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이 날파리 같은 것들이! 전부 꺼져라!]
-푸화아아!
안드로말리우스가 마기를 주변에 퍼트리며 폭발을 일으키자.
“크윽!”
“물러나!”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격을 퍼붓던 헌터들이 뒤로 크게 물러섰다.
그때.
“으-랴압!”
-콰아아!
헤라클레스의 신관, 리차드가 대검에 강렬한 신성력을 휘감으며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돌진했다.
마치, 이목을 끌려는 듯, 소리를 크게 지르며 정면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무모한 모습.
[멍청한 것!]
-스-가악!
안드로말리우스가 독기가 일렁이는 보랏빛 손톱을 길게 뽑으며 리차드를 향해 휘둘렀다.
이대로면 리차드가 대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찢겨나갈 터.
그러나.
-샤각! 화아아……!
안드로말리우스의 손톱이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지나가자, 리차드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뭔-!?]
당황한 안드로말리우스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레이터 슬레쉬!”
사라졌던 리차드가 안드로말리우스의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리차드의 대검이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휘둘러졌고.
-콰쾅!
안드로말리우스의 뒤통수를 정확히 강타했다.
[캬아아악!]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지른 안드로말리우스가 몸을 휘청였다.
-후두둑. 후둑.
뒷머리의 비늘이 깨진 자리에 선명한 검상이 새겨졌다.
안드로말리우스가 휘청이는 몸을 바로 세우기도 전에.
“몰아쳐라-.”
-휘리릭!
거센 바람과 함께 안드로말리우스의 앞에 스사노오의 신관, 야스라가 나타났다.
자세를 낮추며 발도를 준비하는 야스라.
[건방진 것!]
야스라를 발견한 안드로말리우스가 분노를 내지르고는.
-쐐에에엑!
그대로 앞발을 내질러 야스라를 걷어찼다.
대악마가 완력을 담아 내지르는 일격.
아무리 단련된 헌터라 해도 제대로 맞는 순간 치명상이었다.
그러나.
-푸-화아아……!
야스라 역시 이전 리차드처럼, 발길질에 맞는 순간, 연기처럼 흩어졌다.
동시에.
“속삭이는 바람.”
-스르릉.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 위에 다시 나타난 야스라가 반쯤 뽑은 태도를 칼집에 집어넣으며 읊조렸다.
-철컥.
태도가 칼집에 완전히 들어간 순간.
-촤아아!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가 세로로 크게 그어졌다.
완전히 잘려 나간 건 아니었지만, 눈에 확 보일 정도로 흉측한 흉터가 새겨졌다.
리차드가 대검으로 후려쳐 새겨진 상처에 이어 야스라의 발도까지.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에는 십자 모양의 큰 흉터가 생겼다.
[크-아악!]
분노가 폭발한 안드로말리우스가 비명을 씹어 삼키고는 손톱을 세워 야스라를 향해 휘둘렀다.
허공에 떠 있기에 피할 수 없는 상황.
그때.
“결전기 – 라바 가디언!”
-푸화아아아!
안드로말리우스 앞에 강렬한 화염이 터졌고 용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쿠구구!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칼과 방패를 치켜든 골렘.
그것은 다름 아닌 현아의 결전기였다.
용암 거인이 방패를 치켜들고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돌진하자.
-쿠구! 쿠광!
강렬한 충격음이 울리며 안드로말리우스가 뒤로 밀려났다.
그 덕에.
-샤아악!
야스라를 향하던 안드로말리우스의 손톱이 빗나갔다.
[이 하찮은 미물 따위가!]
-푸화아아!
안드로말리우스가 자신을 방해한 용암 거인을 향해 맹독 브레스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쿠궁! 쿠구구!
맹독을 내뿜는 괴수와 이글거리는 화염을 내뿜는 용암 거인이 서로 충돌했다.
-쿠구! 쿠궁!
용암 거인이 힘에서 밀리는 듯, 뒤로 조금 밀려났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이대로 밀어붙이기 위해 마기를 더 끌어 올렸다.
그러나.
-치이이!
독과 용암의 싸움, ‘상성’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힘으로는 우위를 점했지만, 상성에 밀린 탓에 용암 거인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더러운-!]
안드로말리우스가 인상을 세차게 구기며 소리친 순간.
“플라즈마 라이플!”
-우우웅!
안드로말리우스의 뒤에서 커맨더가 게이트를 열며 나타났다.
총구에 푸른 에너지가 일렁이는 네 기의 라이플이 게이트 안에서 소환되었다.
“버스트 샷!”
플라즈마 라이플을 소환한 커맨더가 발사를 명령하자,
-지이잉! 위잉!
네 기의 라이플이 푸른 광선을 내뿜으며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지잉! 치이! 치이이-익!
강렬한 열기를 응축한 플라즈마 라이플이 안드로말리우스를 강타하며 비늘과 살점을 태우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용암 거인도 에너지 폭발에 휘말렸지만.
-쿠오오!
강렬한 열기에 오히려 힘을 얻은 듯, 용암 거인의 몸집이 커지며 포효를 내질렀다.
-쿠궁! 쿵! 치이-!
용암 거인이 안드로말리우스를 두 팔로 감싸 붙잡을 듯, 가까이 붙은 순간.
“총공격을 퍼부어!”
커맨더가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샥!
-샤샥!
-휙!
안드로말리우스 주변에 무구를 움켜쥔 헌터들이 나타나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까가각! 촤아!
대악마의 검은 비늘이 떨어져 나가고 살점이 베이며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크으-!]
안드로말리우스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악의 무리는 성스러운 빛에 눈과 귀가 잠기니…….”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성서를 외며 안드로말리우스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라리네와.
“사막의 환영 – 열화의 신기루.”
화염의 아지랑이를 이용해 환각을 펼치는 미우가 끈질기게 방해하고 있었다.
특히, 츠쿠요미의 신관, 미우.
그녀의 환술 때문에 헌터들을 향한 안드로말리우스의 공격이 빗나가고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가까이 근접한 헌터를 보고 기회를 틈타 꼬리를 휘둘러 쳐냈지만.
-후욱! 파아아……!
꼬리에 맞은 헌터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며 흩어졌다.
[간악한 짓을!]
안드로말리우스가 답답한 침음을 토했다.
대악마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존재, 즉 환술이 통하지 않았다.
처음 미우가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환술을 썼을 때도 통하지 않았다.
지금 안드로말리우스 역시…… 환술에 걸린 것이 아니었다.
환술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미우의 환술에 의해 제대로 당하고 있었다.
“환술이 걸리지 않는 적을 상대로 주변을 변화시킨다라…… 훌륭하네.”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는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처용의 눈에는 안드로말리우스 주변에 부유하는 투명한 거울들이 보였다.
아군이 결정적인 기회를 틈타 공격할 때.
-스스스.
주변에 숨어 있던 거울이 움직여 안드로말리우스의 시야를 교란한다.
아군이 안드로말리우스의 뒤를 노리고 공격할 때는 정면에서 달려오도록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아군이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준비할 때는 안드로말리우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겨준다.
게다가 미우가 미처 조치하지 못한 공격들은.
“죽음의 칙령!”
아일라가 죽음의 서를 이용해 안드로말리우스의 권능을 봉인하고 억제하며 막아냈다.
끊임없이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디버프를 거는 라리네.
안드로말리우스의 위험한 권능을 봉인하고 억제하는 아일라.
아군을 보조하고 전장을 유리한 상황으로 통제하는 미우.
그런 셋의 서포팅을 믿고 공격을 퍼붓는 헌터들.
두 번째 대악마 사냥은 각자 만반의 준비를 갖춘 만큼,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결국.
“창룡의 분노!”
-촤아아!
언월도를 움켜쥔 하오찬이 안드로말리우스의 가슴을 크게 베어 냈고.
“적귀살 - 무!”
적무신의 신관, 초하가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에 방천극을 꽂아 넣었다.
-쩌적! 촤아아!
그간 데미지가 많이 누적된 탓인지,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가 크게 베어지며 갈라졌다.
[크아아……!]
안드로말리우스는 쓰러지면서도 눈을 부릅뜨며 누군가를 바라봤다.
번들거리는 대악마의 눈동자에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전투를 관람하는 처용의 모습이 비쳤다.
[이 비겁한 하계종이-!]
안드로말리우스가 분노와 원한을 가득 담아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나와 맞서라 이 비겁한 놈-!]
마지막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촤아아!
리차드가 쓰러지려는 안드로말리우스의 화신체를 대검으로 크게 베어내며 마무리를 지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화신체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그라졌고.
“정정당당? 지랄하고 있네, 악마 새끼가.”
처용이 사그라지는 안드로말리우스를 보며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
***
처용의 성지, 태룡사가 임시로 외부에 개방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임시 개방 기간 동안, 별다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처용이 준비한 대악마 사냥 이벤트.
6일 차에 있었던, 세 번째 대악마 사냥 또한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임시 개방 마지막 날인 7일 차.
“일주일 동안 어땠습니까? 간단한 평가라도 듣고 싶은데요.”
처용이 정자에 모인 헌터들을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일정이 빌 때마다 이곳에 오고 싶은 정도였습니다.”
“얻은 게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각 길드의 길드장들, 고레벨 헌터들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여기서 끝난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는 평가가 되었다.
“이 성지가 온전히 개방하는 날만 기다려질 것 같습니다.”
하오찬이 진심이라는 듯, 솔직하게 말하자.
“2주 동안 미처 보완하지 못한 문제점을 마저 점검한 후, 온전히 개방할 생각입니다.”
처용이 차후 일정을 말해 주었다.
나름 완벽하게 성지개방을 준비했지만, 역시나 미흡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임시 개방을 통해 미흡한 부분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2주 동안, 미흡한 부분을 손보고 더 완벽한 상태에서 성지를 개방할 계획이었다.
“2주 뒤가 기다려지는군요.”
토르의 신관, 루이스가 진심으로 기대된다는 듯, 읊조렸다.
단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이곳에서 얻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레벨의 상승, 대악마와의 전투 경험, 휘하 길드원들의 성장 등.
짧은 시간 내에 정말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일주일의 시간이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달달한 시간이었기에, 기다리는 2주라는 시간이 쓰게 느껴졌다.
비단 루이스만이 아닌,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헌터들이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연말정산’ 일정과 겹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제시카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헌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일정을 언급하며 말했다.
그러자.
“……그렇군, 이곳 때문에 잊고 있었네.”
“난 준비를 잘해 놨으니까 문제는 없지만…….”
헌터들이 제시카의 말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쑥덕였다.
“연말정산?”
처용이 무언가 익숙한 제시카의 말에 그 단어를 읊조리자.
“지난번, 세계 헌터 회의에서 스미스 씨가 한번 말하지 않았습니까? 곧 다가올 연말을 준비한다고.”
제시카가 이전 세계 헌터 회의를 언급하며 말했다.
그런 제시카의 말에.
“아아.”
처용이 흐릿해져 있던 익숙한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성운결산(星雲決算)…… 벌써 그때가 되었나?”
연말, 한 해의 마지막 시기를 뜻하는 말.
헌터들에게 있어 연말은 나름 중요한 시기였다.
묵은해를 보내고 맞는 새로운 해, 즉 1월 1일이 되는 순간.
[그간의 업적을 정산합니다.]
시스템과 연결되어있는 모든 헌터들에게 동일한 메시지가 나타난다.
성좌들은 이 현상을 ‘성운 결산’이라 불렀고.
헌터들은 연말에 일어나는 시스템 정산이라 하여, ‘헌터의 연말정산’이라 불렀다.
1년 동안, 헌터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 보상 혹은 페널티를 받는다.
예시로 1년 동안 던전에 무수히 드나들며 스스로를 연마한 헌터는.
[업적 결산이 끝났습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레벨과 스텟이 상승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에 1년 동안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헌터는.
[업적 결산이 끝났습니다.]
[일부 스텟이 하락-.]
[스킬의 숙련도가 감소-.]
스텟과 스킬의 숙련도가 하락하는 페널티를 받는다.
시스템은 헌터가 한 노력에 걸맞은 보상을 내린다.
동시에 헌터가 노력을 게을리하고 얻은 보상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주어졌던 보상을 회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경우가 바로 한 해의 마지막 달, 연말에 진행되는 성운 결산이었다.
그리고 연말에 진행되는 성운 결산 시기에는 아주 중요한 행사가 하나 있었다.
활동이 뜸했던 헌터들에게는 패널티를 최소화시킬 수 있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헌터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행사.
“월드 헌터 토너먼트가 있으니까요.”
제시카가 기대감을 품은 목소리로 처용을 향해 말했다.
그 목소리 속에는 처용을 향한 호승심 또한 일렁이고 있었다.
‘흐음?’
처용이 제시카에게서 전해지는 투지를 읽으며 의문을 표했다.
동시에 제시카만이 아닌, 몇몇 헌터들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하, 이것들이?’
처용이 설마 하는 표정을 감추고는 속으로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