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지하 공동이 지상 위로 드러나고 사람들이 노출되자.
“범죄자들을 찾았다! 사살해라!”
제이크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우우웅!
다수의 헌터들이 마나를 내뿜으며 스킬을 사용했고.
-콰쾅! 투콰콰콰!
각종 현대 병기들이 화마를 내뿜으며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
“제, 젠장!”
에드워드와 데커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린 순간.
“철벽부-팔괘금강문!”
처용이 철벽부를 흩뿌리며 앞으로 나섰다.
-쿠구구!!
땅 밑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듯 거대한 문이 네 방향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쿠구! 쿠광! 쿠콰콰!!
온갖 스킬들과 현대 병기들의 폭격이 쏟아졌지만.
-쿠구. 쿠구.
팔괘금강문은 조금씩 흔들리기만 할 뿐, 견고하게 버텼다.
이윽고 폭격이 끝나자.
-끼이이-!
팔괘금강문 중 하나가 쇳소리를 내며 열리고는.
“다짜고짜 폭격을 퍼붓는다라?”
처용이 싸늘한 눈빛으로 걸어 나오며 말을 이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살기가 담긴 처용의 목소리가 울리자.
“그 폭격을 견디는 스킬이라니!”
“173레벨이 사실인가?”
이미, 처용에 대한 정보를 들은 듯, 몇몇 헌터들이 읊조렸다.
그 말을 들은 처용은.
“다시 묻지.”
-쿠구구!
강기를 피워올리며 입을 열었다.
“왜 다짜고짜 우리를 공격한 거냐?”
처용의 살기 어린 말이 울리는 순간.
“저놈이 불법 실험체다! 저놈을 잡아! 당장!”
제이크가 큰 목소리로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위이이!
-철컥! 철컥!
그 명령에 따라 또다시 헌터들이 스킬을 준비하고 군대가 공격 준비를 시작했다.
“WHU의 의뢰를 받은 이상…….”
“어쩔 수 없군.”
처용과 안면이 있는 헌터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며 공격을 준비했다.
그 순간.
“천마군림보!”
처용이 오른쪽 발을 들어 올리고는.
-콰콰콰쾅!!
지면을 거세게 밟았다.
-쿠르르르!!
거대한 지진이 들이닥친 듯 땅이 흔들리며 요동쳤다.
“큭!?”
“무, 무슨!?”
스킬을 준비하던 헌터들이 지면 위로 나자빠지며 뒹굴었고.
-으아아!
-따, 땅이!?
공격 준비를 갖추던 군대와 장갑차들 역시 진형이 무너졌다.
땅의 흔들림이 멈추고.
“지금부터.”
신력이 담긴 처용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재앙이 펼쳐질 것이다.”
처용의 말이 울리자.
“…….”
“…….”
헌터들이 긴장을 바짝 세우며 경계했다.
처용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는 않은 듯, 신관들도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뭣들 하는 거야! 당장 공격해!”
정신을 차린 제이크 로스차일드가 재차 명령을 내렸다.
“고작 한 명한테! 뭐 하는 거야!”
제이크, 정확히는 지금 시기의 WHU 총장이 명령하자.
“젠장!”
“그래! 놈은 혼자다!”
헌터들이 재차 공격을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어리석은 놈들.”
처용은 그런 헌터들을 보며 혀를 차고는.
“네놈들이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쿠구구!
강렬한 강기와 신력을 내뿜으며 크게 외쳤다.
동시에.
-캬아아!
구름 위에 숨어있던 독수리가 순식간에 땅으로 쇄도해왔다.
독수리가 지면에 거의 닿기 직전.
“폭풍격류장(暴風激流戕).”
처용이 독수리를 자폭시켜 강력한 기술을 발동했다.
-꾸르르.
독수리의 몸이 크게 부풀더니.
-푸화아아! 촤자자!!
사방에 날카로운 강철 조각들을 흩뿌리며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콰직! 쿠궁! 쿵!
나선을 그리며 빠르게 쇄도하는 쇳조각들이 장갑차를 날려버리고 지면을 그으며 몰아쳤다.
-대, 대피! 대피해라!
-젠장!
공격을 준비하던 군인들과 헌터들이 급하게 대피하고 방어했다.
전장이 혼란이 찾아온 순간.
“토류부, 화염부, 뇌격부, 풍운부, 수류부.”
처용이 다섯 장의 자연부를 소환했다.
동시에.
-쿠구구!
사람들을 지키던 팔괘금강문이 무너졌고 각각 다른 자연부로 회수되었다.
처용이 소환한 다섯 장의 자연부가 각각 여덟 장으로 늘어났고.
-촤르르륵!
처용 주변을 회전하며 태극을 그렸다.
-파지직! 화르륵……!
처용이 만들어낸 다섯 가지 원소들이 거세게 회전하며 다섯 개의 고리를 만들었다.
-콰아아!
풍운부와 뇌격부, 수류부가 하늘을 향해 빛의 기둥을 만들며 솟구쳤고.
-쿠구구!
화염부와 토류부는 땅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자연부로 만들어진 고리들이 각각 하늘과 땅으로 사라지자.
“선술(仙術) - 오의(奧義).”
처용이 두 손을 합장하며 강기와 신력을 끌어올렸다.
-쿠구구! 쿠구!
또다시 지진이 들이닥친 듯 지면이 울리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릉! 쏴아아.
하늘에서는 벼락이 모이고 먹구름이 일렁이며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듯 땅과 하늘이 흔들릴 때.
“천재지변(天災地變).”
처용이 합장하던 두 손을 떼며, 붙잡고 있던 신력과 강기를 풀어버렸다.
그러자.
-쿠콰콰콰! 쿠콰! 화르륵!
흔들리던 땅이 갈라지고 화산이 터진 듯 지면에서 용암이 솟구쳤다.
-쿠르릉! 쿠르르!!
먹구름이 들이친 하늘에서는 벼락이 내리치고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선술(仙術).
만물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선인의 힘.
천재지변은 선술의 힘으로 자연의 재앙을 구현하는 기술이었다.
재앙을 만들어내는 동안 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쿠구구! 쿠콰콰!!
이런 재앙 속을 뚫고 처용을 공격할 만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 잡아!
-날아간-!
군인들은 전차를 잡고 장갑차 안에 숨는 등 재앙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땅에서 불이-!
-떨어진-!
-으아아!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우에 장갑차가 날아갔고 땅이 갈라지며 용암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겨, 결계를-!”
“방어 스킬을 써라!”
그나마 헌터들은 서로 뭉치며 재앙에 맞서는 듯 보였지만.
-쿠구구! 콰르릉! 쿠릉!
하늘과 땅에서 벌어지는 재앙은 평범한 재앙이 아니었다.
“방어 스킬이-!”
“아, 안 돼!”
헌터들이 발휘한 방어 스킬들은 벼락과 용암에 의해 파괴되었다.
“올림포스는 당장-!”
“아스가르드는 결계로-!”
그나마 거대 성운의 병사들은 신관들이 방어에 집중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재앙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
“……이게, 도대체가?”
처용이 등지고 있는, 공동에 있던 사람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재앙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떨었다.
마치, 고요한 폭풍의 눈처럼 처용과 사람들이 있는 장소만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이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힘인가?”
사람들 중 그나마 레벨이 높은 데커드가 침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간이 개미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힘이 몰아치는 재앙.
그런 거대한 자연재해를 단 한 명의 인간이 만들어냈다.
-쿠구구! 쿠구…….
일대 지역을 초토화시키던 재앙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동시에.
‘암영부.’
처용이 암영부를 만들어내어 발밑으로 던졌다.
-스르륵.
암영부가 처용의 발밑,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고.
-슈르륵!
그림자의 일부분이 일렁이더니, 일부가 분리되며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쿠구구!
일부 지면을 돔처럼 둥글게 씌워져 있던 흙과 바위들이 무너져 내렸고.
“크, 크어억! 크헉!”
올림포스 헌터들을 보호하던 스티븐이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는.
-파지지직…….
번개가 흐르는 보호막이 흐려졌고.
“으억! 젠장……할!”
마찬가지로, 아스가르드 소속 헌터들을 보호하던 토르의 신관, 루이스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비단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만이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어흐윽!”
“으흐…… 윽!”
헬리오폴리스, 에덴 등등 거대 성운의 신관들 중 방어에 나섰던 신관들이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신관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은…….
“이럴…… 이럴 수가!”
태양의 신관, 라진이 완전히 쓸려나간 주변을 둘러보며 침음을 흘렸다.
거대 성운의 신관들에게 보호를 받지 못한 헌터들과 군인들.
그들 중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단순히 레벨이 높다 해서, 이런 짓이 가능한 건가……!?”
WHU에게 듣기로는 처용이 불법 실험으로 탄생한 173레벨의 헌터라고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불법 실험으로 레벨을 높인다 해서 이런 재앙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가능했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재앙을 만들어낸 처용이 살아남은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그때.
-쿵! 쿠궁!
헌터들의 주변으로 인간형의 안드로이드들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쿠구구!
하늘 위에서 거대함선, 마키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이게 무슨!?”
전신에 슈트를 입은 커맨더가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탁! 타닥!
커맨더가 나타나자, 그의 곁으로 익숙한 헌터들이 함께 나타났다.
“커맨더…….”
처용이 커맨더의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자.
“네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냐!?”
커맨더가 적개심이 담긴 목소리로 처용을 향해 소리쳤다.
“먼저 미사일을 날리고 폭격을 퍼부은 건 저들이다.”
처용은 커맨더를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분명히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커맨더는 처용의 말에도 적개심을 거두지 않았다.
“진형을 갖추고 놈을 상대한다!”
커맨더가 오더를 내리자.
-척! 척!
안드로이드들과 그의 파티원들이 넓게 진형을 짜며 공격을 준비했다.
“하…….”
답답한 상황에 작게 한숨을 내쉰 처용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커맨더의 함선, 마키나를 향해 신력과 강기를 담아 소리쳤다.
“정녕 나와 맞설 생각인가!?”
처용의 말이 울리자.
[이 건방진 게! 감히 누구한테!]
함선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동시에.
-위이잉!
함선의 머리 부분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우우웅! 피우웅!
처용을 향해 마키나의 주력기인 플라즈마 포가 발사되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항마의 화신.”
두 손을 합장하며 항마의 화신을 소환했다.
“반탄신장!”
항마의 화신 상태에서만 쓸 수 있는 강력한 방어 권능을 발현했다.
항마의 화신이 날아오는 플라즈마 포를 향해 오른손 손바닥을 세웠다.
-쿠구구궁!
플라즈마 포와 항마의 화신이 충돌하자 강렬한 충격파가 발생하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이윽고 흙먼지가 가라앉자.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커맨더가 멀쩡한 모습의 처용을 보며 크게 놀란 듯 소리쳤다.
놀란 이들은 커맨더 만이 아니었다.
“……불가능해.”
“인간이…… 맞긴 한 거야?”
커맨더의 파티원들, 7년 전의 권백호와 이진호가 표정을 굳혔고.
[무, 무슨!?]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시 당황을 표했다.
다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처용의 무력에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너! 너! 도대체 여래랑 무슨 관계야!?]
처용이 내보인 항마의 화신.
그 모습이 여래와 같은 모습이기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경악을 표한 것이었다.
“스승님.”
처용은 여래와 자신이 무슨 관계인지 말했다.
“그리고 자비의 대신께서는 내 사조 되시는 분입니다.”
처용이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했다.
그러자.
-지이잉!
마키나에서 한 줄기의 푸른 빛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치지지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홀로그램이 처용의 앞에 나타났다.
[사실이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굳은 표정으로 처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냐고!?]
“사실입니다.”
처용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긍정했다.
[그 둘이 사라진 지 천년도 훨씬 넘었어, 그런데 신관을 만들었다고?]
“크크, 평범한 신관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우웅!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의문에 처용이 신력을 피워 보이며 말했다.
그 순간.
-화아아! 화아! 화아!
하늘에서 빛의 기둥들이 나타나며 땅으로 내리꽂혔다.
‘아, 설마?’
처용이 빛의 기둥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나 다를까.
[혈선의 신관!]
[당장! 그릇을 내놓지 못할까!]
처용의 예상대로 빛의 기둥을 타고 신들의 화신체가 나타났다.
‘분명 저걸 쓰지 못하게, 화력을 놈들에게 집중시켰건만…….’
나타나는 화신체들을 바라보며 처용이 속으로 읊조렸다.
거대 성운의 주력 헌터들이 살아남은 것은 그들이 나름 강자인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처용이 나름대로 자연재해의 힘을 조절한 이유도 있었다.
자연재해의 위력을 제이크 로스차일드가 이끄는 군대와 헌터들에게 집중시켰으니까.
쓸데없이 신들의 병사들에게 자비를 베푼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연합 놈들이 신들의 화신체를 소환하는 조건.
그 조건은 강화를 받은 헌터들이 ‘희생’하는 것이었으니까.
때문에, 연합 소속 헌터들을 우선적으로 죽이려 한 것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던가, 혹은 대책을 세워두었던가?’
놈들이 미리 대비하고 예비 인원들을 후방에 빼 두었다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 듯 보였다.
과거라고, 헌터들이 수준이 현저히 낮다고 해서 만만히 볼 상황이 아니었다.
“젠장! 실험체 따위가!”
재앙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제이크 로스차일드는 살아남았으니까.
제이크 로스차일드 뿐 아니라 그가 이끄는 병력들도 일부 살아남았다.
심지어, 성운의 화신체들까지 지상에 강림한 상황.
누가 봐도 좋지 못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레나, 준비해.’
혹시 몰라 이런 상황을 대비했던 처용이 레나에게 전음을 보내며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