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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22화 (322/726)

#322화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추며 퍼지는 강렬한 빛.

그 힘은 다름 아닌 성녀의 올 딜리트였다.

검은 대지를 ‘삭제’하는 신성한 빛.

그 빛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권능을 타고 거대하게 퍼진 결과.

-스스스…….

무서운 기세로 번져 나가던 검은 대지가 점점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캬아아!

-크아아!

디파일리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고.

-으-으아아!

-크윽!

검은 별들도 올 딜리트에 영향을 받은 듯,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 이!]

옥황상제가 전장을 상황을 보며 이를 갈았다.

“다 이긴 것처럼 우쭐대던데…… 이거 뻘쭘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군. 크크.”

-스르릉!

처용이 옥황상제를 향해 한발 다가오고는 역천의 절을 겨누며 말했다.

[이……! 이! 하계종 놈이!!]

-쿠구구구!

눈에 핏발이 선 옥황상제가 분노 서린 신력을 분출하며 노성을 터트렸다.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여 없애 버리겠노라!!]

-파지지직!

옥황상제가 강렬한 신력을 내뿜으며 손아귀에 천벌을 형성하고는.

-쿠르르릉!!

처용을 향해 쏘아 보냈다.

강렬한 섬광을 내뿜으며 처용에게 천벌이 쇄도할 때.

“나 역시 마찬가지야.”

-파지지직!

처용이 역천의 절을 두 손으로 쥐고는 칼날로 나선을 그리며 말했다.

“뇌류태극검(雷流太極劍).”

나선을 그리는 칼날에 따라 처용이 만들어낸 뇌류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옥황상제의 천벌과 처용이 만들어낸 번개의 회오리가 충돌하려는 때.

“나선 환류!”

-파직-파지직! 파직!

옥황상제의 천벌이 처용이 만들어낸 소용돌이를 따라 회전하며 역천의 절에 휘감겼다.

천벌의 힘과 처용의 뇌류가 서로 뭉치고 역천이 절이 그리는 나선 속에 완전히 합쳐진 순간.

“반탄뢰검!”

-촤아아! 파지지직!

처용이 칼날을 내지르며 한 곳에 응축된 번개를 검기처럼 쏘아 보냈다.

속성 공격을 같은 속성으로 흩어버리거나 무효화시키는 기술인 환류.

상대의 공격을 받아쳐 튕겨내는 기술인 반탄장.

그리고 검성과 천마에게서 배운 검술의 묘리.

처용이 선보인 기술은, 영웅들이 만들어낸 무(武)의 정수가 조화롭게 합쳐진 결과였다.

옥황상제는 쏘아 보낸 천벌이 되돌아오자.

[하찮은 하계종이 잡기술을-!]

-파지직!

손아귀에 재차 천벌을 두르고는 처용이 쏘아낸 뇌전의 검기를 쳐냈다.

“하찮은 잡기술도 이기지 못하는 네놈은, 더 하찮은 놈인가?”

처용이 옥황상제의 말을 비웃으며 도발했다.

“무능한 새끼,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

무능(無能).

천교의 성좌들이 휘하 헌터들을 질책할 때 주로 쓰는 말이었다.

하찮은 인간을 질책할 때나 쓰이던 말이 처용에게서 흘러나왔다.

그것도 평범한 천교의 성좌가 아닌, 가장 드높은 성좌, 옥황상제를 향해.

[……!]

참을 수 없는 모욕에 이를 갈던 옥황상제는.

[천류관(天旒冠).]

-콰아아!

분노를 표출하듯 거친 신력을 내뿜으며 자신의 신물을 소환했다.

-콰르르릉!

하늘에서 강렬한 번개가 옥황상제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고.

-파지지직!

옥황상제의 머리 위로 새하얀 번개가 뭉치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마를 받치는 모자 위에 납작하고 긴 직사각형 형태의 검은 판.

판 끝에 늘어지며 나열된, 얼굴을 살짝 가리는 구슬이 달린 류(旒).

화려함이 돋보이는 금색과 붉은색의 문양.

마치, 동양의 황제가 쓸 법한 면류관에 더 화려한 장식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천교를 다스리는 성좌, 옥황상제만이 쓸 수 있는 주신의 신물, 천류관이었다.

“다른 신물도 아니고 천류관이라…… 화가 많이 났나 봐? 옥황상제.”

처용이 천류관을 응시하며 입을 열자.

[닥쳐라!]

옥황상제가 분노를 담아 노성을 질렀다.

[네놈들은 하늘의 은혜를 누릴 자격이 없다!]

-파지직! 파직!

이내 천류관에서 새하얀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하늘의 은혜를 거두겠노라!]

-쿠르릉!

옥황상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류관에서 새하얀 섬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 순간.

-파지지…….

처용이 쥐고 있던 역천의 절에 휘감긴 전류가 크게 약해졌고.

-파지지…….

-피직…….

헌터들 중 번개를 다루는 이들의 스킬이 크게 약화되었다.

심지어 스킬 자체가 취소되고 발동이 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게다가 번개뿐 아니라.

-휘리릭…….

-파아아…….

바람 속성을 다루는 헌터들의 스킬 또한 크게 약해졌고.

-스르르…….

-슈륵……!

물 속성을 다루는 헌터들의 스킬도 약화되며 사그라졌다.

옥황상제의 권능인 하늘의 은혜.

본래 이 권능은 아군에게 축복을 내려, 더욱 강하게 만드는 권능이었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속성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본래 능력.

그러나 지금 옥황상제는 그 축복의 권능을 반대로 사용했다.

그 결과, 적으로 인식된 모든 이들의 속성이 약화되었다.

특히 ‘하늘’과 연관된 번개와 바람, 물 속성이 크게 약해졌다.

“젠장! 이, 이게 무슨!?”

토르의 신관 루이스가 당황을 표했다.

그가 다루는 스킬 대부분은 번개와 관련된 스킬,

갑자기 스킬의 위력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버린 상황이었다.

[옥황상제 네놈!]

신관의 이변을 알아챈 토르가 옥황상제를 향해 소리쳤다.

성좌들, 특히 토르와 같은 전투력이 강한 신격들은 피해가 없었지만, 헌터들의 피해가 컸다.

이대로 두면, 기껏 유리했던 전선이 다시 밀릴 것이다.

그때.

“하늘 관문을 파괴하세요!”

처용이 토르와 몇몇 성좌들을 향해 소리쳤다.

천류관은 옥황상제의 권능을 크게 증폭시키는 신물.

그리고 그 천류관을 온전히 다루기 위해서는 ‘하늘 관문’이 필요했다.

옥황상제의 성역에서 비축된 에너지가 하늘 관문을 통해 천류관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처용의 외침에.

[우리가-!]

[나도 가지!]

토르와 헤라클레스 등 몇몇 전투 성좌가 나섰다.

[내가 직접 가겠노라!]

아스가르드의 주신, 오딘 역시 하늘로 뛰어들었다.

그때.

[지나갈 수 없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대로!]

천교의 성좌들이 하늘 관문으로 향하던 성좌들을 가로막았다.

거기에 이어 조제군을 포함한 검은 별들까지 합류해 하늘 관문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았다.

[이! 간악한 배신자 놈들이!]

오딘의 분노 어린 고함에.

[흐흐흐, 발악해 봐야 소용없다. 오딘!]

태상노군이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스가르드! 올림포스! 모두 위대한 하늘 아래 조아릴 것이다!]

[네 이놈!!]

-파지지지!

태상노군의 말에 오딘이 분노를 드러내며 궁니르를 움켜쥐었다.

서둘러 하늘 관문을 파괴해야 하는데 가로막는 놈들의 수가 더 많은 상황.

그때.

[진공부(眞空符).]

서로 대치 중인 성좌들 중앙에 여래가 나타나더니.

[별의 경계.]

-스르르.

네 장의 새하얀 부적을 주변에 펼쳤다.

-키이킹! 키잉!

날카로운 칼날에 유리가 잘려 나가는 듯, 귀를 울리는 소음이 울려 퍼졌고.

-쩌적! 쩌저적!

천교 측 성좌들과 여래를 중심으로 넓은 직사각형의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피해라!]

조금 떨어져 있던 몇몇 적들은 거리를 벌리며 물러섰기에, 공간에 갇히지 않았지만.

[이런!]

대부분은 여래가 만들어낸 공간에 갇히고 말았다.

[혈선!]

태상노군이 결계를 만들어낸 여래를 보며 소리쳤다.

여래가 공간을 격리시켜 만들어낸 결계에 태상노군과 조제군을 포함한 성좌들이 갇혀 버린 상황.

빠져나간 이들은 조금 떨어져 있었던 열 명의 검은 별과 천교의 성좌, 나타가 전부였다.

[이 배신자들은 나에게 맡기고 하늘 관문을 파괴하십시오.]

여래가 고개를 돌려 오딘을 바라보고는 진지하게 말하자.

[……맡기지.]

상황을 파악한 오딘이 하늘 관문으로 향하며 말했다.

[젠장! 저들을 저지해라!]

나타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하늘로 향했고 소수의 검은 별들이 따라나섰다.

[이런 쳐 죽일 하계종이! 감이 우리를 방해하다니!]

태상노군이 여래를 향해 분노를 내뿜으며 소리쳤다.

[네놈이 나서 봤자, 얼마나 시간을 벌겠느냐!]

-파지지직!

태상노군의 손아귀에 천벌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차라리 잘 되었군, 여기서 혈선을 처치한다!]

-스르릉! 스릉!

조제군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하고는 검은 칼날들을 소환했다.

[어차피 혈선은 역천을 쓰지 못하는 반푼이다!]

[놈 혼자서 우리 전부를 이기진 못한다!]

기세가 오른 검은 별들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여래에게 달려들었다.

이쪽은 다수, 상대는 혼자.

상대가 아무리 대신이라 해도, 과거에 다루었던 막강한 힘, 역천은 봉인 당한 성좌였다.

-스르릉! 스릉!

네 명의 검은 별이 검은 칼날을 소환하며 여래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네놈들이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검은 별들이 정면으로 공격해 오는데도 여래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아니, 침착한 목소리 속에 옅은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화염부.]

-화르륵!

여래의 오른손에 네 장의 붉은 부적, 화염부가 생성되었고.

[홍염와류(紅焰渦流).]

네 장의 화염부를 강하게 쥐며 화염을 일으켰다.

그러자.

-슈화르르르-륵!

뭉쳐진 화염이 나선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가장 앞서 달려든 네 명의 검은 별들은.

[이런!]

[빨려 든-!]

여래가 만들어낸 화염의 와류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버, 버텨야 한다!]

검은 별들이 서로 뭉치고 검은 신력을 분출하며 저항했다.

그러나 달려든 검은 별들이 와류에 의해 점점 가까워지다 한곳에 뭉친 순간.

[화염부 - 염마(炎魔)의 손아귀.]

-화르륵!

여래가 은밀히 만들어 내 왼손에 쥐고 있던 네 장의 화염부를 강하게 구기며 화염을 일으켰다.

-화르륵! 콰아아!

손아귀에서 크게 퍼진 화염이 서로 뭉치더니, 거대하고 붉은 뼈의 손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콰드드득!

화염이 이글거리는 붉은 뼈의 손이 한 곳에 뭉쳐 있던 네 명의 검은 별들을 잡아챘다.

-치이이! -이익!

붙잡힌 검은 별들에게서 고기가 익는 듯, 지글거리는 소리가 울려왔고.

[크아아-아악!]

[으아악!]

검은 별들의 비명이 울렸다.

이윽고.

-우드드득!!

여래가 화염을 뭉쳐 만들어낸 붉은 뼈의 손이 더욱 거세게 힘을 주며 악력을 가하자.

-파사사……!

붙잡힌 검은 별들이 재가 되며 사그라졌다.

순식간에 네 명의 검은 별이 당하자, 공격을 준비하던 이들이 멈칫거렸다.

[나는 애초에 시간을 벌 생각 따윈 없었다. 태상노군.]

달려드는 적들을 손쉽게 정리한 여래가 차가운 눈빛을 띠며 태상노군을 향해 말하자.

[이 괴물 같은 하계종이……!]

태상노군이 긴장감을 비추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젠장! 역천은 다루지 못한다 하지 않았소!?]

예상보다 여래의 힘이 강하자, 조제군이 당황을 표하며 소리쳤다.

[어리석은 놈들, ‘선술’의 창시자가 나란 것을 잊었구나.]

여래가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냉랭하게 말했다.

처용이 다루는, 성좌들이 이단이라 부르는 힘.

자연 만물을 자유자재로 지배하고 다루는 선술.

여래는 처용에게 선술을 하사한 성좌이자, 선술을 창시한 자였다.

선술만큼은, 처용보다 더 정교하고 드높은 수준으로 다루는 신이었다.

애초에 그는 선술 하나만으로 반신에 올라, 조화(調和)라는 온전한 신명을 얻을 뻔한 성좌였다.

비록, 거대 성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화의 신명을 포기하고 역천(逆天)을 얻었지만.

그렇다 해서 그가 본래 다루던 선술이 약해진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리고.

[역천이 없다 하여 내가 허수아비로 보인 모양이군.]

여래가 신계를 휩쓸어버릴 당시 보였던 힘은 역천이 맞았다.

그러나 그 당시 여래는 역천만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역천으로 끌어모은 거대한 힘, 그 힘을 이용해 펼쳐 보였던 압도적인 위력의 재앙들.

역천의 힘으로 여래가 만들어냈던 재앙들의 기반은 다름 아닌 선술이었다.

[무작정 공격하지 마라! 저놈 역시…… 괴물이니라!]

태상노군이 경계심을 드러내며 성좌들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최초로 신을 살해한 인간.

최초로 신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었던 자.

최초로 신들이 만들어낸 신법을 부수고 신법 자체를 강탈한 인간.

눈앞의 여래는 우주에 있어서 최초의 이단(異端)자였다.

[어째서 이런 이단 같은 하계종이 태어났단 말이냐……!]

순혈자인 태상노군에게 있어서 여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

태상노군의 읊조리는 말에.

[쓰레기 같은 네놈들을 창조한 것 자체가 태초신의 실수였다.]

여래가 분노를 머금은 듯, 들끓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여래의 머릿속에는 처용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처용이 악몽 속에서 마주했었던 트라우마.

태룡전을 타고 흘러들어왔던 처용의 기억이, 지금 여래에게 다시 상기되고 있었다.

[그때…… 네놈들은 전부! 갈가리 찢어 죽여 버리지 못한 것은 나의 실수였다!]

-쿠구구구!

여래가 강렬한 신력을 분출하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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