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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96화 (296/726)

#296화

처용이 라이언에 의해 앞길을 저지당했을 때.

루나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몽환의 미로에 휘말렸다.

미로에 갇힌 그녀가 다시 나타난 장소는 다름 아닌 몽마들이 대기하고 있던 장소였다.

그것도 고위 귀족 몽마인 타라샤를 포함해서 삼십 명이 넘는 수.

반면에 루나는 혼자였다.

엄청난 위기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고작 이것뿐인가? 리리아 공작가의 장녀.”

-파사사…….

루나의 앞에는 네 명의 몽마가 가루처럼 흩어지며 쓰러져 있었다.

심지어 넷 중 하나는 상급 몽마였다.

순식간에 몽마 넷을 처리한 루나가 타라샤를 향해 싸늘하게 말하자.

“어,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해진 거지? 넌 분명 나보다도 어둠의 힘이 약했었는데……!”

타라샤가 뒤로 한 발 물러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읊조렸다.

과거, 뱀파이어 왕족인 루나와 처음 마주했을 때는 분명 자신보다 가진 힘이 약했었다.

그런데…… 다시 마주한 루나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상급 몽마 셋을 포함한 이십이 넘는 수가 덤비는데도 그녀 하나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분명 루나는 대악마의 저주에 당해 죽었다고 알려졌었다.

그런 그녀가 사실 살아 있었고 자신들과 적대하는 인간들 편에 서서 그들을 돕는 상황이었다.

“내가 죽었었다고 알고 있었다 했었지?”

루나가 기억났다는 듯 타라샤를 향해 말했다.

“같은 밤의 일족인 우리들을 분열시키고 죽도록 만든 데, 몽마들도 협력했다는 소리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타라샤가 루나의 말에 부정하듯 소리쳤다.

그녀의 부정은 나름 진심이었다.

루나가 죽었다 알고 있던 것도.

뱀파이어들에게 분열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몽마들 사이에서 퍼진 소문을 들었을 뿐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소문이 사실인지, 몽마들의 고위 가문들이 직접 조사해 봤었다고 했었다.

그 결과는 사실로 밝혀졌다.

타라샤는 이러한 과정으로 그저 알고 있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꿈의 일족이 피의 일족을 공격할 이유가 없잖아!”

몽마와 뱀파이어들은 그래도 소소히 서로 거래하고 협력하며 지내 온 원만한 관계였다.

상대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굳이 먼저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타라샤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네 옆에 있는 녀석들은 아닌 것 같은데?”

루나는 당황하는 타라샤와는 달리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상급 몽마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밤에서 벗어난 부랑민 따위가-!”

“피의 일족은 밤의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

상급 몽마들이 루나를 향해 이를 갈며 강하게 말했다.

같은 밤의 일족이었던 뱀파이어와 몽마.

밤의 일족 중 하나인 뱀파이어가 판데모니움에서 독립하여 지상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에 또 다른 밤의 일족인 몽마들은 그들의 신인 아스모데우스를 따르며 판데모니움에 남았다.

그렇게 하나였던 밤의 일족은 꿈의 일족인 몽마들과 피의 일족인 뱀파이어로 갈라졌다.

그 이후 몽마들 중 일부는 뱀파이어들을 부랑민이라 부르며 같은 밤의 일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위대하신 밤의 마신에게 불복종한 결과다. 피의 왕녀.”

상급 몽마 중 하나가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인간들과 손잡고 우리 일족에 반란을 도모한 이유가…… 아스모데우스의 명령 때문이다?”

루나가 핏빛 눈동자에 분노를 일렁이며 낮게 물었다.

“감히! 드높은 밤의 마신의 존함을 함부로-!”

상급 몽마가 루나의 말을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이며 소리치자.

“우리 일족은 마신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

-쿠구구!

루나가 짙은 혈기를 내뿜으며 분노를 드러냈다.

아주 오래전, 밤의 일족 중 하나인 뱀파이어들이 지상에 자리를 잡을 때.

그들은 판데모니움과 완전히 분리되어 지상의 종족 중 하나가 되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체결한 계약이 바로 ‘독립 선언’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밤의 일족들을 다스리는 대악마의 명령에 강제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네놈들은…… 군주님의 선택을…… 같은 밤의 일족인 우리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어야 했어!”

정황상, 뱀파이어들을 찾아온 마인들은 아스모데우스의 명령을 받고 찾아온 이들로 보였다.

아마도 색욕악신의 명령을 받들어 그들에게 합류하라고 요구했을 터.

뱀파이어 군주가 왜 마신의 명령에 거부를 표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군주가 그렇게 선택했다면!

맹약에 따라 독립된 뱀파이어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물러나야 했었다.

그러나 색욕악신은 순순히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고 보복한 듯 보였다.

뱀파이어들을 병사로 쓰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쓴 것이었다.

“용서할 수 없어.”

루나의 핏빛 눈동자가 더욱 짙어지며 안광이 일렁이자.

-콰아아아!!

혈기가 공동 전체를 감쌀 정도로 거칠고 크게 뿜어져 나왔다.

“이, 이 기운은?”

“……군주? 그럴 리가 없다!”

거대하게 뿜어져 나오는 혈기에 몽마들이 뒤로 물러나며 놀람을 표했다.

특히, 상급 몽마들은 루나에게서 오래전 마주했었던 뱀파이어 군주의 느낌을 받고 있었다.

혈기가 일대 공간을 잠식하며 크게 퍼진 순간.

“혈옥(血玉).”

루나가 새로 각성한 자신만의 기술을 사용했다.

이전 처용에게서 강철의 힘을 받았을 때, 미세하게 각성했었던 혈옥.

그때부터 꾸준히 단련한 결과, 드디어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술이었다.

-쏴아아!

루나의 발밑에서 혈기가 파도처럼 뻗어 나가며 넓은 강을 형성했다.

그리고.

-슈우우! 콰아아!

피의 강처럼 퍼진 혈기가 외곽 부분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마치, 루나를 중심으로 넓게 형성된, 거꾸로 솟구치는 원기둥 형태의 폭포와 같은 모습이었다.

“몽환의 미로 안에서…… 새로운 결계를 만들어 냈다고?”

타라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읊조렸다.

밤의 일족들을 다스리는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의 권능 중 하나인 몽환의 미로.

이 권능의 특징 중 하나가, 미로 안에 갇힌 적들의 방어 마법이나 결계를 약화시키는 능력이었다.

루나는 그런 몽환의 미로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 결계를 펼친 듯 보였다.

작위를 가진 고위 몽마들 중, 적어도 후작 이상, 그것도 가주급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 어차피 녀석은 혼자야! 한꺼번에 공격하면-!”

상급 몽마 중 하나가 휘하 몽마들을 지휘하며 소리치자.

“내가 혼자라고?”

루나가 마치 무언가를 쥐려는 듯 팔을 뻗으며 말하자.

-스르르!

발밑의 혈기가 일렁이며 길고 검은 목도, 어둠의 찬가가 솟구쳐 올라와 루나의 손에 쥐어졌다.

루나가 어둠의 찬가를 쥐고 앞으로 겨누고는.

“혈지군무(血志群舞).”

혈옥의 완성으로 인해 완벽하게 다듬어진 자신의 또 다른 기술을 사용했다.

-슈르르르!

루나의 주변에 혈기가 솟구치며 서로 뭉치더니.

-스륵! 탓!

어둠의 찬가를 쥔 열 명의 루나가 나타났다.

루나가 주로 사용하는, 혈기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내는 기술.

혈지군무는 혈기로 만들어 내는 분신의 완성형이었다.

이전의 분신보다 정교하게 움직이고 독자적으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는 분신.

그리고 분신들이 쥐고 있는 어둠의 찬가는 진품이 아닌, 기요틴 커터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가라.”

루나가 몽마들을 향해 어둠의 찬가를 겨누며 명령하자.

-화아아! 쏴아!

루나의 분신들이 붉은 안개로 변하며 몽마들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젠장!”

“수를 나눠 상대한다!”

상급 몽마들이 앞으로 나서며 루나의 분신들과 맞섰다.

“다크니스 매직 웹!”

몽마 하나가 분신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구속 마법을 사용했다.

-스륵! 스르륵!

꿈틀거리는 검은 줄기가 분신을 붙잡으려 하자.

-샥!

루나의 분신이 자세를 낮추며 다가오는 검은 줄기를 피해냄과 동시에 발도 자세를 취했다.

검은 줄기가 분신의 머리 위를 스친 순간.

-스가가각!

검을 앞으로 내질러 검은 줄기들을 모조리 잘라내고 그 밑의 마법진까지 반으로 갈라 버렸다.

“무슨-!”

마법을 사용한 몽마가 당황스러운 음성을 흘릴 때.

-샥!

순식간에 루나의 분신이 몽마의 코앞에 나타나 검을 치켜들었다.

-스가각!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몽마 하나가 반으로 갈라지고 바닥에 쓰러지며 가루처럼 흩날렸다.

루나의 분신들이 보이는 움직임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

모두 ‘검술’과 ‘보법’을 사용하며 유연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급 몽마들이 애를 쓰고 있었지만, 몽마들의 수가 점차 줄고 있었다.

“리리아 드 타라샤.”

-탁.

분신이 아닌 본체인 루나가 타라샤 앞에 서며 말하자.

“으으…….”

타라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침음을 흘렸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루나가 핏빛 눈동자를 일렁이며 낮게 말하자.

“공녀! 뭐 하는 겁니까!? 본체를 처리하-! 큭!”

전투를 치르던 상급 몽마들이 타라샤에게 루나를 공격할 것을 독촉했다.

그러나.

“아, 알고 싶은 게 뭔데.”

타라샤는 상급 몽마들의 말에 따르지 않고 루나의 말에 대답했다.

“현명한 판단이야.”

루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

“커헉!?”

-주르륵!

라이언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해냈다.

입만이 아닌, 코와 눈, 귀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부작용이 심한 도핑 포션을 사용한 것이 벌써 네 병째.

오직 처용을 막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견딘 결과였다.

그러나.

-촤아아! 촤악!

처용이 조종하는 무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인들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으아악!”

“크어어……!”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두 명의 상급 마인이 당했고 열 명 이상의 마인이 쓰러졌다.

최전방에서 방어를 맡은 라이언의 결전기, 그랜드 라이거 역시.

-후두두……! 후둑!

왼쪽 앞다리가 잘려 나가고 견고하게 씌워졌던 검은 갑옷이 모두 너덜너덜해지며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아무리 도핑을 받고 처용의 공격에 집중하며 패링을 했다지만.

열 개가 넘는 무구의 모든 공격을 전부 패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대로면 1분도 지나지 않아, 아니 30초도 지나지 않아 전멸할 것이 뻔했다.

결국.

-푸슈! 주르르륵!

“크아아아아!!”

라이언이 다섯 번째, 마지막 도핑 주사를 팔에 놓았다.

“다크니스…… 메탈 가드 아머!”

마지막 도핑 포션을 사용한 라이언이 스킬을 발동하자.

-쩌저저적! 키이잉!

그랜드 라이거의 잘린 왼쪽 앞다리가 재생되었고 다시 검은 갑옷이 덧씌워졌다.

그때.

“커헉!”

라이언을 제외한 마지막 상급 마인이 쓰러졌고 모두가 전멸했다.

남은 것은 라이언 혼자.

“훌륭하군.”

-스르릉! 스릉!

처용이 열두 개의 무구들을 조종해 라이언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어느 정도는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결전기를 발동한 자신을 상대로 10분가량 시간을 벌었으니까.

“못…… 지나…… 간다.”

눈에 반쯤 초점이 사라진 라이언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의지를 드러냈다.

“극 이기어술 – 천체극섬.”

처용이 결전기, 태극천체진으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공격력이 강한 기술을 발동했다.

-스릉! 스르릉!

열두 개의 무구가 모두 라이언을 향하자.

“퍼팩트 패링!”

-쿠와아아!

라이언의 결전기, 그랜드 라이거가 앞을 가로막았다.

-까강! 깡!

가장 앞질러 오는 투창과 대검은 앞발과 머리로 들이받아 막는 데 성공했지만.

-사각! 쩌저적!

뒤이어 날아오는 대낫의 공격에 그랜드 라이거의 허리가 크게 베어졌다.

-쩌저적!

검은 강철 갑옷이 떨어져 나가고.

-콰쾅! 쩌저적!

뒤이어 날아오는 해머의 공격에 오른쪽 앞다리를 가격당해 부서졌다.

-스르릉! 차캉!

빈틈을 내질러 오는 역천의 절은 가까스로 쳐냈지만.

-후우웅! 콰콰쾅!!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차륜 도끼의 일격을 막지 못했다.

-쩌저적! 쩌적!

강철 갑옷이 완전히 뜯어져 나갔고 그랜드 라이거의 등 부분이 크게 갈라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질러오는 대검에.

-쾅! 쩌저적!

뒷다리가 갈라지며 떨어져 나갔고.

-쾅! 쾅! 쩌저적!

등과 옆구리에 투창이 박히고 해머로 그 위를 내리 찍혔다.

-크르르……!

온몸이 갈라지고 만신창이가 된 그랜드 라이거가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천마신공 - 만근격!”

-콰쾅! 쩌저적! 쩌적…….

차륜 도끼를 움켜쥔 처용이 쓰러진 그랜드 라이거를 반으로 쪼개며 완전히 부숴 버렸다.

결전기가 완전히 무너진 영향인지.

“…….”

-주르륵…….

라이언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군 채 입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꺼질 듯, 아슬아슬하게 살아만 있는 상태였다.

-스르릉!

역천의 절을 쥔 처용이 라이언의 머리를 날리기 위해 칼날을 내지를 때.

“그레이터 에이드 실드!”

-키잉!

라이언의 옆에 투명한 벽이 나타났다.

-쩌적! 파지지직!

역천의 절이 투명한 벽을 반쯤 갈라내자, 벽에서 강력한 전류가 튀었다.

처용의 움직임이 아주 잠시 멈칫했을 때.

“이머전시 콜!”

-위이잉! 스르륵……!

라이언의 발밑에서 병실 문이 열리더니,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촤아아!

뒤늦게 마비가 풀린 처용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닥터……!”

예상치 못한 방해에 처용이 읊조리자, 닥터가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나타났다.

“이젠 짜증이 나려 하는군, 그냥 이 일대를 전부-!”

처용이 짜증을 가득 담아 말하려는 때.

“당신을 가로막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닥터가 처용의 말을 자르며 급하게 말하고는.

“그냥 가시죠. 그럼 이만.”

-위이잉!

등 뒤에 병실 문을 소환하며 재빠르게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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