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53화 (253/726)

#253화

처용과 레나, 에드워드가 가문의 눈을 피해 비밀 통로로 들어가고.

“일단, 전 100% 한국인은 아닙니다.”

통로를 나아가는 동안 처용은 에드워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혈?”

처용이 에드워드의 말에 짐작하듯 묻자.

“그렇죠.”

에드워드가 맞다는 듯 수긍했다.

“제 조부님, 그러니까 전전 가주님께서 한국인이셨습니다.”

에드워드의 말을 유추해보면, 과거 르블랑 가에 한국인 남자가 데릴사위로 들어왔다는 뜻 같았다.

“그렇게 세계 가문 연합에 있던 백씨 가문이 르블랑 가와 합쳐졌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에드워드가 말한 세계 가문에 대한 정보였다.

세계 가문, 혹은 월드 클랜(World Clan)이라 불리는 연합.

세계에서 영향력이 높은 가문들이 모여 만들어진 비밀 단체였다.

처용이 알고 있는 로스차일드와 무라키 가 역시 월드 클랜 소속이었다.

그리고 월드 클랜에 속한 가문 중에는 한국의 가문도 있었다.

“백씨 가문이 사라지고 한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게 한씨 가문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처용의 조상들도 이 월드 클랜에 속한 가문이었다는 것이었다.

다만.

“저희도 사라지고 내전, 전쟁 등으로 한씨 가문도 연합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었습니다.”

‘과거’ 연합에 속해있었을 뿐, 지금은 아니었다.

‘단순히 사찰을 운영하는 집안만은 아니었던 건가?’

처용이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한정민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에드워드를 향해 한정민,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말씀도 듣지 못한 것 같군요.”

“……먼 친척입니다. 이름만 아는 사이고요.”

처용은 사실을 숨기고 대충 대답했다.

“그렇군요.”

에드워드는 처용의 말에 슬픈 표정을 짓고는.

“한정민 씨는 저와 서로 교류하던 사이였습니다.”

처용의 아버지와 서로 무슨 관계였는지를 말해주었다.

둘은 우연히 만났고 서로 사소한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가문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었다.

“그 친구는 집안이 다시 연합에 소속되는 것으로 꿈을 이루려 했었습니다.”

“그렇군요.”

처용의 아버지가 다시 연합에 들려고 했었던 이유는 별것 없었다.

세계의 영향력 있는 가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역시 그 친구의 말에 동의했고요.”

에드워드는 그런 한정민의 꿈을 지지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문의 윗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기더니…… 은밀하게 저를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정민이 월드 클랜, 연합의 이상한 움직임을 알아채고는.

-연합에서 수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에게 진지하게 경고를 전했었다.

그 당시 에드워드는.

-못 들은 걸로 하겠네.

정민의 경고를 무시했었다.

막 가주에 오르기도 했었고 또 르블랑 가는 연합에서도 힘이 강한 가문이 아니었다.

괜히 연합의 윗사람들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게다가 에드워드는 한정민이 말하는 연합의 수상한 짓에 협력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상한 짓이 아니었다.

난장판이 되어가는 세계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친구가 진지하게 경고를 해줄 때, 들었어야 했었는데…….”

정민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르블랑 가 전체가 몰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설마 연합이…… 그 친구에 이어서 우리 가문까지 몰살시키려 할 줄은……!”

에드워드가 분한 감정이 실린 듯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 말에.

“한정민 씨는 마인들이 벌인 테러로 인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처용이 속으로 놀람을 감추며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마인들이 벌인 테러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한정민 씨는 사고를 당한 게 아닙니다! 살해를 당한 겁니다!”

에드워드는 처용의 말에 진지하게 부정하듯 외쳤다.

“……뭐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에 처용이 놀람을 표하며 묻자.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한정민 씨는 상당히 강한 편이었습니다.”

에드워드가 눈을 감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 한정민 씨가 고작 ‘검은 마나’를 이식한 하급 병기에게 살해당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검은 마나를 이식한 병기.

에드워드가 말하는 실험체는 마기를 받아들인 헌터, 마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다행히, 연합이 일을 더 크게 키울 생각은 아니었는지, 그 친구의 가족들은 무사한 듯 보였습니다만.”

“젠장…….”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들은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데미갓 프로젝트…… 도대체 세계 연합에서 무슨 실험을 한 겁니까?”

최초의 데미갓 프로젝트에 대해서 물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상황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이 꼬마가 데미갓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는 건 알아냈습니다만.”

“난 꼬마가 아니라니까!”

레나가 처용의 말에 짜증을 담아 소리쳤다.

“태초의 그릇은 뭐고 그걸로 무슨 실험을 한 겁니까?”

처용은 레나의 짜증 어린 말을 무시하고 에드워드에게 질문했다.

“……당신도 한정민 씨처럼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는 처용을 걱정하는 듯 말했다.

그가 이 이상 가문과 깊게 관련되면 정민처럼 살해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모든 걸 알아내는 대로…… 다 쓸어버릴 생각이니까.”

처용은 전혀 걱정이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강해요. 말도 안 될 정도로…….”

레나가 에드워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가 고민하듯 잠시 침묵하고는.

“……우선, 태초의 그릇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된 미지의 유물입니다.”

먼저 태초의 그릇이 무언인지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막 차원이 붕괴할 당시 발견된 미지의 물건.

“연합과 협력하는 신들께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 듯 보였습니다.”

“그게 태초의 그릇?”

“네, 그렇게 부르더군요.”

에드워드가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마나와는 다른 엄청난 에너지를 담고 있는 그릇…… 저희는 그것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월드 클랜에 속한 대부분의 가문들이 태초의 그릇을 이용한 실험을 시작했다.

“내부에 담긴 에너지의 일부를 분리하기도 했었고 다른 에너지를 담아보기도 했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연합이 태초의 그릇으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실험들 중 대부분은 제대로 알아낸 것 없이 실패만 반복했다고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내부에 담겨 있던 극히 일부의 에너지를 분리해서 헌터를 강화하는 데는 성공했었습니다.”

태초의 그릇에 담겨 있던 아주 농밀한 에너지.

그 에너지의 극히 일부분을 따로 분리하여 헌터에게 이식하는 실험은 성공했다.

“그게 연합이 운영하는 병기입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일반적인 헌터들보다 강화된 신의 병사들이었다.

그러나.

“강화가 무한히 유지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릇에서 떨어져 나간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자 점차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신들은 연합에게 한 가지 신명(神命)을 내렸다.

“에너지만이 아닌…… 그릇 자체를 이식할 수 있는 인간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태초의 그릇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을 찾아라.

이것이 신들이 가문을 향해 내린 명령이었다.

“그렇게 대규모 실험이 진행되던 와중…… 사고가 생겼습니다.”

말을 하던 에드워드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는 벽에 걸린 촛대를 잡았다.

-드르륵.

에드워드가 잡은 촛대를 잡아당기자 촛대가 아래로 내려갔고.

-쿠구구.

벽이 좌우로 열리며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여러 가지 책과 문서들이 나열된 서재와 같은 공간이었다.

“이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드워드가 몇 개의 문서를 집어 들고는 처용에게 내밀었다.

“데미갓 프로젝트와 관련된 실험 문서입니다.”

“으음…….”

처용이 에드워드에게서 받아낸 문서를 펼쳐보았다.

그 안에는 어떤 실험이 진행되었었는지, 누가 실험체로 참여했는지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고의 생존자 중 하나가 이 녀석이었군요?”

문서를 보던 처용이 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그리고 태초의 그릇이 사라졌고요.”

에드워드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처용은 다시 한번 레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신력을 흘려보냈다.

-우우웅.

황금빛 신력이 레나의 몸을 타고 흘렀다.

“아무것도 감지되는 게 없는데…….”

한 번 더 레나의 육체를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감지되는 게 없었다.

하지만, 레나가 태초의 그릇과 관련되어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 증거로.

[이름 : 레나 르블랑]

[확인 불가…….]

[확인 불가…….]

통찰의 눈이 ‘일반인’인 그녀의 정보를 전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

에드워드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흠…….”

처용은 에드워드가 준 문서를 더 살펴보았다.

그리고.

“목림부 - 종이책.”

자연부를 이용해 종이 뭉치를 만들고는.

“스캔 인첸트.”

에드워드가 준 문서와 만들어낸 종이책에 마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가가각.

에드워드가 준 문서에 적힌 내용이, 처용이 만들어낸 책에 복사되기 시작했다.

처용이 사용한 스캔 인첸트는 마법에 대장장의 인첸트 기술을 응용한 복합 마법이었다.

마나로 물건을 감싸 구조를 파악하고 다른 곳에 그대로 복제하는 마법.

간단히 말하자면 복사 마법이었다.

‘지금은 악몽 속, 이걸 가져갈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에드워드가 건넨 문서는 악몽을 나가는 순간,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었다.

중요한 단서이니만큼, 확실하게 챙길 필요가 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문서를 모두 복제한 처용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에드워드에게 다음 목적지에 대해서 물었다.

“우선…….”

처용의 질문에 고민하는 듯 말을 흐린 에드워드는.

“우선, ‘시모어’ 가로 가야 합니다.”

다음 목적지를 이야기했다.

“마지막 실험의 생존자가 시모어 가에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곳도…….”

“가시죠.”

처용은 에드워드의 말에 대답하며 발걸음을 촉구했다.

복잡한 지하 미로를 지나 계속 걷자 통로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 다행히 연합의 눈을 잘 피한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가 문을 열려는 듯 벽을 이곳저곳 짚으며 말했다.

-드르르륵.

이윽고 비밀 통로를 빠져나가는 문이 열린 순간.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 같군.”

처용이 열리는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에드워드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표하자.

“드디어 나오셨군. 쥐새끼들.”

통로 앞을 넓게 포진하여 포위한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앞에는 이전 회차에서 마주쳤었던 제이크 로스차일드가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철컥! 철컥!

제이크의 뒤에는 무장한 수백 명의 군인들과 장갑차가 자리해 있었고.

-탁!

그 앞에는 대략 백 명 정도의 헌터들이 무기를 겨누며 포진해 있었다.

“제, 제이크!”

에드워드가 낭패감 어린 표정으로 외쳤다.

“크크크, 시선을 돌리고 몰래 빠져나가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에드워드.”

마치,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제이크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디 살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해 보거라! 하하하!”

“젠장!”

에드워드가 레나를 감싸며 낭패감 어린 표정을 지을 때.

“아, 이 지긋지긋한 새끼들이……!”

처용이 앞으로 나서며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다 죽여놓고 정보를 모을 걸 그랬나?”

“큭, 네놈을 지키던 용병도 하나만 남은 건가? 에드워드.”

제이크는 처용을 보고는 에드워드를 향해 비웃듯 말했다.

조금 전 군인들과 가문의 병기들을 공격하던 정체불명의 강자들.

처용을 그들과 같은 이들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몰살시켜라!”

제이크가 손짓하며 명령을 내리자.

-타타타탕! 타탕!

군인들과 장갑차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안-!”

에드워드가 마나를 끌어 올리며 레나를 감쌌다.

그 순간.

“풍운부-무풍의 바람.”

처용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며 세 장의 풍운부를 날렸다.

그러자 풍운부가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고.

-후욱! 후우욱!

소나기처럼 빗발치던 총알들이 처용의 앞에, 허공에 멈춰 세워졌다.

현실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

-탁. 탁탁. 탁.

이윽고 모든 탄창이 비워지고 소나기처럼 퍼붓던 총격이 끝나자.

“무, 저게 무슨-!?”

제이크 로스차일드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군대가 퍼붓는 화력을 고작 손짓 한 번으로 막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쏴라!”

제이크가 뒤를 바라보며 크게 외치자.

-콰쾅!

이번엔 뒤에 대기하고 있던 전차가 처용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처용은 뻗었던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더니.

-탁!

날아오는 포탄을 맨손으로 잡아챘다.

“……!”

그 모습을 본 제이크가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날아오는 포탄을 야구공 잡아채듯이 맨손으로 잡는다?

가문의 병기들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배, 백 칠십……! 삼?”

가문의 헌터 중 하나가 처용의 레벨을 측정하고는 뒷걸음을 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제이크가 그 결과를 부정하듯 소리친 순간.

“재롱은 다 끝났냐?”

처용이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 나가며 말했다.

동시에 손을 내리자.

-촤르르르!

허공에 멈춰 세워졌던 총알들이 모두 바닥으로 쏟아졌다.

‘쓸데없는 짓을 하기 전에 한꺼번에 쓸어버린다.’

처용이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속으로 읊조리고는.

“뇌격부, 풍운부.”

각각 여덟 장의 뇌격부와 풍운부를 소환해 태극을 그리고는 하늘로 띄워 올렸다.

-쿠구! 쿠르릉!

그에 반응하듯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파지직! 파직! 파직!

당장이라도 벼락을 내리칠 듯 검은 먹구름에 샛노란 번개가 일렁였다.

그리고.

“천룡(天龍) 강림.”

처용이 군대와 헌터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하자.

-쿠르르르르!

먹구름 속에서 샛노란 번개로 형성된 용의 머리가 나타났다.

“저, 저!”

“도, 도망쳐야-!”

하늘 위에 나타난 용을 본 모든 이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마, 막아야-!”

“저걸 어떻게 막아, 이 새끼야!”

헌터들 역시 패닉에 빠진 듯 우왕좌왕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이크 로스차일드는.

“다, 당장 날 전송시켜라!”

품속에서 원형의 기계 장치를 꺼내며 급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내리쳐라.”

처용이 손을 내리며 명령하자.

-크롸라라라라!!

먹구름 속에서 나타난 천룡이 땅을 삼켜버릴 듯 입을 크게 벌리며 포효했다.

동시에.

-쿠콰콰-!!

지상을 향해 벼락처럼 떨어졌다.

-!!

고막을 거세게 흔드는 이명이 울림과 동시에 새하얀 섬광이 땅을 뒤덮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섬광이 가라앉자.

“무……! 이게 무슨……?”

“아…….”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 에드워드와 레나가 침음을 흘렸다.

천룡이 떨어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군인들도 가문의 병기들도, 심지어 풀과 나무, 바위까지.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어버린 채 새까만 황야만이 남아있었다.

에드워드와 레나가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볼 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가시죠.”

이 상황을 만들어낸 처용이 별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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