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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98화 (298/726)

#298화

뤼장첸이 준비한, 강력하고 치명적인 회심의 일격.

그 힘에 스스로가 역으로 당하자.

-파사사…….

말 그대로 뤼장첸의 육체가 ‘가루’처럼 흩어지며 사그라졌다.

뼛조각, 살점 파편 하나 남지 않은 상태.

누가 봐도 완전히 끝장난 듯 보였다.

그러나.

-스사사삭.

흩날리는 가루들이 허공에 뭉치더니.

“아, 아읅…… 아!”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두개골, 치아, 목, 척추뼈 순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 이-읽……! 개, 같은……! 새끼가아-앍!!”

혀가 재생된 뤼장첸이 힘겹게 입을 움직이며 욕을 내뱉었다.

이대로 둔다면 또 다시 육체가 말끔하게 재생되어 지루한 싸움을 하게 될 터.

처용은 재생 중인 뤼장첸을 단순히 구경만 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검의 비명.”

-촤자자자!

날카로운 강기의 파편이 재생 중인 뤼장첸의 육체를 휩쓸어 버렸고.

-촤작! 푸화아아!

절반쯤 재생되던 뤼장첸의 몸이 조각 조각나며 무너진 레고 마냥 바닥에 흩뿌려졌다.

또 한 번 부쉈음에도.

-스르륵!

뤼장첸의 조각난 육체가 모이며 다시 재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불사 그 자체처럼 보이는 모습.

그러나 처용은 뤼장첸의 육체를 단순히 파괴하는 것만 반복하지 않았다.

‘대충…… 원리는 알겠다.’

뤼장첸의 육체가 파괴되고 재생되는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략적인 원리를 파악했다.

‘바닥의 진법은 뤼장첸의 불사를 작동시키는 진법이 맞았군.’

공동 바닥 전체에 천년한철로 새겨진 기묘한 진법.

그 진법은 예상대로 뤼장첸을 한정적인 불사의 존재로 만드는 진법이었다.

육체가 찢어지든, 혹은 가루가 되든 간에, 생명력을 주입 시켜 원래 모습으로 소생(甦生)시킨다.

그리고.

‘진법에 필요한 에너지는 한 층 밑에서 오는 건가?’

뤼장첸에게 불사를 부여해주는 막대한 에너지.

그 출처는 다름 아닌 지하, 마지막 층인 3층이었다.

이곳은 원래 총 3층으로 구성된 드넓은 장소.

지금 바닥에 천년한철 진법이 갈린 이 장소는 2층이었다.

마인들과 뤼장첸은 처용을 상대하기 위해 2, 3층을 전부 개조해 버린 듯 보였다.

“미친 새끼들.”

-촤아아!

처용이 또다시 재생하려는 뤼장첸의 육체를 베어 버리며 욕을 내뱉었다.

진법의 구조와 뤼장첸이 불사를 발휘하는 원리는 알아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당장 3층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는 것.

부수고 내려간다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바닥은 무려 천년한철로 두껍게 제작되어 있는 상황.

부수는 데 오래 걸릴뿐더러, 바닥을 부수려는 것을 불사인 뤼장첸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뤼장첸의 육체를 계속 부수면서 바닥을 공격하기에도 마땅치 않았다.

바닥을 부수기도 전에 처용이 지칠 테니까.

노력을 기울여 바닥을 부순다고 해도, 이 밑에 또 어떤 적이 도사릴지 모르는 상황.

함부로 힘을 크게 낭비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암영부, 명환부.”

암영부와 명환부를 소환해 손에 쥔 처용이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요-용! 없-다! 역천군주!”

머리 부분이 재생된 뤼장첸이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예상보다 훨씬 처용의 힘이 강했지만, 자신은 어차피 불사.

아무리 공격을 당해도 죽지 않는다.

반면에 처용은 거대하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지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대로 시간을 끌기만 해도 나름 좋은 상황이었다.

아직 숨겨둔 수는 더 있었으니까!

“크, 크하-하! 나, 나는 죽지 않아! 불멸이다!”

뤼장첸이 비겁한 웃음을 내지르며 소리치자.

“자랑이다 이 바퀴벌레 새끼야, 그런데 말이야?”

처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내며 말을 이었다.

동시에.

“명환부 – 왜곡(歪曲).”

네 장의 명환부를 자신의 주변에 펼치며 원을 그려냈고,

“암영부 – 침식(侵蝕).”

네 장의 암영부를 명환부 사이에 끼우며 팔괘의 진법을 그려내었다.

-화아아!

빛과 어둠이 순서대로 나열된 팔괘의 진법이 빛을 내뿜었다.

이윽고.

“팔괘명암진(八卦明暗陳) - 역변(逆變)의 형상”

빛과 어둠으로 형성된 팔괘의 진법이 완성되며 바닥에 스며들었다.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든 팔괘의 진법이 발동했음에도 당장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소용없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이 진법은 절대로 파괴할 수 없다!”

육체를 완전히 수복한 뤼장첸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처용에게 소리쳤다.

“크하하! 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스스로가 불사자라는 고양감에 휩싸인 뤼장첸이 광기를 드러내며 말했다.

“네놈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놀아주-!”

그리고 공격을 시도하듯,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스킬을 발동하려는 순간.

“……어?”

격렬하게 내뿜어지던 광기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입에서 의문이 흘러나왔다.

뤼장첸의 시선은 처용을 향해 앞으로 뻗은 자신의 팔을 향해 있었다.

“무…… 뭣…….”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뤼장첸의 입에서 맹한 소리가 반복되자.

“큭, 크흐흐…… 크하하하! 아주 걸작이군!”

처용이 뤼장첸을 향해 큰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이라면 골반 아래에는 다리가 달려 있어야 하고 어깨 앞으로는 팔이 달려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뤼장첸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응시하고 있는 그의 팔.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어깨에는.

“내, 내, 내 팔이…… 팔이 왜?”

팔이 아닌, 다리가 달려 있었다.

앞으로 뻗은 팔, 아니 다리 끝에는 자신의 발가락이 보였다.

“서, 설마?”

뤼장첸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무, 뭐, 뭣!? 이게 무슨!?”

골반 아래로 달린 자신의 팔과 바닥을 디딘 채 꿈지럭거리는 손가락을 보며 경악을 토했다.

팔과 다리의 위치가 뒤바뀐 상황.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역천군주!”

뤼장첸이 처용을 향해 팔, 아니 두 발을 뻗고 발바닥을 보이며 소리쳤다.

“큭.”

그 기괴한 모습에 처용이 웃음을 참고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야? 내가 좀 개조했거든?”

-탁. 탁.

발로 바닥을 탁탁 차며 말했다.

“……이 진법을 개조했다고?”

뤼장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해괴한 상황을 보면, 진법을 개조했다는 처용의 말은 사실인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바닥에 천년한철로 새겨진 진법은 평범한 진법이 아니었다.

이 진법을 누가,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만들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었다.

자신과 협력하는 모든 이들이 지식을 모아 만들어 낸 강력한 진법.

이런 복잡하고도 정교한 진법을 일개 인간 하나가 개조한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네놈이 무슨 수로-!”

뤼장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강하게 소리치자.

“단언컨대, 지구에서 나만큼이나 결계와 진법에 빠삭한 놈은 없을 거다.”

처용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 자신감은 나름 사실이었다.

디아블로와 처음 마주쳤을 당시, 그를 상대하며 선보였던 수많은 진법들.

세계 헌터 회의 당시, 흉수악신의 권능을 무력화시킨 파마의 힘이 담긴 진법.

천교의 성지 지하에 있던 비밀 실험실의 보안을 해킹하고 장악한 진법까지.

그리고 처용의 결전기, 팔괘 – 태극천체진 역시 진법을 활용한 기술이었다.

애초에 처용이 발휘하는 대부분의 선술은 팔괘의 진법이 기반이었다.

처용은 지구에 있는 그 어떤 인간보다도 진법의 구조와 원리를 잘 알고 있는 자라 단언할 수 있었다.

“네놈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놀아주마. 크크.”

-스르릉!

처용이 조금 전 뤼장첸이 했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는 역천의 절을 겨누며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이! 비겁한 새끼가-!”

-탁. 탁.

뤼장첸이 팔로 변한 다리를 움직여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물러섰다.

이런 웃기지도 않은 모습으로 변한 상태에서 처용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비겁 같은 소리 하네, 병신새끼가.”

뤼장첸의 말에 처용이 싸늘한 목소리로 맞받아치고는.

“검의 비명.”

-촤자자자!

날카로운 강기의 조각을 쏘아 보냈다.

“제, 젠장!”

뤼장첸이 처용의 강기를 보며 마나와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뒤로 물러났다.

정확히는 다리를 박차 뒤로 크게 물러나려 했지만.

-탁! 쿵!

다리, 아니 바닥을 지지고 있는 팔이 뜻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이, 이런 젠장! 철옹 방벽! 그레이터 월-!”

바닥에 쓰러진 뤼장첸이 양쪽 어깨에 달린 발을 휘둘러 급하게 마나를 운용했다.

-우우웅!

방어 스킬을 급하게 펼친 뤼장첸은.

-탁! 타탓!

두 팔, 아니 두 다리를 지면에 대고 다리를 박차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우우웅!

이번엔 어깨에 달린 다리가 아닌, 골반에 달린 팔을 뻗어 마나를 운용했다.

마치, 팔과 다리가 뒤바뀐 사람이 물구나무를 서며 싸우는 기괴한 모습.

“서커스에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뤼장첸.”

처용이 뤼장첸의 모습을 비웃으며 말하자.

“이! 씨발놈이!”

뤼장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때.

-스르릉!

주변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쇄도하는 섬뜩한 소리가 들렸고.

-스릉! 철컥! 스르릉!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뤼장첸의 주변을 열한 개의 무구가 순식간에 포위해왔다.

“이번에 다시 재생하면 어떻게 변할지 한번 상상해 봐라.”

처용이 뤼장첸을 향해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촤자자자자!

무구들을 움직여 뤼장첸을 다시 한번 무참하게 찢어발겼다.

동시에.

-스르륵.

암영부와 명환부 한 장을 바닥에 흘려보냈다.

빛과 어둠의 마나가 바닥에 스며 들어갔고.

-화아아!

바닥에 새겨진 진법 중 일부가 옅은 빛과 어둠을 내뿜었다.

지금 지면에 천년한철로 새겨진 진법에는 처용이 침투시킨 빛과 어둠의 진법이 작동 중이었다.

뤼장첸을 불사로 만들어주는 진법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진법의 견고하지 않은 틈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처용이 공략한 진법의 작은 틈.

그 틈을 통해 자신의 진법을 침투시켜 기능 중 하나를 망가뜨렸다.

그 기능은 다름 아닌, 뤼장첸을 ‘온전한 모습’으로 소생(甦生)시키는 기능이었다.

여기서 ‘온전한 모습’이라는 부분에 바이러스를 심고 오염시킨 결과.

“으! 캬악! 이번엔 또! 무슨-!”

다시 육체가 재생된 뤼장첸의 모습이 더 기괴하게 변해 버렸다.

오른쪽 어깨에는 왼쪽 다리가, 왼쪽 어깨에는 오른쪽 팔이 달려 있었다.

반면에 오른쪽 골반에는 왼쪽 팔이, 오른쪽 골반에는 왼쪽 다리가 보였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팔과 다리가 지면을 디디고 네 발로 서 있는 모습.

마치, 사족보행을 하는 거미처럼 변했다.

무엇보다도 더 충격적인 것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역천군주!”

뤼장첸이 핏발 서린 눈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머리가 달려 있어야 할 목 부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뤼장첸의 머리는 다름 아닌…… 등 뒤에 달려 있었다.

“드라군이 따로 없군.”

처용이 던전의 몬스터 중 하나를 언급하며 뤼장첸의 모습을 비웃었다.

드라군은 등 뒤에 머리가 있고 네 개의 다리를 거미처럼 움직이는 사족보행 골렘이었다.

지금의 뤼장첸은 그런 드라군과 아주 흡사한 모습이었다.

“이……!”

진법을 변형시켜 버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처용의 공격에 뤼장첸이 당황할 때.

-화아아!

돌연 지면에 새겨진, 천년한철 문자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왔다.

“크크, 크하하! 늦었다. 역천군주!”

그 모습을 본 뤼장첸이 일그러진 표정을 피며 소리쳤다.

‘신력? 아니 뭔가가 더 섞여 있군.’

바닥에서 점점 스며 나오는 에너지를 본 처용이 작은 놀람을 표했다.

무언가가 많이 뒤섞인 듯한 에너지들.

그 안에는 익숙한 신의 신력이 느껴졌다.

“이 진법을 만든 놈 중 하나가 태양신인가 보군?”

진법에서 흘러나오는 신력의 일부는 다름 아닌, 태양의 신력.

태초의 조각을 들고 도주한 아마테라스의 신력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마나와 소량의 신력.

진법에서 스멀스멀 스며 나오던 에너지들이.

-스르르륵!

모두 뤼장첸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때가 되었다!”

강렬한 힘이 스며들어오자 고양감에 휩싸인 뤼장첸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금까지 처용을 상대로 버틴 이유가 지금 이 순간 때문이었으니까.

“흐음……?”

처용이 바닥의 진법을 관찰하며 침음을 흘렸다.

동시에.

-스르르.

바닥에 신력을 보내며 침투시킨 진법을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다. 혈선의 신관!]

아마테라스의 목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려 퍼지고는.

-타앙!

처용이 흘려보낸 신력이 아마테라스의 신력에 의해 차단되었다.

내부에 침투시킨 진법이 망가지진 않았지만, 이 이상 무언가를 조작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크하하! 네놈의 그 압도적인 힘도! 이곳에 모인 다른 먹잇감들도! 전부 나의 것이다!”

뤼장첸이 처용을 보며 광소를 토해냈다.

그러자.

-스르르!

놀랍게도 처용에게서 마나가 조금씩 새어 나가며 뤼장첸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이 일대의 모든 에너지가 점점 뤼장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점점 흡수하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었다.

“내가! 드디어 완전한 신이 되는 것이다!”

고양감에 휩싸인 뤼장첸이 환호를 내지르자.

“그래…… 많이 처먹어라, 이 돼지 새끼야.”

처용이 사방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뤼장첸을 보며, 마치 예상했다는 듯 작인 미소를 보임과 동시에.

-스륵.

아공간에서 검녹색의 작은 구슬을 꺼내 움켜쥐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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