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콰콰콰! 콰콰! 쿠구구!!
천교의 성지, 토벌이 끝난 검은 대지에서 거대한 버섯 구름이 피어나며 폭발이 일어났다.
-무, 무슨!?
-적인가!
검은 대지를 마저 청소하던 모든 헌터들이 각지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보며 긴장감을 보였다.
그러나 단 한 명.
‘지하의 시설이 넓었던 만큼, 생각보다 폭발이 크군.’
처용만큼은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듯, 느긋하게 폭발을 구경하며 속으로 읊조렸다.
겉으로는 무표정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잔혹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야 지금의 폭발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천교 길드 본부 지하에 있는 비밀 실험실.
처용이 사전 정찰 당시, 그 비밀 실험실의 보안을 장악했었다.
타친핑과 양천이 다른 성운 몰래 비밀 실험실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들과 중간에 나타난 나타와의 대화도 모두 듣고 있었다.
실험실을 살피러 온 타친핑과 양천, 나타가 실험실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순간!
처용이 장악한 실험실의 보안을 이용해 실험실을 자폭시키도록 명령했다.
긴급 소멸 시퀸스.
이 명령어는 실험실을 완전히 폐기하거나, 막을 수 없는 적이 쳐들어왔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실험실 자체를 깔끔하게 없애버리는 자폭.
즉, 천교가 실험했다는 사실 자체를 은폐하기 위한 장치였다.
-쿠구구! 쿠콰콰! 콰쾅!
지면을 거세게 울리는 폭발이 계속되었다.
하늘 위로 솟구친 폭발의 잔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막아!
-모두 결계로!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헌터들이 방어 스킬을 사용하며 뭉쳐 들었다.
이윽고.
-쿠구구…… 쿠구!
폭발의 위력이 점차 줄어들며 흙먼지가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하늘 위로 솟구친 잔해가 거의 다 떨어졌을 무렵.
“풍운부 - 바람의 선물.”
타이밍을 재던 처용이 은밀하게 풍운부를 만들어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이! 휘릭!
은은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하늘 위로 날아오를 때.
-훅! 후두둑!
처용이 아공간을 열고 무언가를 꺼내 솟구치는 바람 속으로 내던졌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아주 기대되네. 크크크.”
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솟구치며 점점 작아지는 점들을 본 처용이 비틀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이런! 씨벌!”
-콰쾅!
폭발에서 빠져나온 타친핑이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젠장할! 이런 개 같은!”
-콰지직!
타친핑이 욕을 내뱉으며 사방을 때려 부수자.
“…….”
“…….”
천교 소속 헌터들이 차마 말리지는 못하고 침묵하고 있었다.
타친핑이 일으키는 소란에 다른 길드 소속 헌터들도 눈길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타친핑…….”
양천이 타친핑을 말리려는 듯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지만.
“네놈도 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가!!”
타친핑이 핏발이 가득한 벌게진 눈으로 양천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 말대로! 상황만 살피고 조용~히! 기어 나왔으면!!”
-콰쾅!!
또다시 타친핑이 내뿜은 마나에 의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재차 무너졌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단 말이다!!”
타친핑의 분노 가득한 고함이 공기를 울렸다.
“…….”
양천은 차마 타친핑을 향해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타친핑은 분노가 풀리지 않은 듯.
“네놈의 성좌! 그 무식한 도깨비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똑똑히 봐라!”
양천의 성좌, 나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타친핑! 자네 미쳤는가!?”
타친핑의 말에 양천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성좌를 향한 신성모독은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었다.
특히, 신을 모시는 신관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위계질서만큼은 매우 엄격한 천교.
“이번만큼은 용서받을 수 없을 걸세!”
천교에서의 신성모독은 즉결처형감이었다.
그러나.
“닥쳐! 이 개 같은 새끼야!”
눈이 돌아간 타친핑의 입에서는 양천을 향한 욕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태상노군이시여!”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의 성좌를 불렀다.
“이게 정녕! 저의 잘못입니까!!”
타친핑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자.
[네놈!!]
-쿠르르르!
하늘에서 새하얀 벼락이 떨어지며 반투명한 태상노군의 형상이 나타났다.
신물을 사용해 신관인 타친핑 앞에 분신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태상노군이 난동을 부리는 자신의 신관을 향해 소리치자.
“태상께서는 다 보았을 것 아닙니까! 이 일이 정녕 제 잘못입니까!!”
타친핑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감정을 호소하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검은 대지 때문에 실험실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실험실을 견고하게 건설했다고는 해도, 무려 성지를 잠식한 검은 대지.
분명,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무언가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해서! 조용히 상황만 파악하고! 추후 조심스럽게 처리할 계획이었단 말입니다!!”
타친핑은 우선 상황만 조심스럽게 파악한 후, 나중에 수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타가 지른 고함으로 인해 실험실이 옅게 울렸고 그 후 사고가 발생했다.
타친핑은 실험실이 폭파된 원인을 나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정녕! 이번 일이 저의 잘못입니까!!”
성운이 이번 일을…… 이전처럼 자신의 ‘무능’을 거론하며 자신의 탓으로 돌릴까 두려웠다.
타친핑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길드의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자신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천교라는 길드와 성운을 위해 힘써 온 자신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문제들마다 성좌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무능’이 거론되었다.
심지어 성좌인 태상노군조차 신관인 자신을 변호해주지 않았다.
다른 성좌들처럼 자신의 무능을 탓하고 있었다.
그저 옥황상제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타친핑에게는 보였다.
자신은 무능하지 않다.
성운이 내리는 명을 완벽하게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누구보다도 천교를 위해 피땀을 흘렸다.
“나! 만큼이나! 천교를 위해 헌신한 자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마치, 확인을 받고자 하는 듯, 타친핑이 태상노군을 향해 소리쳤다.
작은 희망을 가지고…….
그러나 신관인 타친핑의 호소에.
[이런 ‘무능’한 하계종이!]
태상노군의 입에서 또다시 ‘무능’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동시에 태상노군이 인상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타친핑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하찮은 것! 네놈은 더 이상! 나의 신관이 아니다!]
-파지지지직!
그리고는 타친핑을 향해 새하얀 번개, 천벌을 쏘아 보냈다.
“커헉!”
-파지직! 쿠궁! 쿵!
천벌에 맞은 타친핑이 피를 토해내며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화신체가 아닌, 분신이 발현한 힘이었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저 쓰레기 같은 하계종은 이제 필요 없다! 새로운 태상의 신관을 선출할 것이다!]
태상노군은 타친핑을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바라보듯, 혐오를 담아 노려보며 말했다.
“하…… 허무하도다.”
-후두두…….
타친핑이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참으로…… 헛된 일을 하였도다.”
그간의 헌신과 노력이 ‘무능’과 ‘쓰레기’라는 결과로 다가오자 짙은 허무함이 몰아쳤다.
“옥황상제…… 이것이 정녕 하늘의 결정입니까?”
타친핑이 하늘 위를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러자.
[쓰레기 같은 하계종 따위가 감히 하늘을 입에 담지 마라!!]
태상노군이 자신의 신관이었던 자를 노려보며 거칠게 소리쳤다.
하찮은 인간이 감히 천교의 주신을 함부로 입에 담았으니까.
그때.
-쿠구구!
하늘 위, 이젠 맑아진 구름이 한곳으로 모여들더니.
-스스스.
옥황상제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대지가 사라졌기에 주신의 권한으로 성지였던 땅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위대한 하늘이시여…….”
타친핑이 모습을 드러낸 옥황상제를 올려다보며 작은 희망을 품었다.
왕(王)이라면, 상제(上帝)라면!
이런 억울한 상황을 굽어살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신성모독의 죄는-.]
무심한 표정의 옥황상제가 타친핑을 향해 입을 열고는.
[천벌(天罰)로 다스리겠노라.]
-쿠르르!
타친핑을 향해 새하얀 번개, 천벌을 내리쳤다.
옥황상제가 내린 판결은 ‘사형 선고’였다.
“하…….”
마지막 희망이 부수어진 타친핑이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을 보며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동시에.
“옥황상제, 이 개새끼-.”
옥황상제를 향해 최후의 욕설을 내뱉었다.
최후의 욕설과 함께 옥황상제의 천벌이 타친핑에게 닿기 직전.
“방금 그 말, 마음에 들었다.”
-스르릉!
하늘을 올려다보는 타친핑의 시선 위로 검은 칼날이 나타나더니.
-차캉! 콰쾅!!
옥황상제의 천벌을 튕겨냈다.
“……뭐?”
타친핑이 멍한 표정으로 천벌을 튕겨낸 칼날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그의 눈에 칼날에 새겨진 절(切)이라는 문자가 보였다.
옥황상제의 천벌에서 타친핑을 구해준 이는 다름 아닌.
“역천…… 군주?”
역천군주(逆天君主)라 불리는 헌터.
신들에게 있어 이단(異端)이라 평가되는 자.
유일하게…… 신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인간.
처용이었다.
“……왜?”
타친핑의 입에서 많은 의미가 함축된 한 마디의 의문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마지막 말이 마음에 들어서.”
처용이 고개를 돌려 타친핑을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
[네 이놈!!]
태상노군이 함부로 재판에 난입한 처용을 보며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고는 고함을 내질렀다.
[감히! 하계종 따위가 신들의 신성한 재판에 끼어들다니! 네놈을 당장-!]
“당장 뭐 어쩌실 건데? 크크.”
처용이 태상노군의 말을 자르며 비웃음을 흘리고는.
“그 잘난 천벌을 한 번 더 내리쳐 보든가?”
-스르릉.
타친핑을 보호하듯 그를 등지며 태상노군을 향해 역천의 절을 겨누었다.
그러자 태상노군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지고는.
[이 벌레 같은 하계종이 감히! 신에게!]
-콰르르릉!
신에게 반항하는 하계종, 처용을 향해 소리치며 천벌을 내뿜었다.
-차캉! 쿠르릉!
천벌을 바라본 처용이 역천의 절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며 튕겨냈다.
[이-!]
태상노군이 다시 한번 새하얀 번개를 손아귀에 모으려 할 때.
“왜 행패를 부리는 것이오! 역천군주!”
양천이 처용을 향해 항의하듯 소리쳤다.
“이것은 천교의 일이오! 함부로 개입하는 건-!”
“내가 개입하겠다는데.”
처용이 양천의 말을 자르고는.
“왜? 감히 날 막아서기라도 할 건가?”
-스르릉!
양천을 향해 역천의 절을 겨누며 낮게 읊조렸다.
“선을 넘지 마라! 역천군주!”
양천이 처용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창을 겨누자.
-스르릉!
-스릉!
천교의 헌터들이 그를 따라 처용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큭, 소모품 취급받는 쓰레기들이 충성스러운 척하는 게 웃기는군.”
처용이 천교의 헌터들을 쭉 둘러보며 말하자.
“…….”
“…….”
헌터들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조금 전, 천교 길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S급 헌터가 ‘무능한 쓰레기’ 취급받으며 버려졌으니까.
일그러진 헌터들의 표정을 잠시 구경하던 처용은.
“그리고…… 먼저 선을 넘은 건 네놈들이야.”
-화아아!
밝게 빛나는 보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
처용이 꺼낸 빛나는 보석을 바라본 양천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동시에, 타친핑 역시 보석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 눈가를 꿈틀거렸다.
‘이걸 알아보는 놈은 소수로군…….’
분위기를 살핀 처용이 속으로 미소를 감추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네놈들…… 다른 성운의 성좌를 살해하고 실험했더라?”
모두가 들으라는 듯, 마나를 담아 강하게 말했다.
처용의 말이 울린 순간.
-척.
-처적.
처용이 있는 자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화와 연아 등 처용과 함께 근원을 처리했던 특공대들.
성자와 교단 소속 헌터들.
올림포스, 아스가르드, 파라오 길드 등등.
이번 검은 대지 정화 작전에 투입된 모든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성자와 제시카 등 각 길드를 대표하는 헌터들의 손아귀에는.
-화아아!
밝은 빛을 내뿜는 보석들이 들려 있었다.
“역천군주의 말이 사실입니까?”
심각한 분위기를 보이는 제시카가 양천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이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저스티스 길드의 길드장, 메타트론의 신관인 라리네가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이 안에는…… 오래전에 실종된! 천사님의 신력이 담겨 있습니다!”
라리네의 말이 끝나자.
[태상노군! 옥황상제!!]
-파지지직!
그녀의 몸에 강신한 메타트론이 태상노군과 하늘 위의 옥황상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당장……! 당장! 이것에 대해 해명해라! 옥황상제!]
메타트론의 말이 울리자.
[그게 무엇이란 말인가! 우린 그게 뭔지 모른다!]
태상노군이 모른다고 잡아떼며 거칠게 말했다.
그때.
“천교는! 다른 성운의 성좌들을 몰래 사로잡아 끔찍한 실험을 자행했습니다!”
처용의 뒤에 있던 타친핑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 말에.
[이 버러지 같은 쓰레기가……!]
하찮은 인간의 배신에 태상노군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고.
[……!]
옥황상제 역시 눈매가 꿈틀거리며 무표정이 무너졌다.
그 모습을 본 타친핑은.
“뭐 어쩌라고?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크크.”
자신을 버린 태상노군과 옥황상제를 향해 욕을 내뱉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