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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64화 (264/726)

#264화

아주 불길한 검은 오오라, 검은 신력을 내뿜으며 나타난 불청객들.

“승상…….”

패웅이 그들 중 한 명을 알아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가장 불길하고 검은 신력을 내뿜는 자, 패웅이 조제군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대는 지옥에 처박혔을 터! 어떻게 함부로 빠져나온 것이오?”

눈앞에 있는 조제군은 지옥에 처박혀 형벌을 받던 영혼이었다.

믿을 수 있는 자를 통해 직접 알아본 정보였기에 확실했다.

그런…… 지옥 속에 처박혔던 사악한 혼이 신계에 나타난 상황.

게다가.

-우우웅.

아무리 봐도 조제군이 내뿜는 기운은 성좌들이 가진 신력이었다.

불길함이 확 느껴질 정도로 검은 신력.

판데모니움이라는 세계에 갇힌 악신들과 비슷한 기운이었다.

아니…… 판데모니움의 악신들보다도 더 깊고 어둡게 느껴지는 신력이었다.

“하후돈! 감히 군주인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냐!”

조제군은 패웅무신의 생전 이름을 언급하며 소리쳤다.

그때.

“승상…….”

패웅의 옆에 있던 천문이 조제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비록, 말년에 패악을 저질렀다 해도 그대는 현명한 군주였소.”

천문이 생전의 조제군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검은 별’이 된 것이오?”

천문의 질문이 울리자.

“공명! 내 그토록 네놈을 찢어 죽이고 싶었거늘!”

조제군이 광기 어린 목소리로 천문의 생전 이름을 언급하며 소리쳤다.

“이제서야 이룰 수 있게 되었구나! 하하하!”

-스르릉!

조제군이 빛 한점 새어 나오지 않는 검은 칼날을 천문에게 겨누자.

-스릉! 스르릉!

주변에 있던 이들도 무기를 꺼내 보이며 위협적인 신력을 내뿜었다.

그러자.

-스르릉! 후욱!

패웅무신이 등 뒤에 맨 대검을 치켜들며 경계했다.

“하후돈! 당장 저 책사의 목을 베고 내게 바쳐라!”

그 모습을 본 조제군이 인상을 한껏 구기며 명령하듯 소리쳤다.

“감히! 주군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여전히…… 망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구려. 승상.”

패웅은 그런 조제군을 보며 눈을 차갑게 빛내며 읊조렸다.

“이런……!”

천문이 주변을 에워싼 불청객들을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력이 웬만한 전투 성좌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가장 앞에 있는 조제군은 다른 아홉 명보다 더욱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천문은.

-샤락.

자신의 신물인 낡은 붓을 꺼내 들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때.

“패웅의 영역.”

-쿵!

패웅이 대검을 땅에 내려찍으며 권능을 발동했다.

-쿠구구! 쿠구!

평범한 숲과 같은 지형이었던 주변이 다른 환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점차 사라지고 큰 암석들과 두꺼운 나무들이 나열된 산악지형으로 변했다.

두꺼운 나무들 중 일부는 마치 힘으로 강제로 꺾어 부러뜨린 듯 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부러진 나무 아래쪽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그은 듯한 자국들이 있었다.

주변 환경이 패웅의 권능으로 완전히 변하자.

-쿠워어어!

-크워엉!

거대한 덩치를 지닌 흑곰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흑곰들이 불청객들을 가로막으며 패웅의 앞에 섰다.

동시에.

“공명 선생…… 당장 태무신께 이 사실을 알리시오.”

패웅이 천문의 본명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시간을 벌겠소이다.”

“그게 무슨 말이오!”

천문이 패웅의 말에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그저 지옥을 탈출하기만 한 영혼들이 아니었다.

무언가…… 강력한 무언가로 인해 변이된 변절자들이었다.

지금 그들의 몸에는 불길함이 확 전해지는 검은 신력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으니까.

당장 조제군만 봐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력은 웬만한 전투 성좌와 같은 수준이었다.

“그대를 잃은 순 없소!”

천문은 패웅이…… 스스로를 희생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며 말했다.

그러자.

“검은 별…… 그것은 나보다도, 선생보다도 중요한 예언이오.”

이미 결심을 마친 패웅이 천문에게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태무신께 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강구하시오!”

-탁!

패웅이 천문의 어깨를 밀치며 말한 순간.

-우우웅.

천문의 뒤로 패웅의 영역 밖과 연결되는 문이 열렸다.

패웅이 천문을 밀쳤기에 천문은 쫓겨나듯 영역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패웅.”

천문이 표정을 한껏 일그러뜨리며 읊조리듯 말하고는 게이트 밖으로 사라졌다.

“생전에는 적이었으나, 지금은 그대와 함께해서 영광이었소.”

패웅이 천문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샤악! 쿠궁!

앞에 섰던 흑곰들이 날카로운 검은 기운에 베이며 쓰러졌다.

“하후돈…… 네가 감히!”

조제군이 자신의 명을 따르지 않는 패웅을 보며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패웅은 그런 조제군을 향해 대검을 치켜들고는.

“나 패웅(覇熊)이 쓰러지지 않는 한!”

조제군과 검은 신력을 내뿜는 이들을 향해 포효하듯 소리쳤다.

“그 누구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쿠구구구!

패웅무신이 신력을 내뿜으며 위협적인 포효를 내지르자.

-스르르. 쿠워워워!

베이며 쓰러졌던 흑곰들이 치료되며 몸을 일으키고는 따라서 포효를 내질렀다.

“크크크, 어리석은 것.”

조제군이 그런 패웅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고는.

“네놈만 권능이 있는 줄 아느냐!”

-쿠구구구!

새까만 검은 신력을 내뿜으며 거칠게 말했다.

***

“젠장!”

패웅의 영역 밖으로 쫓겨나듯 나온 천문이 인상을 구기고는.

“신속한 벼락이여.”

오른손에 쥐고 있던 낡은 붓으로 허공에 내리치는 듯한 모습의 벼락을 그렸다.

천문이 완성된 벼락 그림의 양 끝과 중간에 점을 찍자.

-번쩍.

그림에 점을 찍은 부분이 환하게 빛나며, 마치 별자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천문이 완성된 별자리, 벼락의 끝자락을 손에 쥔 순간.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천문과 별자리 그림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장소에.

-쿠르릉!

한 줄기 벼락이 내리치며 천문이 나타났다.

“……천문? 왜 혼자 온 것이오?”

이 장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강완이 천문을 향해 묻자.

“패웅무신이……! 그를 도와야 하오!”

천문이 다급하게 입을 열어 사정을 설명했다.

“지금 바로-!”

붓을 치켜든 천문이 다시 벼락을 그리며 말을 이으려는 순간.

-피슈! 웅!

강완이 다리에 힘을 가득 주고는 패웅이 있는 장소를 향해 쏜살같이 뛰어갔다.

-위험을 대비할 필요가 있으니…… 아우가 천문 근처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구나.

태무신이 강완에게 했었던 말이었다.

천문이 천교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조사하는 동안, 혹시 모를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태무신은 천문의 안위를 걱정했기에 무력이 뛰어난 이들을 번갈아 가며 호위로 붙였다.

동시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가장 무력이 강한 성좌 중 하나, 강완을 후방에 두었다.

그 당시 강완은.

-너무 철저한 것 아니오? 형님.

태무신에게 너무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며 별일 없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태무신이 우려했던 사태가 일어나 버렸다.

‘형님 말씀이 옳았군!’

강완은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는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쿠구구!

근처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강완은 서둘러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감과 동시에.

“패웅!”

멀리서 패웅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를 부르며 다가갔다.

-쿵!

지면을 부수며 나타난 강완이 가까이서 패웅을 마주한 순간.

“커, 커헉!”

검은 칼날이 온몸에 박힌 패웅이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패웅!”

강완이 쓰러진 패웅에게 다가갈 때.

“역시 네놈도 운장과 함께 하고 있었구나. 익덕(翼德)!”

조제군이 험악한 인상을 드러내며 강완의 생전 이름을 언급했다.

“운장의 머리를 얻기 전에, 네놈의 머리를 얻는 것도 아주 좋겠구나! 하하하!”

강완을 향해 검은 칼을 들이민 조제군이 비열한 미소를 짓자.

-스르릉.

주변에 검은 칼날들이 허공에 떠오르며 강완과 쓰러진 패웅을 포위했다.

강완은 주변에 떠오른 검은 칼날이 패웅의 가슴에 박힌 칼날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개새끼들이.”

-콰아아아!!

격렬한 신력을 내뿜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차원이 다르군.”

“더 강하다.”

강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세에 조제군의 뒤에 있던 이들이 조금 물러났다.

“여전히 힘 하나는 무식하구나!”

조제군이 밀리지 않겠다는 듯 검을 앞으로 휘두르며 소리쳤다.

-스릉! 스르릉!

주변에 부유하고 있던 검은 칼날들이 강완을 향해 쇄도했다.

그 모습을 본 강완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하아아아압!!”

주변 전체가 크게 울릴 정도로 큰 고함을 내질렀다.

-우우우웅!

강완의 신력이 고함을 타고 번지며 진동을 일으켰고.

-까강! 까가강!

강완에게서 퍼진 진동에 의해 칼날들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튕겨나 나가떨어졌다.

“이런 무식한-!”

조제군이 강완을 보며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하후돈! 네놈이 말만 잘 들었어도!”

조금 전 패웅과의 싸움으로 인해 힘이 빠진 것.

조제군은 강완에게 밀린 원인을 자신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패웅은 열 명의 검은 별을 상대로 정말 끈질기게 싸웠으니까.

“무신전의 전사를 욕보이지 마라!”

강완이 조제군을 향해 소리치고는.

-우드드득!

오른손 주먹을 거세게 쥐고 허리춤에 대며 자세를 잡았다.

-우득! 우득! 우드득!

강완의 오른팔 근육이 꿈틀거리며 점점 크기를 키웠고.

-촤아! 촤아악!

입고 있던 갑옷의 오른쪽 팔 부분이 터지듯 뜯어져 나갔다.

동시에.

-콰아아아!!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신력이 강완의 오른손 주먹에 압축되며 모여들었다.

조제군이 강완을 보며 표정을 굳히고는.

“……이런! 모두 자리를 피한다!”

-탓! 타탓!

뒤에 있던 이들을 향해 명령하듯 말하고는 즉시 자리를 피했다.

조제군의 말에 불청객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며 즉시 현장을 빠져나갔다.

“어디 한번 도망쳐 봐라.”

강완은 그런 조제군과 도망가는 이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고는.

“천지붕괴!”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뻗으며 자신의 권능을 발동했다.

-피이이.

극한으로 압축되어 있던 신력이 밝은 빛을 내뿜으며 퍼졌고.

-!!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듯 귀를 울리는 강렬한 이명이 울렸다.

그리고 약 1초 뒤.

-쿠콰콰콰콰콰콰!!

강완이 주먹을 뻗은 방향의 모든 것들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숲, 나무, 바위, 산 등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쓸려나가며 부수어졌다.

천지붕괴(天地崩壞).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전방의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는 권능.

강완만이 가진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권능이었다.

일대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권능이 발현되고 잠시 뒤.

-쿠구구…….

마치, 멸망이 도래한 듯 근처 지역 전체가 처참한 몰골의 황무지로 변했다.

-쿠르릉!

강완의 권능이 끝나자 천문이 벼락을 타고 나타났다.

“패웅! 정신 차리시오!”

천문이 쓰러진 패웅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당장, 신의에게 데려갑시다. 공명 선생!”

불청객들을 모조리 쫓아낸 강완이 뒤돌아 다가오며 말했다.

강완이 패웅을 부축하려 할 때.

“그, 그들…… 그들도.”

-주르륵.

패웅이 입에서 피를 게워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가만히 있으시오!”

“일단 움직이지 말게나!”

천문과 강완이 패웅을 진정시키며 말했지만.

“그, 그들도 쓸, 쓸 수 있었소. 권능을…… 그리고…….”

패웅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동료에게 전하기 위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해야 할 말을 전한 패웅은.

-탁.

곧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

처용이 아테나, 제시카와의 대화를 마치고 성지로 돌아오자.

“아까 해주셨던 말씀, 정말입니까?”

같이 있었던 여래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천교의 성역에 지어지고 있는 것들은 곧 무너질 것이다.

조금 전, 여래가 처용을 향해 은밀하게 해준 말이었다.

“폭탄이라도 설치하신 겁니까?”

[하하,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구나.]

여래가 처용의 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교의 성역 한가운데 지어지는 건축물에 폭탄이라…… 쉽지 않으셨을 텐데…….”

처용이 천교의 성역을 떠올리며 읊조리자.

[내가 신계에 난(亂)을 일으켰을 당시, 붙잡은 천교의 성좌에게서 얻은 정보가 있었다.]

여래가 신계를 휩쓸어버릴 당시, 산 채로 붙잡았었던 천교의 고위 성좌 하나가 있었다.

여래가 천교의 비밀통로를 아는 이유가 그를 고문하며 얻은 정보 덕분이었다.

[다른 계획이 있느냐? 그것을 당장 무너뜨리면 곤란하다거나-.]

“아닙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처용이 여래의 말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여래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준 덕분에 천교 성역의 건축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어쩌면, 스승님 덕분에…… 이 일을 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처용이 천교의 성좌들을 떠올리며 잔혹한 눈빛을 띠고는 말했다.

그런 처용의 말에.

[그래…….]

여래가 눈을 감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수호신이었던 처용이 잔혹한 마음을 품은 이유.

지금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래는 속마음을 감추고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구나.]

처용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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