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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38화 (238/726)

#238화

청자고둥이 있던 수면을 뚫고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나자.

“저, 저게 뭔!?”

마녀가 당황스러운 듯, 목소리를 작게 떨었다.

조금 전 처치한 청자고둥의 크기는 대략 30미터가 조금 넘는 크기였다.

그러나 지금 수면 위로 솟구친 거대한 무언가.

나선 모양으로 휘어 있는 조개껍데기의 크기는 대략 60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

조금 전 사냥한 청자고둥의 두 배가 넘어가는 크기였다.

더욱 거대하고 강력한 몬스터가 출몰한 상황.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쏴아! 쏴아아!!

수면 위로 나타난 청자고둥의 껍데기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

나타난 청자고둥의 껍데기는 대충 세어 봐도 열 개 가까이 되었다.

“……네가 죽인 청자고둥이 하필이면 대가족이었나 보네?”

처용이 마녀를 향해 작은 비웃음을 섞어 말했지만.

“…….”

마녀는 사고가 정지한 듯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죽인 청자고둥도 쉽게 처치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나름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스킬을 성물의 힘을 빌려 발동하여 힘겹게 처치한 셈이었다.

그런데…… 그런 청자고둥보다도 더 거대하고 위험한 청자고둥이 다수 나타난 상황.

멍한 표정을 짓던 마녀가 머리를 한 번 거세게 흔들고는.

“……도망친다.”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며 말했다.

마녀가 명령할 때.

-쩌저적! 꾸르르륵!!

가장 앞에 있는 거대한 청자고둥의 입이 열리더니 눈알이 달린 촉수가 튀어나왔다.

그 눈이 마녀의 손에 들린 ‘열쇠’를 확인한 순간.

-꾸르르르르!!

마치, 무언가에 분노한 듯한 괴성을 토해냈다.

동시에.

-촤아아! 촤르륵!!

마인들을 향해 투명한 촉수 다발이 빠르게 쇄도했다.

방금 죽은 청자고둥의 촉수보다 더욱 두꺼운 촉수들.

심지어 촉수가 다가오는 속도 또한 이전 청자고둥보다도 훨씬 빨랐다.

“젠장! 블러디아!”

마녀가 아직 소환되어있는 자신의 가디언을 향해 명령하며 뒤로 물러났다.

-캬아아!

마녀의 가디언이 낫을 치켜들고는.

-사악! 사가각!!

다가오는 촉수 다발들을 모두 잘라내었다.

그러자.

-푸화아아!

잘려나간 촉수의 절단면에서 녹색의 액체가 분무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팬텀 프로텍트!”

-캬아아!

뒤로 물러나던 마녀가 가디언을 향해 손을 뻗어 스킬을 발동하자 가디언에게서 악령들이 튀어나왔다.

-치이이!

악령들이 가디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전에 죽은 청자고둥보다 독성이 더 강력한 탓인지.

-치이이!

악령들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그리고.

-치이이! 쩌적!

가디언 역시 영향을 받은 듯 몸 여기저기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젠장! 블러디아! 물러나라!”

결국, 시간을 벌려던 가디언을 향해 마녀가 명령을 내렸다.

이런 곳에서 공들여 만든 가디언을 잃을 순 없었으니까.

마녀의 가디언이 물러나고 마인들이 도주할 때.

-스르륵.

처용은 동화경을 발동하여 은밀하게 모습을 감추었다.

마녀는 거세게 추적해 오는 촉수들을 피해 달아나느라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스각! 스가각!

가디언이 마인들 뒤에 따라붙으며 다가오는 촉수들을 잘라냈다.

동시에.

“그레이터 에이드 실드!”

닥터가 하얀 벽을 세워 촉수가 다가오는 통로를 막았다.

-쿠궁! 쿠구궁!!

촉수들이 하얀 벽에 부딪힌 순간.

“화이트 쇼크!”

닥터가 추가적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파지지직!

벽에서 새하얀 전류가 튀며 촉수들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치이이!

촉수들이 내뿜는 녹색의 액체 때문에 벽이 분해되고 있었지만, 시간은 충분히 벌고 있었다.

이윽고 충분히 거리가 멀어지자 촉수들이 더 추격해오지 않았다.

“후, 엄청 위험하네. 이 던전.”

닥터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하고는.

“역천군주가 보이지 않는데?”

처용을 찾으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망할 달팽이한테 잡아먹혔을 테지!”

마녀가 닥터의 말에 짜증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외치듯 대답했다.

“그러면 곤란합니다. 그가 열쇠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요.”

닥터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때.

“뭐가 곤란해?”

-스르륵.

처용이 벽 속 그림자에서 나타나며 말했다.

“쉽게 죽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무사하셨군요.”

“내가 죽기를 바라야 하는 거 아닌가?”

닥터의 말에 처용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하하, 일단은 동료로 묶였으니까요.”

닥터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게다가, 열쇠도 하나 더 찾아오셨네요?”

처용의 손에 들린 네모난 도형을 가리켰다.

“네놈들이 시간을 잘 끌어준 덕분이지.”

처용이 네모난 도형의 열쇠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세 번째 열쇠는 다름 아닌 새로 나타났었던 가장 거대한 청자고둥의 껍데기 위에 있었다.

처용은 새끼의 죽음에 분노한 청자고둥들이 마녀와 마인들을 표적으로 삼고 공격할 때를 노렸다.

청자고둥들이 마인들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동화경으로 몸을 숨기고 열쇠를 슬쩍한 것이었다.

게다가.

‘덕분에 구하기 힘든 것도 얻었지.’

얻은 것은 열쇠만이 아니었다.

지상에서도, 신계에서도 얻기 힘든 것들을 얻은 상태였다.

추후 어떻게 이용할지는 고민해 봐야겠지만,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하아…… 포션하고 약이 점점 떨어집니다.”

닥터가 공간 확장 가방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힐러는 단순히 스킬로 동료를 치료하는 클래스가 아니었다.

여러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모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클래스이기도 했다.

다른 헌터가 포션을 그냥 마시게 두는 것보다, 힐러가 스킬을 사용하여 포션의 효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그가 만들어내는 주사기는 스킬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대부분 미리 만들어 둔 소모품들이었다.

그 소모품들이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켓에서 보급이라도 넉넉하게 준비할 것을…….”

닥터가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가방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 순간.

“……응?”

닥터가 허공을 응시하며 의문을 표했다.

‘……운 좋네.’

처용은 닥터가 무엇을 보고 의문을 표했는지 알고 있다는 듯 속으로 읊조렸다.

“……어? 어어?”

닥터가 허공을 응시하며 검지로 허공을 휘젓고는 계속 의문을 표하자.

“너 뭐하냐? 이젠 헛것이 보이나?”

마녀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닥터를 향해 말했다.

“…….”

닥터는 마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침묵했다.

그리고.

“마켓.”

작은 목소리로 ‘마켓’이라고 말해봤다.

그러자 닥터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빛이 진지해졌다.

“하하…… 내가 엄청난 걸 찾은 것 같은데?”

무언가 확인을 마친 닥터가 작은 웃음을 흘리고는.

“당신은 이것을 알고 있었군요. 역천군주.”

처용을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쯧, 운 좋네, 그걸 그런 식으로 발견할 줄이야.”

닥터의 질문에 처용이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뭘 찾은 거야?”

처용의 반응에 마녀가 닥터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마켓이라고 말해 봐.”

“……마켓?”

닥터의 말에 마녀가 고개를 기울이며 말하자.

-띠링.

마녀의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마켓]

[악몽 포인트를 소모하여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포인트 : 210]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 창이었다.

시스템 창을 바라본 마녀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침묵하며 생각하고는.

“포션.”

시스템을 향해 ‘포션’이라는 키워드를 말했다.

그러자.

-띠리리릭.

마녀의 눈앞에 여러 종류의 포션이 나열된 시스템 창이 새로 나타났다.

“악몽 포인트가 뭔가 했더니…… 이런 거였나?”

마녀가 무언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악몽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기존 시스템 창과는 다른, 이 던전 안에서만 보였던 문구.

처음부터 언데드로 변한 S급 몬스터와 싸우는 등 정신이 없었던 터라 미처 짚고 넘어가지 못했었다.

-탁.

마녀가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문구 중 하나를 향해 검지를 뻗었다.

[중급 마나 재생 포션 : 5]

[구매하시겠습니까?]

떠오른 시스템 문구에 검지를 한 번 더 누르자.

-스르륵.

마녀의 손에 푸르게 일렁이는 포션이 나타났다.

감정 스킬로 포션을 확인한 마녀는.

“하…… 무슨 게임도 아니고!”

진짜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포션임을 확인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 완장,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여기서 얻은 거였군요.”

닥터가 처용의 팔에 걸려 있는 ‘Safe’라고 적힌 완장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처용은 딱히 부정하지 않고 침묵했다.

“저게 뭔데?”

마녀가 닥터에게 묻자.

“아티팩트 카테고리에 있습니다.”

닥터가 마녀를 향해 말했다.

“마켓, 아티팩트.”

마녀가 다시 시스템 창을 불러 아티팩트를 검색하자.

-촤르르르.

눈앞에 다양한 아티팩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안전의 표식 : 200]

[해당 아티팩트는 한정 상품입니다.]

처용이 가진 아티팩트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안전의 표식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악몽 속에서 작용하는 모든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착용자에게 닥치는 불행을 막아줍니다.]

[특수한 몬스터에게 받는 피해가 감소합니다.]

“……이러니 아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었군.”

마녀가 처용이 노려보며 읊조렸다.

첫 번째 통로에서 처용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아티팩트 덕분이었다.

이 던전에서 작용하는 모든 함정과 불행을 피하게 해주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닌 아티팩트.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보이지 않는 죽음’도 이 아티팩트를 착용하면 피할 수 있었다.

아티팩트의 능력을 확인한 마녀가 아티팩트를 사려고 했다.

마침 205포인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티팩트를 구매하려는 순간.

[이미 품절 된 상품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아티팩트를 살 수 없다는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뭔 개소리-!”

마녀가 시스템을 바라보며 외칠 때.

“한정 상품은 한 번 사면 구매가 불가능한 것 같더군요.”

닥터가 마녀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알면서……!”

마녀가 처용을 노려보며 분노를 표했다.

“네놈들한테 알려줄 의무는 없지.”

처용은 그런 마녀를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이……!”

밑바닥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에 마녀가 이를 갈았지만.

“젠장!”

처용과 같은 ‘동료’로 묶인 이상 공격을 해 봤자 피해를 줄 수 없었다.

마녀가 고개를 돌리자.

“입구로 돌아가지.”

처용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직 열쇠를 다 못 찾았습니다만?”

닥터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양쪽 통로에 각각 세 개씩 있다.”

처용이 친절하게 닥터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쪽에서 열쇠를 구하지 못했다면 뭐…….”

잠시 시스템을 바라본 처용이 말을 흐렸다.

[남은 시간 : 1:34:36]

시스템에 보이는 남은 시간을 잠시 응시한 처용은.

“다 죽는 거지.”

싸늘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마녀는.

“……돌아간다.”

잠시 고민하듯 침묵하고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청자고둥들에 의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상황.

처용의 말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처용이 나이트메어 던전으로 빨려 들어간 이후.

“죄송합니다. 상제님.”

천교의 성지로 돌아온 양천이 옥황상제의 앞에 부복하며 말했다.

“하필이면 그곳을 달의 사냥꾼과 마인들이 점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천이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자.

[그 망할 년이 감히 우리를 방해하다니!]

드러낸 상반신이 붉은 문신으로 가득한, 검은 도복 하의를 입은 성좌.

나타가 입에서 불길을 뿜으며 말했다.

[그 검은 블랙홀 속으로 혈선의 신관도 말려 들어갔다?]

옥황상제는 나타의 신관, 양천을 향해 다시 물었다.

“예, 저희를 추적하지 않기에 멀리서 지켜봤었습니다. 확실합니다.”

[그 이후에는?]

“커맨더의 결전기가 폭발한 이후 은밀하게 현장을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었습니다.”

양천은 자신이 보고 조사한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던전과 저희가 얻으려 했던 에너지까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흠…….]

양천의 말에 옥황상제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침묵했다.

[혈선 쪽이 조용한 것을 보면, 놈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상제.]

태상노군이 옥황상제를 향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놈이 쉽게 죽을 하계종이 아님을 알고 있다.]

옥황상제가 태상노군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녀석의 상태는?]

자신의 신관 뤼장첸의 상태를 물었다.

“지금 순조롭게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타친핑이 옥황상제가 묻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듣고 보고를 올렸다.

지금 뤼장첸은 방사능 에너지와 마나가 합쳐진 특수한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체르노빌에서는 그 에너지를 얻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미리 빼돌리지 않았다면, 놈들이 눈치챘을 겁니다.”

방사능 사고가 터졌던 또 다른 지역에서 구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야스라가 무라키 가를 장악하기 전, 은밀하게 빼낸 것이었다.

본래, 아마테라스는 천교와의 거래를 거절했기에 그 에너지를 얻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마테라스가 주신의 자리에서 파면당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자나기 성운과 일본이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탈취한 것이었다.

[조제군.]

옥황상제가 조제군을 부르자.

[준비는 끝났습니다.]

부름을 받은 조제군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천문과 언문을 죽여 상제에게 바치겠나이다!]

조제군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 강하게 말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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