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앞서 자잘한 몬스터들과는 전혀 다른 적들의 등장에 모두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단.
“도와줘?”
아직 처용은 여유를 잃지 않은 듯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처용이 정면을 방어하고 있는 연화와 연아를 향해 묻자.
“이 정도는 괜찮아.”
“필요 없어!”
연화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고 연아 역시 문제없다는 듯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
“고작 이 정도로 도움받을 만큼,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어.”
-쿠구구!
격렬히 솟구치는 파도와 같은 신성력을 내뿜은 연화의 말이 끝난 순간.
“주력함 소환.”
며칠 전 새로 얻은 스킬을 선보였다.
-콰아아!
연화에게서 솟구친 파도들이 허공에 뭉치더니 게이트를 형성했다.
게이트가 완성된 순간.
-쿠구구!!
허공에서 암벽 동산과 비슷한 모습의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암벽이 떨어지는 위치는 다름 아닌, 다크 헌터들의 머리 위였다.
“……!”
“……크아!”
위협을 감지한 다크 헌터들이 위를 올려다보며 당황을 표했다.
-탓!
-휘릭!
S급 다크 헌터와 발 빠른 A급 헌터들은 재빨리 자리를 피했지만.
“……으아!?”
“크아악!”
일부 B급 다크 헌터들은 차마 피하지 못했다.
결국.
-쿠콰콰쾅!!
피하지 못한 일부 다크 헌터들은 육중한 무게에 짓눌려 사망했다.
“복아!”
연화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암벽 동산을 향해 말하자.
-우우우!
암벽 동산에서 거북이의 팔과 다리, 머리가 튀어나오며 울음을 토했다.
연화의 신성력이 만든 게이트를 통해 나온 거대한 암벽 산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대한 거북이.
정확히 말하자면, 연화의 ‘주력함’이 된 크루저 터틀이었다.
-쿠우우!
연화에게서 복(福)이라는 이름을 받은 거대한 크루저 터틀이 주인을 반기듯 울음을 토했다.
크루저 터틀이 나타난 순간.
-스스스!
검은 대지에서 옅은 안개가 솟아오르며 복이에게 향했다.
‘침식’이 시작되려는 것.
하지만.
-슈르르!
대부분의 안개는 성녀와 죽음의 신관, 아일라가 들고 있는 앙크로 향했다.
그리고 차마 흡수하지 못한 일부 안개는.
-우우웅!
복이를 감싸고 있는 연화의 푸른 신성력에 의해 차단되었다.
“크아!”
“으아악!”
난데없이 나타난 거대한 거북이를 적으로 인식한 다크 헌터들 중 일부가 달려들었다.
그때.
-키에에에!
크루저 터틀, 복이의 등 부분에서 무언가가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사가가각!
-스가각!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절삭음과 동시에 푸른 선들이 그어졌고.
-촤아! 촤아아!
크루저 터틀, 복이에게 달려들던 B급 다크 헌터들이 조각나며 바닥에 흩뿌려졌다.
-탁.
다크 헌터들을 도륙 낸 무언가가 다시 복이의 등으로 올라타며 모습을 드러냈다.
날렵하고 유려한 몸체에 곤충의 날개를 단, 개미와 비슷한 모습을 한 두 존재.
[윈드 앤트리스 제너럴 - 태풍이]
아타에게서 바람 속성의 힘을 받고 태어난 제너럴급 개미, 태풍이와.
[아쿠아 앤트리스 제너럴 – 물결이]
아타가 만들어낸 개미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물 속성의 힘을 받고 태어난 물결이였다.
두 개미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그저 날개 달린 거대한 개미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덩치가 더 줄고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여섯 개의 팔을 가진 형태로 진화한 상태였다.
게다가.
-스르릉!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날카로운 칼날같이 변한 팔에는.
-우우웅!
마치, 검기처럼 극한으로 뭉쳐진 속성 마나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복이의 등껍질 위에서 나타난 개미는 물결이 만이 아니었다.
-키기긱!
-키이이!
물결이와 태풍이처럼 푸른색과 녹색을 가진 개미들.
[아쿠아 앤트리스 솔저]
[윈드 앤트리스 솔저]
그 개미들은 모두 물결이와 태풍이처럼 속성의 힘을 받고 태어난 병정개미들이었다.
모두 속성의 힘을 가진 개미들답게 B급 몬스터와 같은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제너럴급 개미를 포함한 병정개미들 모두 연화가 아타에게서 지휘권을 양도받은 ‘선원’들이었다.
“적들을 몰아내라!”
연화가 환도를 치켜들며 명령을 내리자.
-촤아!
-촤아아!
크루저 터틀의 등껍질에서 머리를 내민 병정개미들이 물과 바람의 포화를 몬스터들에게 퍼부었다.
다크 헌터들과 몬스터들이 폭격을 피해 뒤로 물러날 때.
“으아아!”
S급 다크 헌터가 크루저 터틀, 북이의 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스톤…… 스매쉬!”
생전에 바위를 다루던 탱커 클래스 헌터인 듯.
-쩌저저저적!
지면에서 바위가 솟구치며 다크 헌터의 오른팔에 달라붙어 거대한 팔을 형성했다.
-쿠구구구!
6미터 크기로 커진 거대한 바위 주먹이 복이의 머리로 쇄도하자.
-쩌적! 위이이잉!
복이가 쇄도해오는 S급 다크 헌터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는 마나를 모았다.
이윽고 다크 헌터가 거의 접근한 순간.
-콰아아아아!
복이의 입에서 강렬한 물줄기 광선이 뿜어져 나갔다.
-쿵! 촤아아!
돌진하던 S급 다크 헌터가 복이의 브레스를 맞고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마치, 거센 물줄기 폭포를 견디는 바위처럼, 쏟아지는 브레스를 갈라내며 버텼지만.
-치이이!
브레스의 위력을 전부 상쇄하지 못하고 점점 뒤로 크게 밀려났다.
하지만 거칠게 내뿜었던 브레스의 위력이 점점 약해졌고.
-쿵! 쿵!
브레스를 견디던 S급 다크 헌터가 다시 앞으로 전진했다.
이윽고 복이가 내뿜던 브레스가 멈추고 다크 헌터가 돌진하려는 순간.
-키이이!
-케에엑!
S급 다크 헌터의 좌·우로 물결이와 태풍이가 나타났다.
-우우웅!
두 개미의 칼날 같은 앞다리에는 검기처럼 예리하게 뭉쳐진 속성 마나가 빛을 내뿜었다.
-스가각! 사각!
물결이와 태풍이가 휘두른 앞다리 칼날에 푸른 선들이 그어졌다.
공격을 감지한 S급 다크 헌터가 한발 늦게 뒤로 물러섰지만.
-쩌적! 후두두……!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던 일부 바위들이 잘려 나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S급 다크 헌터와 두 제너럴급 개미가 충돌했을 때.
“크아아!”
“카아아!”
네 명의 A급 다크 헌터들이 복이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너희들을 나랑 놀지?”
-슈르르륵!
그 모습을 본 연아가 바닥에서 솟구치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심해의 영역!”
-촤아아!
사방을 물로 휘감고는 복이에게 접근하던 A급 헌터들과 함께 사라졌다.
그들을 연아의 영역, 심해 속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었다.
연아와 일부 A급 헌터들이 사라졌을 때.
-쿠구구!
아까부터 옅게 울려오던 검은 대지의 울림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 오고 있습니다.”
몬스터를 막기 위해 결계를 펼치던 미우가 무언가를 느끼며 말했다.
점점 거대한 존재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런 미우의 말에.
“놈은 이미 와 있어.”
처용이 진동하는 검은 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순간.
-쭈르르르륵!! 쭈륵!
검은 대지가 마치 치즈처럼 늘어나며 허공 위로 뭉치더니.
-꿀럭! 꿀럭! 꿀럭!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촉수가 가득 붙어 있는 스무 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와 비슷한 몸체가 만들어졌고.
-쩌저저적!
꽁무니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두 개의 긴 꼬리와 둥근 호스처럼 생긴 두꺼운 꼬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슈르륵! 쿠웨에에에엑!!
가장 앞에는 검은 침을 질질 흘리는, 날카로운 이빨이 빼곡하게 들어찬 길게 찢어진 입이 나타났다.
마치, 전갈과 거미, 지네 등을 섞어 만들어낸 키메라와 같았다.
문제는 그 덩치가 크루저 터틀인 복이보다도 거대하다는 점이었다.
대략, 몸통의 크기만 해도 50미터는 훌쩍 넘어가는 정도.
“으아아!? 저, 저건 도대체 뭔데 저리 흉측하게 생겼어요!?”
제단 위에서 게이트의 마기를 흡수하던 성녀가 거대한 괴생명체를 보며 소리쳤다.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
처용이 성녀의 말에 답하듯 새로 나타난 괴생명체를 보며 말했다.
검은 대지 위로 나타난, 끔찍한 형태의 초거대 괴생명체.
-스르릉.
역천의 절을 뽑아 든 처용이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를 노려봤다.
[디파일리스크(DefileLisk)]
[등급 : ??]
[특징 : 오염된 대지의 근원에서 태어난 거대한 부정의 덩어리.]
[확인 불가.]
[확인 불가.]
[스킬 : 게워내는 오염체, 감염 확산…….]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검은 대지가 아니라 그런가…… 생각보다 크기가 작군.’
처용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를 보며 읊조렸다.
디파일리스크(defilelisk).
해석하자면 위험한 오염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
이곳, 검은 대지의 근원으로부터 만들어진 오염의 집합체였다.
처용이 상대해 본 몬스터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의 몬스터 중 하나였다.
다만, 이번에 나타난 검은 대지가 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이 아니라 그런지, 크기가 조금 작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위험한 몬스터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쿠웨웨웨웨!
초거대 괴생명체,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 디파일리스크가 입을 더 길게 찢으며 검은 토사물을 쏟아냈다.
-주르륵! 주륵! 주륵!
새까만 토사물들이 꿀렁거리며 검은 대지 위로 번져나가자.
-크르르!
-캬아아!
-으아! 크아아!
검은 몬스터들과 다크 헌터들의 힘이 증폭되는 듯, 괴성을 지르며 더 강한 마기를 내뿜었다.
심지어.
-꿀렁. 꿀렁! 크르르!
디파일리스크가 쏟아낸 토사물 중 일부는 서로 뭉치더니 새로운 몬스터로 변했다.
그것도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인페스트 블랙 코카서스]
[등급 : A급]
꿈틀거리는 촉수가 털처럼 붙어 있는 거대한 장수풍뎅이와.
[인페스트 다크 와이번]
[등급 : B급]
[인페스트 다크 웜]
[등급 : B급]
.
.
마찬가지로 외피에 시커먼 촉수들이 털처럼 꿈틀거리는 여러 종류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모두 ‘마수’였다.
게다가 디파일리스크가 토해낸 검은 토사물들은 검은 대지를 강화시키고 마수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슈화아아아!
검은 대지 위에 불길함이 확 전해지는 검보랏빛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치이이!
그리고 검보랏빛 연기에 닿은 모든 것들이 점점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연화와 연아가 스킬로 만들어낸 물웅덩이를 포함해서.
-슈르르! 슈륵!
거대한 덩치를 지닌 복이의 몸에까지 조금씩 검은 얼룩이 번지기 시작했다.
검은 대지의 침식 능력까지 강화한 것이었다.
“복아! 하늘로!”
연화가 다급하게 명령하자.
-휘이이이!
크루저 터틀의 다리 부분에 바람 속성 마나가 휘감기더니.
-쿠구구!
복이의 거대한 덩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탓! 타닷!
S급 다크 헌터와 맞서 싸우던 물결이와 태풍이 역시, 날개를 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죽음의 칙령!”
앙크를 움켜쥔 아일라가 검은 신성력을 내뿜으며 성물의 권능을 발동했다.
-스스스!
아일라의 몸 위로 붉은 눈동자를 빛내는 검은 자칼의 상반신이 나타났다.
헬리오폴리스 성운 소속 저승의 신, 아누비스의 분신이었다.
[죽음의 칙령에 따라라!]
-촤라라락!
아누비스의 분신이 금빛 태양의 형상이 새겨진 검은 책, 죽음의 서를 펼치며 외치자.
-슈화아아!
검은 대지 위에서 스멀스멀 피어 나오던 검보랏빛 아지랑이가 죽음의 서로 모두 흡수되었다.
게다가 복이와 개미들을 천천히 잠식하던 마기까지 같이 빨아들여 원래대로 되돌렸다.
죽음의 서가 마기를 흡수한 순간.
-치이…….
검은 대지 위로 더 이상 아지랑이가 피어나지 않았다.
아누비스의 분신이 죽음의 서로 발동한 권능인 죽음의 칙령.
이 권능은 주변의 어둠을 흡수하고 그 흡수한 어둠이 지닌 능력 중 하나를 봉인시키는 권능이었다.
검은 대지에서 더 이상 연기가 피어나지 않자.
-쿠웨에에!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 디파일리스크가 괴성을 토해냈다.
-쿵! 쿵! 쿵!
그런 다음 제단을 점거한 침입자들을 집어삼킬 듯, 입을 크게 찢어 보이며 거대한 몸체를 이끌고 다가왔다.
그때.
“대지의 손 - 작열 장갑!”
-화르르륵!
뜨거운 화염이 작렬하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여섯 개의 거대한 손이 다파일리스크를 가로막았다.
동시에.
-스르릉.
바닥으로 착지한 처용이 디파일리스크 앞을 가로막으며 역천의 절을 세웠다.
처용이 길을 가로막았음에도.
-쿵! 쿵!
디파일리스크는 거대한 몸집을 앞세워 계속 제단을 향해 나아갔다.
“날 무시하면 곤란할 텐데?”
처용이 비웃음을 날리듯 작은 웃음을 담아 말하고는.
“검성류…….”
역천의 절을 가로로 낮게 뉘며 발도 자세를 취했다.
-우우웅!
칼날에 강기가 날카롭게 벼려진 순간.
“산악 베기!”
-쏴아아!
칼날을 내지르며 강기로 형성된 거대한 반월을 쏘아 보냈다.
처용이 쏘아 보낸 강기가 지면을 낮게 휩쓸며 쇄도하자.
-촤아아아!
제단을 향하던 디파일리스크의 다리가 모두 잘려 나갔다.
-쿠궁! 쿠구구!
다리가 잘린 탓에 디파일리스크가 거대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지면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천마신권 - 폭렬권!”
-치이이!
강렬한 열기를 피워내는 용암의 손 여섯 개가 주먹을 쥐고는.
-쿠콰콰콰콰-!
바닥에 쓰러진 디파일리스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쿠구! 쿠콰콰!!
용암의 손들이 디파일리스크를 가격한 순간, 화산이 터지듯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촤아! 촤아아!
거대한 폭발과 솟구치는 화염에 디파일리스크의 육체가 부수어지며 여기저기 흩어졌다.
비단 디파일리스크 뿐만 아니라.
-갸아아!
-크에에!
디파일리스크가 토해낸 마수들까지 폭발에 휩쓸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이윽고 폭발로 인한 화마가 걷히자.
-치이이!
처용이 쏘아 보낸 강기에 의해 잘려 나간 다리 밑동만을 제외하고는 디파일리스크의 육체가 모두 사라져있었다.
처용이 가한 연속기로 인해 당한 듯 보였지만.
-슈르르르륵!
검은 대지 위에서 실지렁이 같은 촉수들이 허공 위로 솟구치며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쿠웨에에!
멀쩡한 모습의 다파일리스크가 다시 나타났다.
“특정 조건으로 살아나는 건가요?”
미우가 디파일리스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짐작하듯 말하자.
“아니, 놈은 검은 대지가 있는 한, 무한으로 되살아난다.”
처용이 디파일리스크의 특성을 이야기했다.
검은 대지의 보스 몬스터, 디파일리스크(DefileLisk).
놈은 검은 대지라는 환경이 존재하는 한, 불사(不死)였다.
신성력을 모아 발휘하는 성물의 권능도.
일대 지역을 날려버리는 강력한 마법도.
심지어 커맨더의 ‘뉴 클리어’조차도…….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놈의 육체를 계속 파괴한다고 해도 놈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회귀 전, 검은 대지 정화의 애를 먹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디파일리스크 때문이었다.
다만.
“검은 대지가 온전히 존재하는 한 말이지.”
처용은 죽지 않는 디파일리스크의 공략법을 알고 있었다.
“성녀.”
그 공략법을 이행할 핵심 인물.
처용이 성녀를 부르자.
“한 시간 정도 흡수하니까. 한 번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마기를 흡수하던 성녀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시작하세요.”
처용이 성녀를 향해 말하자마자.
“카오스 트랜스폼(Chaos Transform)!”
마기를 흡수하던 성녀가 두 손을 합장하며 스킬을 발동했다.
-화아아!
성녀에게서 강렬한 어둠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스르르르.
성녀의 왼쪽 절반이 점점 검게 물들었다.
본래 그녀는 새하얀 백발에 맑은 하늘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왼쪽 절반이.
-스르륵!
칠흑 같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로 변했다.
성녀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순간.
“샤이닝 컨버전(Shining Conversion)”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화아아!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던 어둠이 조금 사그라들고 빛이 섞여 나왔다.
흑과 백, 절반으로 나누어진 성녀의 모습처럼 빛과 어둠이 반으로 나뉘어 뿜어져 나왔다.
성녀가 사용한 스킬, 컨버전(Conversion)은 속성 에너지를 다른 속성으로 바꾸는 스킬이었다.
정확히는 게이트에서 흡수한 마기를 빛 속성으로 바꾼 것이었다.
스스로의 육체를 빛 또는 어둠에 적합하도록 변환(Transform)하는 능력.
그리고 체내에 축적된 에너지를 빛 또는 어둠으로 변환(Conversion)하는 능력.
처용이 제시한 치료법으로 절반만 타락한 성녀가 새로 얻은 능력이었다.
“갑니다!”
성녀가 미소를 지으며 외치자.
-화아아아!
성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빛과 어둠이 모두 빛으로 변했다.
동시에.
-슈르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던 빛이 성녀의 손아귀에 공처럼 압축되었다.
변환한 에너지가 극한으로 뭉쳐진 순간!
“올 딜리트(All Delete)!”
-콰아아아아!!
뭉쳐진 에너지를 풀어버리며 일대 지역, 검은 대지 전체를 빛으로 뒤덮었다.
그러자.
-화아아! 슈르르…….
찐득한 석유처럼 퍼져 있던 검은 대지가 점점 사라지고 맨땅이 드러났다.
검은 대지가 조금씩 정화되기 시작한 것.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화가 아니었다.
일대를 검은 대지로 오염시키는 마기를 강렬한 빛으로 덮어 완전히 ‘삭제(Delete)’해 버린 것이었다.
올 딜리트(All Delete).
회귀 전, 성녀가 다루었던 가장 강력한 스킬이자.
처용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검은 대지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스킬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