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80화 (280/726)

#280화

강렬한 빛과 함께 올 딜리트가 터져나가자.

“와아! 진짜 성공했어요!”

성녀가 점차 사라지는 검은 대지를 보며 기쁨을 표했다.

다른 이들 역시 성녀가 보인 힘에 놀람을 표했다.

심지어 그녀가 보인 올 딜리트는 검은 대지를 점차 없앨 뿐 아니라.

-캬아……!

-크…….

검은 대지에서 양분을 얻던 몬스터들 마저 약화시켰다.

-캬아아!

-크아아아!

다크 헌터들과 마수들이 마치, 살충제에 맞은 바퀴벌레들처럼 괴로움을 호소하며 몸부림쳤다.

동시에.

-꾸르르륵? 꾸륵! 꾸륵!?

디파일리스크 역시 무언가 영향을 받은 듯, 촉수를 꿈틀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슈륵!? 후드드! 후둑…….

온몸에 꿈틀거리는 촉수 가닥의 일부분이 녹아내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이자, 불사의 생명체 디파일리스크.

그 불사의 조건은 바로 ‘검은 대지’의 존재 그 자체였다.

디파일리스크는 검은 대지의 근원에서 태어난 부정의 덩어리.

검은 대지가 존재하는 한 디파일리스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러나 성녀가 발휘한 올 딜리트에 의해 검은 대지가 큰 타격을 받아버렸고.

-쿠웨웨웨!

검은 대지가 약해짐에 따라 디파일리스크의 불사 능력도 약해진 것이었다.

다만, 성녀의 올 딜리트에 의해 검은 대지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는 해도.

-스르르르…….

검은 대지를 뒤덮은 점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였다.

절반 정도 점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다시 검은 점막이 조금씩 재생되고 있었으니까.

검은 대지를 완전히 정화하는 데는 실패한 것.

하지만.

‘200레벨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면 훌륭하네.’

처용은 성녀가 발휘한 올 딜리트를 보며 나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본래, 검은 대지는 지금 시기에 나타나서는 안 될 대재앙이었다.

지금의 헌터들은 처용의 도움 없이는 검은 대지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다.

성녀는 그런 대재앙을…… 무려 절반 정도나 걷어냈다.

‘대견하네.’

처용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회귀 전의 미래를 이겨내고 새롭게 다시 태어난 성녀를 보며 만족을 표했다.

게다가 지금의 성녀는 회귀 전보다 더 높은 잠재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본래 치료 전, 그녀의 클래스는 ‘하이 프리스트’, 회귀 전에는 ‘로열 프리스트’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 : 호네아 마리오 베르글리오]

[레벨 : 156]

[칭호 : S급 헌터, 혼돈의 성인]

[클래스 : 카오스 세인트(Chaos Saint)]

[특징 : 신성력과 마기를 동시에 다루는 독특한 클래스입니다.]

[빛과 어둠 속성의 에너지를 뜻대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스킬 : 트랜스폼, 컨버전……]

혼돈(Chaos)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성자와 같은 클래스인 세인트(Saint)가 되었다.

게다가 오직 빛만을 다루던 회귀 전과는 다르게 빛과 어둠 모두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진짜 힘은 단순히 빛과 어둠을 다루는 정도가 아니었다.

회귀 전과 다르게 지금 그녀의 클래스는 ‘카오스 세인트’.

빛과 어둠을 모두 다루는 만큼, 그녀의 올 딜리트 또한 더 뛰어난 능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비록, 지금은 게이트의 거대한 에너지를 흡수해서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녀가 앞으로 더 성장한다면, 스스로가 가진 힘만으로도 도시를 뒤덮은 검은 대지 정도는 충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남은 마기를 모두 흡수하면 한 번 더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우우웅!

성녀는 게이트의 마기를 마저 흡수하며 방금과 같은 올 딜리트를 한 번 더 준비하고 있었다.

“자 그럼…….”

성녀를 잠시 살핀 처용이 고개를 돌려 디파일리스크를 다시 마주했다.

“네놈이 국가급이었으면 토벌이 불가능했겠지만…….”

-스르릉!

처용이 디파일리스크를 향해 읊조리며 역천의 절을 겨누었다.

사실, 눈앞에 있는 디파일리스크는 회귀 전 마주했었던 놈들에 비해 많이 작은 편이었다.

지금 마주한 디파일리스크는 고작 도시급,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개체에 속했다.

하지만 회귀 전, 나라 전체를 집어삼킨 국가급 디파일리스크.

놈은 도시급보다 적어도 열 배는 거대했고 더욱 강력했다.

그러나.

“네놈이 국가급이 될 일은 결코 없을 거야.”

눈앞에 있는 디파일리스크는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새싹에 불과했다.

-쿠구구!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강기가 허공에 뭉쳐 들었고.

‘천마신공 - 천마강림!’

-스스스!

처용의 위로 천마의 의지가 형성되었다.

그 순간.

-쿠웨에에!

디파일리스크가 괴성을 토해내더니.

-슈르릅! 푸화아아아!

세 개의 꼬리 중 가운데, 둥근 호스처럼 생긴 꼬리에서 검고 질척한 부유물들을 쏟아냈다.

마치 끈적한 검은 솜사탕과 같은 안개가 사방으로 뻗어나간 순간.

-꾸르륵! 꾸륵! 꾸륵!

디파일리스크의 거대한 육체가 여러 갈래로 분열하며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스무 개가 넘던 다리가 열 개로 줄었고 꼬리는 두 개로 줄어들었다.

몸집 또한 원래 크기의 30%로 줄어들었다.

그 대신 녀석의 수가 스무 마리로 늘어났다.

본체의 크기를 줄이고 수를 늘리는 분열 능력이었다.

-쿠워워!

수십 마리로 분열한 디파일리스크가 처용을 피해 한 방향으로 돌진해나갔다.

그 목표는 다름 아닌 제단, 그 위에 있는 성녀였다.

앞을 가로막는 강자, 처용을 처치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이대로 검은 대지가 완전히 사라지면 자신 또한 죽을 터.

디파일리스크는 본능적으로 검은 대지를 위협하는 존재가 성녀임을 알아차리고 모든 공격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었다.

성녀만 처치한다면 검은 대지는 무사할 테니까.

-쿵! 쿵! 쿵! 쿠쿵!

분열한 디파일리스크가 촉수가 가득 붙어 있는 열 개의 다리를 기괴하게 움직이며 다가오자.

“으아아!? 너무 혐오스러운데요?”

그 모습을 바라본 성녀가 소름이 끼친다는 듯, 질린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심지어 제단을 향하는 것은 디파일리크만이 아니었다.

-크아아!

-크에엑!

-크학!

주변에서 전투를 치르던 모든 몬스터들이 눈앞의 적을 무시하고 제단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놈들의 목표 역시 디파일리스크와 같았다.

주변의 모든 몬스터들이 제단으로 밀물처럼 몰려들 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쿠구구!

천마의 의지를 꺼낸 처용이 강기를 최대치로 끌어모으며 입을 열었다.

“날 무시하는 건 좋지 못한 판단이었어.”

-쿠우우우!!

역천의 절이 진동할 정도로 강렬한 강기가 가득 차오른 순간.

“천마신공 오의!”

처용이 칼날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백귀야행!”

천마신공의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했다.

-캬아아!

-크아아!

강렬하게 퍼지는 강기들이 백귀의 형상을 취하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촤아아!

-우드득!

백귀들과 몬스터들이 서로 엉겨 붙으며 살육전이 벌어졌고.

-콰직! 콰지직!

-우득! 촤아아!

일부 백귀들은 디파일리스크의 다리와 몸통에 달라붙으며 마구잡이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처용이 몬스터들의 진형을 완전히 헤집어 버린 순간.

“쏴라!”

연화의 명령과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크루저 터틀, 복이의 등껍질에서 개미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쏴아아!

-푸화아아!

속성 마나가 응축된 포격이 몬스터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몬스터들이 백귀들과 포격을 뚫고 제단으로 접근했지만.

“거울 숲의 환영.”

-피이이!

미우가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길목에 환영을 보여주는 거울을 세우며 놈들을 교란했다.

겨우 제단으로 접근한 일부 몬스터들이 미우의 환영으로 인해 다시 포화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캬아아!

-으아!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S급 다크 헌터와 일부 A급 몬스터들이 환영을 뚫고 제단으로 접근했다.

-쿠구!

S급 다크 헌터가 제단의 위를 향해 절반 정도 발을 디뎠을 때.

-키에에!

크루저 터틀에서 순식간에 날아온 물결이와 태풍이가 발톱을 휘두르며 그 앞을 막아섰다.

“스톤…… 배쉬!”

-쩌저저적!

S급 다크 헌터가 주변의 바위를 끌어모아 몸집을 불리고는 강제로 뚫고 나아가려 했지만.

“파도의 검 - 다섯 번째 장!”

이번엔 환도에 파도를 한가득 휘감은 연화가 앞을 막아섰다.

“해룡의 격노!”

-콰아아아!

환도에 휘감긴 파도가 용머리의 형상을 띠고는 다크 헌터에게 쏘아져 나갔다.

-쿠구! 우드드!

파도로 만들어진 용의 형상이 S급 다크 헌터의 몸통을 물어 으스러뜨렸고.

“으어……!”

치명상을 입은 S급 다크 헌터의 몸이 크게 찢겨나가며 뒤로 나자빠졌다.

뒤를 따라온 A급 다크 헌터들과 마수 역시.

“블레이드 팬텀!”

-촤아! 촤아아!

물로 만들어진 유령을 쏘아 보내며 길을 막는 연아와.

“블러드 샷!”

-슈르르르!

혈기를 내뿜으며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루나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윽고.

“한 번 더 갑니다!”

-우우웅!

성녀가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다시 한번 올 딜리트의 사용 준비가 끝났다는 뜻!

-크웨에에에!

그 모습을 본 디파일리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발악하고는 제단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 했으니까.

그러나.

“어딜 가나?”

-우우웅!

처용이 역천의 절에 강렬한 강기를 휘감으며 앞을 막아섰다.

“백귀야행!”

또 다시 강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백귀야행이 발동되었고.

-캬아아!

-키케케!

강기로 만들어진 백귀들의 군대가 몬스터들과 디파일리스크들을 뒤덮었다.

본래, 백귀야행은 천마신공의 오의이니만큼, 연속으로 사용하기 힘든 기술이었다.

하지만.

‘효과가 기대 이상이군.’

처용이 왼손에 들고 있는 빈 포션 병을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동시에 맑은 하늘처럼 푸른 빛이 일렁이는 포션을 새로 꺼냈다.

[심해의 농축 포션 / 소모품]

[등급 : 레전더리]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된 영약을 정제하고 재조합하여 만들어낸 포션.]

[소모된 육체의 모든 에너지를 빠르게 회복시켜 줍니다.]

-모든 스킬의 반동 및 재사용 시간 대폭 감소.

-소모된 모든 에너지 급속 충전.

처용이 꺼낸 포션은 올림포스 소속 길드 중 하나인 넥타르 길드의 길드장, 메로나가 만든 포션이었다.

이전 세계 헌터 회의 때, 심해의 공청석유를 건네며 의뢰했었던 포션.

메로나는 엘릭서를 만들어내는 실력자답게, 아주 뛰어난 포션을 만들어냈다.

소모된 에너지를 즉시 빠르게 회복시켜준다는 점도 훌륭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스킬의 반동을 줄이고 재사용 시간 소모를 가속시킨다는 점이었다.

즉,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고 이 포션을 즉시 마신다면, 그 스킬을 보다 빠르게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단순히 치명상을 회복시키는데 특화된 엘릭서보다도 더욱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는 포션이었다.

‘……굳이, 하나 더 쓰지 않아도 되겠군.’

상황을 지켜본 처용이 집어 든 포션의 마개를 열려다 말았다.

여차하면 백귀야행을 한 번 더 쓰려 했었지만.

-크아아…….

-크웨엑!

이미 다크 헌터들과 마수들, 디파일리스크의 수가 점점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우우웅!!

성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점차 강렬해지고 있었다.

이전, 처음으로 올 딜리트를 사용할 때보다도 더욱 찬란한 빛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올 딜리트!”

-화아아아!

올 딜리트가 발동되며 성녀에게서 흘러나온 강렬한 빛이 검은 대지 위로 흘러갔다.

-파사사! 파삭!

지면을 뒤덮은 검은 대지가 평볌한 땅으로 점점 돌아가기 시작했고.

-쩌적! 쩌저적!

제단 위에 있던 검은 게이트가 점점 돌처럼 굳어지더니.

-파사사……!

가루처럼 흩날리며 부수어졌다.

동시에.

-쿠구구! 쿠구!

멀리서 끄트머리만 보였던 검은 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각각, 탑들을 공략하러 나섰던 거대 길드들 역시 작전에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멀찍이 보이던 탑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모두 무너져 내리자.

-쩌저저적!

일행들이 발을 딛고 있던 제단 역시 점점 균열이 일어나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이쪽으로!”

복이의 머리 위에 올라탄 연화가 제단 위에 있는 성녀와 미우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모두가 무너지는 제단 위에서 피했을 때.

-와사사사삭!

제단이 모래성처럼 폭삭 주저앉으며 완전히 무너졌다.

그리고.

-크웨엑! 쿠웩……!

만신창이 상태의 마지막 디파일리스크가 검은 토사물을 게워냈다.

바닥에 토해낸 토사물로 인해 검은 대지처럼 끈적함이 번졌지만.

-파사사……!

얼마 번지지 못하고 잿가루처럼 흩날리며 사그라졌다.

-저벅.

처용이 몸부림치는 마지막 디파일리스크 앞에 섰다.

-크웩! 크아아!

디파일리스크가 처용을 향해 앞다리와 꼬리를 휘두르려 했지만.

-철퍽! 철푸덕!

힘이 점점 빠지는 듯 맥없이 바닥을 쓸며 기어 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마지막 디파일리스크를 바라본 처용이 여덟 장의 명환부를 소환하고는.

-화아아!

“팔괘봉마진 – 영-.”

팔괘의 진법을 그리며 ‘팔괘봉마진 – 영멸’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잠시 멈칫하고는.

“……팔괘봉마진 – 영옥(靈獄).”

진법을 바꾸어 영멸(永滅)이 아닌, 영옥(靈獄), 즉 봉인진법으로 바꾸었다.

-피이이! 촤자자자-!

명환부로 만들어진 진법이 디파일리스크를 가두며 점점 축소되었고 작은 상자로 변했다.

-탁.

이윽고 처용의 손아귀에 새하얗게 빛나는 작은 상자가 잡혔다.

“이것으로…….”

상자를 아공간에 집어넣은 처용이 이번 작전에 참여한 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작전 종료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처용이 작전 종료를 선언하자, 모두의 표정에 성취감이 일렁이는 미소가 피어났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