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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88화 (288/726)

#288화

WHU 사무국 최하층.

그곳은 마치 감옥처럼 마나와 신성력을 차단하는 결계가 여러 겹 씌여진 시설이었다.

-철컥. 철컥.

기계 장치들이 딱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격리된 시설의 잠금장치가 풀렸고.

-끼이이-!

굳건하게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벅. 저벅.

열린 문으로 발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들어오자.

“역천군주……?”

마나를 억류하는 수갑이 채워진 양천이 문을 열고 들어온 처용을 보며 의문을 자아냈다.

이곳은 WHU 사무국 지하 시설, 헌터의 취조를 위한 수감시설이었다.

양천은 천교에서 저지른 짓들로 인해 수감된 상황.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은 스미스나 WHU 소속 헌터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째서 이곳에……?”

때문에, 처용이 찾아온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양천이 의문을 표함과 동시에.

“그렇군.”

처용의 뒤에 있는 엠마를 보고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입을 계속 닫고 있으니, 스미스가 안달을 내던 것인가?”

양천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하자.

“미안한데, 난 WHU의 의뢰를 받아서 온 게 아니야.”

처용이 양천이 자리한 테이블 앞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네놈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고-.”

“당신이 아무리 캐물어도 소용없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으니.”

양천은 처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게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고문을 당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

-네놈이 쓸데없은 말을 지껄이는 순간, 사지를 찢어 죽일 것이다.

자신은 신을 모시는 신관.

신관으로서 성좌의 말에 거스를 순 없었다.

그런 양천의 단호한 말에도.

“묻고 싶은 말도 있고 해야 할 말도 있어서 말이야.”

처용은 진지한 목소리로 끝마치지 못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달라지는 것은 없소. 역천군주.”

양천은 처용의 말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내게서 아무것도 듣지 못할 테니까.”

“글쎄 그건 모르지, 불 도깨비의 신관. 아니-.”

처용은 양천의 완강한 태도에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띠며 말을 이었다.

“프로젝트 이터, 뤼장첸의 두 번째 담당자라고 해야 하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양천은 처용의 입에서 뤼장첸의 이름이 나오자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떻게 뤼장첸의 이름과 ‘이터’라는 이름을 알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 전의 다짐과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탁.

처용이 양천의 앞에 ‘프로젝트 : 이터’에 관련된 서류 하나를 펼쳐 보였다.

“여기 담당자 이름이 양천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데?”

“……!”

서류를 확인한 양천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이걸 어떻게?”

이 극비 서류가 어떻게 처용의 손아귀에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밀 실험실은 자폭 시퀸스로 완전히 폭발했다.

자폭 시퀸스는 단 하나의 증거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리기 위한 장치.

영체석은 신을 희생하여 만들어진 물건이라 폭발에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았지만.

눈앞의 종이 서류 같은 것들은 화마 속에서 불타 없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처용의 손아귀에 있단 말인가?

‘설마?’

양천은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처용은 검은 대지 속으로 혼자서 들어갔었던 인물.

그렇다면 그때, 이것들을 미리 발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양천은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떠오른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실험실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아니었다.

비밀 실험실에 대해서는 A급 헌터, 심지어 다른 신관들 중에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즉, 비밀 실험실과 연관된 이가 아니면, 입구조차도 찾을 수 없는 장소라는 것.

또 실험실 내부에는 온갖 보안 장치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모든 보안을 뚫는다는 건 말도 안 될뿐더러.

‘분명, 타친핑과 같이 실험실을 확인했을 때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고스란히 다시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능력이 좀 좋아.”

처용은 복잡한 표정을 드러내는 양천을 향해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이런 증거가 있으니 그냥 실토하라 이건가?”

-탕!

양천이 주먹을 들어 테이블을 두드리고는 거칠게 소리쳤다.

“네놈한테 입을 여느니 차라리 죽고-!”

“야, 이 새끼야.”

-화악! 탁!

처용이 양천의 말을 자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양천을 향해 오른손을 뻗으며 강기를 내뿜었다.

-후욱! 우득!

뻗어나간 강기가 손의 형상을 취하더니 양천의 목을 잡아챘다.

“큭, 커, 어떻, 게?”

양천이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기를 보며 의문과 경악을 내비쳤다.

자신은 지금 아무런 스킬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손에 채워진, 마나 차단 수갑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수감된 이 방 전체가 마나를 차단하고 신성력을 억누르는 시설이었다.

S급 헌터인 자신조차, 이 시설 안에서는 제대로 힘을 낼 수 없었다.

단, 이 시설에 영향을 받지 않는 라이센스를 지닌 간수들과 WHU 고위 임원들은 제외였다.

그러나.

“어, 어떻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엠마 역시 처용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처용에게는 WHU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아티팩트가 없었으니까.

아티팩트가 없으면 이 시설에서 스킬과 마나를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우우웅!

처용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듯, 강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양천과 엠마가 경악을 드러낼 때.

“주제 파악 못 하고 지껄이지 마라 이 새끼야.”

처용은 자신을 보며 경악하는 이들을 무시하고 양천을 향해 낮게 읊조렸다.

“이 자리에서 널 죽이지 않은 건, 단순히 네놈이 불쌍하기 때문이다.”

-파아아.

말을 마친 처용이 손아귀에 실린 강기를 풀자.

“커, 커헉! 크헉!”

양천이 목을 어루만지며 기침을 토해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다.”

처용은 인상을 구기며 노려보는 양천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프로젝트 이터의 마지막 희생양인 ‘최후의 만찬’, 그 희생되는 S급 헌터가 누구냐는 것.”

처용의 말이 끝나자.

“……!”

양천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고.

‘어, 어떻게 그걸?’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방금 처용이 말한 사실, 이터에게 잡아먹히는 S급 헌터.

프로젝트 이터의 마지막 순서인 ‘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에 희생될 S급 헌터가 누구인지, 양천은 알고 있었다.

-네놈만 알고 있거라.

나타가 자신에게만 직접 말해주었으니까.

그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자신과 성좌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양천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본 처용은.

“멍청하고 어리석은 놈.”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네놈 역시 뤼장첸에게 잡아먹히는 ‘만찬’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군?”

처용의 말이 끝나자.

“그게 무슨 소리냐!?”

양천이 처용을 향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최후의 만찬으로 희생되는 S급 헌터는 하나뿐이다. 그놈은……!”

말을 전부 끝마치지 못한 양천이 입술을 깨물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뤼장첸의 식탁 위로 올라가는 요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덟’이다. 멍청한 놈.”

양천을 향해 진심으로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동시에.

-탁.

양천의 앞에 작은 상자 형태의 아티팩트를 꺼내 보였다.

-탁. 띠릭.

처용이 아티팩트를 작동시키자.

-그, 그럴 리가 없다! 내, 내가, 내가! 내가! 최후의 만찬일 리가 없다! 없다고!!

아티팩트 안에서 타친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이놈이 어떻게 이 사실을?’

타친핑의 목소리를 들은 양천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나타에서 ‘최후의 만찬’에 대한 사실은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했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아는 ‘최후의 만찬’은……! 불 도깨비 놈의 신관! 양천! 그 새끼란 말이야!

이어지는 타친핑의 폭로에.

“……뭐, 뭐라고?”

양천이 입에서 경악이 흘러나오고 두 눈동자가 거침없이 흔들렸다.

“네놈이 말하지 못한 말을 내가 대신 말해줄까?”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양천을 향해 비웃음을 끌어올리고는.

“네가 알고 있는 ‘최후의 만찬’은 ‘류지챵’이겠지?”

양천이 끝까지 말하지 않으려던 정보를 입에 담았다.

류지챵은 이번에 WHU로 구속된 천교의 S급 헌터 중 하나였다.

“그, 그건……! 그……!”

양천이 처용의 말을 듣고는 목소리가 떨리며 당황스러움을 토해내자.

“류지창은 쟝시걸을 최후의 만찬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처용이 미소를 싹 지우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는 타친핑을 최후의 만찬으로 알고 있었고 타친핑은 네놈을 최후의 만찬으로 알고 있었다.”

처용의 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천교의 S급 헌터들은 마치 꼬리잡기처럼 서로가 서로를 최후의 만찬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본인만 알고 있으라 명한 것은 각각 그들의 성좌였다.

처용의 말이 끝나자.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양천이 현실을 부정하듯,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읊조렸다.

“너희는 옥황상제가 길러낸 사냥개다.”

처용은 현실을 부정하는 양천을 향해 냉혹한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사냥꾼에게 고기를 나누어 받고 살을 찌운다.”

천교의 온갖 뒤처리를 하며 레벨을 높이고 성장한 S급 헌터들.

“하지만, 사냥꾼이 아끼는 아들은 여전히 배가 고파,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점점 허기를 느껴.”

포식군주 뤼장첸은 천교 길드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면서도 더 큰 힘을 갈망한다.

“결국, 사냥꾼은 통통하게 살이 찐 사냥개들을 하나둘 도축하기 시작해.”

거의 다 성장한 뤼장첸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그동안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며 성장한 S급 헌터들을 흡수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충성스러운 사냥개들은 모두 고기가 되었고 ‘만찬’이 되어 잡아먹혔어. 감동적인 이야기지?”

천교의 주력 S급 헌터들을 흡수한 뤼장첸은 폭식마가 되었고 세 번째 대격변을 일으켰다.

이것이 회귀 전 있었던 일이자, 천교가 S급 헌터들을 만든 진짜 이유였다.

“아니야…… 아니다.”

양천은 처용의 말에 거세게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믿기 힘들다면, 내 친히 기회를 주지.”

-탁.

처용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하자.

-쿠르르! 지지직! 지직!

양천과 처용이 있는 방 전체에 스파크가 튀며 균열이 일어났다.

“지금이라면 네놈 성좌와 대화할 수 있을 거다. 직접 물어봐라.”

처용이 한 일은 별거 없었다.

이 방을 감싼, 신성력과 마나를 차단하는 결계를 잠시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우우웅.

양천은 신성력과 마나가 조금씩 운용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

성좌인 나타와 다시 연결되는 감각을 느꼈다.

‘……용맹한 호법신이시여.’

양천이 자신의 성좌, 나타를 부르자.

-어떻게 연결된 것이냐?

나타가 자신과 연결된 신관에 의문을 표했다.

분명, 마나와 신성력이 차단되는 특수한 결계에 갇혔다 들었었으니까.

-결계를 빠져나온 것이냐? 그렇다면 당장 집결지로-!

‘호법신이시여, 한 가지 질문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양천이 나타의 명령을 자르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놈이 감히-!

나타가 감히 자신의 말을 자른 양천을 향해 분노를 드러낼 때.

‘한 가지…… 질문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양천이 굳은 목소리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무어냐!

신관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챈 나타가 거칠게 묻자.

‘……위대한 하늘 위로 바쳐질 최후의 만찬, 그것은 정말 제가 아는 한 명이 맞습니까?’

잠시 생각을 하듯, 짧게 침묵한 양천이 질문을 올렸다.

-그렇다! 최후의 만찬은 단 한 명만 희생하면 되느니라!

나타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그 말을 들은 양천은.

‘호법신의 신명을 걸고 정녕 진실이옵니까?’

신명의 맹세를 언급하며 재차 진실인지를 확인했다.

성좌가 신명을 걸고 말한다는 것은, 그 말이 진실이라는 의미.

이것으로 자신이 ‘만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 이놈!! 감히 하찮은 미물 따위가 위대한 신에게 맹세를 언급하느냐!?

나타는 감히 인간 따위가 신명의 맹세를 언급한 것에 분노를 내질렀다.

평소의 양천이라면 여기서 멈추고 용서를 구한 다음, 나타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이군요.’

지금 양천의 태도는 평소와는 달랐다.

길드에 누구보다도 헌신했던 타친핑이 쓰레기처럼 버려졌고.

성스러운 성지는 대악마를 향해 의식이라도 행한 듯, 검은 대지가 되어 버렸다.

그 성지 안에서 함께 생활하던…… 동료들이 한 줌의 재가 되며 사그라졌다.

그간 벌어졌었던 일들로 인해, 양천의 마음속에는 불신이 싹튼 상태.

양천의 눈가가 크게 일그러지며 비참함이 드러나자.

“나타는 신명의 맹세를 못 할 거다.”

처용이 양천의 상황을 눈치채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불 도깨비 새끼가 악신이 되어 신명을 새로 받았다면, 신관인 네게도 변화가 있어야 하니까.”

“…….”

처용의 말에 양천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침묵했다.

흉수악신으로 판명 났던 이랑진군.

그의 신관인 왕저우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갑자기 강해진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때쯤, 이랑진군이 악신으로 변한 것 같았다.

‘신들을 위해 헌신한 제 신앙의 대가가 이것이옵니까?’

양천이 입술을 씹으며 비참함을 담아 나타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이라도 나타의 입에서 신명을 걸고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네놈이 ‘만찬’이 되는 것이 뭐가 문제인 것이냐!?

나타에게서 들려온 답은…… 잔혹한 진실이었다.

-천교의 하늘 같은 은혜를 입은 하계종 따위가 감히! 신들의 지엄한 생각에 의문 따위를 갖다니!

오히려 나타는 감히 신들의 계획에 질문을 던지고 의문을 갖는 신관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정녕…… 당신을 모셨던 신관을…… 이렇게 버리시는 겁니까?’

양천이 고개를 떨구고 힘 빠진 목소리로 묻자.

-위대한 하늘 위로! 하찮은 네놈의 육신이 바쳐지는 것을! 영광으로 알거라!! 이 머저리 같은 하계종-!

나타에게서 거친 고함이 계속 울려왔다.

양천은 신력을 담아 자신을 짓누르는 나타에 의해 고통스럽다는 듯, 점점 인상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그때.

“끊어줄까?”

분위기를 살피던 처용이 양천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머리를 울리는 나타의 고함에 고통받던 양천은.

“부탁…… 드립니다.”

작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읊조리듯 답했다.

-탁!

양천의 대답을 들은 처용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지직!

결계를 약화시키던 처용의 강기와 신력이 다시 회수되었고 결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네…… 네놈! 서- 역천……!

나타에게서 들려오던 경악 섞인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들리지 않았다.

“……하.”

양천이 떨리는 두 눈을 감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자.

“진실을 마주한 기분이 어떤가?”

처용이 작은 측은함을 담아 물었다.

“허무하고…… 허탈하군요.”

양천에 입에서 배신감이 깊게 배인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든 양천의 눈빛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알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역천군주.”

배신당한 신관에게서 분노와 증오가 뿜어져 나왔다.

더 이상, 자신이 모신 신들과 지킬 의리와 신뢰 따위는 없다는 듯 보였다.

양천의 변한 태도를 본 처용은.

“내가 알고 싶은 건 처음부터 하나였어.”

짙은 미소를 지으며 중요한 질문을 건넸다.

“네놈을 잡아먹으려는 뤼장첸…… 그 새끼 지금 어디에 있어?”

처용의 질문이 울리자.

“……제가 아는 모든 걸 말씀드리죠.”

굳건하게 닫혀 있었던 양천의 입이 열리며 그가 아는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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