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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45화 (345/726)

#345화

[태초의 에테르(ether)를 일부 계승합니다.]

[태초의 그릇이 힘을 전달합니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시스템과 동시에.

-스르륵.

태초의 그릇에서 반투명한 에너지가 처용에게 흘러들어왔다.

‘태초의 에테르?’

시스템을 본 처용이 의문을 표했다.

그 의문이 차마 해소되기도 전에.

[에테르를 담을 그릇이 없습니다.]

[임시 그릇을 모색합니다.]

[계승자가 소유한 태초의 조각에 에테르가 깃듭니다.]

-스르르륵.

시스템 메시지가 계속되었고 다가온 반투명한 에너지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태초의 조각이라고?”

처용이 시스템을 보며 의문을 표하고는 태초의 조각을 꺼내 보았다.

-우우웅.

태초의 조각에 조금 전 다가왔던 반투명한 에너지가 휘감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잠시 회전하며 외부에 겉돌고는.

-스르륵.

태초의 조각 안으로 에너지가 스며들며 사라졌다.

“……그릇에 담겨 있던 에너지를 일부 받아 간 건가?”

마녀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뭐냐. 이게?”

처용이 마녀를 향해 의문을 표하자.

“태초의 그릇 속에 담겨 있던 에너지의 일부가 네게로 흘러 들어갔다. 이유는…… 모르겠군.”

마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관철의 대신과의 약속을 지킬 겸, 이걸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탁.

말을 마친 마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띠링.

[한처용.]

처용의 눈앞에 시스템이 울렸다.

시스템을 확인한 처용이 마녀와 시스템을 번갈아 바라보자.

[네 반응을 보아하니, 잘 들리나 보군.]

마녀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입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태초의 그릇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이건 네가 가진 태초의 힘, 그 열쇠와 공명-.]

처용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이 마녀의 말을 대신하듯 울려 퍼졌다.

태초의 그릇이 가진 기능 중 하나는 바로 시스템의 힘을 일부분 다루는 능력이었다.

마녀는 처용이 가진 태초의 힘과 그릇을 연결시킨 결과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시스템을 통해, 할 말을 마친 마녀는.

-슈르르-.

외부에 모습이 드러난 태초의 그릇을 반투명한 안개로 변화시켜 흡수했다.

마녀가 태초의 그릇을 다시 자신의 육체에 집어넣은 순간.

-쿠구구!

태룡전이 옅은 떨림을 토했다.

“약속은 지켰습니다. 관철의 대신.”

마녀가 미륵을 바라보며 말하자.

[흐음…….]

미륵이 눈을 감고는 정신을 집중하며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정말로 제약이 일부 풀렸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

“……이런.”

-탁.

마녀가 잠시 비틀거리며 침음을 흘렸다.

“무리했나?”

졸린 듯, 눈을 가늘게 뜬 마녀가 피로함을 드러냈다.

의회주들과의 싸움에서부터, 태초의 그릇에 새겨진 추적을 지우는 일까지.

마녀에게 있어서 나름 무리한 일정이었다.

“하루만 신세를 지지, 대가는 지불할…….”

마녀가 몸을 조금씩 비틀거리며 처용을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헉!?”

고개를 치켜든 마녀가 눈을 크게 뜨며 헛숨을 내었다.

동시에 황당한 눈빛을 지어 보이며 처용과 여래 등 남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당황하는 듯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인 후.

“야! 네가 책임진다고 해 놓고 날 여기 혼자 두고 가면 어떻게 해!?”

허공을 바라보며 누군가에 따지듯,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장 나와! 적어도 내가 여기서 빠져-.”

마녀가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치자.

-띠링.

[시끄럽다. 꼬마야.]

마녀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이 울렸다.

정확히는 마녀 안에 자리한 또 다른 마녀가 시스템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 언니 말 좀 믿어라, 어차피 한처용과 저 대신들을 너를 죽이지 못해.]

“언니는 무슨!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당장 나와!”

설득력 있는 말이 시스템에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녀가 빽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나오라니까!”

[아, 피곤한데 짜증 나게 만드네.]

결국, 잠들려던 마녀의 데이터가 짜증을 토로했고.

[■■■…….]

[■■…….]

.

.

마녀의 눈앞에 온갖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힌 상태창이 무수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삐비비빅!

-삐빅!

-띠리링!

마치, 버그와 에러에 걸린 컴퓨터처럼, 날카롭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마녀에게 울러 펴졌다.

시스템의 알림을 이용한 고문이 시작되자.

“으악! 악! 으아-!”

마녀가 머리를 붙잡은 채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10초 정도 흐르자, 무수히 떠오르던 시스템의 알림이 멈추었고.

-띠링.

[까불면 죽는다.]

시스템 창이 모두 사라진 후, 마녀의 대사가 출력된 시스템 창이 새로 나타났다.

[나 깨워도 죽는다. 나 진짜 잔다. 이제 건들지 마라.]

경고를 담은 마녀의 말이 이어진 후, 더 이상 시스템이 울리지 않았다.

보통 이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체념할 법하지만.

“당장 나가! 이 기생충 같은-!”

마녀는 쉽게 고집과 성격을 꺾는 성향이 아니었다.

또다시 시끄러운 상황이 이어지려는 때.

-샥.

마녀의 뒤에 처용이 나타났고.

-빠악!

처용이 손날을 세우며 마녀의 뒷목을 후려쳤다.

“어억……!”

-탁.

눈이 풀린 마녀가 짧고 굵은 단말마를 내뱉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처용은 복잡한 표정으로 쓰러진 마녀를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떠오른 시스템을 바라봤다.

[시끄러워서 좋을 거 없으니, 이 녀석 뒤통수 좀 후려갈겨서 재워.]

처용의 앞에도 시스템의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시끄러운 상황이 계속되면, 이번 일에 대한 정보를 물을 수도 없었다.

때문에, 마녀가 제시한 의견에 처용이 수락했고 행동한 것이었다.

‘아타, 이거(?) 가져다가 아무 곳에다 던져 놔라.’

처용이 아타에게 전음을 보내자.

-착. 착. 착.

성역 내부를 관리하는 개미들이 나타나, 쓰러진 마녀를 집어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태초의 그릇에는 시스템을 다루는 힘이 있는 겁니까?]

여래가 끌려가는 마녀를 잠시 바라보고는 미륵을 향해 물었다.

그 말에.

[완전히 다루는 것은 아니고…… 일부를 조작할 수 있다고 하는 게 맞겠군.]

-탁. 탁.

미륵이 관철의 조정자로 땅을 두 번 찍으며 답했다.

그리고.

[허허…… 이런 방식으로 제약이 일부 풀릴 줄이야.]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작은 미소를 흘렸다.

그러자.

“마녀가 한 말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처용이 많은 의미가 함축된 질문을 던졌다.

방금 있었던 모든 상황이 거의 전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녀가 한 말, 미륵의 반응 그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미륵 님이 그놈에게 순순히 죽었다는 것도 믿기 힘듭니다.”

처용이 마녀가 했었던 질문 중.

-나는 조크-크타니드에게 저항하지 않고 안식을 받아들였느냐?

미륵이 답했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무리 크타니드가 강력하다고 해도, 미륵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

그가 순순히 소멸을 맞이할 리가 없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내가 순순히 소멸을 받아들인 이유는 놈이 옳았다…… 아니, 놈이 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륵이 곰곰이 생각하듯, 눈을 감으며 처용의 말에 대답했다.

“악의 종주가 옳았다…… 아니, 놈이 이겼다 생각하셨다고요?”

[그래.]

재차 이어진 처용의 의문 어린 질문에 미륵이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본래 나는 태초신이 소멸하면서 같이 사라졌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전대 우주’가 ‘순환’에 들어감과 동시에, 나 역시 사라졌어야 했고.]

“전대…… 우주?”

[그렇다.]

처용의 의문 어린 읊조림에 미륵이 답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첫 번째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태초신이 내게 역할을 주었기에 살 수 있었지.]

태초신이 미륵에게 준 역할은 두 가지.

그 중 첫 번째는 자신을 보좌하는 일, 즉 우주의 질서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이었다.

미륵은 태초신에게 관리자의 역할을 받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역할이 거의 끝나갈 무렵, 태초신이 소멸했다.

본디 태초신이 소멸함과 동시에 관리자인 미륵도 함께 사라졌어야 했다.

하지만.

[관철이라는 역할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태초신이 소멸하면서 나도 같이 사라졌을 것이다.]

인간들의 의지를 시험하고 그들을 이끄는 관철의 대신.

미륵은 그 역할을 받은 덕분에 자신이 한 번 더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을 덧붙였다.

[오만한 신은 인간들을 하등하게 여기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신에게 있어 중요하다.]

“그 말씀,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처용이 회귀 전 미륵이 했었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인간이 신을 믿는 행위, 신을 향한 믿음과 경배.

미륵은 이런 인간들의 행동이 성운에 있어 의미가 있다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처용이 미륵의 말에 답함과 동시에 작은 의문이 들었다.

보통 오랜 세월을 살아온 선천적 신격들은 인간들을 미개하게 취급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대신들 중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미륵은 인간을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답답한 것, 이리 해 보거라.

가끔, 안면이 별로 없는 인간들에게도 종종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주는 이였다.

무겁고 무서운 분위기를 가진 미륵이기에 회귀 전, 저항군의 대부분이 그를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미륵은 인간들을 하등하게 여기거나 하찮게 대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용은 왜 미륵이 인간들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잘 몰랐다.

그저 여래와 보살과의 인연 때문에.

혹은, 아테나와 라처럼 독특한 성향을 가진 신격이기 때문이라고만 추정했었다.

그런 처용의 의문에 답하듯.

[이름이 없는 내게…… 왜 미륵이라는 이름이 생겼는지 아느냐?]

미륵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거의 인간들이 그리 불렀기 때문…… 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용은 미륵의 질문에 얼핏 들은 말을 떠올리며 답했다.

[그래, 정답이다.]

미륵이 처용의 말이 맞다는 듯, 작은 미소를 띠며 말하고는.

[통찰의 눈이 무엇이냐?]

자신이 처용에게 계승해 준 권능, 통찰의 눈에 대해 물었다.

“통찰의 눈은 상대의 역량을 보는 권능입니다.”

처용은 미륵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가진 권능 중, 선술만큼이나 자주 사용하는 권능이 통찰의 눈이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의 현재를 보는 권능이다.]

미륵이 처용의 말에 통찰의 눈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해 주었다.

“상대의 현재…… 그렇군요.”

처용이 미륵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통찰의 눈에 보이는 정보는 상대의 상태창, 즉 ‘현재’를 보는 것이 맞았으니까.

[마주하는 상대의 현재를 보면 과거와 미래를 유추할 수 있지.]

미륵이 ‘통찰의 눈’을 다루는 방법을 짧게 이야기하고는.

[내가 관철이라는 사명을 받고 행한 것은 간단했다.]

자신이 관철의 대신으로서, 통찰의 눈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나아갈 미래에 대해 가벼운 조언을 주는 것이었지.]

인간들의 현재를 보고 과거를 파악한 후,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렇게 조언을 받은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

[그렇게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하고 길을 개척한 자들이…… 여기에 있지.]

미륵의 말에 옆에 있던 두 대신이 작은 미소를 띠었다.

[미륵이라는 이름은 내가 인간들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인간들에게 받은 이름이…… 역할을 다한 신의 소멸을 막을 수 있습니까?”

처용이 궁금증과 의문을 담아 물었다.

고작 인간들의 믿음과 신앙이 신의 소멸을 막는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명을 유지하는 데는 신이 지닌 격과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습니다.”

처용이 알고 있다는 듯, 미륵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인간들이 가지는 믿음과 신앙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륵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확히 딱 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정교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진 우주의 법칙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조금…… 이해가 됩니다.”

처용은 회귀 전, 병사들과 신도들을 모두 잃은 성운이 힘을 잃어가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전 말씀하신 인간들은, 금오도라는 세계의 인간들이었군요.”

미륵에게 이름을 준 인간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했다.

동시에.

“하지만 금오도는…….”

금오도는 수천 년 전, 선천적 신격들의 욕망으로 인해 소멸한 세계.

그곳에 자리 잡았던 믿음과 신앙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처용이 의문을 읊조릴 때.

[그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다.]

미륵이 처용의 의문에 답하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차원이 완전히 나누어지기 전, 그곳에서 가르침을 받은 인간들이 여러 세계로 퍼져나갔지.]

수천 년 전 금오도로부터 시작되어 명맥을 이어 내려온 인간들.

그들은 여러 세계로 뻗어 나가 각기 다른 세계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뻗어 나가 다른 세계에 자리 잡은 줄기 중 하나.

“……설마?”

처용이 미륵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이 점점 커지며 놀람을 표했다.

미륵을 숭배하는 금오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를 숭배하는 이들은 있었다.

다름 아닌 지구에.

[그렇다. 너희 한씨 가문도 그 명맥 중 하나이니라.]

미륵이 처용이 막 떠올린 생각이 맞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명맥.

그 명맥 중 하나가 바로 처용의 가문, 한씨 가문이었다.

“저희 가문의 조상들이 세 분을 신으로 모신 이유가…… 그렇군요.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처용이 납득이 간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세계 가문 연합에 이은, 한씨 가문의 또 다른 비밀.

그 비밀을 안 처용이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가문의 비밀은 당장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크타니드가 옳았다…… 아니, 그가 이겼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처용은 미륵을 향해 중요한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고민하듯 침음을 흘리며 잠시 생각한 미륵이 말을 이었다.

[놈이 하는 행동이 이 우주를 구원하는 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미륵에게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 말에 경악한 처용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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