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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08화 (308/726)

#308화

처용이 성지로 돌아오자.

-화아아!

바로 옆에서 붉은 게이트가 열리더니 루나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뭐야, 그건?”

처용이 표정이 굳은 채 루나 옆에 서 있는 몽마, 타라샤를 보며 말했다.

“인질.”

루나가 짧고 간단명료하게 말하자.

“악신의 권속을 인질로 잡는 건 별로 추천하지는 않아.”

처용이 싸늘한 목소리로 살기를 담아 말했다.

그러자.

“미안, 역시 널 살리기에는 무리였나 봐.”

루나가 타라샤를 향해 진심으로 유감이라는 듯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야! 이, 이야기가 다르잖아-!?”

타라샤가 심히 당황한 듯, 경악을 표했다.

“잘 가고, 명복은 빌어주지 않을 거야~.”

“안 돼! 나 살려준다며, 이 나쁜 년아!”

루나가 손을 흔들며 말하자, 타라샤가 루나의 옷깃을 잡으며 소리쳤다.

“네 말 듣고 ‘꿈의 서약’까지 했는데-!”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는 타라샤의 말에.

“꿈의 서약?”

처용이 의문을 표하며 루나에게 물었다.

“꿈의 일족이 맹세하는 계약, 피의 서약과 비슷한 거야.”

루나가 ‘꿈의 서약’에 대해 말해주었다.

같은 밤의 일족으로 분류된 뱀파이어와 몽마.

뱀파이어들에게 서로 간의 약속과 규칙을 정하고 맹세하는 피의 서약이 있다면.

몽마들에게는 이와 비슷한 꿈의 서약이라는 계약이 존재했다.

“계약 내용은 우리가 맺은 피의 서약과 흡사해.”

루나가 처용에게 계약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타라샤에게 살려주는 대가로 협력을 약속받은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알고 있는 사실들을 거짓 없이 전부 말하는 것 등이었다.

“우리 일족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거든, 그리고-.”

루나가 타라샤를 잠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인질이라는 말도 어느 정도 맞아, 리리아 공작은 다른 가문의 사람들보다 혈육의 정이 깊은 자니까.”

고위 몽마 가문의 수장 중 하나인 리리아 공작.

루나는 타라샤를 잡은 게 훗날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믿을 수 있는 건가? 예를 들면 아스모데우스가 서약을 깰 수 있다던가?’

처용이 루나에게 전음을 보내며 인질의 위험성을 점검했다.

몽마들은 모두 아스모데우스의 권속.

색욕악신이라면, 몽마가 개인적으로 맺은 서약을 파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건 밤의 마신이라 해도 불가능해.’

루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불가능하다 단언했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뱀파이어들의 군주와 밤의 마신이 맺은 독립 선언 서약과 비슷하다고 설명을 이었다.

아무리 아스모데우스라고 해도, 맺어진 약속을 어기거나 함부로 파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 어리석은 공녀는 곱게 자란 화초와 같아, 우리의 상황을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더라고.’

루나가 타라샤를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귀한 집에서 곱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

이게 루나가 생각하는 타라샤의 이미지였다.

“어떻게 할래?”

전음을 끝낸 루나가 처용에게 타라샤의 처분에 대해 물었다.

“네가 내키지 않는다면, 나 역시 얘를 버릴 생각이야.”

“으음…….”

처용이 루나의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꿈의 일족과 피의 일족,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마르크 공작을 돕는이들…….’

작금의 상황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들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이윽고 눈을 뜨고 생각을 마친 결과.

“일단은 보류, 나중에 생각하지.”

루나에게 ‘인질’을 맡기고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더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

루나가 처용의 말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우우웅.

처용이 게이트를 열고 어디론가 이동하며 사라지자.

“하아-.”

뒤에 있던 타라샤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안도를 표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데? 내 서약자가 보류라고 했으니까.”

루나가 주저앉은 타라샤를 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의 서약…… 너, 밤의 왕족이 맺는 서약이 뭔지는 알고서 맺은 거야?”

타라샤가 루나를 올려다보며 의문을 담아 물었다.

밤의 일족들이 서로 간에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서약.

그러나 밤의 일족들 중 왕족이 맺는 서약은 조금 특별했다.

타라샤의 말이 울리자.

“당사자인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루나가 잘 알고 있다는 듯,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꼬르르륵.

미세하게 찰랑거리는 물소리만이 들리는 아주 어두운 공간 속.

“으, 크으-어…… 윽!?”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기괴한 형체의 살덩어리가 막 정신을 차린 듯 신음을 토했다.

“크-으억, 여, 여긴-!?”

하나밖에 없는 눈을 겨우 뜨며 주변을 둘러볼 때.

“일어났나? 뤼장첸.”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낮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스스.

알 수 없는 공간에 속박당한 뤼장첸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기다리느라…… 정말 지루했거든.”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는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여, 역천-군, 주우-!”

뤼장첸이 처용을 보며 쇳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손목을 움직여 몸부림치자.

-탕!

유리벽과 비슷한 질감의 벽에 뤼장첸이 부딪혔다.

“이-이건, 뭔……?”

뤼장첸이 유리벽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동시에.

-꾸르르르.

자신의 육체가 알 수 없는 액체에 담겨 있는 것을 자각하고는 당황했다.

물과 비슷한 액체에 잠겨있음에도 입 밖에서 소리가 나왔다.

뤼장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당황할 때.

“익숙하지 않나? 아니지-.”

처용이 발버둥 치는 뤼장첸을 향해 비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익숙하지는 않겠군, 네놈이 거길 들어가 본 적은 처음일 테니까 말이야.”

처용의 말이 울리자.

“뭐……?”

뤼장첸이 눈동자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는.

“……서, 설마!?”

지금 자신이 갇힌 장소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경악을 드러냈다.

“이, 이게 어떻게! 어떻게 네놈 손에-!”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말해줄까?”

처용이 뤼장첸의 말을 자르고며 미소를 지우고는.

“천교에 재앙을 일어난 건 사고가 아니었어, 바로 내가 만들어 낸 거지.”

진지한 목소리로 ‘진실’을 이야기했다.

“…….”

뤼장첸이 발버둥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침묵하자.

“이해가 잘 안 되나? 천교를 망하게 만든 주범이 나라고! 크크크.”

처용이 다시 비웃음을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천교의 제례 도중 일어난 사고, 비밀 실험실의 발각…….”

그간 천교에 일어났었던 모든 사건 사고와 재앙들.

처용은 그 모든 일이 원흉이 자신임을 드러냈다.

“아, 맞다. 빌어 처먹을 아르테미스의 신전을 파괴한 조커도 원래는 나였어.”

그간 있었던 사고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난 것인지.

어떤 허점을 찔렀고 어떻게 속였는지.

처용이 철저하게 숨겨왔던 ‘모든 진실’이 드러나자.

“무, 뭐냐…… 넌 도대체 뭐냐! 도대체 왜……?”

뤼장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일그러져 있는 안면을 더 거칠게 구기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내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으니, 이제 지옥에 갈 차례다. 뤼장첸.”

-우우웅.

처용은 더 말하지 않고 마나를 내뿜으며 무언가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부그르르르-!

뤼장첸이 담겨 있는 비커의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니지…… 영혼까지 녹아 추출될 테니, 지옥에도 갈 수 없겠군.”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입가를 비틀며 말하자.

“아, 안 돼! 안-!”

뤼장첸이 거칠게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지금 뤼장첸이 갇힌 장소, 아니 원기둥 형태의 비커는.

“너를 재료로 쓰면 어떤 ‘식사’가 완성될까? 정말 기대되는군.”

다름 아닌, 뤼장첸을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

헌터들을 산 채로 분해해 스킬석을 추출하는 스킬석 추출 장치였다.

-부그르륵!!

점점 비커 안의 액체가 더 높게 끓어오르며 올라오는 기포가 많아졌다.

“아-안……! 이럴 수는-!”

공포감에 휩싸인 뤼장첸이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는 듯 물속을 허우적거렸다.

이 실험 장치는 항상 자신이 잡아먹기 위한 만찬이 완성되는 ‘조리대’였다.

뤼장첸은 항상 자신이 잡아먹을 대상이 조리되는 과정을 즐겁게 관람하던 이.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으아-! 으아아악!!”

항상 타인을 잡아먹던 포식자가 역으로 조리대 위에서 요리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 온도를 더 높여야겠어.”

조리대에 갇힌 포식자보다도 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기대감 어린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탁!

처용이 손가락을 튕기며 마나를 더 끌어 올리자.

-지이잉.

장치 밑에서 가동 중인 마법진이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부그르르륵!

이제는 뤼장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기포가 가득 차올랐다.

뤼장첸의 비명 또한 점점 사그라지더니 이내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기다리자.

-치이이이……!

마치 취사가 끝난 밥솥처럼 장치에서 진한 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슈르르…….

비커에 가득 차올랐던 물이 빠지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뤼장첸은 완전히 녹아 없어진 듯 보이지 않았다.

비커를 채웠던 물이 모두 아래로 빠지자.

-쩌저적! 쩌적! 피시시-!

추출 장치 이곳저곳에 금이 가며 마치 고장이 난 듯, 김이 새어 나왔다.

“쯧, 역시 한 번 쓰면 망가지는 건가?”

처용이 망가진 기계 장치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천교에서 탈취한 스킬석 추출 장치.

이 장치는 계속 쓸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다.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했다.

탈취한 문서에는 장치를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한 다음 다시 제작하여 썼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처용도 장치를 자체 제작한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설계도가 없다.’

눈앞에 있는 복잡한 장치는 설계도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했다.

단 두 개밖에 없었던 장치 중 방금 뤼장첸에게 사용한 장치가 마지막 장치였다.

첫 번째 장치 역시 스킬석 추출을 실험하기 위해 이미 사용했었고 망가졌다.

이제 스킬석 추출 장치는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저벅.

처용은 망가진 장치에 가까이 다가가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이잉. 딸그락!

망가진 장치의 앞 해치가 열리며 룬 문자가 새겨진 작은 돌멩이가 나타났다.

-탁.

처용이 돌멩이를 집어 들고 통찰의 눈을 발동하자.

[프로토타입 스킬석 / ??]

-스킬 ‘악식’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른 복합적인 에너지들이 뭉쳐 있습니다.

뤼장첸을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의 결과가 눈앞에 나타났다.

“드디어……!”

처용이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환희를 내비치고는.

-파사사삭!

손에 들린 스킬석을 부수며 그 안에 저장된 힘을 흡수했다.

[선인의 육체가 외부의 힘을 육체에 걸맞게 변형시킵니다.]

시스템의 알람이 울렸고.

-스르르르!

선인의 육체가 스킬석의 힘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선인의 육체가 성장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50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

.

그 결과가 시스템을 통해 눈앞에 드러났다.

그리고.

[선인의 육체에 포식자의 힘이 자리 잡습니다.]

[선인의 육체에 ‘포확(捕攫)’ 능력이 추가됩니다.]

처용이 원하는 결과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포확(捕攫), 말 그대로 대상을 붙잡아 잡아먹는 힘.

뤼장첸의 악식이 처용에게 맞게 변형되어 얻은 새로운 힘이었다.

그리고 처용이 얻은 것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선술에 권능 팔괘축기(八卦蓄氣)가 생성됩니다.]

악식을 흡수한 영향으로 선인의 육체가 새로운 힘을 얻었기 때문일까?

선술에 새로운 권능이 생성되었다.

“드디어!”

처용이 시스템의 문구를 확인함과 동시에 새로 얻은 힘을 느끼며 환희를 표했다.

“드디어…… 내 손에 넣었다. ‘폭식마’를!”

회귀 전, 모든 헌터들이 두려워한 존재였던 폭식마.

그런 폭식마가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 악식이 처용의 것이 되었다.

처용이 지금까지 벌인 모든 일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놈들이 만든 병기를 빼앗고 그 병기로 놈들을 갈아 버릴 생각입니다!

처용이 천교의 비밀 실험실을 털 때, 미륵에게 한 말이었다.

적이 보유한 ‘병기’를 빼앗아 그 병기의 힘을 이용해 적을 쳐부순다.

처용이 처음부터 노리던 적의 병기는 다름 아닌 폭식마, 뤼장첸이었다.

그가 가진 악식을 강탈하는 것.

이것이 바로 처용이 노리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리고 그런 처용의 계획이 대성공을 이루었다.

회귀 전, 지구를 큰 위험에 빠뜨렸던 옥황상제의 병기, 폭식마는 이제 처용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각오해라. 옥황상제!”

처용이 손아귀에 틀어쥔 악식, 아니 새로 얻은 포확의 힘을 느끼며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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