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안드로말리우스와 처용이 저택 밖으로 전장을 막 옮겼을 때.
-캬아아아!
바질리스크 한 마리가 제시카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며 돌진했다.
“최전선의 성벽.”
제시카가 방패를 치켜들고는 다리에 힘을 주며 스킬을 발동했다.
-쿠구궁! 콰드득!
바질리스크가 제시카의 방패를 물어뜯으며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흐읍!”
제시카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밀려나지 않은 채 버텨 내었다.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자.
“석화의 반발.”
-화아아!
바질리스크의 돌진을 막아낸 방패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상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을 때 사용 가능한 반격기였다.
기존, 석화의 시선보다 더 강력한 저주의 빛이 바질리스크를 비추었다.
-샤아아! 샤악!
바질리스크가 눈을 질끈 감으며 뒤로 나자빠지고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바질리스크는 석화의 시선에 제대로 적중했지만.
-후두둑. 후둑.
피부 비늘 일부분만 돌로 변하며 떨어져 내릴 뿐, 전신이 굳지 않았다.
제시카가 바질리스크를 밀쳐낸 순간.
“다크니스 니들.”
“다크니스 커터.”
-스가가각!
좌·우측에서 상급 마인들의 흑마법이 날아왔다.
동시에.
“피학의 형상.”
-촤아아!
육체를 남자로 바꾼 릴이 제시카를 향해 손톱을 앞세우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때.
“어딜!”
-샥!
육체를 남자로 변화시킨 빌리가 릴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끈질긴 놈이-!”
“가이는 나랑 놀아야지?”
-쿠구!
인상을 찌푸린 릴과 그런 릴을 집중 마크하는 빌리가 재차 충돌했을 때.
-EMP 펄스 활성화.
로스의 음성이 울려 퍼졌고.
-파지직! 파직!
제시카의 양옆에 전류가 모여들며 벽이 만들어졌다.
상급 마인들이 제시카를 향해 발사한 스킬들이, 전류가 흐르는 벽에 닿자.
-파사사…….
마기가 흩어지며 흑마법이 사그라졌다.
“칫, 이 성가신 집부터 부숴야-.”
공격에 실패하자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중얼거리고는 다시 손아귀에 마기를 모았다.
그 순간.
-파지직! 캬아아!
근처 벽에서 전류가 일렁이더니 디바우러가 튀어나와 상급 마인을 덮쳐들었다.
“다크니스 디펜시브!”
상급 마인이 급하게 마기를 펼쳐 방어막을 형성했다.
-콰쾅! 우드득!
디바우러는 그대로 방어막을 물어뜯으며 으스러뜨렸다.
“크으으……!”
상급 마인이 점점 구겨지는 방어막에 마기를 쏟으며 침음을 흘렸다.
그때.
-샤아아!
두 마리의 바질리스크가 디바우러를 향해 덮쳐들었다.
-스슥. 파지직!
디바우러는 상급 마인을 향한 공격을 멈추고 즉각 바닥으로 숨어들었다.
바질리스크와 디바우러.
빌리와 릴.
그리고 로스의 보조를 받는 제시카와 상급 마인들.
이들이 1층 중앙 홀에서 격렬히 충돌할 때.
“흐음, 디파일리스크를 길들인 건가? 아주 재밌는 걸 만들어냈어.”
1층의 상황에 잠시 눈짓한 마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마녀의 눈길은, 저택 여기저기를 이동하며 마인들과 바질리스크를 기습하는 디바우러를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처용의 심상 세계에 있었기에, 디바우러의 존재에 대해서도 나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디바우러가 바이러스에 잠식되던 로스를 해방시킨 결과.
“덕분에 일이 조금 쉬워졌군.”
팽팽하게 대치 중이던 4층의 상황이 마녀에게 유리해졌다.
“크으으……! 도대체 무슨 수로 바이러스를!”
잭이 마녀의 중력 마법에 저항하며 읊조렸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무언가가 로스를 감염시키던 바이러스를 순식간에 없애 버렸다.
그 결과, 제시카가 로스의 기능을 완전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스가 퍼트리고 있는 광범위한 EMP 덕분에.
“젠장, 마기가!”
마기가 좀처럼 제대로 모이지 않고 점점 흩어지고 있었다.
반면에.
“많이 힘든가 봐? 제이크 로스차일드.”
마녀는 로스가 내뿜는 광역 EMP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보였다.
“이제, 오거를 제어하는 것도 힘에 부쳐 보이는데?”
마녀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판테라움 사슬에 목이 묶인 오거, 그는 처음에 격렬히 반항하며 몸부림쳤지만.
“크으…… 으어!”
지금은 피로한 듯, 흐느끼는 침음을 흘리며 힘이 점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어째서 네년의 마기는……!”
잭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지금 저택 내부에는 마기를 흩어버리는 전류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벗어난 로스가 저택 내부를 통제하고 있는 것.
게다가.
-캬아아!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미 모습의 괴수가 그 힘을 더 증폭시키고 있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왜 네년은 멀쩡한 것이냐!”
눈앞에 있는 마녀는 마기를 흩어버리는 전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파지직.
누군가가 통제하는 듯, 마녀의 주변만 전류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그 덕분에.
-쿠구구!
거의 다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던 마녀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콰아아아!!
안드로말리우스와 처용이 부순 중앙 홀 천장에서 새하얀 섬광이 폭발했다.
동시에.
-샤아아!
-캬아아!
바질리스크들이 돌연 비명을 지르더니 바닥을 구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슈르륵.
보랏빛 액체로 변하며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소환…… 설마!?’
잭이 바질리스크의 상태를 보고는 눈이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다.
바질리스크는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가 소환한 권속.
그런 괴수들이 역소환되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하나밖에 없었다.
“한처용이 안드로말리우스를 처리했군?”
마녀 역시 상황을 파악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이…… 빌어먹을 괴물 새끼가.”
잭이 경악하며 읊조렸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대악마 서열 말석이라고 해도, 완전한 상태로 소환된 대악마였다.
게다가 서열과는 관계없이, 안드로말리우스는 대인전에 특화된 대악마였다.
마인들에게도, S급 헌터들에게도, 성좌들에게조차도 그의 맹독은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구에 나타난 괴물은…… 완전한 화신체로 강림한 대악마마저 처치해 버렸다.
“……계획은 실패했다. 잭.”
상황을 파악한 솔저가 진지한 목소리로 읊조리고는.
-우드득! 파차창!
품속에서 붉은 룬 문자가 새겨진 검은 비석을 꺼내 부수었다.
-푸화아아!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오며, 솔저를 보호하듯 감쌈과 동시에.
-우우웅!
솔저의 발아래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대악마들이 자신의 신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권능이었다.
-우드득!
잭 역시 솔저를 따라 검은 비석을 꺼내 부수었다.
그때.
“난 가라고 허락한 적이 없는데?”
-우우웅!
마녀가 강렬한 마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사무치는 악령의 올가미.”
-캬아아!
-캬악!
마녀가 소환한 악령들이 솔저와 잭을 포위하듯 둘러싸고는.
-촤악! 착!
검은 채찍을 만들어내 솔저와 잭을 휘감았다.
잠시 시간을 번 마녀는.
“하갈라즈. 판데모니움. 이르…….”
곧장 판데모니움의 문자를 외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대악마들이 만들어낸, 신관들을 보호하고 이동시키는 권능의 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녀가 읊던 주문을 끝내고 마기를 더 끌어 올리며 힘을 가하자.
-우드드! 우득!
잭과 솔저를 보호하던 보호막 대부분이 깨져 나가고 마법진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푸화아아!
솔저를 보호하던 짙은 마기가 서로 뭉치더니, 독수리의 머리와 같은 형상이 만들어졌다.
[네 이년!]
네 개의 붉은 눈동자를 흉흉하게 빛내는 검은 독수리의 입이 열리며 호통이 울려 퍼졌다.
독수리의 입안에는 험악하게 일그러진 악마의 얼굴이 보였다.
“샥스.”
마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모습을 드러낸 대악마의 이름을 불렀다.
네 개의 눈과 코끼리처럼 펄럭이는 귀.
두 개의 뿔이 자리나 있는 독수리의 머리.
독수리의 입안에 자리한 험악한 인상의 얼굴.
그는 솔저의 성좌이자 대악마 서열 44위, 약탈의 대악마 샥스였다.
[감히 내 진명을-!]
샥스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마녀를 향해 험악한 얼굴로 소리치자.
“네 진명을 부르면 뭐 어쩌실 건데? 샥스.”
마녀가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도발하듯 말했다.
[네년이 감히……!]
샥스가 분노를 머금으며 험한 인상을 더욱 일그러뜨렸다.
그때.
-화아아!
잭에게서도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늑대와 까마귀가 반반 섞인 듯한 형상이 나타났다.
“분신으로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라…… 신관이 소중하긴 한가 봐?”
마녀가 잭의 위에 나타난 대악마의 형상을 보며 입을 열고는.
“나베리우스.”
증오와 분노를 담아 눈앞에 있는 대악마의 이름을 읊조렸다.
잭의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깃털이 자라난 늑대의 형상을 한 대악마.
그는 판데모니움 서열 24위, 감찰의 대악마 나베리우스였다.
모습을 드러낸 나베리우스 역시,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녀를 향해 분노하는 것이 아닌.
[실패한 것이냐? 무능한 놈.]
자신의 신관인 잭을 향해 질책하듯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 그…….”
잭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흘리고는.
“혈선의 신관이 안드로말리우스 님을…… 이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재빨리 나베리우스를 향해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네놈이 저지른 실수를 감히 대악마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인가?]
나베리우스는 잭의 변명에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는 듯, 눈을 치켜뜨며 차갑게 말했다.
잭이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오늘의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샥스가 마녀를 향해 소리치고는.
-화아아!
분신을 흩뜨리며 솔저를 감쌌다.
그러자 점점 부수어지던 마법진이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쯧.]
나베리우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고는.
-화아아!
샥스를 따라 마기를 퍼트리며 잭을 감싸려 했다.
그 순간.
“아스트라페!”
-파지지지직!
제시카가 신성력을 한계치까지 불어넣은 성물, 아스트라페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강렬한 뇌전이 아스트라페에 휘감기며 거친 소음을 자아냈다.
아스트라페에 쌓인 신성력이 한계치를 초과하며 곧 터질 듯 발광하자.
“심판의 벼락.”
-투! 콰아앙!
제시카가 손에 쥔 아스트라페를 강하게 내던졌다.
아스트라페가 샛노란 빛의 선을 그리며 번개처럼 쏘아져 나갔고.
“크허억!?”
잭의 가슴을 정확히 꿰뚫었다.
“이번엔 기필코 놓치지 않는다! 제이크 로스차일드!”
지금껏 제시카는 방어에만 집중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녀가 노리던 대상은 다름 아닌 가문의 배신자.
의회주 잭, 제이크 로스차일드였다.
“네년이 감히!”
“죽여라!”
잭을 따르는 상급 마인들이 분노하며 제시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성물은 투창으로 던졌고 공격에 집중한 탓에 방어가 허술한 상황.
상급 마인 다섯이 동시에 달려드는 공격은 막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더블 블로우!”
-샥! 콰쾅!
빌리가 제시카 앞에 서며 상급 마인 둘을 막아섰다.
양손에 주먹을 쥐고는 동시에 내지르자 상급 마인 둘의 무구와 충돌했다.
정면의 적이 가로막히고.
-샥! 샤삭!
각각 제시카의 좌·우, 위에서 상급 마인들이 덮쳐들 때.
-파지직! 캬아아!
제시카의 뒤로 디바우러가 모습을 드러내며 다리를 앞으로 내뻗었다.
-쾅! 콰쾅!
디바우러의 다리에 가격당한 두 상급 마인이 뒤로 날아가며 벽에 충돌했고.
-우드득!
위에서 덮쳐오던 마인은 디바우러의 이빨을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크어…….”
디바우러에게 물린 상급 마인이 단말마를 내뱉으며 즉사했다.
“커헉? 크허억!”
-털썩. 주르르…….
아스트라페에 가슴이 꿰뚫린 잭이 무릎을 꿇으며 고꾸라지자 바닥에 피가 번져 나갔다.
“사, 살려…… 주십-.”
잭이 자신의 성좌인 대악마에게 손을 뻗으며 도와줄 것을 간청했다.
그 모습을 본 나베리우스는.
[……차라리 잘 되었군.]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잭은 나베리우스가 자신을 구해주나 싶었지만.
-화아아!
그가 손을 뻗어 마기를 보낸 대상은 다름 아닌, 솔저였다.
나베리우스가 힘을 더해주자, 솔저를 감싼 마기가 더 짙어졌다.
그때.
“……우리만이라도 빠져나가지.”
-스르륵.
솔저의 옆으로 릴이 나타나더니.
“몽환의 통로.”
-우드득! 파삭!
품속에서 붉은 문자가 새겨진 비석을 깨뜨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강렬한 마기가 솔저와 릴을 휘감자.
-화아아!
이내 공간 이동 마법이 발동되며 두 의회주의 모습이 사라졌다.
“커헉……! 어, 어……째서?”
잭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의문을 담아 읊조렸지만.
[…….]
-화아아…….
나베리우스는 그런 잭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응시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때.
“뭐야? 거의 다 정리가 된 것 같네?”
-파지직!
안드로말리우스를 정리한 처용이 중앙 홀에 나타났다.
동시에.
‘루나.’
상급 마인 다섯을 끌고 갔던 루나를 불렀다.
그 부름에.
-쏴아아아!
허공에 핏빛 기류가 소용돌이치며 점점 크기를 키우더니.
-파아아!
기류를 사방으로 퍼트리며 루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앞에는 세 명의 상급 마인과 바닥에 쓰러진 두 명의 상급 마인이 있었다.
“미안, 둘밖에 처리하지 못했어.”
다소 지쳐 보이는 루나가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말하자.
“아니, 그 정도면 훌륭해.”
처용은 개의치 않다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솔직히 루나의 성장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상대는 160레벨이 넘는 상급 마인 다섯.
처용은 루나에게 상급 마인들을 상대로 시간을 벌어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루나는 다섯을 동시에 상대했음에도 둘이나 처치했다.
“……젠장, 모두 도망쳐라.”
상황을 파악한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마인들을 향해 말했다.
아스트라페에 가슴이 꿰뚫려 쓰러져 있는 잭.
이미 도망친 듯,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의회주들까지.
계획했던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상급 마인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땅을 박차며 도주하려는 순간.
[도망칠 수 없다.]
-화르르르륵!
저택의 주변으로 새하얀 불길이 솟구치며 마인들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쿠구구구!
부서진 저택의 중앙 홀 천장 위로 거대한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
“이 불은 뭐냐!”
앞길을 가로막힌 상급 마인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새하얀 불길을 향해 마기를 모아 스킬을 사용해 봤지만.
-화르륵!
불길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런 당황하는 상급 마인들 뒤로.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스르릉.
역천의 절을 움켜쥔 처용이 마인들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