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37화 (237/726)

#237화

“청자고둥? 독침 쏘는 조개를 말하는 건가?”

닥터가 마녀의 말에 무언가가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

청자고둥은 강력한 맹독을 품은 어패류였다.

해파리처럼 촉수를 내뿜어 찌르는 것으로, 상대에게 맹독을 주입하는 아주 위험한 생명체였다.

“이 물 밑에 있는 돌멩이 중에 청자고둥이 있다는 소리인가?”

맑게 일렁이는 물속을 자세히 관찰하던 닥터가 중얼거리고는.

“저 끝에 열쇠도 있네.”

물이 차오른 길의 끝에 장식된 ‘열쇠’를 바라보며 말했다.

“날아서 가면 문제 없겠네.”

마녀가 가소롭다는 듯 혀를 차고는.

“네가 가져와라.”

B급 마인 중 ‘플라이’ 마법을 익힌 마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지목을 당한 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플라이.”

마인이 마법을 발동하자.

-휘이.

공중에 떠오르며 물 위를 날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마인의 옆으로는.

-휘릭. 휘리릭!

마녀가 소환한 악령들이 호위하듯 배회하고 있었다.

앞으로 수월하게 나아가는 B급 마인과 물 밑을 응시하던 마녀가.

“이상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뭐가?”

닥터가 마녀의 말이 의문을 표하자.

“물속에 감지되는 생명체가 있긴 한데…… 하나밖에 없어.”

눈을 감은 마녀가 성물에 마기를 주입하며 말했다.

“……생명체가 하나?”

마녀의 말에 닥터가 수면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수면에 비치는 자갈과 돌덩이들을 관찰하던 닥터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시야를 넓혔다.

그러자.

“……보스 몬스터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그 순간.

-퓨부부부북!

수면 밑에서 투명하게 일렁이는 촉수가 빠르게 솟구쳤다.

“무, 무슨!”

플라이 마법으로 물 위를 날아가던 마인이 크게 당황했다.

차마, 대비를 갖추기도 전에.

-푹! 푸부북!

마치, 투명한 바늘에 꿰뚫린 듯, 얇은 촉수에 몸 여기저기가 관통되었다.

“커, 커어어!?”

몸이 관통당한 마인이 괴성을 질렀다.

동시에.

-스르르…….

투명한 촉수가 찌른 부위가 녹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치이이!

살점이 녹아 흘러내리며 뼈가 드러났다.

-푸확!

흘러내리는 살점이 있는 부근에서 두툼한 무언가가 솟아 올라오더니.

-쩌저적! 슈르릅!

좌우로 벌어지며 이빨이 빼곡한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 입으로 녹아 흘러내리는 마인의 살점을 받아먹었다.

이윽고.

-휙! 타다닥! 타닥!

완전히 뼈만 남은 마인의 시체가 사람들이 있는 방향으로 집어 던졌다.

“윽……!”

“으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죽음에 마인들이 뒤로 물러나며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슈화아아.

수면 위로 무언가가 솟구치듯 올라왔다.

“역시나!”

닥터가 솟구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보며 외쳤다.

수면에 쌓여 있는 듯 보였던 자갈은 자갈이 아니었다.

자갈로 보였던 수면 바닥은 다름 아닌 어떤 생명체의 껍데기였다.

시야를 넓힌 닥터의 눈에는 수면에 잠긴 자갈들이 나선 모양을 그리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까.

“악몽 속에 살아가는 청자고둥이 평범한 청자고둥일 리가 없지.”

마인들 뒤에 서 있던 처용이 진지하게 말했다.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앞에 나타난 청자고둥을 바라봤다.

[악몽 속에 기생하는 청자고둥]

[등급 : ?]

[특징 : 기괴한 환경 속에서 진화한 뒤틀린 생명체.]

[알 수 없음.]

[스킬 : 분해 맹독, 숨죽인 위장술…….]

나선으로 길게 휘어진 조개껍데기.

-스멀. 스멀.

그 조개껍데기 안에서 투명한 촉수들이 흐물거리며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촉수들의 중앙에는.

-쩌억!

마치 달팽이 입처럼 이빨이 빼곡한 입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입으로 보이는 이빨이 빼곡하게 박힌 촉수 안에는.

-꾸륵. 꾸륵.

눈알을 뒤룩거리며 눈 달린 촉수들이 스멀스멀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눈으로 보이는 촉수들이 사람들을 응시하자.

-쩌억.

청자고둥의 입으로 보이는 촉수가 마치 웃음을 짓는 듯 길게 휘어졌다.

“이런 미친!”

마녀가 긴장감을 드러내며 성물을 굳게 쥐었다.

눈앞의 청자고둥은 이전에 맞섰던 S급 언데드 해양 몬스터들 보다도 위험해 보였다.

심지어.

“저 망할 달팽이를 죽여야 가져갈 수 있다는 건가?”

마녀가 청자고둥의 갑각 중앙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조금 전 보았던 ‘열쇠’의 진열대가 붙어 있었다.

“죽이고 빼앗아 주마!”

마녀가 점점 다가오는 청자고둥을 보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본 처용은.

‘과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될까?’

아무것도 모르는 마녀를 향해 작은 비웃음을 날렸다.

“허리케인 팬텀!”

-캬아아!

마녀가 성물을 치켜들며 청자고둥을 향해 휘몰아치는 악령들을 쏘아 보냈다.

-스악! 사악! 사악!

악령들이 손톱을 치켜들며 청자고둥의 꿈틀거리는 촉수를 베기 시작했다.

-샤악! 철퍽! 철푸덕!

날카로운 절삭음이 들리며 청자고둥의 투명한 촉수가 베어져 아래로 흘러내렸다.

악령들이 크게 활약하는 듯 보였지만.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던 촉수가 물처럼 흐물거리더니.

-슈르륵. 탁.

절단 부위로 다시 모여들며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메스! 리섹션!”

닥터가 만들어낸, 열 개의 메스 역시 청자고둥의 촉수를 잘라내며 공격했지만.

-스멀. 스멀.

날카로운 메스에 잘린 촉수들도 빠르게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촉수가 원래대로 빠르게 돌아오자.

“재생인가?”

마녀가 청자고둥의 촉수들을 관찰하며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아니 재생하고는 달라, 마치…… 실체가 없는 걸 공격하는 느낌이야.”

닥터가 공중에 떠오른 메스들을 회수하며 말했다.

마녀의 악령들과 닥터의 메스가 투명한 촉수를 계속 베어냈고.

“다크니스 커터!”

“어둠의 칼날!”

다른 마인들 역시 청자고둥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스킬을 퍼부었다.

하지만.

-스륵. 스르륵.

촉수가 잘려나가든, 터져 나가든 간에 곧장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결국.

“……전부 뒤로 물러나.”

-우우웅!

마녀가 심상치 않은 분위를 내뿜으며 짙은 마기를 끌어 올렸다.

“모두 물러난다.”

닥터가 휘하 마인들을 향해 명령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헬 플레임 팬텀.”

-화르르륵!

마녀의 전신이 검녹색으로 불타오르는 화염에 휩싸였다.

‘……파멸의 지옥염이군.’

처용이 마녀가 일으킨 화염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녀가 발휘한 스킬은 그녀가 가진 스킬 중 가장 공격력이 높은 스킬.

파멸의 지옥염에 마녀의 클래스, 팬텀 위치가 가진 악령의 힘이 더해진 스킬이었다.

“죽어 이 새끼야!”

마녀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치자.

-화르륵! 캬아아!

검녹색으로 불타오르는 6미터 크기의 악령이 청자고둥을 향해 쏘아졌다.

악령이 청자고둥을 향해 팔을 크게 휘젓자.

-화르륵!

투명한 촉수들에 검녹색의 화염이 타올랐다.

-타다닥! 타닥!

투명한 촉수가 화염이 타오르며 재가 되듯 사라졌다.

-크륵!?

청자고둥이 잠시 멈칫한 듯 당황한 소리를 냈다.

-캬아아!

마녀가 소환한 악령은 공격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커스 플레임 버스트! 헬 파이어!”

-화륵! 화르륵!!

마녀의 명령에 따라 청자고둥을 향해 검녹색의 불길을 뿜으며 연속 공격을 가했다.

“헬 플레임 사이드!”

청자고둥을 거칠게 몰아붙이던 마녀가 마기를 내뿜으며 스킬을 발동하자.

-화르륵! 스릉!

악령의 양손에 검녹색 화염이 불타오르는 대낫이 생성되었다.

“죽어!”

마녀가 손짓하자.

-스! 가악!!

악령이 손에 쥔 대낫을 크게 들어 올리고는 강하게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본 청자고둥이 갑각 안에 숨으려는 듯 껍질 안에 촉수를 숨겼다.

이윽고 악령의 낫이 청자고둥의 갑각에 내리 찍히자.

-쩌적!

청자고등의 갑각에 균열이 생기며 크게 베인 자국이 생겼다.

“내리쳐라!”

공격이 통하는 것을 확인한 마녀가 재차 악령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스릉!

악령이 껍질 속에 숨은 청자고둥을 향해 대낫을 내리치려는 순간.

“이런!”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닥터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엠뷸런스 포탈!”

닥터가 마녀를 향해 손짓하자.

-우웅!

마녀의 뒤에 응급실 문이 나타나며 좌우로 열렸다.

열린 응급실 문에서 닥터의 손이 튀어나와 마녀를 끌어당겼다.

“너 뭐 하는-!”

마녀가 닥터를 향해 뭐라고 하려는 순간.

-쩌적! 슈르르륵!!

마녀의 발밑 땅이 갈라지더니 투명한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청자고둥은 악령의 공격에 촉수를 숨김과 동시에 땅속으로 이동시켜 마녀를 노렸던 것이었다.

땅이 조금씩 들썩이는 것을 본 닥터가 이를 알아차리고 마녀를 구한 것이었다.

닥터에 의해 마녀가 뒤로 물러난 순간.

-쩌적!

청자고둥의 껍질에서 주둥이로 보이는 두툼한 촉수가 튀어나와 악령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푸화아아!

마치 분무기처럼 악령을 향해 검은 물줄기를 내뿜었다.

전혀 위력이 없을 것 같은 공격처럼 보였지만.

-캬아! 캬아아아!

분무기처럼 뿜어진 물에 닿은 악령이 괴성을 지르고는.

-슈륵. 슈르르…….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듯 점점 형체를 흐물거리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모습을 본 마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악령은 웬만한 공격에는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

특히, 물리적인 공격과 독이 통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청자고둥이 내뿜는 녹색의 액체는 분명히 ‘독’이었다.

그런 독이…… 악령을 녹여버린 상황이었다.

“크크, 악몽 속에서 사는 청자고둥이 평범할 리가 없다고 말했잖아?”

마녀의 전투를 지켜보는 처용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이트메어 던전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몬스터 중 하나인 청자고둥.

녀석이 내뿜는 녹색의 액체는 평범한 독이 아니었다.

아니, 단순히 독이라고만 표현하는 것도 틀린 말이었다.

분해.

청자고둥이 내뿜는 녹색의 액체는 다름 아닌 분해액이었다.

어떤 물질이든 ‘분해’ 시킬 수 있는 독.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정확했다.

그 대상이 인간이든, 몬스터든, 실체가 없는 악령이든 간에, 저 독에 닿는 순간 분해되며 녹아 버린다.

-촤르륵! 촤륵!

청자고둥이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촉수를 빠르게 내뿜었다.

동시에.

-쩌저적! 슈르륵!

지면 속에서도 청자고둥의 촉수가 튀어나와 뒤로 물러난 사람들을 향했다.

“젠장!”

그 모습을 본 마녀와 마인들이 빠르게 뒤로 더 물러났다.

그러나.

“으아악!”

반응이 늦었던 B급 마인 하나가 촉수에 발목이 붙잡혔다.

그 찰나의 순간.

-푹! 푸부북!

발목을 휘감은 촉수에서 바늘 같은 얇은 촉수들이 추가로 튀어나와 마인의 몸을 찔렀다.

-치이이!

그리고 곧 처음 물 위에서 기습을 당했던 마인처럼 살점들이 녹아내려 뼈만 남았다.

그리고 촉수에 닿은 이는 B급 마인만이 아니었다.

“흠…….”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뒤로 물러나지 않았던 처용에게도 투명한 촉수가 쇄도했다.

-스르륵!

투명한 촉수가 처용의 팔을 휘감고 찌른 순간.

“상대를 잘못 골랐어.”

처용이 청자고둥을 향해 싸늘하게 읊조렸다.

촉수가 처용을 녹이기 위해 녹색의 액체를 주입하려는 때.

-화르륵!

촉수가 휘감은 처용의 팔에 새하얀 불꽃이 타올랐다.

그리고.

-스륵.

처용에게서 촉수 쪽으로 보랏빛의 액체가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구륵? 꾸르륵!?

청자고둥이 당황스러운 듯 촉수를 꿈틀거리며 괴상한 소음을 내더니.

-차락!

스스로 처용의 팔을 휘감았던 촉수 다발을 끊어 버렸다.

그럼에도.

-꾸르륵? 구륵?

무언가가 해결되지 않은 듯, 촉수를 꿈틀거리며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처용이 한 짓은 별거 없었다.

청자고둥의 분해액을 자생의 백염으로 막음과 동시에.

‘바질리스크의 독이니 조금 성가실 거다.’

생명을 갉아먹는 맹독, 바질리스크의 독을 역으로 보낸 것이었다.

청자고둥이 바질리스크의 독에 당황하며 몸부림칠 때.

“너…… 뭘 한 거냐!?”

뒤로 물러났던 마녀가 놀람을 표하며 처용에게 물었다.

청자고둥의 촉수에 붙잡히는 순간, 살이 녹으며 즉사한다.

이것이 짧은 시간 청자고둥과 싸우며 얻은 확실한 정보였다.

청자고둥이 사용하는 독이 어떤 독인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파멸의 지옥염까지 두른 악령마저 녹여버릴 정도로 강력한 맹독임은 분명한 사실.

그러나 촉수에 붙잡힌 처용은 녹지 않았고 되려 청자고둥에게 피해를 준 것처럼 보였다.

“알려줄 것 같나?”

처용이 마녀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할 때.

-슈륵! 슈르륵!

청자고둥은 처용을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를 지나치고 마인들을 향해 촉수를 뻗었다.

마녀가 촉수를 피해 한 걸음 더 물러나고는.

“이 망할 새끼가!”

처용의 말에 자극을 받은 듯 거칠게 외쳤다.

“그까짓 거! 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콰아아!

마녀가 이전보다 더욱 짙고 거친 마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헬 플레임 팬텀.”

다시 ‘파멸의 지옥염’이 깃든 악령을 소환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헬 어스 팬텀, 헬 윈드 팬텀.”

-쩌저적! 휘이이!

각각 마기가 융합된 지 속성과 풍 속성의 악령들을 추가로 소환했다.

“팬텀 퓨전!”

-슈화아아아!

마기로 만들어낸 악령들이 마녀의 앞에 모여들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림 리퍼(Grim Reaper) 블러디아!”

마녀가 악령들을 하나로 모아 10미터가 넘어가는 크기의 악령을 만들어냈다.

반투명한 해골의 상반신이 흩날리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듯한 모습이었다.

-스르륵.

로브 밑에서 해골의 팔 여섯 개가 튀어나왔고.

-스릉.

각각 손아귀에 날이 길게 휘어진 한 손 낫이 쥐어졌다.

‘악령들을 융합시켜 새로 만들어낸 가디언인가?’

처용이 마녀가 소환한 거대 악령의 집합체를 관찰하며 속을 중얼거렸다.

처음 튜토리얼 던전에서 마녀와 마주했을 때, 그녀가 보였었던 가디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팬텀 위치라는 클래스로 변하면서 자신의 가디언을 더욱 강화한 듯 보였다.

지금의 마녀가 가진 최강의 패라고도 할 수 있었다.

-후우우!

마녀가 소환한 가디언, 마치 여섯 개의 낫을 치켜든 사신처럼 보이는 악령이 검은 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쩌저적! 쩌적!

마인들에게 쇄도해오는 촉수들이 말라비틀어지며 땅에 떨어졌다.

다가오는 촉수들을 가볍게 처리한 마녀의 가디언은.

-크아아!

크게 괴성을 지르며 청자고둥을 향해 돌진했다.

-쩌적! 스륵! 스르륵!

청자고둥의 투명한 촉수가 지면을 뚫고 가디언을 기습했지만.

-사각! 사가각! 파사사…….

마녀의 가디언이 휘두른 낫에 베이자마자 가루가 되며 부서져 내렸다.

심지어 이전과는 다르게 재생하는 듯한 움직임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200레벨도 되지 않았는데, 강마기(罡魔氣)를 다룬다라?’

마녀가 소환한 가디언이 쥐고 있는 낫을 바라보며 속으로 놀람을 표했다.

정확히는 낫에 서려 있는 요사스럽게 일렁이는 검붉은 빛을 주목했다.

강마(罡魔)의 경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인들에게 있어 강기의 경지를 뜻했다.

처용이 마나에 의지를 담아 강기를 만드는 것처럼, 마녀 역시 마기에 의지를 담아낸 것이었다.

다만.

‘아직, 완전하지는 못했군.’

성물의 힘과 특수한 가디언을 소환해 다루는 방법을 통해, ‘일시적’으로 다루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시적이라 해도 200레벨도 되지 않은 마인이 강마기를 다루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끄르르륵! 끄륵!

예상하지 못한 먹잇감의 거센 반격에 청자고둥이 당황스러운 듯한 소리를 냈다.

-슈륵! 슈르륵!

청자고둥은 다가오는 가디언을 향해 여러 개의 두툼한 촉수를 세우고는.

-쩌저적! 푸화아아악!

입을 벌리며 녹색의 물줄기를 분무기처럼 내뿜었다.

이전의 악령처럼 마녀의 가디언을 녹일 생각이었지만.

“팬텀 프로텍트.”

-캬아아! 캬아!

가디언의 로브 아래에서 사람 크기의 작은 악령들이 튀어나와 가디언을 감쌌다.

-스르륵. 스륵…….

작은 악령들이 청자고둥이 내뿜는 물줄기를 대신 맞으며 녹아내렸다.

하지만 독이 강한 탓인지, 악령들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에게 독이 조금 튀었다.

-치이-!

가디언의 팔에 튄 녹색의 물줄기가 뼈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쩌적!

분해액으로 인해 가디언의 팔뼈에 금이 갔다.

“어림없다!”

그것을 본 마녀가 마기를 끌어 올리며 외쳤다.

-우웅!

가디언에게서 검붉은 마기가 짙게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화아아! 쩌저적!

짙은 마기가 가디언을 분해하던 녹색의 액체를 날려버리고 부서진 부분을 곧장 복구했다.

이윽고 청자고둥의 바로 앞까지 가디언이 도달하자.

“죽음의 선고!”

마녀가 손을 뻗으며 가디언으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위력이 강한 스킬을 발동했다.

-스르릉!

가디언이 여섯 개의 팔에 들린 낫을 굳게 움켜쥐고는.

-촤아아!!

청자고둥을 향해 여섯 개의 팔을 동시에 휘둘렀다.

-촤자자자작!

가디언이 내리친 낫의 궤적에 따라 청자고둥의 껍질에 여섯 개의 검은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쩌적! 쩌저저적!!

청자고둥의 껍질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며 쪼개졌다.

‘호오?’

마녀가 사용한 스킬의 위력을 감상한 처용이 속으로 감탄했다.

처용은 솔직히 지금 수준의 마녀가 청자고둥을 잡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었다.

내심 청자고둥에게 죽지는 않을까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마녀는 처용의 예상보다도 높은 수준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단한데?”

처용이 솔직하게 감탄을 내뱉자.

“…….”

마녀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처용에게 자신의 패를 보인 셈이었으니까.

“크크…….”

처용은 그런 마녀의 반응에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자, 새끼를 죽였으니, 이제 어미가 찾아올 차례네?”

마인들을 향해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뭔 개 같은 소리야! 이 새끼야!”

마녀가 처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상을 팍 구기며 소리쳤다.

동시에 가디언에게 명령을 내려 청자고둥의 갑각에 붙어 있던 열쇠를 회수했다.

그 순간.

“……뭐야?”

마녀가 무언가를 느낀 듯 의문을 표했다.

“……뭔가 온다.”

닥터 역시 무언가를 느낀 듯, 주변을 경계했다.

그 순간.

-쿠구구구!

지면이 울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이건?”

성물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마녀가 무언가를 느낀 듯 긴장감 가득한 목소리를 토했다.

무언가……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쿠구구!! 쏴아아!

수면 위에 널브러진 청자고둥의 시체를 밀치며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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