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업적 달성으로 악몽 포인트가 100점 추가됩니다.]
[악몽 포인트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깨비를 처리하자 처용의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
처용이 시스템 창을 보며 생각하듯 침묵했다.
헌터가 수련과 싸움을 통해 성장을 증명하면 시스템은 그 업에 걸맞은 보상을 내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스템이 보상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헌터가 노력한 결과 무엇을 얻었는지를 시스템이 ‘보여준다’가 정확한 표현이었다.
예시로 팔굽혀펴기를 반복하여 근력을 단련하면 힘 스텟이 올랐다고 시스템이 알려주니까.
하지만 지금 처용이 있는 이 던전은 나이트메어 던전이라는 특수한 장소.
이곳에서 나타나는 시스템은 기존의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악몽 포인트라…….’
처용이 과거를 회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처용은 바로 이 ‘악몽 포인트’라는 것을 얻기 위해 홀로 가장 강한 S급 몬스터를 잡은 것이었다.
-스르르.
완전히 죽음을 맞이한 심연 도깨비 구울의 사체가 점차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심연 도깨비를 처리한 처용이 시선을 돌려 마인들을 바라봤다.
“하나 남았다! 긴장 늦추지 마라!”
마녀가 마지막 하나 남은 언데드 몬스터를 바라보며 마인들을 향해 외쳤다.
‘흠…… 확실히 마인들이라 어둠 속성에 내성이 높군.’
처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언데드 괴수들을 처리한 마인들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데드 몬스터가 발휘하는 속성은 기본적으로 어둠 속성이었다.
마인들 역시 모두 판데모니움의 어둠을 내려받은 인간들.
가장 깊고 어두운 세계에서 서식하는 악마들의 힘답게 언데드가 되어버린 S급 괴수에게도 맞설 수 있었다.
심지어 성물을 꺼내든 마녀가 그들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고 있었다.
마녀를 바라보던 처용이 눈을 돌렸다.
처용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다름 아닌 닥터였다.
“이 망할 기생충이!”
마인 중 하나가 전투 도중 기생충에 물려 독이 퍼질 때.
“인젝터, 안티 포이즌!”
닥터가 주사 비슷한 것들을 소환하고는 시독에 감염된 마인을 향해 날렸다.
-스르르. 탁!
유도 능력이 있는 듯 유연하게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던 주사기가 마인의 등에 꽂혔다.
주사에 담겨 있던 녹색의 액체가 마인에게 주입되었고.
-스르르.
시독에 감염되던 마인이 곧장 해독되었다.
동시에.
“메스, 커팅!”
-스릉! 스가악!
다섯 개의 메스를 조종해 습격해오는 기생충들을 잘라내었다.
닥터는 독의 해독과 기생충의 처리를 하는 와중에도.
“엠뷸런스 포탈!”
위험에 처한 마인을 발견하면 그 뒤에 병실 문을 소환하여 끌어당기는 것으로 그들을 구출했다.
병실 문에 끌려간 마인은 닥터의 옆에 열린 병실 문을 통해 튀어나왔다.
‘게이트를……?’
그 모습을 본 처용의 눈이 가늘어졌다.
태룡전의 열쇠조차 제약을 받아 게이트를 만들 수 없는 것이 이 악몽 속이었다.
그런데 닥터는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
처용이 닥터의 스킬을 관찰할 때.
-쿠궁!
마인들이 상대하던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졌다.
“느리군.”
공중에 떠 있던 처용이 땅으로 내려오며 말하자.
“닥쳐!”
마녀가 표정을 구기며 외쳤다.
“저 새끼는 무시하고 남은 기생충들부터 빨리 정리해!”
마인들을 향해 마녀가 짜증을 담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때.
“아까 기생충에 물리신 것 같던데, 해독은 된 겁니까?”
닥터가 처용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나를 관찰했다?’
처용이 닥터의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하고는.
“문제없다.”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행이군요.”
닥터가 작은 미소를 띠며 말하자.
“적을 신경 써주는 건가?”
처용이 눈을 가늘게 뜨며 적대감을 담아 물었다.
“일단은 ‘의사’니까요.”
닥터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인이 의사는 무슨…….”
처용이 인상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닥터는 처용의 적대 어린 태도에도 불구하고.
“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요.”
옅게 지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
“…….”
처용은 그런 닥터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듯 잠시 침묵하고는.
“그 병실 문을 여는 능력으로 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진심으로 궁금한 듯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당연히 시도해 봤죠. 불가능했습니다.”
닥터가 처용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잘만 쓰던데?”
처용이 닥터가 만들어낸 병실 문을 바라보며 다시 묻자.
“…….”
닥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처용이 닥터의 반응을 보고는.
‘……이놈도 제약이 있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닥터가 정말로 제약을 받지 않았다면 이미 마인들을 데리고 나갔을 테니까.
‘입구는 미리 생성해 두고 상황을 봐서 출구를 만들어냈던 건가?’
처용은 닥터의 병실 문을 소환하는 능력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동시에 마인들의 상황을 다시 관찰했다.
상대가 S급 거대 괴수였음에도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놀라운 결과였다.
처용은 마인들의 수가 주는 것을 노리고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B급 이하의 마인들 중 적어도 다섯 명 정도는 죽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성물을 꺼내든 마녀와 다른 상급 마인들이 크게 활약한 것도 있었지만.
‘닥터 화이트…….’
처용이 볼 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는 그 누구도 아닌 닥터였다.
닥터의 해독과 힐, 구출 능력이 마인들의 피해가 적은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 자리에 닥터가 아닌 다른 의회주가 있었더라면 이런 결과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놈을 죽였을까?’
처용이 닥터를 보며 회귀 전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렸다.
닥터의 전투력은 대충 따져봐도 집행자 이상이었다.
이런 마인이 도대체 누구에게 살해당했을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용이 고민하듯 생각하고 있을 때.
“후, 드디어 다 해치웠다!”
마지막 기생충을 처치한 마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외쳤다.
그는 던전에서 처용과 마인들이 마주했을 때, 처용을 향해 ‘해치웠나?’라고 말한 마인이었다.
“지미! 재수 없는 말 지껄이지 마라!”
“너 이 새끼-!”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마인들이 인상을 구겼다.
“왜? 해치웠으니까 해치웠다고 하지 뭘 민감하게 반응들을 하고-!”
주변의 반응에 지미라는 마인이 반박하듯 외쳤다.
그 순간.
[누군가가 숨겨진 커맨드를 작동시켰습니다.]
모두의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 설마?”
마인 중 하나가 끔찍한 상상을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모든 몬스터가 부활합니다.]
그 상상이 맞다는 듯.
-크아아!
-크웨에에엑!
방금 쓰러뜨린 4마리의 S급 몬스터가 완전한 상태로 다시 나타났다.
“…….”
“…….”
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모든 마인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했다.
“이거…….”
처용이 부활한 몬스터들을 바라보고는.
“트롤 새끼가 하나 있었네?”
마인들을 향해 들으라는 듯 비웃음을 날렸다.
트롤(Troll), 혹은 트롤링(Trolling)
여러 의미가 담긴 단어였지만.
흔히 고의적으로 일을 망치거나 방해하는 등의 ‘행동’을 뜻하거나.
모든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했다.
던전을 공략하는 헌터들 사이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었다.
방정맞게 행동하다가 던전의 함정을 작동시키는 등 민폐를 끼치는 이들을 향해 외치는 말이었으니까.
마인들 역시 트롤이라는 단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헌터와 대적하는 이들.
그리고 한때 헌터였던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 증거로.
“야 이 새끼야……!”
“지미……!”
마인들은 이 사태를 초래한 마인, 지미를 향해 흉흉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캬아아!
-크어어!
이미 언데드 괴수들이 살아있는 이들을 발견하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이런 젠장! 눈앞의 적에 집중해라!”
마녀가 성물에 마기를 주입하며 다급하게 오더를 내렸다.
-크웨엑!
-캬아!
기생충을 토해내며 괴성을 지르는 언데드 괴수들과.
“막아!”
“앞에 있던 놈들 뒤로 물러나!”
나이트메어 던전 참가자들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
-크워어어…… 쿠궁!!
지겨운 싸움 끝에 마지막 남은 언데드 괴수가 쓰러졌다.
하지만, 처음 싸울 때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사망자는?”
마녀가 마인 중 한 명에게 묻자.
“다섯 명이 죽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마인이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첫 번째 싸움과는 달리 이번엔 사망자가 발생했다.
남아있던 기생충들을 마무리하느라 마인들이 넓게 퍼져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진형을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괴수들이 들이닥쳐 버렸으니까.
게다가 싸움이 막 끝난 탓에 지쳐 있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였다.
그리고.
“윽…….”
이 사태를 초래한 지미라는 마인은 살아남았고 다른 마인들에게 엄청난 적대 어린 시선을 받고 있었다.
“숨겨진 커맨드? 무슨 이 개 같은 던전이 따로 있어!?”
마녀가 이를 갈며 외치고는.
“지금부터…… 상급 마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절 말하지 않는다.”
마인들을 향해 싸늘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때.
“스킬은 어떻게 합-.”
마인 중 하나, ‘지미’가 궁금한 듯 입을 열어 말했고.
“내가! 말! 하지! 말라고!”
-위이잉!
지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녀가 마기를 내뿜으며 격한 분노를 토해냈다.
“방금 말했다! 이 개새끼야!!”
-콰콰콰-!!
마녀가 발휘한 온갖 마법이 지미를 향해 폭격처럼 쏟아 부어졌다.
-슈우우.
이윽고 폭발이 끝나고 안개가 걷히자.
“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멀쩡한’ 모습의 지미가 드러났다.
같은 동료로 묶인 이들끼리는 공격해도 피해를 줄 수 없게 만드는 아티팩트 때문이었다.
“다크니스-!”
그 모습에 아직 화가 덜 풀린 마녀가 재차 마법을 발동하려 할 때.
“진정해라.”
닥터가 마녀의 어깨를 잡으며 새하얀 마기를 흘려보냈다.
닥터가 가진 스킬 중 마음을 침착하게 유지 시켜주는 버프 계열 스킬이었다.
“거기까지 해.”
닥터는 마녀의 분노를 가라앉히며 진정시키고는.
“스킬과 우리의 명령에 대한 대답을 제외하고는 일절 입을 열지 마라.”
침착한 목소리로 마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모든 마인들이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미의 의문은 나름 타당했다.
헌터든 마인이든 스킬을 발동하려면 입을 열어 말해야 했으니까.
상급 마인이나 A급 헌터가 되면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스킬을 발동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낮은 등급의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굳이 이런 상황, 이런 분위기에서 사고를 친 지미가 의문을 표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했다.
그때.
“해치웠나?”
누군가가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말을 다시 언급했다.
그 말에.
“어떤 개새-!”
“누구야!”
“뒤질려고-!”
마인들이 조금 전에 받은 명령조차도 망각한 채 경악하며 소리쳤다.
마녀와 닥터를 포함한 상급 마인들도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모두의 시선이 방금 ‘해치웠나?’라고 말한 이에게 향했다.
문제는.
“뭐?”
그 말을 꺼낸 사람이 다름 아닌 처용이라는 것이었다.
“흠…… 두 번은 안 되나 보네?”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말하자.
“제정신이냐? 역천군주.”
오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말했고.
“너 이 새끼 지금 뭐 하는-!”
마녀 역시 거칠게 인상을 구기며 처용을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왜? 또 되나 싶어서 한번 해 봤는데?”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말했다.
그러자.
-뜨득.
딱딱한 무언가가 짧고 굵게 마찰을 일으키는 듯.
마녀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한처용! 이 개-!”
결국, 이성의 끈이 끊어져 폭발해버린 마녀가 온갖 욕을 내뱉었다.
동시에.
-위잉! 위이잉!
처용을 향해 가진 스킬을 폭격기처럼 퍼붓기 시작했다.
-콰콰콰!!
땅을 불사르고 파괴하는 흑마법들이 처용에게 쏟아졌지만.
“흐으음?”
처용은 팔짱을 낀 채 마녀의 스킬을 느긋하게 관람했다.
아티팩트의 능력 때문에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는 상황.
결국, 보다 못한 닥터가 주사기를 꺼내 들고는.
“인젝터, 고농축 진정제.”
마녀의 뒷목에 꽂아 넣었다.
“아…….”
마녀가 힘이 빠진 듯, 서서히 주저앉으려는 순간.
“링거 키트.”
닥터가 링거가 부착된 의자 형태의 아티팩트를 마녀 뒤에 소환했다.
쓰러지려던 마녀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너-.”
강제로 버프를 받아 진정한 마녀가 닥터를 향해 뭐라 말하려 하자.
“진정하고 소모된 마기부터 보충해.”
닥터가 마녀의 말을 끊으며 말함과 동시에 아티팩트를 작동시켜 마녀의 마기를 보충해 주었다.
“이제 좀, 이 던전이 위험한 게 실감이 되나?”
처용이 나름 진지하게 입을 열어 말하자.
“너 이 새끼 알면서 일부러…….”
마녀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래 분노를 담아 외치려 했지만, 닥터의 버프 탓에 강제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놈은 이 던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마녀가 처용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침착함이 유지되니 처용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처용의 여유 있는 태도와 말투, 행동으로 볼 때 그는 이 던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확신했다.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마녀가 처용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할 때.
[축하합니다. 첫 번째 악몽이 끝났습니다.]
[참가자 모두에게 악몽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모두의 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후…….”
“휴…….”
시스템 창을 본 마인들이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클리어는 했네.”
마녀가 시스템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때.
“무슨 소리야? 이제 시작인데.”
처용이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너야말로 뭔 개소리냐? 끝났다는 문구 안 보이냐?”
마녀가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다시 잘 읽어 봐라.”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악몽이 끝났지, 이 던전이 끝난 게 아니니까.”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겁니까?”
닥터가 처용의 말에 궁금한 듯 질문했다.
“당신은 이 던전을 경험해 본 듯 보입니다만?”
“알아서들 생각해.”
처용은 닥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저으며 대충 대답했다.
그때.
[두 번째 악몽이 곧 시작됩니다.]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기 시작했다.
나 홀로 계승자