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화
재앙의 나무가 되어버린 뤼장첸.
그리고 그런 그가 게워내 만들어 낸 여덟 기의 나무 골렘.
그것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뤼장첸에게 잡아먹힌 천교의 S급 헌터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S급 몬스터가 되어 되살아나 적으로 나타난 상황.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올림포스와 동방불패 길드, 커맨더까지 자리해 있었다.
-열화의…… 대지.
-화르르륵!
양천의 스킬을 사용하는 나무 골렘이 넓은 지역에 화염을 퍼트렸다.
동시에.
-돌풍…… 확산!
타친핑의 스킬을 사용하는 나무 골렘이 상승 기류를 발생시키며 화염을 확산시켰다.
“B급 이하는 뒤로 물러나라!”
“화염 저항력 낮은 놈들은 모두 빠져!”
헌터들이 지휘에 맞춰 일부는 방어 스킬을 사용했고 일부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각각 세 명씩 짝을 지어서 한 놈씩 마크한다!”
제시카가 양천의 스킬을 사용하는 골렘의 앞을 막아서며 명령을 내리자.
-탓! 타탓!
S급 헌터들이 앞으로 나서며 제시카의 오더대로 진형을 갖추었다.
그 뒤로 고레벨의 A급 헌터들도 보조하듯 나섰다.
S급 몬스터의 수는 총 여덟.
그에 비해 헌터들의 연합은 S급 헌터만 스물이 넘어가는 수였다.
언뜻 봤을 때, 전장의 상황은 헌터들이 수적으로 유리해 보였지만, 아니었다.
-콰쾅!
세 기의 S급 나무 골렘들이 지면을 강하게 밟자.
-콰지지직! 콰직!
지면에서 검은 나무뿌리들이 솟구치며 헌터들을 덮쳐들었다.
“젠장!”
“A급 헌터들은 모두 방어를-!”
헌터들이 자신의 역량에 맞게 진형을 바꿔 가며 전투에 임했다.
미륵의 봉인 덕에 마나를 강탈하는 능력은 없어졌지만.
-콰지직! 우득! 우득!
그럼에도 지면 위로 계속 솟구쳐 오는 검은 나무뿌리는 위협적이었다.
헌터들의 아티팩트와 스킬로 내리쳐도 잘 부서지거나 잘리지 않았다.
게다가.
-우드드득!
방심한 헌터 한 명이 검은 나무에 순식간에 사로잡혔고.
-콰지직! 콰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온몸이 일그러지며 사망했다.
마나 강탈이 없다 해도, 검은 나무뿌리에 제대로 당하는 순간, 죽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S급 나무 골렘들의 전투력도 상당한 마당에 지면을 뚫고 올라오는 검은 뿌리까지.
전장의 상황은 절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우드드득! 우득! 우득!
지면 위로 나무뿌리가 자라나며 사람 형태의 나무 골렘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크어어……!
-으어!
여덟 기의 S급 골렘들보다는 작은, 4미터 정도 크기의 나무 골렘들.
문제는 추가로 나타난 그 골렘들이.
-바람의…… 탄환.
-전류 방출……!
헌터들의 ‘스킬’을 사용하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모두…… 뤼장첸에게 잡아먹혔던 이들이었다.
나무 골렘들이 추가로 전장에 난입하자, 전선이 조금씩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아스트라페!!”
제시카가 성물, 아스트라페를 높이 들며 성물의 권능을 발동하자.
-콰르르르릉!!
하늘 위에서 강렬한 벼락이 떨어지며 전방의 나무 골렘들을 휩쓸었다.
광범위한 공격을 가한 제시카가 숨을 돌리기 위해 잠시 물러섰다.
동시에.
-크아아아……!
저 멀리서 괴성을 지르고 있는 거대한 나무 골렘, 뤼장첸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처용을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눈앞의 적들을 빨리 해치우고 처용을 돕고 싶었다.
그러나 앞길을 막는 여덟 기의 S급 나무 골렘들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추가로 지면에서 계속 솟구쳐 나오는 다른 골렘들까지.
당장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적들이 아니었다.
제시카가 전장의 상황을 살피며 숨을 고를 때.
“플라즈마 라이플!”
-우우웅!
커맨더가 게이트를 열어 두 개의 레이저 캐논을 소환하고는.
-지이이이잉!
가장 앞서서 헌터들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는 S급 나무 골렘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카아아……!
포격을 맞은, 양천의 스킬을 사용하던 S급 나무 골렘이 무릎을 꿇으며 뒤로 밀려났다.
“괜한 걱정하지 말고!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 데 집중해!”
커맨더가 제시카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말하자.
“알겠습니다. 커맨더.”
제시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최전방으로 나아갔다.
***
뤼장첸이 소환한 나무 골렘들을 헌터들이 상대해준 덕분에.
-파지직!
“목숨 한번 참 질기구나, 이 빌어먹을 새끼야.”
뤼장첸의 앞에 손쉽게 당도한 처용이 거대한 골렘을 노려보며 말했다.
처용의 말에 뤼장첸이 고개를 돌리고는.
-꾸르륵! 꾸륵!
나무 옹이에 박힌 듯 보이는 다섯 개의 눈알이 뒤룩거리다가 처용을 응시했다.
그리고.
-쩌저저저적!
“여- 역! 처언! 군-주!”
얼굴의 아랫부분이 입처럼 길게 찢어지며 고함을 내질렀다.
“굶주린, 까아- 마귀 떼!”
-쩌저적! 꺄악! 꺄아악!
뤼장첸이 나무 넝쿨이 엮여 만들어진 듯한 까마귀를 수십 마리 정도 생성하여 처용에게 쏘아 보냈다.
처용이 뤼장첸이 쏘아 보낸 까마귀를 보며 강기를 끌어올리고는.
‘천마신공 – 천마강림!’
-화아아아!
천마의 의지를 불러내었다.
동시에.
“검의 비명!”
처용과 그 위에 덧씌워진 천마의 의지가 동시에 검의 비명을 사용했다.
-촤자자자자!
날카로운 강기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자.
-파바박! 파박! 촤자자!
주변을 에워싸오던 까마귀들이 깔끔하게 조각나며 사방에 흩뿌려졌다.
동시에.
-스가가각!
일부 강기들은 까마귀들을 뚫고 뤼장첸에게도 향했다.
그러나.
-파바바박!
거대한 나무 골렘으로 변한 뤼장첸의 몸체를 베어내지 못하고 틀어박혔다.
“뢰신보!”
-파지직!
순식간에 까마귀들을 정리한 처용이 역천의 절에 강기를 응축시키며 빠르게 뤼장첸에게 향했다.
뤼장첸의 지척, 가슴 부분에 도달했을 때.
“검성류 – 봉우리 베기!”
-스르릉!
두 손으로 쥔 역천의 절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강하게 내리쳤다.
-스가가각!
처용의 검격이 날카로운 선을 그려내었고.
-촤아아!
뒤이어 천마의 의지가 처용이 내지른 검격을 따라 칼날을 내리쳤다.
그러나 날카로운 검격이 두 번 지나갔음에도.
-까가각! 까각! 쿠궁! 쿵!
뤼장첸은 가슴 부분이 길게 패이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을 뿐이었다.
빠르게 자세를 잡은 뤼장첸은.
“폭염…… 철퇴!”
오른손을 변형시키며 스킬을 사용했다.
-화르르르륵!
오른손 끝이 마치 철퇴처럼 둥글고 각지게 뭉쳐 들더니, 화염에 휩싸이고는.
-화륵! 쐐에에엑!
처용을 향해 화염의 철퇴를 휘둘렀다.
‘천마신공.’
-우우웅.
불타오르는 철퇴를 본 처용이 재빨리 무기를 거대 해머로 바꾸었다.
해머를 움켜쥐고 허리를 틀며 자세를 잡고는.
“혜성반타!”
-콰쾅!!
다가오는 화염의 철퇴를 향해 강기가 응축된 해머를 휘둘렀다.
-쿠구구구!
뤼장첸의 화염 철퇴와 처용의 해머가 서로 힘 싸움을 이어갈 때.
-우워어어!
천마의 의지가 강기로 형성한 해머를 움켜쥐며 기합을 내뿜고는.
-쐐에에-엑!
처용의 공격을 그대로 재현하듯, 혜성반타를 사용했다.
-콰쾅!!
천마의 의지가 강기로 형성한 해머로 뤼장첸의 오른손 철퇴를 후려치자.
“크- 캬아-!”
힘 싸움에서 밀려난 뤼장첸이 침음을 토해내며 비틀거리고는 뒤로 밀려났다.
뤼장첸이 밀려난 순간.
-우우웅. 스릉!
처용이 해머를 집어넣고 차륜 도끼를 꺼내 들었다.
“차륜격, 파쇄격!”
-화르르륵!
도끼날에 강렬한 화염이 휘몰아치며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처용이 차륜 도끼에 힘을 모음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키며 도끼날을 한 바퀴 크게 휘둘렀다.
동시에 허공을 박차며 뤼장첸을 향해 나아갔다.
‘천마신공.’
-화르르륵! 화륵!
거대한 힘을 축적하고 회전력까지 더한 도끼날이.
“만근격!”
-콰콰콰쾅!!
정확히 뤼장첸의 가슴, 아직 다 아물지 못한 찢어진 흉터 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
“크아- 아-!”
거대한 힘에 가격당한 뤼장첸이 입을 크게 찢어 벌리며 비명을 토해냈다.
뒤이어.
-쿠워워!
강기로 도끼를 형성한 천마의 의지가 처용의 공격을 따라, 같은 부분을 추가로 타격했다.
-콰콰콰-!!
강렬한 강기의 폭발이 추가로 터졌고.
-슈우-! 쿠구구! 쿵!
뤼장첸이 뒤로 크게 밀려나며 고꾸라졌다.
“기껏 얻은 힘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군. 뤼장첸.”
처용이 강기를 모아 다음 공격을 준비하며 읊조리듯 말했다.
태초의 조각을 지배하고 있는 뤼장첸.
처용이 볼 때, 그는 지금 가진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직,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를 노려 뤼장첸을 때려눕히고 태초의 조각을 부수든 해야 했다.
-우우웅!
강기를 집중시킨 처용이 차륜 도끼를 움켜쥐고 재차 달려들려 할 때.
“크, 크킄…… 과-여연, 그-럴까?”
쓰러진 뤼장첸이 머리를 들고 몸을 일으키며 처용의 말에 대답하듯,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냥 뒤져, 이 개 같은 새끼야.”
-화르르륵!
처용이 화염이 일렁이는 차륜 도끼를 움켜쥐고 뤼장첸의 지척에 다가온 순간.
“포식자의…… 덫!”
뤼장첸이 조용히 준비하고 있던 스킬을 발동했다.
-푸화아아! 콰지직! 콰직!
뤼장첸에게서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함과 동시에 사방으로 검은 나무뿌리를 내뻗었다.
“어딜-!”
-쐐에에-! 콰지지직! 콰직!
처용이 도끼를 휘둘러 다가오는 뿌리들을 모조리 부수어 버렸다.
그러나.
-쿠르르! 쿠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나무뿌리가 너무나도 많았다.
게다가 솟구쳐나오는 뿌리는 뤼장첸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
-콰지지직! 콰르르-!
주변 일대의 땅에서도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처용에 이어 천마의 의지까지 다가오는 뿌리를 잘라내고 부수는 중임에도.
“……성가신 놈!”
점점 주변이 검은 뿌리로 메꿔지기 시작했다.
“네…… 놈만 잡아먹는다면-!”
뤼장첸이 점점 나무뿌리에 갇히는 처용을 보며 길게 찢어진 입을 들썩이며 말했다.
“네놈의 그 막-강한 힘도! 다른 먹잇감들-도! 모두 나의 것이다!”
강욕이 일렁이는 뤼장첸의 외침과 동시에.
-쩌저저저적!
뤼장첸과 처용을 중심으로 거대한 나무뿌리가 자라나 만들어진 돔이 완성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발악을-.”
어둠 속에 갇힌 처용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욕을 내뱉고는.
-스르릉-! 콰콰쾅!
차륜 도끼를 휘둘러 전방을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쩌저적!
도끼날이 틀어박히며 갈라지기만 할 뿐, 부서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스스스……!
뤼장첸이 발동한 이 결계의 특성 때문인지, 점점 힘을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힘을 흡수하는 특성이라면…….’
처용은 뤼장첸이 만들어 낸 결계를 관찰하며 속으로 읊조리고는.
-우우웅.
아공간에서 검녹색의 구슬을 꺼내었다.
조금 전, 불사 상태인 뤼장첸을 중독시킨 독의 정수였다.
이것을 통해 힘을 흡수하는 뤼장첸을 한 번 더 감염시킬 생각이었다.
그때.
-아저씨…….
처용의 귓가에 누군가의 옅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데없이 들리는 목소리에 처용이 잠시 행동을 멈추자.
-그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거예요.
나지막하게 울리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동시에.
-쩌저저적!
전방의 나무 벽이 조금 밝아지며 어떤 형상이 솟아나듯 나타났다.
“……에블린?”
처용이 벽에서 나타난, 마치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소녀의 모습을 보며 놀란 듯 입을 열었다.
비커에 담겨 있던 에블린과 완전히 같은 모습.
게다가 처용에게 들려 오는 소녀의 목소리는.
-제발…… 나 좀-!
-너무 아파!
악몽에 말려들기 전, 에블린을 찔렀을 때, 머릿속에 스며들던 사념과 같은 목소리였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커맨더 아저씨랑 백호 아저씨가-.
에블린이 구슬픈 목소리로 커맨더와 백호 등, 밖에 있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말했다.
그리고.
-고마워요. 아저씨 덕분에…….
처용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이전, 처용이 에블린의 심장을 찔렀을 때.
거기에 조금 전, 태초의 조각을 칼날로 그으며 새겨진 스크래치.
그로 인해 에블린과 태초의 조각에 새겨졌던 아마테라스의 낙인이 손상을 입었다.
온갖 실험으로 인해 자아가 흐려진 에블린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덕분에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어요.
에블린이 감사를 전하며 말을 마치자.
“고마운 줄 알면, 당장 이 짓거리를 멈춰라.”
처용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에블린에게서 살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눈앞에 나타난 에블린의 분위기를 봐서, 공격하려는 의지는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에블린은 지금 재앙의 나무가 되어 버린 상태.
지금도 재앙의 나무가 만들어 낸 골렘들에 의해 헌터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다.
“당장.”
-스르릉!
처용이 도끼를 들어 겨누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하자.
-죄송해요…… 저는, 저를 통제할 수 없어요. 그리고…….
에블린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으윽!?
뤼장첸을 언급하던 에블린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이 잠시 끊겼다.
-흐, 흐윽! 그 남자가 폭주를 부추기고 있어요. 제가 억누르고는 있지만……!
에블린이 머리와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을 드러내며 말하자.
“……뤼장첸을 죽일 방법을 말해, 아니 그 개새끼를…….”
처용이 질문을 바꾸며 말을 이었다.
“그 이후에는 내가 어떻게든 하지, 가능한가?”
처용의 말이 울리자.
-……어, 어차피 전 아저씨를 도와드리려고 온 거에요.
에블린이 처용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띠며 말하고는.
-콰드드드득!
처용을 향해 손을 내밀며 나뭇가지를 뻗었다.
-우드득! 우득!
에블린이 뻗은 나뭇가지가 둥글게 말리더니, 마치 팔찌처럼 처용의 왼쪽 팔목에 감겼다.
그때.
-이 쌍년이! 쓸데없는 짓을-!
뤼장첸의 분노한 듯한 고함이 울려 퍼졌다.
-얌전히! 나에게 복종해라! 이 노예 같은 년!
-으으윽!
에블린이 뤼장첸에 의해 고통을 받는 듯,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부탁해요…… 아저씨.
에블린의 형상이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
처용이 에블린이 넘겨준 나무 팔찌를 들여다보며 잠시 침묵했다.
팔찌에서 에블린의 감정과 기억이 전해졌다.
에블린의 감정과 기억을 읽은 처용의 눈동자가 붉게 일렁이고는.
“……항마의 화신!”
-콰아아아아!
격렬한 신력을 분출하며 항마의 화신을 소환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