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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39화 (339/726)

#339화

처용이 결전기를 사용하고 단검을 꺼내 들었을 때.

‘포확, 팔괘축기.’

포확과 팔괘축기를 동시에 발동했다.

처용이 포확을 이용해 팔괘축기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힘은 다름 아닌.

-……뭘 하려는 거냐?

심상 세계 안에 있던 마녀의 데이터였다.

갑작스럽게 심상 세계에서 끌려 나온 마녀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이윽고.

-슈르르륵.

작은 단검 안에 ‘마녀’의 데이터가 완전히 옮겨갔다.

‘미리, 이 권능을 실험해보길 잘했군.’

처용이 단검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팔괘축기 안에 저장할 수 있는 힘은, 스킬이 전부가 아니었다.

처용이 다룰 수 있는 모든 기술과 힘을, 정수(精髓)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었다.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는 선인의 기술인 자연부.

자연부로 만들어 내는 강력한 속성 공격들.

팔괘축기를 이용하면 다른 이들도 자연부의 기술을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페널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팔괘축기 안에 저장하는 힘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랐지만.

[마력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3 감소합니다.]

스텟이 영구적으로 감소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었다.

물론, 자신이 만들어낸 힘의 정수를 다시 회수하면 잃은 스텟을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페널티가 있다고 해도, 이는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힘이었다.

처용은 미리 실험했던 이 팔괘축기의 묘리를 이용해 마녀의 데이터를 단검에 이식했다.

동시에 마녀를 향해 짧고 간결하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마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징징대지 말고 네가 직접 해결해.”

-쐐에에엑!

4층을 향해 내던졌다.

***

“이 빌어먹을 수호신 녀석…….”

마녀가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림과 동시에.

“폭식마를 잡아먹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능력을 이렇게 활용할 줄이야.”

처용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단검에 자신의 데이터를 집어넣어 지금 시기의 마녀에게 이식시킨다.

설마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아니, 이런 발상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었다.

‘그래…… 네놈은 이런 의외성과 사도(邪道)가 무서운 놈이었지.’

마녀가 과거 숙적이었던 처용을 떠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적이었던 존재.

처용은 정해진 방법대로 싸우고 행동하는 전사가 아니었다.

정도(正道)보다는 사도(邪道)에 가까운 자.

정해진 전투법을 따르지 않고 항상 전장의 환경과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던 숙적.

예측 불가능성은 마녀가 생각하는 처용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그리고 이번 문제 역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해 버렸다.

“뭐…… 나 역시, 직접 행동하는 게 편하니까.”

마녀가 씨익 미소를 짓고는.

-쿠구구!

잭과 솔저에게 가해지는 중력의 힘을 더욱 강화시켰다.

“크허어억!? 도, 도대체…… 어, 어떻게 된-.”

잭이 중력을 버티며 힘겹게 말하자.

“아가리 닫아 이 새끼야.”

마녀가 살기 어린 눈빛을 치켜뜨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이…… 게?”

솔저 역시 마녀의 힘에 저항하며 의문을 담아 읊조렸다.

지금의 마녀는 불과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분위기, 말투, 심지어 몸짓과 눈빛까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달라져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우우웅!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농도가 확 달라진 것.

조금 전까지는 의회주 둘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쿠구구!

지금은 단 하나의 스킬로 잭과 솔저 둘을 동시에 짓누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녀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듯 보였으나.

‘칫, 지금 시기의 내 육체로는 이게 한계인가?’

속으로는 아쉬움을 삼키고 있었다.

가능하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여 잭과 솔저를 순식간에 처리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드높은 경험과 지식이 있다 해도, 지금의 육체로는 본래 힘을 모두 구현할 수 없었다.

과거로 돌아온 지금의 처용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본래 힘을 구현할 수 없다 해도.

“이대로 짓눌러주마.”

-쿠구구!

방심하던 의회주 둘을 역으로 제압한 상황.

이대로 계속 힘을 집중하면 놈들을 죽일 수 있었다.

그때.

“크워어어!”

-쐐에에-!

돌연, 마녀의 뒤로 기갑 마인, 오거가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칫.”

-휘릭!

마녀가 자세를 낮추고 오른쪽으로 다리를 움직이며 회피하자.

-후우웅!

오거의 주먹이 마녀의 어깨를 스쳤다.

마녀가 오거의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촤르르륵!

왼손에 휘감긴 판테라움 사슬을 들어 올려 거세게 쥐었다.

마녀가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오거의 주먹을 피한 이유.

-촤라락!

왼손에 휘감긴 사슬을 오거의 목에 걸기 위함이었다.

“쿠허헉!?”

갑작스럽게 목에 충격이 닿자 오거가 침음을 내뱉고는 반사적으로 사슬을 붙잡았다.

그때.

“오버파워 팬텀.”

-크아아아!

마녀가 우람한 덩치의 악령을 소환하고는.

-촤라락! 촤락!

오거의 목을 휘감은 판테라움 사슬을 잡아채 조이도록 명령했다.

“쿠워워!”

-캬아아!

목의 사슬을 풀려는 오거와 사슬을 조이는 악령이 힘 싸움을 시작했다.

마녀가 오거를 성공적으로 제압한 듯 보였지만.

-쿠구구…….

중력에 집중하던 힘이 분산된 탓에.

“크으!”

“흐음!”

잭과 솔저가 중력을 버티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칫, 하필이면 네놈이 기갑 마인으로 변할 줄이야…….”

마녀가 분산된 힘을 적절히 조율하는 데 집중하며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봐, 한처용? 이대로 계속 버티기만 할 수는 없어.”

처용을 향해 말했다.

의회주 둘 뿐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지만, 오거가 난입한 상황.

이제는 처용이 뭘 해야 했다.

“시간을 벌었다면 충분하다.”

처용이 4층의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며 답하고는.

“극 이기어술 – 천체극섬.”

-스르릉! 스릉! 스릉!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결전기의 힘을 집중했다.

[이 하찮은 것들이!]

-차카캉! 차캉!

안드로말리우스가 주변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무구들을 팔과 손톱으로 쳐내고 꼬리로 날려 버렸다.

몇몇 무구의 칼날이 안드로말리우스의 피부에 닿았지만.

-까캉!

온몸에 자리한 검은 비늘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무구들이 안드로말리우스의 시야를 어지럽힐 때.

“뢰신보.”

-파지직!

처용이 안드로말리우스의 화신체 앞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동시에.

-후웅. 탁!

주변을 날아다니던 창 한 자루가 날아와 처용의 손에 잡혔다.

각이 지며 직각으로 네 번 꺾여 있는 창날.

흑청색의 용이 창날 아랫부분을 휘감은 듯한 창 자루 장식.

처용의 손에 쥐어진 창은 다름 아닌.

[맹룡의 송곳니 / 성물]

무신의 시험을 통과한 보상으로 창무신에게서 받은 창이었다.

처용의 손에 창이 쥐어지자.

-쿠화아아!

창날에 강기가 집중되며 용의 형상이 일렁였다.

처용이 창에 강기를 집중시킴과 동시에, 두 다리의 간격을 벌리고 칼날을 올려세웠다.

창술의 기본자세 중 하나인 ‘찌르기’ 자세, 그 모습은 마치.

-이걸로 마지막 시험을 내리겠노라.

무신의 시험 당시, 창무신이 보여주던 모습과 완벽하게 똑같은 자세였다.

“파공창!”

목표를 꿰뚫어 구멍을 내 버리는 창술.

파공창은 창무신의 창술 중 공격력이 가장 강한 창술이었다.

처용이 창을 굳게 움켜쥐고는 안드로말리우스의 가슴을 향해 강하게 내질렀다.

-크아아!

창날에 일렁이는 용의 형상이 날카로운 이빨을 내세우며 입을 크게 벌렸다.

-콰드드득!

용의 형상이 단단한 대악마의 검은 비늘을 물어 부수었고.

-촤자자작! 콰쾅!

그 뒤를 이어 쇄도한 날카로운 창날이 안드로말라우스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아아아!!]

안드로말리우스가 비명을 내지르고는.

-푸화아악! 사가각!

사방에 브레스를 내뿜으며 자신을 가림과 동시에 두 팔을 크게 휘둘렀다.

처용이 잠시 물러나며 정면을 응시하자.

[이 벌레 새끼가 감히!]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난 안드로말리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후두둑. 후둑.

안드로말리우스의 가슴이 거대한 송곳에 꿰뚫린 것처럼 뻥 뚫려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깨진 비늘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대악마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데 성공했지만.

“…….”

처용은 방심하지 않으려는 듯,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모조리 녹여 주마!]

-콰아아!

안드로말리우스에게서 강렬한 마기와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 숨이!”

주변에서 전투를 치르던 제시카와 빌리가 독기를 피해 물러났고.

“이런…… 많이 화나셨나 보네?”

빌리와 맞붙던 릴 역시 독기를 피해 뒤로 물러나며 읊조렸다.

릴을 도와 싸우던 마인들도 독기를 피해 뒤로 물러섰다.

“콜록. 독의 농도가!?”

뒤로 물러난 제시카가 처용의 옆에 서며 기침을 내뱉었다.

주변에 일렁이던 독의 농도가 확 짙어진 상황.

처용이 방독면을 만들어주었음에도, 혀와 목에서 매운 감각이 전해졌다.

“……2페이즈다.”

처용이 제시카와 빌리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젠장, 여기서 더 강해지다니.”

제시카가 처용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전, 중국에서 나타난,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

그는 싸움 도중 모습이 변화한 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었다.

대악마들 중에는 디아블로처럼 더 강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 역시 디아블로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아아악! 푸화!

안드로말리우스를 휘감던 맹독의 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전부 찢어 삼켜주마.]

변화한 안드로말리우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10미터에 달하던 덩치가 절반 크기로 줄어들었고 뱀처럼 길던 코브라의 머리가 조금 짧아졌다.

팔은 두 개에서 여섯 개로 늘었고.

-스르릉. 스릉.

각 팔에는 갈고리처럼 휘어진 날카로운 칼이 들려 있었다.

-우우웅!

뿜어져 나오는 마기와 독기 역시 이전보다 두 배는 짙어졌다.

[이곳을 나의 영토로 선포한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입을 벌리며 포효하자.

-슈르륵. 슈륵.

바닥에 독기 가득한, 질척이는 늪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이! 치이!

그 영향인지 지금껏 잘 버티던 저택의 건물이 독기에 타오르며 녹아내렸다.

동시에.

-촤아아! 촤아!

독기의 늪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15미터 높이로 머리를 들어 올린 코브라의 머리.

길고 두툼한 몸체와 노란 파충류의 눈동자 두 쌍을 번뜩이는 괴수.

“바질리스크 아성체인가?”

처용이 안드로말리우스 곁에 나타난 괴수를 알아보며 말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부른 자신의 권속들이었다.

늪 속에서 나타난 바질리스크는 총 세 마리.

-캬아아!

-샤아아!

거대한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처용을 노려봤다.

“저택이……! 아직인가?”

제시카가 불리한 상황 속, 점점 녹아내리는 저택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좋아, 성공했어!

처용과 제시카의 머릿속에 메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로스!”

제시카가 신성력을 담아 로스를 불렀다.

-우우웅!

컴퓨터가 활성화되는 듯한 소음이 울렸고.

-시스템 가동. 로스 활성화.

저택에 로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스! 저택을 안정시키고 EMP 스파크를 활성화시켜!”

로스가 가동되자 제시카가 즉각 명령을 내렸다.

-명령 이행.

제시카의 명령에 로스가 즉답하자.

-우우웅!

저택 전체에 마나가 흐르기 시작하며 옅은 빛을 내뿜었다.

그 영향으로 독기에 침식되며 점점 무너지려던 저택이 안정되었다.

동시에.

-지지지지직!

저택 내부에 옅은 전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파아아……!

주변에 안개처럼 일렁이던 보랏빛 독기가 조금 옅어졌고.

“큭!?”

“젠장! 마기가 흩어진다! 집중해라!”

마인들이 침음을 흘리며 흩어지는 마기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로스의 도움으로 상황이 조금 나아진 듯 보였지만.

“멍청한…… 년! 고맙게도 로스를 작동시켜 주다니.”

잭이 로스가 다시 활성화됐음을 알아차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제시카가 로스를 제어했지만, 로스는 아직 바이러스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잭의 생각이 맞다는 듯.

-적들을 방해하고 있지만, 10초 후 제 시스템은 바이러스에 완전히 장악당합니다.

로스가 제시카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

그때.

-새로운 바이러스 개입 확인, 제거를 시도-.

외부로부터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느낀 로스가 방어를 준비하려 했다.

그런 로스의 보고에.

“로스! 지금 퍼지는 바이러스는 제지하지 말고 받아들여!”

제시카는 새로 투입되는 바이러스에 저항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백신 프로토콜 비활성화.

로스가 제시카의 명령에 따라 바이러스를 방어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러자.

-새로운 바이러스가 중앙 시스템에 침입했습니다.

-기존에 감염된 바이러스를 잡아먹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정상화됩니다.

기존에 로스를 장악하려던 바이러스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해 정화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시스템의 일부를 강제로 활성화…….

-새로운 바이러스가 기존 시스템을 변형…….

로스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파지지직! 화아아-!

저택의 벽에 전류와 환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아아!

저택의 한쪽 벽면이 환한 빛을 내뿜었고.

-캬아아아!

거미처럼 생긴 거대한 괴수가 튀어나와 가까이 있던 바질리스크의 목덜미를 순식간에 잡아챘다.

-샤아아악!

목덜미를 물린 바질리스크가 괴성을 내질렀고 몸부림을 치려는 때.

-파지지직! 슈르륵!

바질리스크를 잡아챈 거대한 거미가 전류를 내뿜으며 바닥으로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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