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326화 (326/726)

#326화

스미스의 말이 울리자.

“세계급 던전?”

“……그게 뭔데?”

“S급 던전보다 상위라는 소리야?”

헌터들이 서로 의문을 제기하며 입을 열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가장 등급이 높은 던전은 S급 던전.

그러나 스미스가 말하는 분위기로 봐서, 새로 나타난 던전은 S급 던전을 상회하는 듯 보였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커맨더가 스미스를 향해 말하자.

“일단……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기존 던전들을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스미스가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게이트가 나타났을 때, 내부의 던전 난이도를 측정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바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질’과 ‘양’.

마나의 질을 측정하면, 해당 게이트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B급, A급 등 던전의 등급이 나누어진다.

반면에 마나의 양은 던전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가졌는지를 측정한다.

던전의 규모는 크게 마을, 도시, 국가급으로 나누고 거기에 소, 중, 대를 붙여 더 세세하게 분류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던전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분류 방법이었다.

그러나.

“새로 발견된 게이트는…… 기존의 게이트와는 다릅니다.”

WHU에서 확인한 문제의 그 게이트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측정이 불가능했다.

“일단…… 직접 보시죠. 커맨더.”

스미스가 말을 잇고는 커맨더를 향해 무언가를 건넸다.

커맨더가 받은 것은 작은 메모리 칩.

“홀로그램 드론.”

스미스에게서 메모리 칩을 받은 커맨더가 회의장 중앙에 드론을 띄워 홀로그램을 활성화시켰다.

-지이잉.

홀로그램이 활성화되고 WHU에서 촬영된 게이트의 모습이 나타났다.

“저, 저렇게 크다니?”

“저거 진짜야?”

게이트의 모습을 확인한 헌터들이 안경을 고쳐 쓰거나 눈을 가늘게 뜨며 자세히 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현실감이 잘 와 닿지 않는 듯, 지금 눈으로 보는 것이 잘 믿기지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홀로그램 속에 나타난 게이트는.

“보시는 바와 같이…… 너무나도 거대합니다.”

너무나도 거대한 모습이었다.

홀로그램 속 게이트의 앞에는 WHU의 요원들도 서 있었기에 그 크기가 와 닿았다.

보통 일반적인 게이트의 크기는 작으면 3~5미터 정도.

규모가 크거나, 상위 던전의 경우 간혹 10미터를 넘어가는 크기의 게이트도 있었다.

그러나 홀로그램 속 게이트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40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는데?”

토르의 신관, 루이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읊조리듯 말했다.

게이트 앞에 선 WHU 요원들이 난쟁이로 보일 정도의 압도적인 크기.

게이트를 보고 당황하며 술렁이는 이들은 헌터들만이 아니었다.

[단순히 차원의 틈이 벌어져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

[뭔가가…… 조금 다른데?]

성좌들도 게이트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두가 거대한 게이트를 보며 혼란스러워할 때.

‘저게 벌써 나타날 줄은…….’

처용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 표정을 감추며 속으로 읊조렸다.

‘에스라 대륙과 이어지는 국가급 던전이 아니라, 바로 세계가 연결되었다고?’

홀로그램 속 게이트는 단순한 던전이 아니었다.

무려 ‘다른 세계’와 완전히 연결되어있는 통로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세계는…… 처용이 잘 아는 세계 중 하나였다.

회귀 전에도 지구와는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게이트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경우, 나름 ‘순서’에 맞게 나타났었다.

회귀 전에는 국가급 던전이 확장되어 거대한 게이트로 변했고, 그로 인해 서로의 세계가 연결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순서 없이 바로 세계와 세계가 연결되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것도 2년 뒤에나 나타날, 에스라 대륙과 이어지는 게이트였다.

처용으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

갑작스레 나타난 세계급 게이트를 보며 처용이 속으로 생각할 때.

“기존의 방법으로는 측정이 불가능했기에 WHU 요원들이 진입을 시도했었습니다만…….”

스미스가 게이트에 대해 계속 설명을 이었다.

WHU에서는 새로 발견된 거대한 게이트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었다.

그중 하나가 던전 탐사에 특화된 요원들을 보내 게이트 내부를 파악하려는 시도였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커맨더가 그 결과를 묻자.

“그게……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스미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WHU 요원들이 게이트 속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아직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 743시간 59분…….]

시스템의 알림이 뜨며 입장을 거부당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습니다만, 아직 제대로 파악해 낸 부분이 없습니다.”

스미스가 착잡한 목소리로 게이트에 대해 말을 이었다.

짧은 시간, 여러 방법으로 게이트를 조사해 봤지만, 아직 무언가를 제대로 알아내지는 못했다.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때.

“저건, 다른 세계와 연결된 게이트입니다.”

생각을 마친 처용이 입을 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미스가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묻자.

“말 그대로, 저 게이트는 다른 세계와 온전히 연결되는 게이트입니다.”

처용이 홀로그램 속 게이트에 대해 말했다.

“저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요.”

[시스템의 방벽에 균열이 일어난 것인 원인일 수도 있겠구나.]

아테나가 무언가를 짐작한 듯 진지하게 말하자.

“저 역시 그 부분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처용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갑자기 세계급 게이트가 발생한 이유.

처용이 볼 때는 하나밖에 없었다.

-역시…… 아직인 것인가?

검은 균열 속에서 나타난 악의 종주.

놈은 그 당시, 불길한 신력을 내뿜으며 이곳을 넘어오려 시도했었다.

시스템의 방벽이 크타니드를 가로막은 덕분에 그가 지구에 넘어오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때 발생한 시스템의 균열 때문인가?’

그 거대한 힘이 시스템의 방벽과 충돌했기에, 지금 세계급 게이트가 발생한 것일 수도 있었다.

“시스템이 알려준 시간 동안은 게이트가 막혀 있을 겁니다.”

아직 안정화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헌터들의 진입을 막은 시스템.

처용이 그 부분을 언급하자.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여유가 있겠군요.”

스미스가 곰곰이 생각하듯 침음을 흘리며 답했다.

“네, 그래도 보초는 세워야겠지만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WHU에서 해당 지역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처용의 말에 스미스가 답했을 때.

[저 균열 너머에 대해 무언가 아는 게 있느냐?]

아테나가 처용을 향해 물었다.

처용에게서 거대한 게이트에 대해 무언가 아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테나의 짐작이 맞다는 듯.

“안다기보다는…… 저 게이트 너머 세계에 대해 짐작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홀로그램 속 게이트를 바라본 처용이 진지하게 말했다.

처용은 짐작되는 부분이라 말했지만, 사실은 나름 잘 아는 세계였다.

에스라 대륙.

지구가 무너진 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두 번째 도피처이자 저항군의 기지였던 세계.

그리고 뱀파이어들이 거주하는 세계이기도 했다.

“한 달 뒤에 조사대를 꾸려야겠군요.”

스미스가 곰곰이 생각하며 차후 계획을 이야기할 때.

“제가 직접 확인해 보죠.”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말입니까?”

“네, 짐작이 가는 게 있는 만큼, 제가 직접 살펴보고 오죠.”

스미스의 물음에 처용이 다시 답했다.

시스템이 말한 대기 시간, 대략 한 달 이후.

처용은 게이트가 완전히 활성화될 때, 에스라 대륙으로 직접 넘어가 볼 생각이었다.

‘회귀 전보다 2년이나 이른 시기다. 무엇이 달라져 있을지 알 수 없다.’

회귀 전과는 다른 미래가 펼쳐지는 만큼, 미리 에스라 대륙으로 가서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비단 정보뿐 아니라 처용이 직접 개입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뱀파이어들의 내분 문제가 있었고.

-불카의 가호가 그대와 함께 하길!

무엇보다도 에스라 대륙은 오크들의 성지가 있는 세계였다.

뱀파이어들의 내분과 오크들의 현재 상태.

에스라 대륙에서 맺은, 회귀 전 인연들과 그 세계에 존재하는 각 나라들의 상황.

그리고…… 처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에스라 대륙을 다스리는 성운.

그 성운의 주신은 크타니드에게 충성하는 ‘순혈자’였다.

에스라 대륙은 여러모로 회귀 전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직접 가야 한다.’

처용이 이번 일에 직접 나서려는 이유는 생각보다 많았다.

“제가 직접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군요.”

“솔직히…… 저희로서도 환영입니다.”

스미스가 처용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이제껏 발견된 적이 없는 거대한 게이트.

심지어 게이트 너머의 세계는 다른 세계와 완전히 이어져 있는 통로였다.

내부에 무엇이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 모르는 상황.

미지의 세계이니만큼, 게이트 너머가 위험천만한 곳일 가능성이 높았다.

정예 헌터들로 탐사대를 꾸린다 해도, 그들 전부가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 가장 강력한 한 명의 헌터가 직접 나선다?

헌터들을 이끄는 WHU의 총장으로서 환영이었다.

처용은 지상에 강림한 성좌조차도 이길 수 있는 헌터.

게이트 너머에 무엇이 있다 해도, 처용이라면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스미스가 각 길드의 길드장들을 바라보며 묻자.

“저희 역시 좋습니다.”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군요.”

각 길드장들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위험한 게이트에 처용이 직접 나서 주는 것은 그들로서도 전혀 나쁠 것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습니까?”

제시카가 혹시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자.

“사전 정찰 이후에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처용이 게이트 너머, 에스라 대륙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가늠해보며 말했다.

매번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에스라 대륙의 상황은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길드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버로드.”

스미스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하고는.

“앞으로 있을 연말 일정도 중요합니다. 작년과는 다르게-.”

다음 안건들,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정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용에게 있어 딱히 중요한 일들은 아니었기에 스미스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처용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나…….’

크타니드에 대한 문제와 에스라 대륙과 이어지는 게이트 문제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윽고 두 번째 회의가 끝났을 때.

[그 아이가 깨어났다고 하는구나.]

처용의 머릿속에 여래의 전음이 울려왔다.

‘……바로 가죠.’

여래의 말을 바로 알아들은 처용이 곧장 게이트를 열고 성지로 향했다.

성역이 아닌 성지로 향한 이유는 에블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우우웅.

처용이 나타난 장소는 성지의 의료전.

정확히는 의료전 옆에 세워져 있는 이종국의 병원이었다.

처용이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아, 오셨군요.”

의학의 신과 함께 태블릿 속 차트를 보던 이종국이 처용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처용은 이종국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지에 머물며 도움을 준 의학의 신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허허, 아니네, 오히려 나를 환영해주어서 고맙지.]

처용의 말에 되려 의학이 신이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패웅무신의 수술 이후, 태룡전에 잠시 머무는 상태였다.

의학의 신이 여기 머무는 이유 중 하나는 이종국의 의술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고.

-호오? 신기하고도 새롭군.

또 다른 이유는 이곳에 새로 건설된 이종국의 병원.

현대 의학과 헌터의 스킬을 연구하여 의학에 접목시키는 연구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의학의 신은 태룡전의 신들에게 잠시 거주를 부탁했고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처용의 입장에서도 전혀 나쁠 것 없었다.

의학의 신이 지닌 방대한 지식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으니까.

“에블린 양은 이쪽에 있습니다.”

이종국이 앞장서며 말하자 처용이 따라나섰다.

이윽고 두꺼운 격리실 문 앞에 도달했고.

-삑. 철컥! 치이이-!

이종국이 라이센스 카드를 대자, 격리실 문이 좌·우로 밀려나며 열렸다.

처용과 이종국이 들어서자, 병상 위에서 상체만 일으키고 있는 에블린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죄송해요. 저 때문에-.”

에블린이 병상 앞에 앉아 있는 백호와 샬럿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말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었어.”

샬럿이 에블린의 말에 대답할 때.

“자네 왔는가?”

백호가 처용을 발견하고는 병상 앞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깨어나서 다행입니다.”

처용이 백호의 말에 대답하고는 에블린을 바라보자.

“저…… 그…….”

에블린이 처용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는.

“죄송해요…….”

작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처용에게 말했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고 뭐 하나만 물어보자.”

처용은 애블린의 사과에 대답하지 않고.

“네게 가호를 내린 성좌…… 그놈이 누구냐?”

가장 중요한 질문을 건넸다.

“시스템에 적혀 있던 이명이라도 상관없어. 누군지 말해.”

처용의 진지한 질문이 울리자.

“그, 그게…….”

에블린에게서 곤란한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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