, 잭이 사망했다 들었으니까.

신관은 쉽게 충당할 수 없는 이들.

나베리우스의 입장에서는 일정에 차질이 생긴 셈이었다.

그러나.

“제 할 일도 똑바로 하지 못하는 무능한 도구는 버렸습니다.”

나베리우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대체할 도구 역시 준비가 끝난 상태입니다.”

“……문제가 없다면 되었다.”

바알이 나베리우스의 보고에 짧게 답하고는.

“각자 맡은 바에 문제는 없는 것인가?”

대악마들을 둘러보듯 눈동자를 천천히 굴리며 느긋하게 말했다.

바알의 말이 울리자, 잠시 침묵이 일렁였다.

그의 질문에 딱히 문제가 없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럼-.”

분위기를 살핀 바알이 입꼬리를 작게 들어 올리며 입을 여는 순간,

“문제가 있소.”

대악마 중 하나가 입을 열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를 낸 이를 향했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다름 아닌 가장 낮은 서열의 대악마.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알려야 할 일이 있소.”

서열 72위의 대악마인 맹독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였다.

“안드로말리우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

다른 대악마들이 의문을 표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가장 낮은 서열답게 주어진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얼마 전, 내가 대악마 소환에 선발되어 지상에 강림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안드로말리우스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금부터 빈틈을 보이면 끝장이다.’

속으로 식은땀을 감추며 긴장감을 억눌렀다.

지금, 이 순간부터 말을 제대로, 똑바로 하지 않으면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테니까.

안드로말리우스가 입을 열며 말하자.

‘숨길 줄 알았거늘…….’

바알이 의외라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72위의 대악마가 인간들에게 주기적으로 불려 나가 얻어맞는다.

나베리우스가 이 황당한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는.

-……뭐라 했느냐?

분노보다는 실소가 먼저 터질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대악마 말석에 자리한 자.

대악마들 중 가장 위태위태한 자리에 있는 존재였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이런 민감하고도 치욕스러운 일은 숨기고 싶을 터.

본래 이 자리에서 안드로말리우스의 무능을 밝히고 처리할까 싶었지만…….

“무슨 일이냐? 안드로말리우스.”

바알은 모른 척, 안드로말리우스가 무슨 생각인지 알아보기 위해 물었다.

아무 감정이 없는 듯, 낮고 일정한 목소리의 물음이었지만.

‘확실하다. 바알은 알고 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본능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바알은 자신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절대로 긴장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은 안드로말리우스는.

“혈선의 신관이…… 대악마 소환진을 강탈했소.”

분노를 드러내는 듯, 낮게 일렁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악마 소환진을 강탈한 처용.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주기적으로 소환되고 있는 안드로말리우스.

그런 안드로말리우스 앞에 미리 전투를 준비하고 있던 신의 병사들까지.

안드로말리우스는 지금껏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상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소환을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날 소환하고 있소.”

원한이 서린 듯, 안드로말리우스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심지어 내 화신체를 약하게 만들었소. 마치 나를 훈련에 이용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간의 사정을 모두 말한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이 끝나자.

“큭, 꼴이 말이 아니군.”

“그대는 정녕 대악마가 맞는가?”

“말석다운 모습이군.”

대악마들이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실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비웃는 듯한 모습.

악마들의 비웃음 소리가 지나가자.

“크으읍! 내가 왜 자존심을 굽히면서까지 이 말을 전하는 것인지! 정녕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이오!?”

안드로말리우스가 인상을 거세게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래서, 인간들에게 불려 나가 맞고 오는 것인가?”

“판데모니움의 수치로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호소에도 대악마들의 비웃음이 이어졌다.

그때.

“모두 닥쳐라.”

바알이 낮게 한 마디를 읊조리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비웃음으로 가득 찼던 악의 제전이 고요해지자.

“상세히 말하라.”

바알이 안드로말리우스를 노려보며 물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바알의 흉흉한 눈빛에 잠시 멈칫하고는.

“그 하계종이, 그 이단이! 대악마 소환진을 강탈하고 개조했소!”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대악마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인간, 처용을 언급하며.

“놈에 대해 알려진 정보 또한…… 전부 잘못되었소.”

“혈선의 신관에 대한 정보가 잘못되었다…… 무엇이?”

나베리우스가 의문을 표하며 묻자.

“모든 것이 잘못되었소. 특히 녀석이 지닌 무력이!”

안드로말리우스가 모두가 잘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디아블로 공.”

고개를 돌려 디아블로를 마주하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흐음?”

뜬금없이 이름을 불린 디아블로가 의문을 표했다.

“그대는 대악마들 중 가장 먼저 지상에 소환되었었소.”

“그래, 아주 즐거웠지.”

디아블로가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이전의 전투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당시…… 디아블로 공의 화신체는 본래 힘의 어느 정도 위력이었소?”

지구에 직접 강림했었던 디아블로.

그는 그 당시 균열이 일어난 차원의 벽을 강제로 찢어 강림했었다.

때문에, 시스템의 제약을 중첩적으로 받아 화신체가 크게 약해졌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이를 언급하며 묻자.

“흠…… 대략, 2할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질문에 디아블로가 본래 힘의 대략 20%라 언급했다.

그 대답을 들은 안드로말리우스는.

“내 비록 대악마 말석이라지만, 내가 정녕 그대의 2할보다도 못해 보이오? 솔직하게 말해 주시오!”

디아블로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 모습을 개방할 수 있는 완벽한 화신체였던 내가! 정녕 그 당시 당신보다도 못하냔 말이오!”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디아블로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과거 안드로말리우스와 맞붙었던 기억을 떠올린 디아블로는.

“……아니, 그 정도는 아니다. 내 확신하지.”

작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디아블로의 대답을 들은 안드로말리우스는.

“놈은! 완벽한 화신체, 그것도 진짜 모습을 개방한 나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소!”

어째서 처용에 대한 정보가 잘못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맹독의 대악마, 내 독은 인간들에게만큼은 치명적이오.”

“그래서 네놈을 보낸 것이었지.”

바알이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중얼거리듯 말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마인들이 완성한 완벽한 대악마 소환진에 연결된 이유.

그가 가진 권능인 ‘독’이 인간들에게 치명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완벽한 대악마 소환진이라 해도, 상위 서열의 대악마는 온전히 소환할 수 없었다.

디아블로가 가장 먼저 시험해 본 결과, 아까운 소환 마법진 하나가 완전히 망가졌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마인들이 만드는 소환 마법진으로는 디아블로의 힘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낮은 서열의 대악마 중, 인간들에게 강력한 권능을 지닌 대악마를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말석에 자리해 있으면서도,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독’을 지닌 대악마.

의견을 모은 결과 대악마 모두가 안드로말리우스를 지목했다.

이것이 안드로말리우스가 지상에 소환된 이유였다.

그러나.

“놈은 내가 발휘하는 대부분의 독이 통하지 않았소.”

인간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대악마가 소환되었음에도, 처용은 아무 피해 없이 저지했다.

심지어.

“게다가…… 놈은 태초의 마수를 불러낼 수 있었소.”

처용은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있어 상성이 최악이라 할 수 있는 크루마를 소환해 보였다.

사실상, 안드로말리우스가 허무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어째서 이런 정보들을 사전에 전하지 않은 것이오!”

안드로말리우스가 ‘지구의 정보’를 담당하던 천교 측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째서 처용이 지닌 능력을 상세히 전하지 않았는가.

정보의 부재 때문에 인간들의 손에 대악마 소환 마법진이 넘어가 자신이 치욕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안드로말리우스가 천교를 향해 따지듯 묻자.

“감히 대악마 말석 따위가 우리 탓을 하다니!”

“네놈이 약해빠진 것을! 감히 우리에게 책임을 돌리느냐!?”

천교의 성좌들이 자리를 박차며 소리쳤다.

그런 천교의 태도에.

“맹독의 대악마가 약해빠졌다? 크크크.”

디아블로가 실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한처용에게 단체로 덤볐다가 박살이 난 네놈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비웃음이 섞인 디아블로의 말이 울리자.

“감히 천교를 모욕하다니!”

-화르륵!

나타가 디아블로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 말에 불만인가? 불 도깨비, 그렇다면 덤벼 보아라!”

-콰아아!

디아블로가 가소롭다는 듯, 이글거리는 화염을 피워올리며 말했다.

“큭.”

기세에 밀린 나타가 침음을 흘릴 때.

“모두 조용히 해라.”

불편한 기색이 담긴 바알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악의 제전에 일렁이던 소란이 다시 가라앉았을 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안드로말리우스.”

바알이 안드로말리우스를 노려보며 물었다.

“혈선의 신관은 생각보다 위험한 녀석이오. 대책을 세워야 하오.”

안드로말리우스가 바알의 시선을 견디며 속으로 긴장감을 삼켰다.

긴장감을 억누르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놈은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강탈하고 개조했소. 지금은 내가 강제로 불려 나가는 정도에 그쳤지만……!”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개조해 버린 처용.

안드로말리우스는 여기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계속 당하고 있었다.

여기서 떠오르는 가능성 중 하나.

“만약…… 놈이 더 악의적인 방법으로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악용한다면?”

안드로말리우스가 가능성이 충분한 가정 하나를 언급하자.

“흐음…….”

바알이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며 침음을 흘렸다.

“놈을 만만히 봐서는 아니 되오. 우리의 계획을 엎어 버릴 수 있을 정도요.”

안드로말리우스가 경고를 담아 말을 이었다.

처용은 위험하다. 인간이라고 절대 얕볼 수 없는 존재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진심 어린 경고에 다른 대악마들도 표정이 진지해졌다.

“놈을 대비할 방도가 있나?”

바알이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물었다.

처용을 직접 맞상대해 본 안드로말리우스가 과연 어떤 답변을 할 것인가?

비록 말석이라 해도 대악마, 그는 과연 자신의 쓸모를 입증할 것인가?

바알의 질문은 그런 의도였다.

“……나는 대악마 소환 마법진의 전문가가 아니니,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없소.”

안드로말리우스가 바알의 말에 침착한 목소리로 진짜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허나,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만들어낸 그대라면!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 터.”

대악마 중 한 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시선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그 대악마에게 모였다.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는 바요.”

모두의 시선이 모인 곳은 대악마 서열 8위의 좌석이었다.

그 위에는 양의 뿔처럼 나선으로 휘어진 두 개의 뿔을 지닌,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성이 자리해 있었다.

“하아,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별로 달갑지 않은데…….”

자신에게 모인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듯, 알레인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말했다.

동시에 눈동자를 돌려 바알을 응시했다.

마치,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를 무언으로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흠…….”

바알이 알레인의 시선을 마주하며 침음을 흘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알레인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네게 연결된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잠시 확인해 보겠다.”

-샤라락.

마치 사라졌다 나타나는 안개처럼, 안드로말리우스 앞에 나타나며 말했다.

“도움에 감사드리오.”

안드로말리우스가 감사를 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흐음…….”

-스르르.

알레인이 안개처럼 옅은 마기를 내뿜으며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마기가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스며들었고.

“흐음? 으음…… 이걸 이런 식으로 개조할 줄이야…… 이건 좀 신기한데?”

알레인이 안드로말리우스와 연결된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아아!

안드로말리우스에게서 옅은 보랏빛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하필이면 이럴 때!”

자신의 몸이 발광하는 것을 본 안드로말리우스가 인상을 세차게 구기며 당황했다.

지금의 증상은 자신이 강제로 소환될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으니까.

“이 빌어먹을 놈들이! 이번에야말로 가만두지 않겠다!”

-화아아!

안드로말리우스가 분노를 담아 소리치고는 빛에 휘감겼다.

그리고.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안드로말리우스를 진단하던 알레인 또한 그 빛에 휘말린 듯 보였다.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살펴보기 위해 마기를 접촉할 순간 벌어진 사고였다.

알레인이 강제로 소환되는 것을 느끼며 당황을 표하고는.

“바알…… 당신 설마, 이렇게 될 걸 미리 알아차리고 나에게-.”

바알을 향해 원망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을 다 잇지 못하고.

-화아악!

안드로말리우스와 함께 빛에 휘감기며 사라졌다.

대악마 둘이 악의 제전에서 본의 아니게 탈주해버린 상황.

“…….”

“…….”

“…….”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

“알레인의 말이 사실인가? 바알.”

고요한 침묵을 깬 메피스토가 바알을 바라보며 물었다.

작금 벌어진 사고를 미리 알아채고 알레인을 곤경에 빠뜨린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

“모함하지 마라, 메피스토. 나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권능 따윈 없다.”

바알이 메피스토의 질문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말이 진실이라는 듯, 바알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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