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45화 (245/726)

#245화

천교의 배신으로 인해 후방이 무너졌고 악신들과의 싸움이 급격히 불리해졌다.

그럼에도 보살이 마지막으로 발휘한 권능 덕분에 처용을 포함한 후방의 저항군 절반 이상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후방의 저항군이 전방에 무사히 합류했다.

그리고 일주일 째 전쟁이 계속될 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놈들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어.”

가장 앞에서 전투를 치르던 헌터 중 하나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처용이 적들을 바라보자.

-스르르. 스륵.

정말로 상처를 입은 적들이 무언가의 힘을 받으며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처용이 그 힘의 근원을 감지하며 시야를 넓히고 눈을 돌리자.

-우우웅!

적들의 진영 한가운데에서 옅은 파동을 내뿜는 무언가가 보였다.

마치, 나무로 만들어진 여인이 사슬에 묶여있는 듯한 모습의 조각상 같은 아티팩트였다.

문제는…….

“……보살님?”

그 조각상의 얼굴이 처용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의 얼굴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우우웅.

적들을 회복시키는 옅은 분홍빛의 파동.

자세히 살펴보니 보살의 신력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티팩트를 관찰하는 처용의 눈이 점점 커질 때.

[이제 네놈들을 돕던 자비는 이제 우리의 것이다!]

아티팩트 옆에 나타난 천교의 성좌, 나타가 크게 외쳤다.

동시에.

[자비의 대신을 다시 마주한 소감이 어떤가? 하계종.]

옥황상제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처용을 향해 비웃었다.

상황을 파악한 처용이 아티팩트와 천교의 배신자들을 번갈아 보고는.

-주르르.

눈에 핏발이 서며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

이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콰쾅!!

처용이 다리를 거세게 박차 적진 한가운데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놈을 막아라!]

[접근을…….]

[저…….]

적들이 무어라 외치고 있었지만, 점차 들리는 말소리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머리가 새하얘진 듯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사악! 스가악!

눈앞을 가로막는 모든 이들을 베고 죽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느낌도 없었다.

-콰직! 콰콰쾅!

적들의 사지가 찢겨나가고 터지고 피가 난자하는데도.

-…….

신기하게도 점차 줄어들던 적들의 비명이 이제는 완전히 들리지 않았다.

시야만 한 곳에 고정한 채 남은 모든 감각을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

[……!!]

뭐라 외치는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달려드는 천교의 성좌들이 보였다.

그중 가장 앞에 있는 이랑진군과 나타가 보였다.

-파지지직!

이랑진군이 새하얀 번개를 양손에 두르며 처용을 향해 뻗자.

“항마의 화신-결전기.”

처용이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항마의 화신을 꺼냈다.

“천수-태극천체장.”

천 개의 손이 항마의 화신 뒤에 나타났고.

-콰직! 샤아악! 콰콰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앞을 가로막는 모든 이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콰콰쾅!!

달려드는 성좌 하나를 세 개의 손으로 잡아채 지면으로 내리치고.

-콰지직!

검을 내질러 오는 다른 성좌의 검격을 막기 위해 방패막이로 쓴 다음 던져버렸다.

동시에.

-스가악! 샤악! 사악!

검격을 내지른 성좌를 향해 검을 빠르게 다섯 번 휘두르자.

-촤아아! 촤악!

달려들던 성좌의 팔, 다리, 머리가 분리되며 지면에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이랑진군이 표정을 세차게 구기며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콰쾅! 쾅!

천벌을 내뿜는 이랑진군의 공격을 열 개의 손이 방패처럼 가로막았다.

이랑진군의 시야를 새하얀 손들이 가린 순간.

-투! 콰앙!!

처용이 두 개의 투창을 꺼내 이랑진군을 향해 내던졌다.

-콰콰쾅!!

첫 번째 투창이 이랑진구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며 그 뒤에 있던 신군들도 휩쓸었고.

-콰앙! 푸화악!

두 번째 투창은 이랑진군의 머리를 날려버리며 완전히 끝장내었다.

천교의 주력 성좌를 끝장낸 처용이 약간 몽롱한 상태로 마치 전투 기계처럼 싸움만을 이어나가려는 때.

-푸욱!

날카로운 무언가가 처용의 복부를 꿰뚫었다.

[……!]

눈앞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듯 환희의 표정을 드러내는 나타가 보였다.

그러나.

-푸우욱!

처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복부에 박힌 창을 뽑아냈다.

신기하게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샤아악!!

그렇게 창을 뽑은 처용이 검을 쥔 새하얀 손들과 함께 나타에게 검을 내질렀다.

-푸화화악!

그러자 나타의 오른팔과 왼쪽 다리가 잘려나가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때.

-스르르.

아티팩트에서 흘러나오는 연분홍빛 신력이 나타를 치유하려는 듯, 모여들었다.

[…….]

나타가 처용을 향해 들리지 않는 비웃음을 던지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

그 모습을 본 처용이 거리가 벌어진 나타를 향해 돌진했다.

[……!]

[……!!]

그런 나타를 구하려는 듯, 천교의 신군들과 악마병들이 고함을 지르며 처용을 향해 몰려들었다.

처용은 몰려드는 신군들과 악마병들을 대충 쳐내며 나타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푹! 스가악!

몰려드는 적들에 의해 등이 베이고 옆구리에 칼날이 박혔다.

그럼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듯,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쿠궁!!

처용은 지면을 거세게 밟아 몰려드는 졸개들을 무너뜨리고.

-푹! 쐐에에엑!!

옆구리에 박혔던 칼을 뽑아 강기를 두르고 나타를 향해 내던졌다.

-스! 가악!!

부메랑처럼 날아간 칼날이 나타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네 이놈!!]

잘 들리지 않는 처용의 귓가에 옥황상제의 격노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파지지직!!

옥황상제가 오른손에 천벌을 두르고 처용을 향해 내질렀다.

동시에 사방에서 악마병들과 천교의 신군들, 성좌들이 달려들었다.

처용의 팔과 다리가 묶이고 천 개의 손들조차도 움직임이 묶인 순간.

-파지직!!

천벌을 머금은 옥황상제의 오른손이 항마의 화신을 뚫고 처용의 가슴으로 내질러졌다.

처용이 가까스로 몸을 비틀었지만.

-푸우욱!

옥황상제의 오른손이 처용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었다.

[하찮은 것! 네놈도 저 쓰레기 같은 년처럼 만들어 장식해 주마! 하하하!!]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 옥황상제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처용을 비웃었지만.

‘웃어?’

처용은 그런 옥황상제를 핏발 서린 눈으로 노려보며 웃고 있었다.

-우드득!

처용이 몸에 힘을 주자.

[빠지지 않-!]

옥황상제가 처용의 가슴을 꿰뚫은 오른팔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며 당황했다.

그 순간.

-콰득!

처용은 묶여있는 오른쪽 팔을 강제로 비틀어 빼내고는.

-우득!

옥황상제의 목을 잡아챘다.

동시에.

-콰직!!

목을 비틀어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옥황상제의 오른팔 상단을 물었다.

[이 미친놈이!]

-파지지직!

되려 처용에게 붙잡힌 옥황상제가 당황하며 천벌을 내뿜었지만.

“으르르!!”

처용은 그런 천벌을 맨몸으로 버티며 옥황상제의 목을 붙잡은 손아귀와 팔을 물은 입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윽고.

-우드드득!!

옥황상제의 오른팔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크윽!]

팔이 뜯긴 옥황상제가 인상을 세차게 구기며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으드득! 으드득!

마치 굶주린 맹수가 사체를 씹어먹는 듯한 소리가 처용의 입에서 들려왔다.

“사아앙! 제에에에!!”

처용에게서 격한 분노가 일렁이는 울림이 흘러나왔다.

-스르릉!

처용은 뽑혀 나온 옥황상제의 팔을 입에서 놓지 않은 채, 검을 들어 옥황상제에게 돌진했다.

[상제님을 보호해라!]

“저 미친 괴물을 막아!”

천교 소속 성좌들과 헌터들이 옥황상제를 지키기 위해 처용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스가악! 사각!

처용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은 모두 조각난 사지에서 피를 흩뿌리며 땅을 뜨겁게 적실 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하계종 따위가! 감히!]

옥황상제는 부하들이 목숨을 던져 시간을 버는 동안, 잘려나간 팔의 절단면을 붙잡으며 뒤로 도망쳤다.

“스어어어! 라아아!!”

처용은 가로막는 모든 이들을 도륙 내며 옥황상제를 목표로 계속 나아갔다.

마치, 피에 미친 살인귀처럼 변한 처용이 적진 한복판을 휩쓸고 다니자.

-수호신을 지원한다!

-대장을 도와!

사기가 오른 저항군들이 나타나 전선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천교의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고 불리했던 전장은 반대로 저항군에게 유리해졌다.

천교는 주력 성좌 둘을 잃고 주신까지 치명상을 입게 되자.

[천교는 퇴각한다!]

천교의 성좌들이 퇴각을 명령하며 싸움을 포기하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천교가 후퇴하자 악신들의 세력 역시 퇴각을 결정하고 게이트를 열어 도주했다.

천교는 퇴각하는 와중에도 병사들을 회복시키는 아티팩트를 수거하려 했다.

그러나.

“크르르르!”

피를 뒤집어쓰고 옥황상제의 팔을 씹어먹고 있는 괴물.

흉흉한 눈빛을 번뜩이는 처용이 나타나 아티팩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젠장! 저건 버린다!]

결국, 천교는 어쩔 수 없이 아티팩트의 수거를 포기했다.

너무나도 불리했던 전쟁이 저항군의 승리로 끝나고 전장을 수습할 때.

“저 아티팩트를 우리가 이용한다.”

저항군 세력 중 하나가 천교가 다루던 아티팩트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게 뭔지 알고도-!”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 말에 몇몇 저항군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천교가 만든 아티팩트가 무엇인지 파악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저항군 내에서 아티팩트를 이용하자는 의견 또한 적지 않았다.

[자비의 대신은 죽었다. 이렇게라도 쓸모를 다하게 해주는 게 어디-!]

저항군 소속 성좌 중 하나가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하며 아티팩트에 손대려는 순간.

-타악!

아티팩트에 다가가려던 성좌의 머리에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와 부딪혔다.

날아온 것은, 다름 아닌 처용이 옥황상제에게서 뜯어낸 그의 오른팔이었다.

[이게 뭔-!]

난데없이 흉물에 얻어맞은 성좌가 당황할 때.

-빠악!!

처용이 순식간에 나타나 당황한 성좌의 안면을 가격하고 쓰러뜨렸다.

[무슨-!?]

갑작스러운 공격에 성좌가 반격하려 했지만.

-빠악! 콰직! 우드득!

쓰러진 성좌 위에 올라탄 처용이 주먹을 들어 안면을 짓뭉개고 양팔을 부러뜨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무 무슨 짓-!”

[네 이놈-!]

주변에 있던 저항군 중 바닥에 쓰러진 성좌의 세력들이 처용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촤아아!!

처용이 검을 들어 아티팩트 주변에 원형으로 선을 그었다.

“넘어오는 새끼는 죽는다.”

처용의 입에서 아무 검정 없는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정신이 나갔군!]

“대장! 왜 그래!?”

주변에 있던 저항군들과 처용과 같은 특공대 멤버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초점이 사라진 처용의 눈빛 속에는 아티팩트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때.

-저벅.

누군가가 처용이 그은 선을 밟고 다가갔다.

-스릉!

처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에게 검격을 내질렀다.

-탁!

선을 넘어온 상대가 맨손으로 칼날을 잡아채자.

-후욱!

처용은 즉시 칼을 놓고 상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쥐어 내질렀다.

그러나 상대는 그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빠악!!

처용의 주먹이 얼굴을 강타했음에도 상대는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고.

[화가 좀 풀렸느냐?]

슬픈 눈빛으로 처용을 보며 말을 건넸다.

그 말에 처용의 눈빛에 초점이 돌아왔다.

“……스승님.”

처용이 선을 넘어온 상대, 여래를 향해 말했다.

“보살님이…….”

[그래.]

여래가 처용의 말에 대답하고는.

[이제…… 그만 놓아주거라.]

아티팩트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화르륵!

여래의 손에서 피어난 푸른 신력이 불길처럼 번지며 아티팩트를 감쌌다.

마치, 화장을 하듯 아티팩트가 불길에 휩싸일 때.

“다시는…… 잃지 않을 겁니다.”

처용이 낮고 강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두 번 다시는…….”

처용의 강한 다짐이 울리는 순간.

[아니,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크크.]

처용의 귓가에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커헉!]

뒤에서 여래의 비명이 들려왔다.

처용이 뒤를 돌아보자, 여래의 등 뒤를 꿰뚫은 칼날이 눈에 들어왔고.

[크크크.]

그 뒤로 비열하게 웃는 패륜의 신, 아레스의 모습이 보였다.

[이 하계종의 머리도 내 방패에 장식해 주마! 하하하하!!]

아레스가 자신이 죽인 성좌들의 머리가 이식된 방패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 방패의 중앙에는…… 아테나의 얼굴이 자리해 있었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주변의 환경이 불바다로 바뀌기 시작했다.

-으아악!

-으악!

저항군이 악신들의 세력과 배신자들에게 무참히 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쿠구구!

“커헉.”

위에서 강렬하게 가해지는 압력에 의해 처용이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주변에 있던 저항군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척! 척!

어느새 처용의 주변은 악신들과 배신자들이 빼곡하게 자리해 있었다.

“크으윽!”

처용은 어떻게든 압력에서 빠져나가려 몸부림쳤다.

동시에.

‘……뭐지?’

마치, 지금 이 상황을 겪어본 듯한 강렬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하찮고 어리석구나. 계승자.]

처용의 눈앞에 그림자가 지며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낮은 목소리가 울려왔다.

처용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눈앞에 다가온 상대를 마주 봤다.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갑주와 붉은 안광을 내뿜는 눈동자.

“……크, 크타! 니드!”

악의 종주를 마주한 처용이 이를 갈며 읊조렸다.

[나약하고 어리석은 계승자여 네가 종말을 막을 수 있다 생각했느냐?]

악의 종주가 손짓하며 말하자.

-콰직!

칠흑같이 어두운 칼날이 처용에게 날아와 꽂혔다.

“커헉!?”

처용이 피를 토해내며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네놈이 발버둥 친다고 하여 바뀌는 것은 없다.]

-콰직!

또 하나의 검이 날아와 꽂혔고.

[네놈은 아무도 구할 수 없고.]

-콰직!

[그 누구도 종말 앞에 구원받을 수 없다.]

-콰직!

크타니드의 말이 들려올 때마다 검이 하나씩 날아와 꽂혔다.

이윽고.

-스르르릉!!

처용의 주변을 칠흑같이 어두운 칼날들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여 네가 종말을 막을 수 있다 생각했느냐?]

“……닥 ……쳐.”

크타니드의 말에 처용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쿠구구!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강렬한 울림이 더욱 거세졌다.

[어리석은 계승자, 무능한 네놈이 발버둥 친다고 하여 바뀌는 것은 없다.]

“닥쳐.”

[그저 정해진 종말을 받아들일 운명이다.]

“닥쳐! 이! 새끼야!!”

처용이 크타니드를 향해 괴성을 지르고는.

-우드득!

쓰러진 몸을 강제로 일으킨 순간.

-!

마음과 머리를 어지럽히던 기시감과 불안한 울림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스르릉!

어느새 처용의 손아귀에는 회귀 전 다루던 검이 아닌 역천이 절이 쥐어져 있었다.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처용이 역천의 절을 두 손으로 쥐고는.

“없어! 이 새끼들아!!”

전방위로 크게 휘둘렀다.

-스! 가아악!

사방을 포위하던 악신들과 배신자들이 반으로 갈라졌고.

-샤악!

거대한 위압감을 내뿜던 크타니드 또한 반으로 갈라졌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쩌저저적!!

세상이 둘로 갈라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마치 거울이 깨지듯 부서지던 환경이 모두 무너지자 처용의 눈앞에 새까만 우주가 드러났다.

[네 번째 악몽, ‘트라우마’가 무너졌습니다.]

[더 이상 정상적인 활성화가 불가능…….]

[악몽이 재구성…….]

[재구성 불가…….]

처용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악몽에서 빠져나온 처용이 시스템 창을 노려보며 읊조렸다.

“제기랄!”

처용이 표정을 세차게 구기며 머리를 부여잡고는 욕을 내뱉었다.

아직도 이가 갈리고 손발이 조금씩 떨려왔다.

생생하게 재현된 악몽으로 인한 후유증.

“이, 개 같은…… 악몽 따위가!”

하필이면 가장 보기 싫었던.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이 악몽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보살의 죽음과 그 이후.

아직도 떠올릴 때마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흉악한 기억이었다.

“천교…… 옥황상제!”

떨리는 몸과 마음을 다잡은 처용의 얼굴에 격한 분노가 드러났다.

“여기서 나가는 대로…….”

처용이 조금 전 악몽 속에서 마주했던 이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여 주마.”

천교와 배신자들을 떠올리고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말했다.

그때.

[모든 악몽이 초기화됩니다.]

[새롭게 재구성된 ‘최후의 악몽’이 시작됩니다.]

다시 시스템 창이 울렸고.

-쩌저저저적!

검은 우주였던 환경이 새로운 환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새롭게 변한 환경은 주변이 불타고 있는 숲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악몽, ‘구원자’가 시작됩니다.]

“……최후의 악몽?”

추가적으로 시스템 창이 울리자 처용의 입에서 의문이 흘러나왔다.

악몽은 몇 번째 악몽인지만 표시될 뿐, 최후의 악몽이라는 말은 회귀 전에도 없었으니까.

“이번엔…… 뭐냐.”

역천의 절을 굳게 쥔 처용이 주변을 경계하며 상황을 파악하려던 때.

“흐흑!”

처용의 눈앞에 울고 있는 붉은 머리의 어린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