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
“또 그 뭣 같은 주사위가 나오나?”
마녀가 시스템을 노려보며 낮게 읊조렸다.
그리고.
[두 번째 악몽은 ‘안전탈출 No.6’입니다.]
시스템 창에 두 번째 악몽이 무엇인지 떠올랐다.
“안전…… 뭐? 저게 뭔데?”
“탈출? 넘버 식스?”
마인들이 시스템을 보며 알 수 없다는 듯 의문을 표했다.
닥터와 마녀를 포함한 상급 마인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염병…….”
시스템을 확인한 처용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마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 듯, 인상이 거칠게 일그러져 있었다.
“운도 더럽게 없지…….”
“……이번엔 뭐가 나오는 겁니까?”
처용의 반응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닥터가 진지하게 질문했다.
“가장 최악.”
닥터의 질문에 처용이 더욱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왔던 악몽…….’
처용이 회귀 전 기억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전탈출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몽.
이 악몽은 가장 많은 고레벨 헌터들을 허무한 죽음으로 몰고 갔던 최악의 악몽이었다.
처용조차도 치를 떨게 만들었던 악몽.
그러나.
‘아니지…… 지금은 오히려 좋은 상황이군.’
처용은 되려 속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귀 전에는 동료들과 함께했었기에 서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동료로 묶인 이들은 다름 아닌 마인들.
처용이 죽여야 하는 이들과 강제로 동료로 묶인 상황이었다.
이 악몽을 잘만 이용하면 마인들의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처용은 나이트메어 던전을 몇 번 경험한 이.
이 최악의 악몽 속에서 나름대로 대비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죽었다고 복창해라.”
미소를 숨긴 처용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마인들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
“…….”
처용의 진심 어린 경고에 마인들이 눈에 띄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역천군주가 학을 떼며 말했으니까.
“저 자식 말은 진지하게 듣지 마라!”
마녀가 과도하게 긴장하며 불안감을 보이는 마인들을 향해 거칠게 말했다.
이윽고.
[두 번째 악몽을 시작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스르르르!
섬이었던 주변의 환경이 다른 환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미로?”
마녀가 변한 환경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새로 변한 환경은 다름 아닌 황토색의 흙벽으로 이루어진 미로였다.
모두가 바뀐 환경을 관찰할 때.
[여섯 개의 열쇠를 찾아 ‘안전’하게 탈출하십시오.]
시스템이 울리며 시작을 알렸다.
다만, 첫 번째 악몽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남은 시간 : 6:06:06]
바로 제한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참가자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죽음’이 적용됩니다.]
[항상 안전에 주의하십시오.]
무언가 불길한 내용을 담은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졌다.
[두 번째 악몽을 시작합니다.]
시스템이 시작을 알리자.
-딸각.
[남은 시간 : 6:06:05]
-딸각.
[남은 시간 : 6:06:04]
.
.
시스템 창에 보이는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 시간이 다 끝나면 어떻게 됩니까?”
닥터가 점점 줄어드는 시간을 보며 처용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뭐긴, 다 죽는 거지.”
처용이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설마…….”
닥터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럼 저 시간 다 갈 때까지 낮잠이라도 자 보던가?”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때.
“뭘 찾은 것 같은데?”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뒤편의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무언가를 끼우는 듯, 여러 모양으로 조각된 구멍이 있었다.
마녀가 다가가 벽을 자세히 관찰하고는.
“여섯 개의 열쇠를 찾아라…….”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벽에 다양한 도형의 모양으로 나 있는 구멍은 총 여섯 개였으니까.
“이건 뭐지?”
또 다른 마인 중 하나가 벽에 장식된 물건 중 모래시계로 보이는 장식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쿠구구!
미로가 옅게 진동하며 흔들렸다.
“지미 너 이 새끼!”
“뭘 건든 거야!”
마인들이 당황하며 조금 전 받은 명령을 잊은 채, 모래시계를 건든 마인을 향해 소리쳤다.
하필이면 모래시계를 집어 든 마인은 첫 번째 게임에서 거하게 트롤링을 했던 마인.
‘해치웠나?’라는 발언을 했던 지미였다.
지미는 모래시계를 집어 든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히든 아티팩트를 작동시켰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그리고.
-삑.
[남은 시간 : 5:01:24]
시스템에 떠오른 남은 시간이 1시간이나 줄어 버렸다.
“야이! 개새끼야-!”
“이 미친 트롤 새끼가-!”
마인들이 격분하며 지미를 향해 욕을 내뱉었다.
“전부 닥쳐!!”
마녀가 고함을 내질러 마인들을 강제로 조용하게 만들고는.
“그거 살살, 천천히 내려놔라.”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지미를 향해 침착하게 명령했다.
지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래시계를 조심스럽게 이동시켰다.
모래시계를 원래 자리에 올려놓기 직전.
“어? 손이 미끄러진-.”
-스륵.
땀이 차는 바람에 미끄러웠던 지미의 손아귀에서 모래시계가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안-!”
“잡아-!”
지미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눈이 점점 커지며 경악했다.
-스르륵!
이미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모래시계를 잡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결국.
-챙강!
모래시계가 바닥에 떨어지며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부수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
“…….”
지미를 포함한 모든 마인들이 눈을 크게 뜬 채 행동을 멈추고 있었다.
빙하시대가 들이친 듯, 싸늘하게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10초가량 흐르자.
“너무 쫄아 있는 거 아닌가?”
처용이 마인들을 향해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발동한 히든 아티팩트는 다시 발동하지 않아. 그리고…….”
짧게 한숨을 내쉰 처용은.
“이런 던전에서 ‘트롤’이 하나 껴 있는 건 좋지 않은데 말이야?”
마녀와 방금 사고를 친 지미라는 마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
그러자 마인들이 처용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지미…….”
마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지미를 부르자.
“네, 네.”
지미가 목소리를 덜덜 떨며 대답했다.
“그대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벽을 보고 서 있어라.”
마녀는 계속 사고를 일으키는 지미를 향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아예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격리시켜 버리기로 한 것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지미가 마녀의 명령에 따라 몸을 삐걱삐걱 움직이며 벽을 향해 걸어갔다.
벽을 향해 걸어가던 지미가 발걸음을 멈추자.
-드르륵.
지미가 밟은 바닥 타일의 일부분이 소리를 내며 조금 내려갔다.
“……!”
“……이!”
그 모습에 다시 마인들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지미의 발밑을 관찰하고는.
“그냥 낡아서 발판이 조금 패였을 뿐이야.”
침착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후-.”
마녀가 얼얼하게 굳은 뒷목을 문지르며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스르륵. 따각!
마인 중 하나가 답답한 마음에 목이 마른 듯, 주머니에서 물병을 꺼내 입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던 중.
“컥! 쿨럭!”
너무 급하게 마셔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토해냈다.
“어휴…….”
“넌 또 왜 지랄이냐?”
주변에 있던 마인들이 기침을 하는 마인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볼 때.
“컥…… 커걱!”
기침을 하던 마인이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경련을 하며 몸부림치던 마인은.
“…….”
이내 움직이지 않았다.
“……어이.”
“……야? 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주변에 있던 마인들이 쓰러진 마인을 보며 당황했고.
“젠장, 설마?”
닥터가 쓰러진 마인을 향해 다가가 빠르게 상태를 살폈다.
기침을 하다가 쓰러진 것이기에 별일 아닌 것 같았지만…….
“……죽었어?”
닥터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무슨 개소리야!?”
마녀가 닥터에게 다가와 거칠게 말하며 쓰러진 마인을 살폈다.
기침을 하며 쓰러진 마인이 눈을 하얗게 뒤집은 채 정말로 죽어 있었다.
마인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때.
[보이지 않는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돌연 시스템이 울려왔다.
[사인 : 사레로 인한 급성 기도 막힘.]
[물을 너무 급하게 마시면 사망에 이를 수도…….]
죽은 마인의 위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
마인들이 시스템 창을 멍하니 바라보며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때.
“아직도 이 던전이 만만하게 느껴지나?”
처용이 그런 마인들을 향해 잔혹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뭐 이런 개 같은 던전이-!”
마녀가 이를 아득바득 갈며 읊조리듯 말했다.
“아무래도…….”
닥터가 사망한 마인에게서 손을 떼고는.
“지금부터 다들 각별하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휘하 마인들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각별하게 조심하는 것보단, 서둘러야 할 텐데?”
처용이 왼쪽 손목을 오른손 검지로 탁탁 두들기며 말했다.
그 뜻을 알아차린 마녀와 닥터가 시스템을 통해 시간을 확인했다.
-삑. 삑.
[남은 시간 : 4:35:29]
벌써 30분 가까이 소요된 상황.
아니, 조금 전 지미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어 버렸다.
이대로 시간이 완전히 종료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로 봤을 때, 처용이 말한 ‘모두 죽는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부터 조를 짜 움직인다.”
마녀가 상급 마인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조를 나눴다.
오거가 포함된 상급 마인 4명과 B급 마인 6명이 묶인 1조.
닥터와 마녀, 그리고 B급 마인 6명이 포함된 2조, 이렇게 두 개로 나뉘었다.
열외당한 지미를 포함한 세 명의 마인은 이곳, 입구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탐색조를 두 개로 나눈 이유는 별것 없었다.
앞에 보이는 미로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어쩔 생각이십니까?”
닥터가 처용을 향해 물었다.
“저 시간이 다 되는 건 당신에게도 문제일 겁니다만?”
시간이 다 되면 모두 죽는다.
정말로 처용의 말이 사실이라면 같은 참가자인 처용도 저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흠…….”
처용은 닥터의 말에 잠시 고민하듯 침음을 흘리고는.
“너희들을 따라가지.”
옅은 미소를 띄며 닥터의 말에 대답했다.
“모두 출발한다!”
오거가 크게 외치며 1조 마인들과 함께 오른쪽 미궁 입구로 향했다.
“내가 앞장서지.”
마녀가 왼쪽 미궁의 입구로 걸어가며 남은 이들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어둠 속의 탐색자.”
-우우웅!
성물에 마기를 주입하며 눈을 감았다.
추가로.
“스카우트 팬텀.”
-캬아아!
-샤아아!
전방을 향해 악령들을 쏘아 보냈다.
“여긴 막혀있고 여긴…….”
-저벅. 저벅.
마녀가 눈을 감은 상태로 앞장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지도를 보고 있군.’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처용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녀는 지금 악령들을 통해 전방의 구역을 탐색하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미니맵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윽고 어두운 터널 같은 장소에 다다르자.
-화륵! 화륵! 화륵!
벽에 걸린 화로에 불들이 붙으며 터널이 환해졌다.
“……여긴 뭐 하는 공간이야?”
마녀가 터널을 관찰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략 200미터는 넘어 보이는 터널.
좌, 우, 위, 아래, 사방의 벽에 일정 간격으로 줄들이 그어져 있는 모습.
20센치미터 크기의 정사각형들이 벽에 나열된 듯한 모습이었다.
딱 봐도 함부로 지나가면 봉변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캬아아!
마녀가 악령을 하나 터널 끝으로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람이 지나가면 작동하는 함정일 수도 있겠네.”
닥터가 되돌아오는 악령을 보며 말하자 마녀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저벅. 저벅.
처용이 통로 앞으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야이 새끼야! 함부로-!”
마녀가 처용을 향해 뭐라고 외쳤지만, 처용은 무시하고 통로를 계속 나아갔다.
-저벅. 저벅.
처용이 통로의 절반을 지나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윽고 통로 끝에 처용이 다다르자.
-탁.
벽에 걸려 있던 원 모양의 장치 비슷한 것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열쇠를 찾았습니다.]
[악몽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보이지 않는 죽음이 더 짙어집니다.]
처용에게만 시스템이 울리며 나타났다.
동시에.
-스르르.
격자무늬로 가득했던 벽이 평범한 벽으로 바뀌었다.
“뭐해? 계속 안 가고?”
처용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칫, 움직인다.”
마녀가 휘하 마인들에게 명령하듯 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건 뭡니까?”
닥터가 처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에게 없었던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완장?”
마녀 역시 처용의 왼쪽 팔에 부착된 무언가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처용의 왼쪽 팔에는 ‘Safe’, 즉 안전이라는 글자가 적힌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아까 오다가 주웠는데?”
마녀의 의문에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
닥터가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
-쿠궁! 쿠구궁!
양쪽 벽이 부수어지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쿠워워워!
괴성을 지르며 나타난 것은 흙을 뒤집어쓴 괴상한 모습의 언데드.
마치 흙 속에 생매장당해 죽은 듯한 시체의 형상이었다.
“다크니스 베리어.”
“어둠의 확산!”
마인들은 적이 나타나자마자 신속하게 스킬을 발동해 대비했다.
-퍼석! 퍼서석!
갑작스럽게 기습해 온 언데드들 치고는 전부 허무하게 쓰러졌다.
“고작해야 D급 언데드들이군.”
마녀가 쓰러진 언데드들을 바라보며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때.
-스윽. 스윽.
잘린 언데드의 손목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가더니.
-스각.
부러진 칼을 쥐고 방심하고 있던 마인 한 명의 발목을 그었다.
“뭐야?”
-빠각!
발목이 가볍게 긁힌 마인이 짜증을 내며 움직이는 손목을 걷어찼다.
아무리 기습을 당했다고 해도 마인은 마인.
일반인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육체가 강인한 이들이었다.
아티팩트도 아닌 고작 녹슨 칼에 치명상을 입을 이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억?”
발목을 긁힌 마인이 단말마를 내더니, 얼굴과 몸 여기저기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털썩.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런.”
닥터가 재빨리 다가와 살폈지만.
“…….”
이미 쓰러진 B급 마인은 눈을 하얗게 뒤집은 채 사망한 상태였다.
[보이지 않는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조금 전, 물을 마시다가 죽은 마인처럼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사인 : 급성 파상풍 감염]
[녹슨 칼에 아킬레스건이 베였습니다.]
[파상풍은 매우 위험하므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어이없는 죽음이 발생했다.
“……무슨 마인이 파상풍에 뒤지는 거야!!”
마녀가 분노를 가득 담아 크게 외쳤다.
-쿠구구.
마녀의 고함으로 인해 던전이 옅게 진동하며 메아리가 쳤다.
그 순간.
-쩌적. 쿠구구!
천장의 일부가 무너지며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스르릉!
떨어져 내린 것은 사슬에 묶인 1미터 크기의 도끼날이었다.
“함정이다!”
“베리어를-!”
마인들이 보호막을 치며 대비하려 할 때.
“고스트 핸드.”
-슈르르!
마녀가 악령들을 압축시켜 거대한 손을 만들고는 떨어지는 도끼날을 허공에서 잡아챘다.
그리고.
“분명, 아무것도 감지되는 게 없었는데, 어디서 계속 이딴 함정이 튀어나오는 거야!”
-휘리릭!
악령의 밧줄로 잡아챈 도끼날 함정을 거칠게 집어 던지며 말했다.
마녀는 성물을 통해 미니맵을 계속 보고 있었다.
벽 뒤나 전방으로 악령을 보내 계속 정찰도 하고 있었다.
분명, 사전 조사를 했을 때는 아무 위협이 없었다.
감지되는 함정이나 장치 비슷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던 장소에서 돌연 오래된 함정들이 나타났다.
“뭐 이런 거지 같은 던전이-!”
마녀가 던전에 대해 생각하며 욕을 내뱉을 때.
-챙강!
마녀에 의해 벽으로 내쳐졌던 도끼날이 벽에 부딪히며 부수어졌다.
-까강! 휘리릭!
깨진 도끼날의 끝, 모서리 부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이윽고.
-스삭!
도끼날 파편이 마인 중 한 명의 팔을 그으며 떨어져 내렸다.
“……어?”
도끼날 파편에 의해 옅게 그어진 팔과 땅에 떨어진 도끼날을 번갈아 본 마인은.
“파, 파, 파상풍-!”
마치 죽음이 엄습해오는 것이 느껴지는 듯 이빨을 딱딱 떨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인젝터! 백신-항체 주사!”
닥터가 여러 개의 주사기를 소환하고는.
-휘릭! 푸북!
마인들에게 날려 보냈다.
방금 도끼날에 팔이 그어진 마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주사가 꽂혔고.
-스르르.
주사 안에 담긴 하얀 액체가 마인들에게 주입되었다.
“하아, 예방접종을 하라고 하니, 해야겠죠.”
닥터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끼날에 베인 마인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심장 부근을 부여잡으며 안도를 표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이런 개복치들이 정말 그 악명 높은 마인들이 맞는지 궁금하군.”
마인들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
“닥쳐! 네놈은 뭘 했다고-!”
마녀가 인상을 구기며 소리치자.
-탁. 탁.
처용은 자신이 얻은 ‘열쇠’를 들고는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젠장!”
마녀가 말을 끊고 고개를 획 돌려 버리고는.
“계속 나아간다!”
명령을 내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철벅. 철벅.
종아리가 잠길 정도의 깊이로 물이 차 있는 넓은 통로가 드러났다.
“뭐야 이건.”
마녀가 앞으로 다가가 물가 앞에 있는 팻말을 보았다.
“청자고둥을 자극하지 않게 조심하시오?”
팻말을 읽은 마녀의 말이 울리자.
‘젠장……! 그놈이군.’
뒤에 있던 처용이 무언가가 떠오른 듯 인상을 세차게 구기며 속으로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