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56화 (256/726)

#256화

데커드가 사람들을 이끌고 지하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탁. 탁. 드르륵!

벽을 여기저기 짚자 벽의 일부가 옆으로 밀리며 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지하 수로와 연결되는 공간이네.”

데커드가 앞장서며 입을 열었다.

“연합조차도 이 길은 모르니, 서둘러 이 지역을 빠져나가지.”

“언제부터 이런 걸 준비한 건가? 데커드.”

에드워드가 데커드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데커드가 지금껏 조사한 내용들과 그가 한 행동들은 짧은 기간 준비한 듯 보이지 않았으니까.

“…….”

에드워드의 질문에 데커드가 짧게 침묵하고는.

“연합이 가문의 어린 기수들을 희생시키며 실험할 때부터…….”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두 가주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다.”

처용이 옆에서 나란히 서서 따라오는 레나를 향해 물었다.

“판데모니움의 문자는 어디서 배운 거냐?”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녀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판데모니움의 문자를 배웠을까?

또 그 문자로 바알을 소환하는 법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게다가 판데모니움의 문자와 악마 소환법을 알아냈다고 해도 진짜로 악마를 소환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심지어 평범한 악마도 아닌…… 삼천마, 판데모니움 서열 1위인 바알을 소환했다.

그간 많은 정보를 모았지만, 이것만큼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여, 연합의 실험실로 끌려갔을 때, 외우라고 시키던데.”

레나가 자신이 겪은 실험을 이야기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신기한 점은 그녀가 실험 당시에도 똑같은 주문을 외웠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런 일도, 악마가 소환되는 일도 없었다.

“72개나 되는 이름을 전부 말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어.”

“……그래?”

레나의 말을 들은 처용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세히 좀 들어보고 싶은데?”

“그게…….”

처용의 질문에 레나가 설명을 시작했다.

연합의 실험에 레나가 참가했을 당시, 그녀는 다짜고짜 알 수 없는 언어를 외우라고 지시받았었다.

그 언어를 조합하여 주문을 외게 만들고 말하는 실험을 했었다.

그리고 레나는 그 주문의 단순히 외우기만 하지는 않았다.

“해석하자면…….”

그 단어에 담긴 의미를 따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판데모니움의 문을 두드려 위대한 어둠의 지배자들을 부르니…….”

레나가 자신이 완성한 주문의 내용을 직접 말하지는 않고 그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이름처럼 느껴지는 문자를 붙여본 거야.”

당연히 그녀가 말하는, 마지막에 붙은 72가지 단어는.

“안드로말리우스, 단탈리온…….”

전부 대악마의 진명이었다.

또 하나 신기한 점은.

“주문, 아니 단어조차도 아예 말하지 못하는 애들도 있었어.”

연합이 알려준 주문을 완벽하게 말할 수 있는 이는 레나를 포함한 극소수였다는 점이었다.

“주문을 알려준 게 누구야?”

처용은 레나에게 또 하나 드는 의문점을 물었다.

평범한 사람은 말하는 것조차 힘든 판데모니움의 단어를 도대체 무슨 수로 가르친 것인가?

“검은 책을 주던데.”

“책이라고?”

처용이 레나의 말에 의문을 담아 묻자.

“중앙에 검은색 해골 모양의 자물쇠가 걸렸고 검은 종이에 보랏빛으로 빛나는 글자가 적힌-.”

레나가 자신이 본 책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처용은.

‘……네크로노미콘!’

그 책이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레나가 말하는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처용조차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판데모니움의 유물 아티팩트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네크로노미콘.

해골 자물쇠가 담긴 검은 책.

검은 종이 위에 쓰여진 보랏빛으로 빛나는 문자들.

그것이 회귀 전, 학살의 마녀가 회심의 카드로 쓰던 아티팩트였기에 그 특징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전성기의 마녀조차도 쉽게 다룰 수 없었던 아티팩트, 그것이 네크로노미콘이었다.

처용은 그런 판데모니움의 보물을 바알이 자신의 신관인 마녀에게 내려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사실은.

‘그걸 연합이 소유하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 책에 적힌 문자를 어떻게 읽을 수 있었지?”

처용이 레나에게 묻자.

“그, 그냥…… 읽어지던데…….”

레나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

처용은 그런 레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너 못지않게 기괴한 운명을 가지고 있으니까.

학살의 마녀가 과거의 자신을 가리키며 했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너는…… 나처럼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마라.

과거의 자신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젠장…….”

처용이 머리가 아픈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연합에게 실험을 당했던 게 언제쯤…….”

몇 가지의 질문을 더 건넸다.

“아마도…….”

레나가 처용의 말에 이것저것 대답해 주고 있을 때.

“도착했군요.”

지하 수로를 앞장서 나아가던 데커드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탁!

벽에 손을 대며 마나를 흘려보냈다.

-띠리릭!

데커드의 마나가 벽 속으로 흘러 들어가자 기계음이 울렸고.

-드르르르!

벽이 아래로 허물어지며 두꺼운 철문이 나타났다.

-끼이이이!

데커드가 철문을 열고는.

“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군.”

내부에서 긴장한 듯 문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데커드 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내부에 있던 사람들도 데커드를 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저택이 공격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부상을 입은 듯 머리와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이 데커드에게 다가와 말했다.

“잭키!”

데커드가 놀란 듯 소리치며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무사했던-! 아니, 너는…… 네가 죽는 걸 봤는데.”

데커드는 연합의 실험에 의해 죽는 아이들을 두 눈을 직접 목격했었다.

눈앞에 잭키라는 소년도 그 자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분명히 죽었어야 할 이가 살아 돌아온 상황.

“정신을 차려보니까……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잭키라는 소년 역시 자신의 왜 살아 돌아왔는지 정확한 영문은 모른다는 듯 말했다.

그저 산산이 분해되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 이후로 기억이 없다는 것.

아는 것은 그게 전부라는 말을 덧붙였다.

“우선 급하게 데커드 님이 알려준 비밀 기지로 온 것뿐입니다.”

“잘 왔어! 무사해서 다행이다!”

데커드가 잭키를 향해 진심으로 당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어보며 말했다.

그리고.

“무사해서 다행이야. 레나.”

잭키가 레나에게 다가오며 다행이라는 듯 말을 건넸다.

“하워드는……?”

레나가 잭키에게 하워드에 대해 물었다.

“……미안해.”

잭키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레나에게 사과를 건넨 잭키는 에드워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워드가……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마치, 자신 혼자 살아 돌아온 것이 죄라는 듯, 목소리를 떨며 이야기했다.

“……너는 잘못한 게 없다.”

에드워드는 그런 잭키의 어깨를 잡아주며 위로하듯 말했다.

잭키 역시 연합의 실험에 희생당한 피해자일 뿐이었으니까.

“너라도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잭키.”

에드워드가 작은 미소를 지어보며 잭키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잭키 찬…….’

처용이 검은 머리의 동양인 소년, 잭키를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 역시 데커드처럼 이름만 알고 있던 섀도우 헌터였으니까.

처용이 잭키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할 때.

“처음 보는 분이시네요.”

잭키가 처용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나를, 아니 우리를 살려주신 분이다.”

에드워드가 잭키에게 처용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처용이 연합이 저지르는 일을 조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처용은 잭키를 향해 연합이 저지른 실험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에게 건넨 질문은 조금 전 레나에게 건넨 질문과 비슷했다.

“저 역시 강제로 끌려간 입장이라. 아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만…….”

잭키는 처용의 말에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레나에게 들었던 답과 비슷할 뿐 더 무언가를 얻지는 못했다.

그때.

“여기도 언제 들킬지 모릅니다.”

데커드가 사람들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떠날 준비부터 갖추죠.”

데커드의 말이 끝난 순간.

“미안하지만, 준비를 갖출 시간도 없을 것 같은데?”

처용이 위,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

더케드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표할 때.

-쿠구구.

돌연, 지하 공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놈들이 왔다.”

처용이 무언가를 느끼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자.

-쿠구구! 쿠콰콰!

처용의 시야에 어떤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

-……!!

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한 곳을 향해 스킬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쿠구구! 쿠구!

마치 땅을 들춰내려는 듯 바위와 흙더미가 하늘 위로 솟구쳐 다른 장소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인원들이 땅을 파내는 장소.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처용과 사람들이 있는 장소였다.

“혹시 몰라서 독수리를 하늘 위에서 따라오게 시켰었는데…….”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데커드를 찾아올 때 만들었었던 독수리.

처용은 그 소환수를 해제하지 않고 높은 하늘 위에서 따라오게 명령을 내렸었다.

연합의 눈을 피해 사람들이 모인 은신처에 처용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척. 척.

독수리의 눈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포착되었다.

동시에 그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땅을 파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 어서 대비해야-!”

데커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처용의 말이 사실이라면 서둘러 이곳을 탈출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처용은 데커드의 말을 자르며 진지하게 말했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외부에서부터 결계를 만들면서 다가왔군.”

“이런, 젠장!”

데커드가 처용의 말에 흔들리는 천장을 바라보고는.

“방법이-!”

무언가 방법은 없는지 세차게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

그때.

-쿠구구! 쿠구쿵!!

땅이 거세게 흔들렸고.

-으아!

-자, 잡아!

사람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하며 넘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듯, 공동 전체가 요동쳤다.

그리고.

-콰쾅!!

공동의 천장과 벽이 무너지며 밖이 드러났다.

벽이 무너지고 하늘이 드러나자.

“젠장! 이게 무슨!?”

데커드가 드러난 광경을 보고 경악하며 소리쳤다.

공동이 자리한 장소는 지하 깊숙한 곳이었다.

그러나 벽과 천장이 무너지고 나타난 환경은 지상 위였다.

마치, 공동 전체를 밖으로 끄집어낸 듯 보였다.

데커드와 에드워드 등 사람들이 크게 당황할 때.

“찾았다!”

제이크 로스차일드가 환희의 표정을 지으며 크게 외치는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척! 척!

수백, 아니 수천에 가까운 숫자의 사람들이 공동을 포위하듯 나타났다.

“수법이 익숙하다 했더니…… 데메테르의 신관 짓이었나?”

처용이 사방을 포위한 이들 중 유독 강한 마나를 내뿜는 헌터를 보며 읊조렸다.

두꺼운 전신 갑주를 입고 있는 헌터.

처용이 바라보는 남자는 올림포스 길드의 핵심 전력 중 하나.

올림포스의 대신, 데메테르의 신관인 스티븐이었다.

포위한 이들 중 익숙한 이는 스티븐만이 아니었다.

‘헤스티아의 신관, 포세이돈의 신관…….’

올림포스의 주력 성좌들의 신관, 그리고.

‘아스가르드, 헬리오폴리스, 그리고…… 천교!’

거대 성운의 핵심 병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게다가.

-쿠구구!

처용의 눈에 저 멀리, 하늘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인, 하늘을 날아 다가오는 거대한 함선.

“커맨더…….”

처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