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353화 (353/726)

#353화

처용이 준비한 이벤트, 대악마 사냥 이벤트 1차가 잘 마무리되었다.

이벤트에 참가한 이들은 막대한 경험치를 얻었다.

그리고 애초부터 경험치가 높았던 이들은 레벨업의 혜택을 누렸다.

전투를 구경하던 헌터들은 선발대가 누린 혜택을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호승심과 전의를 불태웠다.

시스템은 헌터의 노력에 걸맞은 보상을 내려준다.

즉, 대악마와 격렬히 더 적극적으로 싸울수록 추후 얻는 보상이 커진다는 뜻이었다.

그 예시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20 증가합니다.]

[스킬 숙련도가…….]

.

.

“아자! 손맛 죽이네!”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던 이진호가 시스템을 보며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이번 대악마와의 전투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은 헌터가 바로 이진호였다.

처용이 준비한 이벤트가 끝나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지하 수련장을 나왔다.

그들은 각자 돌아가는 것이 아닌, 한 자리에 다시 모여들었다.

성지 태룡사 중턱에 자리한 넓은 못.

그 중앙에 있는 손님맞이용 정자에 다시 헌터들이 모였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처용이 각 길드의 길드장들과 고레벨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제가 준비한 이벤트는 어땠습니까?”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인 처용의 말이 울리자.

“대악마 소환진을 이렇게 활용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제시카가 조금 전 싸웠었던 안드로말리우스를 떠올리며 말했다.

처용이 대악마 소환진을 악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설마, 대악마를 소환해 훈련에 활용할 줄은…….”

이런 발상을 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용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얼마나 쓸 수 있는 거야?”

커맨더가 궁금한 듯 물었다.

무려 대악마를 소환하여 싸울 수 있는 훈련 시설이었다.

대악마와 싸우는 것이기에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엄청난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미 사전에 체험한 선발대가 그 효과를 몸소 체험까지 했으니까.

다만, 이 훈련 시설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아마…… 안드로말리우스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이상,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을 겁니다.”

처용이 커맨더의 말에 답하고는 훈련 시설에 대해 보충 설명을 했다.

한 번 대악마를 소환하면 이틀에서 삼일 정도 충전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진법을 조작하여 대악마의 화신체 상태를 조절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난이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저희가 상대한 건 어느 정도의 난이도입니까?”

제시카가 굳은 표정으로 처용에게 물었다.

“이전 저희 저택에서 소환되었을 때보다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로스차일드 저택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었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

조금 전 마주쳤었던 안드로말리우스는 이전에 마주했을 때보다 약한 것은 확실했다.

두 번째 페이즈, 즉, 안드로말리우스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제시카의 질문이 울리자.

“흠, 두 번째 페이즈를 봉인했으니…… 본래 난이도의 한 절반 정도?”

곰곰이 생각한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일부 대악마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개방하는 권능.

그 권능을 가진 대악마는 대표적으로 삼천마 중 하나인 디아블로가 있었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 역시 디아블로와 같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개방하는 권능이 있었다.

대악마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 그 힘은 두 배에서 세 배 이상 강력해진다.

“그 대악마가 진짜 모습을 개방하면…… 지금의 저희가 이길 수 없겠군요.”

처용의 말을 들은 제시카가 주먹을 쥐며 읊조렸다.

직접 싸우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주했을 뿐인데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강렬하게 전해지는 마기.

흉악한 칼날을 움켜쥔 여섯 개의 팔.

무엇이든 녹여버릴 것 같은 강력한 맹독.

아무리 고레벨 헌터들이 달려든다고 해도, 모조리 도륙 날 것 같은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리고 처용은 그런 진짜 모습을 개방한 대악마와 1:1로 맞서 싸운 이였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처용이 제시카의 읊조림에 답하듯,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짜 모습을 개방한 안드로말리우스와 조금 전, 훈련에 참여했었던 이들이 다시 붙는다고 가정한 결과.

“당신들이 이길 가능성은 10%입니다.”

계산을 끝낸 처용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단호한 처용의 대답에 다른 헌터들이 반발한 만도 했지만.

-상대는 대악마니까.

-대지의 수호자가 된 스티븐의 갑옷이 단번에 박살 났잖아?

-루이스의 묠니르에도 거의 타격이 없었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대악마의 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납득한 듯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런 놈이 72위…… 대악마들 중 ‘최약체’란 말이지?”

-우드드득!

이진호가 두 손을 강하게 쥐며 읊조리듯 말했다.

분한 듯, 떨리는 목소리 속에는 강렬한 경각심 또한 스며들어 있었다.

결전기를 쓸 수 있는 고레벨 헌터 다수가 달려들었는데도, 힘겹게 승리했다.

심지어 진짜 모습을 개방하지도 않은, 약해진 상태의 화신체였다.

그런 강력한 대악마가 72위…… 대악마 말석에 자리한 존재였다.

경각심이 섞인 이진호의 말이 울리자.

“가장 약한 대악마가 그 정도…….”

토르의 신관, 루이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읊조렸다.

“심지어 약해진 상태였소.”

태양의 신관, 라진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최약체는 아니지만…… 굳이 정정해 줄 필요는 없겠군.’

처용이 헌터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대악마는 단순하게 서열로 공략 난이도를 정할 수 없다.

즉, 안드로말리우스가 72위라고 해서 대악마 중 최약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처용은 굳이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지금 헌터들이 보이는 경각심과 위기감은 좋은 현상이었으니까.

그때.

“역천군주, 그때 중국에 나타났던 대악마는 삼천마라고 들었습니다.”

성자가 중국에서 마주쳤었던 대악마를 떠올리며 처용을 향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는 대악마 서열 3위, 삼천마라 불리는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였다.

“대악마들끼리의 힘은 큰 차이가 없는 겁니까?”

그 당시 세 번째 서열을 가진 대악마가 나타났음에도, 결국 토벌에는 성공했었다.

성자의 눈에는 그 당시 마주했었던 디아블로와 조금 전 싸웠었던 안드로말리우스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그때 그 녀석은 강제로 차원을 찢고 강림한 터라, 본래 화신체가 가진 힘의 대략 1/4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처용이 성자가 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그 힘이…… 고작 25%였다고요?”

성자가 처용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중국의 한 지역 전체를 불태웠던 대사건.

삼천마,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의 강림.

그 당시 디아블로는 본래 소환되었어야 할 대악마를 제치고 직접 차원의 벽을 찢어 나타났다.

자신의 힘도 소모하고 시스템의 제약도 중첩되어, 불완전한 상태로 강림한 것.

그 당시 디아블로가 보여준 힘은 그가 본래 발휘했어야 할 힘의 25%에 불과했다.

성자가 디아블로의 모습을 떠올린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제길.”

“하아.”

그날 현장에 같이 있었던 이들 역시 당시 상황을 떠올린 듯, 침음을 내뱉었다.

“모두 내 말 명심하십시오. 삼천마는 다른 69명의 대악마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처용이 경고를 담아 진지하게 말했다.

“삼천마 중 하나가 온전한 상태로 소환되는 순간, 재앙이 벌어지겠군.”

성자와 같이 디아블로와 맞서 싸웠던 커맨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주신급 성좌가 직접 강림하여 도와주지 않는 이상…… 못 막습니다.”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주신급 성좌가 강림한다 해도…… 온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겠지.’

회귀 전 벌어졌었던 전투를 떠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처용은 에덴의 주신 메타트론과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이 1:1로 맞붙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천사들의 정점과 악마들의 정점 간의 싸움.

그 결과는.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메타트론이 밀렸지.’

바알의 우위였다.

그가 압도적으로 메타트론을 이긴 것은 아니지만, 처용의 눈에는 메타트론이 밀린 것이 보였다.

주신급 성좌조차도 온전히 막을 수 없는 재앙.

그들이 바로 악마들의 정점, 삼천마였다.

처용이 삼천마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릴 때.

“그런 악마들과…… 줄곧 혼자서 싸워온 겁니까?”

메타트론의 신관, 라리네가 처용을 향해 물었다.

비밀이 많은 처용이지만, 한 가지 알려진 정보가 하나 있었다.

악마들에 대해 빠삭할 정도로 지식이 많다는 것.

처용이 악마들에 대해 잘 아는 이유가 그들과 많이 싸워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라리네의 말이 울리자.

“뭐…….”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흐렸다.

네·아니오, 둘 다 맞다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대답이었다.

바로 딱 잘라 답할 수 없었다.

그런, 두루뭉술한 태도를 보인 처용의 반응에.

“……그렇군요.”

라리네는 무언가 납득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용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찰나의 순간 드러났던 감정이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깊은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증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지만, 대체로 어두움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마치,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한 듯 보였다.

라리네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저런 존재들하고 단신으로 맞서 싸운다고?

-……불가능해.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헌터들이 침음을 삼키며 읊조렸다.

조금 전 마주했었던 대악마를 떠올리며, 각자 단신으로 마주하는 상황을 상상했다.

당연히 고개가 절로 저어지며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이기기는커녕, 살아남을 가능성조차 적게 느껴졌다.

처용은 그런 강력하고 사악한 존재들과 홀로 맞서 싸워왔었다.

헌터들은 그런 처용에게 치를 떨면서도.

어째서 처용이 괴물 같이 강한지, 납득이 되었다.

헌터들이 각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추후 성지를 온전히 개방하시면…… 그 시설도 지금처럼 개방하는 겁니까?”

헤라클레스의 신관, 리차드가 처용을 향해 궁금한 듯 물었다.

“흠…… 그럴 생각입니다.”

처용이 리차드의 말에 대답하자.

“저희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천군주.”

투지 가득한 눈빛을 띤 리차드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리차드는 처용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번 이벤트를 개최했는지, 눈치챘다.

추후 맞서 싸울 거대한 적, 대악마와의 전투를 미리 경험시켜주는 것.

동시에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강력한지도 알릴 목적인 듯 보였다.

몇몇 헌터들은 대악마의 강력함에 공포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리차드는.

“고작 말석에 자리한 대악마에게 겁을 먹어선, 신의 신관이라 불릴 자격이 없겠지요.”

그런 공포심에 사로잡힐 생각이 결코 없었다.

오히려 처용이 마련해 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진호 헌터가 했던 것처럼, 이번엔 내가 그놈의 머리를 날려 버리지요.”

리차드가 자신감을 드러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처용이 준비한 대악마를 소환하는 특수 훈련장.

선발대로 참석한 헌터들은 다음 대악마 사냥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모인 헌터들이 조를 나눠 참석하기로 결정했었으니까.

리차드는 이틀 뒤에 열릴 대악마 사냥에 참석하는 이였다.

리차드의 말이 울리자.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 초대받은 헌터.

폭풍의 신 스사노오의 신관 야스라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말석의 대악마 따위에게 겁먹고 주저앉아 있을 순 없습니다.”

야스라의 말을 시작으로.

“겁먹기는 누가-!”

“세 번째 대악마 사냥 때는 내가 놈의 머리를 베어 버릴 거다!”

고레벨 헌터들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리차드의 다짐을 시작으로 어두웠던 분위기가 투지 가득한 분위기로 반전되었다.

대악마가 거대하고 두려운 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레벨 하나만 더 올리면 나도 170레벨이다.

-기여도가 높으면 스텟도 얻을 수 있겠지.

그 거대하고 두려운 적을 쓰러뜨리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헌터들은 대악마를 쓰러뜨린 선발대가 성장한 것을 다시 떠올리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분위기가 반전되었을 때.

“조금 민감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제시카가 처용을 향해 나름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대악마를 쓰러뜨렸을 때, 나타난 아티팩트 때문이었다.

“아, 이거 말이죠.”

-차라랑.

처용이 제시카의 말에 아공간에서 작은 사슬 목줄에 걸린 아뮬렛을 꺼내 들었다.

[베놈 아뮬렛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강력한 맹독을 지닌 생명체의 비늘로 만들어진 목걸이]

[착용자에게 맹독을 다룰 수 있는 힘이 부여됩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자가 착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모든 공격에 ‘맹독’ 속성 부여 가능.

-착용자를 ‘맹독’에 감염시킴.

독사들이 서로 몸을 배배 꼬며 만들어진 듯 보이는 녹색의 아뮬렛.

그것은 다름 아닌, 안드로말리우스가 쓰러진 순간 나타난 아티팩트였다.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아티팩트로 대악마를 사냥한 전리품이었다.

처용이 로스차일드 저택에서 안드로말리우스를 처치했을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티팩트가 드랍될 줄이야…….’

강력한 맹독의 힘이 담긴 아뮬렛이 나타났다.

리스크가 있었지만, 무려 맹독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

이것의 가치는 상당했다.

“저는 여기서 드랍된 아티팩트는 ‘공동 분배 경매’를 할 생각입니다.”

처용이 제시카의 말에 답하듯 진지하게 말했다.

공동 분배 경매.

던전을 공략한 헌터들이 종종 사용하는 전리품 분배 방법 중 하나였다.

예시로, 보스 몬스터가 유물 아티팩트를 드랍한 경우.

-10만 달러.

-15만 달러.

-난 저게 꼭 필요해, 두 배로!

던전 공략에 참여한 헌터들이 각각 돈을 걸어 경매를 진행한다.

그리고.

-50만 달러! 좋아, 더 없지?

공략에 참여한 헌터 중 하나가 가장 큰돈을 걸어 아티팩트를 낙찰받으면.

-어쩔 수 없지, 50만 달러를 나누자고.

-쩝, 판돈을 더 올릴 걸 그랬나? 크크.

그 돈을 아티팩트를 낙찰받지 못한 헌터들이 나눠 갖는다.

아티팩트를 놓고 헌터들끼리 격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나름대로의 규칙이자 조치였다.

처용이 공동 분배 경매를 언급하자.

“알겠습니다. 이 방법대로라면 나름 공정하군요.”

제시카가 처용이 생각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헌터들 역시 불만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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